백의인 - 6월 초이레, 진룡의 겁기. 정말 틀림이 없다. 시작해라!
부하들 - 네!
여아 - 오라버니, 용이 그렇게 울어?
남아 - 응!
여아 - 오라버니는 정말 용을 봤어? 어떻게 생겼어? 책처럼 위풍당당해?
남아 - 난… 난 당연히 봤지!
여아 - 진짜? 어디서 봤어?
남아 - 그래, 난 화몽현에서 온 외숙에게 들었어. 그 흑룡은 해변에 누워 있었는데, 몇 십 장은 될 정도로 컸대. 근데 위풍당당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그게 큰 그물에 걸려 있었고, 제일 무서운 건—
여아 - 무서운 건…?
남아 - 그 용의 등뼈가 뽑혀있었다는 거야—
여아 - 어?
남아 - 근데 당시에 금방 비가 와서 파도가 쳤고, 용은 보이지 않게 됐대.
여아 -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게, 죽었다는 뜻이야?
남아 - 그건 나도 모르지.
강세녕 -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디서 왔어요? 날 왜 찾은 겁니까?
설한 - 나? 난 설한(薛闲)이야. 화몽현에서 왔고. 중요한 일을 하나 하러 왔어.
(방자 소리)
야경꾼 - 하늘이 마르고 건조하니 화재를 조심하시오— 도둑을 조심하시오— 문과 창문을 잘 닫으시오—
점원 - 빵 사세요, 갓 쪄낸 찐빵입니다— 찐빵 사세요.
야경꾼 - 찐빵 세 개 주시오.
점원 - 여기 있소.
야경꾼 - 왜 또 기운이 없소? 그 서생... 아니지, 그 물건이 왔다 갔소?
점원 - 왔다 갔소, 벌써 세 번째요.
야경꾼 - 보아하니, 정말 당신들한테 들러 붙은 모양인데. 하지만 올해는 정말 태평하지가 않으니, 무슨 요마를 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소. 진룡도 근골을 뽑혔다는데, 이게 무슨 징조겠소? 소문으로 듣기엔 두어 달 전에는 국사도 거의 죽을 뻔 했다던데.
점원 - 그런 건 내가 어쩔 도리가 없고, 내가 아는 건 그게 또 오면 나는 끝장이라는 거요.
야경꾼 - 하아. 어어? 저기 보시오.
점원 - 귀신이다--!!!
야경꾼 - 아니오.
점원 - 스님이군. 아이고, 오경(*새벽 3시 ~ 5시)에 상복 같은 흰 옷을 입었으니, 놀라 죽을 뻔 했네—
야경꾼 - 봤소? 그가 허리에 오제전을 걸고 있소.
점원 - 오제전이 뭔데 그러시오?
야경꾼 - 그가 걸고 있는 동전 꾸러미요, 악한 것을 몰아내어 퇴마를 할 수 있지. 듣기로는 국사가 오제전을 써서 강호의 술사들이 이를 따라서 쓴다던데. 설령 강호의 사기꾼들이 적지 않다지만, 저걸 걸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실력은 있다고 했소.
점원 - 저 승려는 보기에 기질이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강호의 사기꾼은 아닌 것 같소.
야경꾼 - 어, 그쪽이 부르지 않으면 가버리겠는데.
점원 - 대사 님 잠시만요! 대사님, 잠시만요!
현민 - 무슨 일이오?
점원 - 대, 대사 님이 오제전을 걸고 있으신 게 보여서요, 혹 퇴마에 능하십니까?
야경꾼 - 대사 님, 실은 이렇습니다. 그는 저 앞 식당의 점원입니다. 평소에 날이 밝기 전에 아침 장사를 시작하는데 3일 전부터 오경이 되면 어느 서생이 한 명 와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다 고기 반찬만 주문을 합니다. 무슨 닭이며 생선이며 그런 것들이요. 생각을 해 보십시오, 세상 누가 새벽부터 생선이며 고기며 먹는답니까?
점원 - 맞아요, 맞아요. 더 놀라운 건, 이 서생이, 제가 아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강가의 아들로 이름은 강세녕이라고 해요. 하지만... 하지만 강가 의당은 삼 년 전에 불이 나서 안경으로 시집 간 딸 말고는 다 화를 피하지 못하고 타 죽었어요. 사람들이 오경은 귀신도 한가한 시간이라는데 이미 죽은 사람이 연속 3일을 나타나고, 하필 또 그 시간대라니, 이건-- 대사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현민 - 자세히 말해보시오.
