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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38. 배우

49.

 

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번개가 어두컴컴한 하늘을 찢는 것이 흡사 여인의 처절한 고통이 선실의 초조한 공기를 찢는 듯했다.

해련은 어머니의 방에서 쫓겨났다. 남자아이는 흔들리는 선실 속에서 똑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벽의 고정하는 데 쓰이는 밧줄을 쥐었다. 누구도 그에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늘 웃는 얼굴의 히히 형은 머리 위의 갑판 위였는데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늘 온화하던 봄 누나는 그를 어머니의 방에서 내보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디 갔지?

또 한 차례 파도가 밀려왔다. 해련은 버티지 못했고 손 안의 밧줄은 미끄러져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다른 선주에 부딪히기 전에 한 사내의 품 속으로 들어갔다.

"괜찮아." 남자는 한 손으로 밧줄을 쥐고 다른 손으로 아이를 껴안았다. "괜찮아."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실 밖에서 천둥이 쳤고 품 안의 아이는 깜짝 놀라 또 비명을 질렀다. 아이는 사지가 뻣뻣하게 굳었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아기 고양이처럼 그와 닿은 옷자락을 꾹 쥐었다.

해련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어제 본 큰 고래도 싫었고, 그저께 보았던 저녁 노을도 싫었다. 그런 것들을 합쳐도 오늘의 모든 경험을 이기지 못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해련은 눈물을 줄줄 흘렸고, 눈물과 콧물은 전부 입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새로운 집에 안 갈래요, 옛날 집으로 가고 싶어요……."

그를 껴안고 있던 사내, 그의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품에서 이상한 장난감을 꺼내어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사내는 그저 해련을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겁내지 마라."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가 예전에 말했었지, 아버지가, 네 어머니가 있는 곳이, 그리고 곧 태어나는 꼬마 여동생이 있는 곳이 바로 아련의 집이라고."

"하지만 전……."

"곧 오빠가 될 텐데, 오빠가 될 사내대장부가 이렇게 우는 게 어디 있어? 동생이 보면 웃을 거야." 아버지는 해련을 내려놓고 소매로 그의 작은 얼굴을 닦았다. "숨 들이 쉬고, 눈 깜빡깜빡 해. 울지 마."

해련은 줄곧 제 아버지의 말을 잘 들었다. 그는 작은 입을 오므리고 힘껏 숨을 들이쉬었고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은 재빠른 깜빡임 사이 부서져 떨어졌으며 남자아이는 마침내 울지 않게 되었다. 선실 계단 입구에서 누군가 그의 아버지를 재촉했다. "선생님! 어서 올라오세요, 그 해적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금방 가!" 아버지는 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련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따가 나쁜 사람들이 우리 배에 오르려 할지도 몰라. 아버지는 어서 가서 히히 형네를 도와야 해. 얌전히 여기 있으면서 네 어머니와 동생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해, 아버지는 그 나쁜 사람들을 쫓아내러 갈 거야. 이건 우리 집안 두 대장부가 해야 하는 일이야, 약속할 수 있겠어?"

"네!" 해련은 자신의 손 역시 꾹 쥐고 아버지와 사내대장부처럼 주먹을 맞대었다.

 

아버지는 올라갔고, 그는 해련이 또 밧줄을 놓칠까봐 그의 허리에 한 바퀴 감아주었다. 해련은 지금 자신이 경 삼촌이 기르는 누렁이 개 같다고 생각했다. 그 개 역시 이렇게 밧줄에 묶여 문 앞에 앉아있었다.

누렁이가 보고 싶어. 해련은 손가락을 꼽으며 생각했다. 경 삼촌이 약속했었는데, 내년에 누렁이가 꼬마 개가 생기면 한 마리 주겠다고. 아버지도 약속했었는데, 가을이 되면 나와 동생을 데리고 태연성 밖의 "백리타금"을 보러 간다고. 어른들의 말은 믿을 수 없어…….

남자 아이는 반복되는 선채의 흔들림 속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가 눈을 감으려 할 때, 또 한 차례 천둥 소리가 울렸다.

아니, 천둥이 아니다. 천둥은 난간을 박살내지도 않고, 초연 냄새가 비린내 사이에서 혀를 내밀어 아이의 얼굴의 마른 눈물자국을 핥게 만들지 않으며, 갑판에서 귀를 찌르는 포효 소리가 들리게 하지 않는다…….  이것은 나쁜 사람이 온다는 신호였다!

