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해련이 더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문가의 풍등 불빛은 점차 안쪽으로 가까워졌다. 그는 아예 이 일말의 여광을 빌려 주저 없이 동굴 깊은 곳의 사각지대로 들어갔다. 이곳은 이십 만 명이 있는 끝없는 바다 같은 구몽성이 아니었고, 그는 이 자그마한 섬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하나, 둘, 셋……. 세 개의 무게가 다른 발걸음. 그래도 다행이었다, 설령 발견된다 하더라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 해련은 동굴 입구를 등지고 가장 안전한 자세를 유지했고 손은 이미 비수 위를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그 세 명은 계속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고 풍등을 통로의 철 고리 위에 걸었다. 동굴 전체가 순식간에 어둑한 따스한 빛을 띄었다. 해련은 다시 안으로 조금 옮겨가 빛이 자신을 비추지 않도록 했다.
먼저 소리를 낸 것은 걸걸한 기침 소리였는데, 뒤이어 그 사람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두 번의 목소리에 해련은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여요호의 선장이었다.
상위는 목을 가다듬은 뒤 눈 앞의 상자를 두드렸다. "다 모였습니까?"
"조급해 마라." 두 번째 사람이 입을 열었다. 페크나의 목소리였다. "배 한 척이 더 올 거야."
"아직 조급하지 않으십니까? 보름 뒤면 사귀만을 모이인에게 바치게 될 겁니다!" 상위는 화가 나 말했다. "그때가 되어 정말 윤해를 잃고 폐하가 문책하시면 어쩌시려고 하십니까!"
폐하? 해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카포크, 진정하시오." 남은 사람은 자연히 그림자였다. 사내는 상위의 본명을 불렀다. "우리가 윤해에서 이 오랜 세월을 보내고 거의 대부분의 항로를 차지했으니, 그 해적들도 자연히 미워서 이가 갈릴 테지. 지금 모이도 그들에게 투항할 기회를 주었고 우리도 마침 이 기회를 틈타 남겨둘 필요가 없는 이들을 선별하여 모이인과 함께 일망타진 할 수 있게 되었소. 당신 역시 가양고지 회전에 참여한 적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도리를 모르시오?"
"그래도 사귀만이라는 요충지를 그대로 포기할 필요는 없소!" 상위는 여전히 그 사람과 논쟁했다. "우리는 분명 삼 년 전에 이미 바다 위의 모든 해적의 행동 범위와 규율을 분명히 했고, 모이인들이 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이 그대로 소탕할 수 있었지. 당신도 그렇지, 이 몇 년간 대륙에 오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귀만으로도 돌아오지 않고 매일 윤해 위를 떠돌았어……. 설마 당신들이 정말 8년 전의 죽은 사람이 말했던 보물에 눈이 멀은 건가?!"
다른 두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묵인한다 이거지." 상위의 어조는 더욱 다급해졌다. "이 몸도 젠장할 너희 동주인을 모르겠군, 당시 너희들이 폐하를 도와 십 년 안에 윤해를 손에 넣겠다고 해서 폐하가——"
"네가 틀렸다." 페크나는 차갑게 말했다. "내 목적은 오직 하나 뿐이야, 바로 보물을 찾는 거지. 윤해를 손에 넣는 것은?"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 "나와 아바르 간 거래의 덤일 뿐이야."
동굴 안의 분위기는 페크나의 말 한 마디에 식었고, 구석에 숨어 있던 해련은 이 순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사귀만 소탕은 뭐고, 팔 년 전에 보물을 찾았다는 건 무엇인가? 페크나가 어떻게 동주인인가? 그와 호박왕은 대체 무슨 관계인가?
그와 페크나는 섬에서 몇 번 얼굴을 본 인연이 전부이었으나 상대의 한 쌍의 벽안은 오두막에서 그렇듯 날카로워 해련은 아무리 해도 그를 동주인이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혼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동주는 백 년 전의 모든 것을 껴안던 용조도 아니니, 혼혈 장군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방정란은 또 왜 페크나를 죽이려 하는 것인가? 설마 그의 황제의 명을 받는 것은 아니겠지?
청년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는 희미하게 자신이 아주 번거로운 일에 말려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마음 속으로 호기심 왕성한 자신과 이 거지 같은 일에 자신을 밀어넣은 방정란을 욕했다.
맞은 편의 세 사람은 한참 침묵했고, 역시 그림자가 상황을 수습했다. "됐소, 카포크. 자네가 걱정하는 것은 알겠소. 하지만 자네 걱정은 정말 필요가 없어."
"무슨 소리요?" 상위가 물었다.
그림자는 작은 칼을 꺼내 나무 상자의 리벳을 비틀어 열었다. "직접 보면 알 거요."
상위는 반신반의하며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그 말대로 상자를 열었다. 다음 순간, 사내는 놀라 소리를 내었다. "이건……!"
"똑똑히 보았소?" 그림자가 걸어가 상위의 뚱뚱하고 두꺼운 어깨를 두드렸다.
해련은 상위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이것들은…… 이것들은……." 잠시 후, 여요호의 선장은 온 몸이 식은땀에 젖을 지경이 되었다. 그는 어렵사리 말을 내뱉었다. "아니, 당신들은 사귀만을 탈환하려는 것이 아니야, 사귀만을 없애버리려는 거지."
"사귀만 같은 곳은 없어져도 괜찮지." 페크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도둑들의 소굴일 뿐인 것을."