점원 - 예, 예, 예. 저희 이 식당은 구미거라고 해서 세 가지 요리가 유명합니다. 게다가 이 세 요리는 딱 10인분만 제공하니 먹고 싶거든 빨리 와야지요. 하지만 오경에 와서 주문하는 건 그 강세녕 뿐이고, 그저께 그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강세녕 - 안녕하시오, 청증석계(닭 요리) , 엄선궐어(생선 요리), 용정하인(새우 요리) 주시오.
점원 - 한 겨울인데 그가 말할 때 입김도 하나 안 나더군요. 저희는 죽을 듯이 놀라서 만들어줬지요. 그가 바라는 걸 얻고 얼른 극락으로 갈 수 있도록 바라면서요. 둘째날이 되었을 때 그가 또 올줄은 생각도 못하고요, 또 오경 때였죠!
강세녕 - 안녕하시오, 청증석계에 설탕 좀 덜고, 마늘은 빼주시오. 엄선궐어에는 생강을 빼주시오.
점원 - 저희는 감히 죄를 지을 수 없어서 만들어 주었죠. 그리고 또 오늘입니다.
강세녕 - 안녕하시오—
점원 - 다, 다 준비 됐습니다. 설탕 적게, 마늘 빼고요. 방금 찜기에서 나와서 아직 따뜻합니다.
강세녕 - …고맙습니다.
점원 - 그 후 그는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뭘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한참이 걸렸어요.
현민 - 용모는 어떻소?
점원 - 평범합니다, 안색은 창백하지만 볼은 불에 구운 것처럼 엄청 붉어요. 회청색의 장포를 입었고, 종잇장처럼 말랐어요. 옷도 얇아서 보고 있으면 바람에도 날아갈 것 같아요.
현민 - 어디 있소?
점원 - 떠난 지 좀 됐습니다. 아마 강가 의당의 폐가로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는 걸음이 느리니 아직 안까지 들어가진 않았을 겁니다. 제가 길을 아는데, 대사 님, 저, 저희가 안내해 드릴까요?
야경꾼 - 저희? 자네 혼자 가지.......
현민 - 갑시다.
점원 - 대사님, 이쪽입니다
야경꾼 - 어떻게 나까지 데려가시오—
점원 - 그 귀신 안 무섭다지 않았소?
야경꾼 - 길만 알려주면 됐지, 뭘 꼭 데려가기까지 하시오. 이 한겨울에 얼음 기둥과 같이 걸으려니 얼어 죽겠네—
점원 - 이 대사님이 어째 난 보면 볼수록 눈에 익는 게, 혹시 어디서 봤나? 아, 강가 의당은 저 골목을 돌면 앞에 있는 저겁니다……. 저, 저게 바로 강세녕이예요!
강세녕 - 네가 직접 산에 가서 닭을 잡아 오겠다고? 네 다리를 보니, 정월 전에는 돌아올 수 있겠어?
강세녕 - 어쨌든 못 걷는 반신불수보단 나아요.
강세녕 - 내가 보니 네가 별로 살고 싶지 않은가보다?
강세녕 - 아니오, 죽은 지 삼 년 됐어요.
야경꾼 - …바, 바로 그인가? 얼굴이 창백한—
점원 - 맞아요, 그예요, 그가 종종 혼잣말을 해요, 소름끼치네.
강세녕 - 빨리 들어와.
점원 - 그그그가— 대, 대사님, 보셨습니까... 그, 그가 종이가 되어서 담 틈으로 들어갔어요—
야경꾼 - 이이이건…….
현민 - 음.
점원 - 대, 대사님, 이 전대 받으십시오, 제 성의 표시입니다.
점원 - 저, 전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안, 안의 저 물건은 맡기겠습니다—
야경꾼 - 기다려!
점원 - 안 무섭다면서—
현민 - …….
강세녕 - 어, 닭 잡아왔어?
강세녕 - 설한 설 주종, 제발 부탁이니 자세 좀 바꿔요. 행동거지가 왜 그래요, 하루 종일 벽에 비스듬히 앉아 있으면 상반신도 마비가 오면 어떡해요.
