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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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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작 - 45. 지인의 아들 60. 해련이 새 무기를 시험해 본 날 저녁, 페크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사귀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선포했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손에는 술병을 들고 얼굴의 기름때도 깨끗이 닦지 않은 채로 황혼 속 허리가 꼿꼿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제군들, 우리는 이 섬에서 이미 충분히 오래 머물렀다, 모이인들이 사귀만에 터를 잡고 마을을 지을 정도로 말이야." "모이인들이 사귀만을 꿀꺽하려는 걸 알고 있었군, 난 당신이 사귀만을 그놈들에게 바치고 꼬리를 말고 이 망할 곳을 새 집으로 삼으려는 줄 알았죠!" 누군가 소리쳤다. 여요호의 선원이었는데 그들은 상위와 위아래 없이 지내는 것에 익숙하여 상위만을 선장으로 인정했고, 페크나라는 바다의 패자에 대해서는 경외라기보다는 기탄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해중작 - 44. 연우총 59. 어젯밤 방정란이 떠난 뒤에야 해련은 그가 가져온 철 상자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이틀 뒤 그는 그 물건을 볼 뿐 아니라 근거리에서 만져볼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갔고, "투모"라는 이름의 북모 전문가는 페크나 일행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위의 원래 자리마저 차지했다. 방정란은 남의 비위 맞추는 것에 정통하여 매일 페크나의 곁에 서서 그와 이미 소실된 《길광황운서》에 쓰여 있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행히 상위는 며칠 간 마음 쓸 곳이 많아 파이프를 태우고 또 태웠고 해신호에 가서 어울리지 않았다. 선장이 무단결근 중이니, 해련에게 무어라 할 사람은 더욱 없어서 그는 홀로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일등항해사 그림자가 ..
해중작 - 43. 전문가 해련이 눈치 챈 이후에도 상대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태연자약하게 페크나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손을 들어 극장의 남자 주인공도 쓰지 않을 법한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선장님, 제가 가져온 이 물건은 무척, 아주 위험합니다. 전 이 물건이 사소한 실수로 이것이 본래 가졌어야 할 아름다움을 뽐내지 못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선장님께서 이 사나운 말을 잘 다루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련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는 얼른 기침하여 참았다. 페크나의 얼굴에 약간의 불쾌함이 드러났다. "무슨 뜻입니까?" "말씀의 뜻은," 전문가는 몸을 숙여 손을 철 상자 위에 두었다. "선장님이 완전히 이것들을 파악하실 때까지 제가 여기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해중작 - 42. 아버지와 딸 57. 오늘은 겨울에는 보기 드문 맑은 날이었고 눈에 닿는 해수면의 물결이 반짝였으며 오가는 흰 돛은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흘렀다. 마치 자신이 있는 곳이 피를 탐하는 해적의 둥지가 아닌 조용하고 편안한 항만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걸었고 해련은 상대가 줄곧 마음 복잡해 보이는 모습에 아예 스스로 입을 열었다. "왜 날 불렀어? 길을 걷기만 하자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상위가 입을 열었다. "이틀 뒤에 섬에 배가 하나 올 거야. 물건을 배송하러 온 건데 그때 페크나와 물건을 검사하러 갈 거야. 난 널 데려갈 생각이다." "물건?" "사귀만에서 위세를 부리는 모이인을 몰아내려면 어쨌든 뭔가 있어야 하잖아?" 상위가 말했다. 해련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젯밤 눈앞의 남자의 "사..
해중작 - 41. 최성화 55. 해련이 더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문가의 풍등 불빛은 점차 안쪽으로 가까워졌다. 그는 아예 이 일말의 여광을 빌려 주저 없이 동굴 깊은 곳의 사각지대로 들어갔다. 이곳은 이십 만 명이 있는 끝없는 바다 같은 구몽성이 아니었고, 그는 이 자그마한 섬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하나, 둘, 셋……. 세 개의 무게가 다른 발걸음. 그래도 다행이었다, 설령 발견된다 하더라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 해련은 동굴 입구를 등지고 가장 안전한 자세를 유지했고 손은 이미 비수 위를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그 세 명은 계속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고 풍등을 통로의 철 고리 위에 걸었다. 동굴 전체가 순식간에 어둑한 따스한 빛을 띄었다. 해련은 다시 안으로 조금 옮겨가 빛이 자신을 비추지 않도록 했다. 먼저 ..
해중작 - 40. 잠입 53. 해련이 이 작은 섬에서 4일을 머문 뒤, 마음 속의 그 위화감은 점차 강렬해졌다—— 여요호의 소란스러움과도, 독벌호의 야만과도 달리 페크나 직속인 이들의 훈련은 너무 철저했다. 설령 페크나가 분명 훈련에 기대어 윤해의 패권을 차지했다고 해도, 이렇듯 과도하게 잡힌 체계는 티수의 해군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무인도에는 자유의 기운이 없었다. 다행히 아무리 엄격한 장소라고 해도 파고 들 틈은 있었다. 나흘 간 해련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여요호의 유능한 일꾼 역할을 하며 가능한 한 순찰조의 행동 규칙을 파악했고, 그 김에 페크나 세력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여요호의 백이십 여 명을 더하면, 섬에는 현재 대략 오백 여 명이 머물고 있는데 모두 페크나의 심복과 ..
해중작 - 39. 해적 장군 52. "여기 섬 이름이 뭐지?" "몰라." 해련의 주변 동료가 어깨를 들썩였다. 그 역시 처음으로 오는 것이었다. 해련은 무의식적으로 머리 위를 쳐다보았으나 지금은 낮이라 그는 자신의 대체적인 방위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막 남을 도와 술 상자를 하나 더 내리려 할 때, 갑판 반대편에서 상위가 그를 불렀다. "가자, 우리 대장한테 인사시켜 줄 테니." 청년은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는 옷을 정리하고 상위를 따라 여요호를 내렸다. 해련은 걸으며 이 이름 없는 작은 섬을 관찰했다. 얕은 여울가의 항구 통로도, 멀지 않은 곳의 초라한 오두막 수십 채에도 자주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오두막 앞에서 해적들은 너덧 씩 모여 카드를 치고 있었고 건조 생선과 옷자락을 끼운 대나무 장대와 작은 산처럼 쌓인..
해중작 - 38. 배우 49. 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번개가 어두컴컴한 하늘을 찢는 것이 흡사 여인의 처절한 고통이 선실의 초조한 공기를 찢는 듯했다. 해련은 어머니의 방에서 쫓겨났다. 남자아이는 흔들리는 선실 속에서 똑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벽의 고정하는 데 쓰이는 밧줄을 쥐었다. 누구도 그에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늘 웃는 얼굴의 히히 형은 머리 위의 갑판 위였는데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늘 온화하던 봄 누나는 그를 어머니의 방에서 내보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디 갔지? 또 한 차례 파도가 밀려왔다. 해련은 버티지 못했고 손 안의 밧줄은 미끄러져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다른 선주에 부딪히기 전에 한 사내의 품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