"하지만 그곳엔 아직 아이들이——" 상위는 여기 까지 말하다 급히 말을 바꾸었다. "우리에게 투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난 그런 더러운 것들은 필요 없다." 페크나는 경멸하듯 말했다. "카포크, 해적 노릇 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자신의 정체를 잊은 건가?"
"……." 상위는 몇 번인가 말을 하려다 결국에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아닙니다."
"아바르가 자네를 추천하면서 자네가 그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 중 한 명이자 본분을 다 하는 군인이라고 했지. 카포크, 나는 한 번도 자네를 부하로 여기지 않았어. 내 벗으로 여겼지." 페크나는 상위의 곁을 지나쳐 벽에 걸린 풍등을 들었다. "난 자네가 벗을 실망시키지 않고, 호박왕에 대한 자네의 충심을 배반하지 않기를 바라. 잘 생각해봐. 생각이 끝나면 내 배로 와서 다음 행동을 논의하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여요호를 몰고 꺼지도록 해."
페크나와 그림자는 먼저 떠나며 굳은 듯 서 있는 상위만을 어둠 속에 남겨두었다. 해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의 선장을 바라보았다. 늘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편 채 파도를 마주하고 하하 웃던 사내의 쥐어진 주먹이 떨리고 있었고 등 뒤가 엄청난 힘으로 눌리고 있는 듯했다. 길고 긴 발버둥 이후로 상위는 마침내 마음 속에서 결정을 내린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 동굴을 떠났다.
해련은 구석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상대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굳은 사지를 움직였다. 방금의 풍등의 광원 범위를 계산하면, 만약 자신이 동굴 가장 안쪽의 등을 밝히더라도 바깥에서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의 등불에 불을 붙였다. 모든 것을 마치고서야 그는 방금 세 명이 열었던 상자 앞으로 갔다.
상위를 놀라게 하고 사귀만을 없앨 수 있는 물건이 무엇인가? 해련은 입을 삐죽거리며 상자를 열었다.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나 질병을 퍼트리는 독약이 아니라 가지런히 자리한 스무 개 정도의 손바닥 만 한 크기의 포탄이었다. 초석 냄새의 원인도 이것이었다. 해련은 조심스럽게 하나를 꺼냈고 그제서야 그는 이것의 구조가 해적들이 자주 쓰는 추격포탄 같은 구형이 아닌 괴이한 날카로운 원기둥 모양임을 깨달았다. 그가 중량을 가늠해 보니 포탄의 무게가 고르지 않고 내부가 간단하지 않은 듯했다.
"이게 대체 뭐야……." 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해련은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방정란이 이곳에 있었다면 그는 분명 알아봤을 것이다—— 이 물건이 어떻게 십오 년 전 태연성의 성문을 폭파시켜 열었는지, 또 어떻게 굉조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성벽의 보루와 그들의 맹목적인 자신감을 산산조각 냈는지.
그것은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나 병을 퍼트리는 독약이 아니었으나 사람들에게 가져온 피해의 기억은 더욱 깊고, 더욱 무서운 것이었다.
최성화(摧城火).
56.
해련이 원래 왔던 길을 따라 여요호에 올랐을 때 해수면에는 이미 흐릿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빌려왔던 외투를 기둥에 걸고 머리카락을 풀고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해어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실력과 칼을 과신하고 있어 전후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번거로운 것으로 여겼으나 방금 동굴에서 본 것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여러 차례 몸을 뒤척여도 잠에 들지 못해 운명을 받아들이고 눈을 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련은 아침햇살 속에서 손을 들어 흐릿하게 그 탄약을 쥐는 자세를 취했다. 피부에는 매끄러운 탄피의 촉감이 떠올랐고 손가락 끝에는 아직 약간의 초석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응시하며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선원들이 잇달아 일어날 무렵이 되자 해련 역시 하품을 하며 일어나 앉았다.
그도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의문들은 자신이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을 해도 결과가 없는 일이니 방정란이 왔을 때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해련은 세수를 마치고 나서 부엌에 가 보리떡을 입에 물었다. 갑판에서 누군가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불러 소리를 따라 가보니, 그를 부른 이는 하하 웃으며 손 안의 담뱃불을 밝혔다. 하룻밤 보지 않은 사이에 사내의 눈두덩이가 옅은 푸른빛이 되어 있었고 구렛나루 역시 서리가 내린 것 같았다.
"찾았어요?" 해련은 그의 선장을 향해 인사를 했다.
"어차피 우리는 어디서 빈둥거리나 그게 그거니 차라리 이 몸과 함께 좀 걷지." 상위가 말했다.
참깨 한 알이 잇새로 떨어져 해련은 먼저 혀끝으로 그 작은 물건을 빼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작말
_(:з」∠)_페코나는 반역자인데도 국군이 충성스럽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그렇네요.
다음 장에는 아마 방 대인이 나올 거예요^^
--설정 분할선 --
최성화 : 용조 이태 16년 발명. 원리는 100밀리미터 고사 유탄포에 가깝고, 발사 후 짧은 지연이 있으며 폭발이 일어날 때 거의 천 개의 파편이 발생하여 참호를 박살내고 적을 살상하며 탄저의 화약이 폭발하여 연소탄 효과를 형성한다. 하지만 용조의 군대가 두 번 사용한 이후로 피해가 커 그 제작법을 천기고에 영구봉인하였다. 후에 동주 왕조가 바뀌며 유실되었고 천기고의 구성 인원들은 이념의 차이로 흩어졌고, 그들 중 일부가 천기고의 자원을 가지고 북모 용식보로 향하였는데 그 중에 최성화의 도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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