강세녕 - 비스듬히 앉아있다고 마비가 오다니, 내가 너인 줄 알아?
강세녕 - 제가 집 안까지 들어왔는데, 할 말이 있으면 자기 입으로 하면 안 돼요? 밥이요!
설한 - 알았어, 고기 체면을 봐서 약간의 피로를 감수하기로 하지 뭐. 같이 먹을래?
강세녕 - 태워서 재로 만들어 줄 거예요?
설한 - 꿈 깨.
강세녕 - 먹기나 해요.
(냠냠)
강세녕 - 이틀 내내 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젓가락질 하나를 제대로 못 해요?
설한 - 네 상서로운 말 덕분에, 내 상반신도 오래 움직이지 못하다가 최근에 앉을 수 있게 됐는데, 젓가락은 아직 잘 못 써.
강세녕 - 뼈 던지지 말아요, 난 종이로 만든 몸이라고요. 찢어지면 하나 더 만들어 줘야 해요. 아, 아니다, 그냥 새로 하나 더 만들어 줘요. 기억해요, 제 얼굴에 연지 찍지 말고요.
설한 - 싫어.
강세녕 - 저기요, 주종. 하나 물을게요. 우리 현은 텅 빈 저택이 적지 않으니 아무 거나 하나 골라서 머물면 됐을 텐데 왜 꼭 우리 이 폐가를 고른 거예요?
강세녕 -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디서 왔어요? 날 왜 찾은 겁니까?
설한 - 나? 난 설한(薛闲)이야. 화몽현에서 왔고. 중요한 일을 하나 하러 왔어. 너는? 이 폐가에서 왜 머물고 있는 거야? 죽으면 환생을 해야지 현세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면 환생하지 못해.
강세녕 - 전… 전 부모님과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두 분은 연세가 적지 않으셔서 제가 돌봐 드려야 해요.
설한 - 그럼 네 부모님은?
강세녕 - 아직 오지 않으셨어요, 아마 다른 문으로 들어가셨나 봐요. 전 제대로 된 몸도 없어서 정원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니 찾을 수도 없어요.
설한 - 알았어, 어쩔 수 없으니 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조건이 있어.
강세녕 - 무슨 조건이요?
설한 - 집에 며칠 머물자.
설한 - 내가 어디 살고 싶으면 거기 사는 거지.
강세녕 - 그럼 여기 왔을 때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벌써 나흘 째인데 밥 먹는 거 말고, 나한테 종이 몸을 오려준 게 전부잖아요. 해야 한다던 중요한 일이 종이 사람을 자르는 건 아니죠?
설한 - 너 오늘 말이 많네.
강세녕 - 아, 맞다.
설한 - 또 입을 열면 네 입을 오려 버릴 거야. 할 말이 있으면 내일 일찍 다시 해.
강세녕 - 마지막 한 마디만요.
설한 - 네가 말을 하면 난 머리가 다 아파. 많이 들으면 마비 올 거야. 입 다물어.
강세녕 - 아까 제가 문으로 들어올 때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았어요. 제가 담으로 들어올 때 슬쩍 봤는데 승려 같았고, 허리에 동전 꾸러미를 걸고 있었어요. 제 생각에 곧 문 앞에 도착할 거예요.
설한 - 그렇게 중요한 걸 이 책벌레가 진작 말을 안 하고 올해를 넘길래?! (끼익)왔다— 어서 종이 사람으로 변해!
강세녕 - 알았어요……. 왜 안 숨어요? 술법으로 싸우기라도 하려고요?
설한 - 술법은 무슨.
강세녕 - 자기한테도 종이 몸을 줬어요?
설한 - 응.
강세녕 - 왜 주종의 종이 몸이 저보다 나아요? 그림이 섬세할 뿐만 아니라 얼굴에 연지도 없잖아요.
설한 - 왜냐하면 내가 잘 생겼으니까.
강세녕 - 아, 분명 멀끔하게 생기긴 했지만… 아니! 그거랑 상관 없잖아요! 종이는 다 주종이 그리는 건데! 일부러—
설한 - 입 다물어, 시끄러워 죽겠다.
강세녕 - 또 뭐 하려고요?
설한 - 장안법(障眼法)을 한 층 더 치려고. 우리 두 장의 종이는 너무 눈에 띄어. 지금 푸른 이끼로 변하면 눈에 잘 안 들어오지. 그가 들어와서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레 갈 거고.
