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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43. 전문가

 

해련이 눈치 챈 이후에도 상대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태연자약하게 페크나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손을 들어 극장의 남자 주인공도 쓰지 않을 법한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선장님, 제가 가져온 이 물건은 무척, 아주 위험합니다. 전 이 물건이 사소한 실수로 이것이 본래 가졌어야 할 아름다움을 뽐내지 못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선장님께서 이 사나운 말을 잘 다루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련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는 얼른 기침하여 참았다. 

페크나의 얼굴에 약간의 불쾌함이 드러났다. "무슨 뜻입니까?"

"말씀의 뜻은," 전문가는 몸을 숙여 손을 철 상자 위에 두었다. "선장님이 완전히 이것들을 파악하실 때까지 제가 여기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하면 선장님이 부하에게 기술을 가르쳐 줄 수도 있고 저도 원만하게 임무를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선장님……." 그림자가 의심스레 페크나를 바라보았다.

페크나는 시종 그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름이 뭐요?"

"투모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태연히 페크나를 응시했다. "선장님은 아마 제가 익숙하시지 않아 저를 믿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이건 별 거 아닙니다. 하지만 선장님도 《길광황운서吉光黄云书》를 읽은 사람은 믿으실 수 있으시겠죠."

《길광황운서》 다섯 자가 나오자 페크나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이제 보니 제가 당신을 경시했나 봅니다. 그렇다면 손님께서도 제 지휘실에서 말씀 나누시는 걸 개의치 않으시겠지요?"

"기쁘기 그지 없는 일이지요."

그림자는 손을 흔들어 사람들을 물렸고 물건을 배달한 선장까지도 선원들을 데리고 작은 섬을 떠났으며 투모만 페크나를 따라 숲속의 작은 집으로 갔다. 이 북모 전문가가 해련의 곁을 지날 때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해련을 향해 미소지었다.

북모 전문가와 페크나의 밀담은 저녁에서야 끝이 났다. 페크나는 나무집에서 나오더니 사람들에게 귀빈을 대접할 좋은 술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귀빈 역시 꺼리지 않고 당연히 손님과 주인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 말했다. 술잔이 세 번을 돌자 다들 술기운이 올랐고, 귀빈이 숲에 가서 술 좀 깨고 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말리지 않았다.

그는 모닥불과 사람들의 시선을 돌아 숲으로 향했고, 몇 걸음 채 걷기도 전에 갑자기 어떤 손에 눌렸다. 이와 동시에 나른한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투모?" 비수가 남자의 수염을 가볍게 스치며 간질거렸다. 해련이 가볍게 웃을 때 숨결이 상대의 목덜미에 닿았다.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모습이네, 방 대인."

"……." 방정란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고 칼날은 그에게 장난치듯 따라다녔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사촌 동생이 나를 희롱하려 해도 내가 몸은 돌려야지, 어떻게 이 상태로 이야기를 해?"

그를 누른 손이 굳어지더니 해련은 "누가 네 사촌 동생이야."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칼을 치우고 상대가 몸을 돌려 그를 마주하는 것을 보았다.

"나를 못 알아볼 줄 알았어."

"네 목소리는 지겹게 들었어. 언어를 바꾼다고 내가 못 알아듣겠어?" 해련은 말하며 손을 뻗었다. "수염은 어떻게 된 거야?"

"아, 만지지 마. 이렇게 틈 없이 붙이는 데 적잖이 공을 들였거든." 방정란은 그의 손을 막으며 되려 본인이 턱을 만졌다. "어때, 내 말갈인 분장이 그럴듯 하지 않아?" 뒤쪽 몇 마디는 북모의 언어로 말한 것이었다.

"네가 지금 말을 해도 네 입에서 양 비린내를 느낄 것 같아." 해련은 조롱했다.

방정란은 대답했다. "그러면 너는 물고기 비린내가 나."

"……."

"됐어, 본론으로 들어가자." 방정란은 미소지었다. "여기서 무슨 수확이 있었어?"

"그 말은 내가 물어야지." 해련은 나무에 기대어 턱을 들었다. "너는 페크나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아서 북모인으로 가장하여 널 믿으라고 한 거야?"

"나와 자작님이 저녁 식사 때 이야기 했던 거 기억 나?"

"미안, 난 방 천위처럼 교양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해련은 입을 삐죽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기억 안 나."

방정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인내심을 갖고 설명했다. "나는 당시에 자작님과 정보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 했어. 예를 들자면, 몇 달 전에 내 배가 윤해에 나타날 줄 알았다면 너희 독벌호는 미리 길을 돌아서 갔겠지."

해련은 차갑게 반박했다. "아니, 내가 미리 밥을 든든히 먹고 정면으로 널 이겼겠지."

"그래, 그래. 그것도 그럴 수 있지." 방정란은 빠르게 수긍했다. "나는 페크나가 바다에 있는 걸 안 뒤 계속 그가 있는 곳을 찾고 있었어. 지금이 되어서야 네 다른 고용주가 날 도와줬지."

"팔루코?" 해련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왜……."

"네가 줄곧 칼 아래의 시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알아." 방정란은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 "하지만 가끔씩은 좀 들어두는 편이 좋아. 그가 아마 네게 말했을 거야, 네가 주의 깊게 듣지 않았을 뿐이지."

해련은 방정란을 바라보았고 상대는 그저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그 스스로 떠올려보라는 뜻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해련은 열심히 머릿속을 뒤졌고 한참 후에야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명단을 받을 때 그가 구몽성에 있는…… 북모 첩자를 찾고 있다고 했었나?"

"봐, 알아두는 것에 나쁠 건 없지." 방정란이 칭찬했다. "나는 그와 정보망을 교류했고 작은 합작을 한 번 하여 목표의 소재지를 알게 됐지. 그 뒷 일은 하기 쉬워, 내가 미리 배를 차단하고 그들의 목적지를 물어본 뒤, 다시 이 배로 분장하면 모든 게 쉬워지지."

"너 진작부터 페크나가 해적으로 위장한 장군인 걸 알고 있었지, 그치?"

방정란은 고개를 저었다. "반대야. 나는 본래 그가 장군인 걸 알고 있었고 후에야 그가 해적으로 분장한 걸 알았어."

"그에게 원한이 있어?"

"그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지금 말하기 적합하지 않아.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

적어도 이번에 동주인은 말을 흐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 약속을 했다. 해련 역시 이 문제에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방정란에게 자신이 섬에서 발견한 것과 동굴에서 본 것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 이후에는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해서 동굴에 다시 가지 않았어. 그 물건이 뭔지 알아?"

"알아, 그 탄약의 이름은 최성화라고 하는데 원래는 《길광황운서》에 기재된 일종의 무기야. 지금은 북모가 독점하고 있지. 만약 페크나가 정말 그 물건으로 사귀만을 평정하려 한다면 큰 소리를 치는 게 아니야." 방정란이 대답했다.

"이전에도 너와 페크나가 계속 《길광황운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대체 뭐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페크나가 찾고 있는 보물이야." 방정란이 대답했다. "내가 찾고 있는 보물이기도 하고."

"또 긴 이야기야?" 해련이 눈썹을 치켜 떴다.

"맞아." 방정란은 인정했다. 그는 왔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늦었어, 돌아가야 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내게 칼을 향하면 안 돼."

해련은 가부를 말하지 않고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방정란은 앞으로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아, 아주 중요한 걸 말하는 걸 잊어버렸어."

해련은 짜증스레 물었다. "또 무슨 개소리야?"

"네가 많이 보고싶었어."

그는 바라던 대로 달빛 속에서 꼬마 해적의 귀끝이 순식간에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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