강세녕 - 아.
(문 소리 / 발걸음 소리)
현민 - …….
설한 - (젊은 승려네. 음……. 보아하니 겉만 번지르르 한 놈인 것 같아. 정말 실력이 있는 대사가 쓰는 동전은 겉면에 빛이 나는데, 그의 허리의 저 동전 꾸러미는 곧 닳아 없어지겠어. 어디서 가져왔는지, 한 번도 제대로 쓴 적 없을 지도 몰라. 저러면서 산을 내려와 밥을 벌어먹겠다고? 뭘 믿고? 얼굴 믿고? 갔나? 역시 겉만 번지르르해.)
강세녕 - 갔어요! 다행히— 읍읍.
설한 - 아, 말을 못 하겠어? 네 음기가 부족해서 매일 밤만 움직이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면 조만간 너 때문에 짜증이 나서 죽을 걸.
(발소리)
설한 - (저 승려가 왜 또 돌아왔지! 구리 조각? 구리 조각을 가지고 뭐 어쩌려고?)
(퍽퍽)
설한 -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 몸은 위로는 하늘을 찌르고 아래로는 땅을 흔드는데 지금 이렇게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대머리 나귀에게 파내어 지다니! 게다가 구리 조각으로— 장안법이 깨졌나?)
설한 - 대머리 나귀,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현민 - 음?
설한 - 보긴 뭘 봐! 내 말 똑똑히 들어어어어어, 뭐하는 거야— 야—
현민 - 먼지를 터는 거야.
설한 - 감히 이 망할 놈이 날 더럽다고 여겨 싫어해, 너 내가 누구—읍읍!!
설한 - (여기가 어디야? 대머리 나귀의 주머니? 당당한 진룡인 내가 이렇게 파내어져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그래, 책벌레도 들어왔네. 이 승려가 진짜 실력이 있는 건지 사기꾼인지 모르겠어. 만약 그가 정말 실력이 있다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정원 전체를 들어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뭐 하러 일부러 구리 조각을 손에 들고 직접 삽질을 했겠어? 하지만 그가 실력이 없다면… 그러면 척 보고 어떻게 내 장안법을 간파해서 가볍게 나하고 책벌레 두 종이 인간을 겹쳐서 가져 왔겠어? 혹시 무슨 법보라도 있나? 내가 그리 오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으니 매번 무슨 일을 하려거나 혹은 어디 가려면 사람이나 물건을 빌려야 했는데, 만약 이 대머리 나귀의 법보를 훔칠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설한 - (…따뜻하다. 그리 오래 마비되어 있으면서 이렇게 따뜻한 것도 처음이야— 이 대머리 나귀는 보기에 얼음 기둥 같은데 몸은 이렇게 따뜻하다니. 짜증나!)
(종소리)
설한 - (무슨 소리야……. 내가 방금 이 대머리 나귀의 허리뼈에 부딪힌 것 같은데?)
점원 - 류 사야! 그입니다!
관졸 - 멈춰라!
현민 - 무슨 일이시오?
류 사야 - 그인가?
점원 - 맞습니다, 저희는 원래 그에게 귀신을 잡아달라 청했는데 왜인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어서 식당에 돌아가 생각해 보니, 아이고! 그가 바로 수배지에 그려져 있던 그 범인이 아니겠습니까. 이 일은 중요한 일이라 저희도 감히 숨길 수 없어 관아에 알린 것입니다.
류 사야 - 자세히 보았나?
점원 - 비록 그 수배지가 햇빛에 바래고 바람이 불어 모호하지만… 그의 목의 저 점은 수배지의 그 범인과 똑같았습니다. 절대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설한 - (이 대머리 나귀가 큰 현상금이 걸린 범인일 줄은 몰랐네. 설마 정말로 얼굴을 믿고 밥을 벌어먹는 사기꾼인가?)
현민 - 당신이군.
점원 - 대, 대, 대, 대사 님, 제 탓을 하지 마세요. 저는— 대사 님, 살려주세요—내 전대? 이건…….
관졸 - 잡아라!
현민 - 비키시오.
관졸 - 뭘 방자하게 구느냐?!
류 사야 - 잠깐, 스님은 어디 분이시오? 어느 묘(절)에서 불공을 드리셨소? 법호는 있소?
관졸 - 사야께서 물으시잖나!
류 사야 - 누가 와서 말하길, 그대와 최근 사방에서 수배를 당하고 있는 범인과 닮았다고 하네. 만일 입을 열지 않으면 우리도 그대를 데려간 뒤 자세히 조사할 수밖에 없어.
현민 - 법호는 현민이고 야승이며 집과 묘는 없소.
설한 - (현민?)
류 사야 - 그림을 다오.
관졸 - 네.
류 사야 - 음…….
설한 - (이 대머리 나귀가 남의 소굴을 뒤지더니 이번에는 자기도 탐문을 당하고 있네? 흥!)
류 사야 - 등롱을 그리 멀리 들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보겠나?
관졸 - 네, 네, 네.
설한 - (이 대머리 나귀의 주머니 안에는 법보가 없는데. 아니면 지금을 틈타 빠져나가--)
현민 - 움직이지 마라.
설한 - (이 때려 죽일 놈의 대머리 나귀가! 감히 날 눌러?! 용의 머리가 네가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건 줄 알아?)
관졸 - 뭐라고?! 너나 움직이지 마라! 사야께서 잘 알아보실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
류 사야 - 음? 아닌데…….
관졸 - 사야?
류 사야 - 나이가 달라, 차이가 너무 나는데. 생긴 것도 그리 닮지 않았고……. 멀리서 보면 그럴 듯한데 등롱에 비춰보니 너무 젊어. 게다가 잡아야 하는 이 사람은 듣자 하니 실력이 대단한 고승이라는데 이 스님은…….
관졸 - 고승이요? 그러면 분명 그가 아니겠네요. 그의 허리의 동전 꾸러미는 광택조차 없으니, 그냥 사기꾼인가 봅니다.
류 사야 - 음……. 됐다, 스님, 볼 일 없으니 가보시게.
현민 - 당신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오.
류 사야 - 뭐라고?!
설한 - (…잘 됐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겠네. 이 대머리 나귀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기 시작했네.)
류 사야 - 자네 같은 야승은 행동이 수상하고 내력이 불분명하니 이 수배지의 범인이 아니더라도 내가 자네를 데려가서 자네의 여덟 번째 조상까지 털어 조사하는 것도 법으로 무리가 없이 가능하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여러 가지를 따지지 않는 것인데, 감사히 여기지는 못할 망정 나를 저주하려 드느냐?! 여봐라—
현민 - 양 미간이 흐리고 빛이 없으며 가운데는 검고 바깥은 푸르니, 기운이 떨어져 명이 다할 상이오. 게다가 당신의 왼쪽 귀 부근에 핏자국이 있소.
류 사야 - 무슨 핏자국?
현민 -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소.
설한 - (핏자국? 이 냄새는—용혈이야--)
백의인 - 계속해라, 용골을 전부 뽑아라.
부하들 - 네!
설한 -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내가 깨어난 이후 계속 뇌겁(雷劫)이 있던 그 날 나를 건드렸던 놈을 찾고 있었는데, 유일한 단서가 바로 용혈이 튄 사람이야. 화몽현에서부터 찾아 왔는데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어. 이렇게 눈 앞에 대령하다니--)
류 사야 - 내가 볼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이냐?! 입만 열면 허황된 소리를 하는구나! 미간이 검고 어쩌고 하는 거짓말로 누굴 속이려 드느냐?! 핏자국이라니 무슨 소리냐?!
관졸 - 사, 사야, 저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핏자국은 원한이 있는 자의 피가 튄 것으로, 표식을 남기는 것입니다. 후에 원한 있는 자가 사람을 잘못 찾아가지 않도록요.
류 사야 - 무슨 원한! 난 양심에 거리낄 일을 한 적이 없으니, 한밤에 귀신이 문을 두드려도 무섭지 않다!
현민 - 당신은 본래 오늘 명이 다 해야 했는데, 누군가 당신을 대신했소. 믿건, 믿지 않건 마음대로 하시오.
류 사야 - 너!.......
관졸 - 사야, 보내실 겁니까?
류 사야 - 잡아라!
관졸 - 네!
하인 - 나리! 나리! 나리, 큰일 났습니다!
류 사야 - 무슨 일이냐?
하인 - 나리, 도련님, 도련님이 우물에 빠졌습니다!
류 사야 -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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