해련은 놀라 깨어났다. 이와 동시에, 그를 밀어낸 방문도 세차게 열리며 어느 젊은 여인이 손에 온통 피로 가득하여 해련의 곁을 스치며 바람처럼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해련에게 익숙한, 봄 누나의 몸에서 나는 단 향이 났다. 향기는 과도하게 짙은 피비린내와 한 곳에 섞여 있었고 그녀의 바닷바람 사이에 끼인 비명과 함께 이 혼란한 밤에 대한 해련의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큰일났어요, 부인이 피를 많이 흘렸어요!"

 

50.

 

"당신 정말 당신의 그 근거 없는 추측만으로 시모나 백작, 그 남경의 발 핥기 왕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주불의는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헛소리 하는 게 나쁜 놈이 되려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능력이지." 방정란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지금 구몽성에서 가장 큰 고북연합상회의 표방이었다—— 값비싼 로비에는 탁자 위의 향기로운 차까지도 동주 어전에서나 마실 수 있는 것이었다. 주불의는 한 모금 마시더니 쓰다 하며 사람을 불러 꿀을 한 무더기 넣었다. 그는 이 지독하게 단 차를 들고 만족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을 좀 더 상의해볼까?"

"안 급해, 내가 돈을 다 찾길 기다려."

"아까도 묻고 싶었는데, 대체 어디서 그렇게 돈이 많이 났어?" 주불의는 차를 다 마시더니 과자함 속의 과자를 까먹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의 그 대단한 권력의 아버지가 작살난 뒤에 진해공 봉지는 없어졌고 집안도 털렸고, 집안 저택도 진 가에게 강탈당해 황궁으로 증축됐는데 당신이 감옥에서 나와서 지금까지 벽 뿌리의 곰팡이 핀 구릿조각까지 박박 털렸을걸."

방정란은 상대를 힐끗 보더니 웃었다. "너도 말했잖아, 그들은 봉지만 조사했어."

"당신 말은……." 주불의는 잠시 중얼거리더니 깨달았다. "이렇게 보면 방 가는 진작부터 예상하고 준비했다는 거네."

"나도 나중에서야 알았어. 감옥에서 온 그 다음 해, 나는 서륙에서 보낸 계산서를 받았는데 금액이 커서 깜짝 놀랐지." 방정란은 숨을 뱉었다. "내 아버지는 진작 높으신 분의 마음이 쉽게 변한다는 이치를 알고 방 가에게 뒷길을 남겨두신 거야."

"전 왕조의 박랑상들처럼 서륙에 가서 돈을 벌었어? 농장 아니면 광산?"

"다 있어. 육지의 부동산 말고도 아버지는 상선 네 척을 두셨지." 방정란은 넷이라는 손짓을 하더니 열 자 표시를 더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건 열네 척이야."

주불의는 비웃었다. "어쩐지 진유신에게 그렇게 쉽게 금광을 주더라니, 베테랑이셨네."

방정란은 눈썹을 치켜 떠 대답한 셈으로 쳤다.

"돈이 있다는 건 참 좋네." 주불의는 감탄했다. "돈이 있으면 나쁜 짓 하기도 훨씬 쉬워져. 우리 어머니에게 당시에 금 한 덩어리가 있었다면 적어도……." 그는 여기까지 말하다 얼른 말을 삼키고, 주인장이 나무 상자를 하나 들고 안쪽 방에서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표를 다 받자 두 사람은 표방 점원이 굽실거리며 배웅하는 가운데 거리로 나왔다. 방정란이 시간을 계산해 보니 아직 늦지 않자 주불의에게 말했다. "막이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배우를 맞춰보지."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국왕부터?"

"처음부터 말이지, 좋았어." 주불의는 휘파람을 불었다. "호박왕 아바르, 폭군. 보통 폭군 곁에는 반드시 요녀와 간신이 있지."

"난드 부인, 시모나 백작. 두 사람은 이전엔 아직 부부 사이였지."

"더 묘하지, 호박왕이 죽고 십 년 뒤면 그들 세 명의 풍류가 모든 대극장에서 일고여덟 번은 무대에 오를지도 몰라." 주불의는 단 것이 없어지자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저번에 이야기 했을 때 이 시모나 백작에 대해 추측을 해봤었지. 그는 치욕을 참을 수 있는 인물이고, 어떠한 목표나 야심을 위해서 폭군의 곁에 무릎 꿇고 있는 거야."

"만약 여인 때문이라면 너무나 처량하고 아름다운 일이야." 주불의가 말했다. "돈 때문이어도 괜찮아, 다만 관중들이 표를 살 지는 모르겠군."

방정란은 주불의의 신랄한 풍자에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우리는 시모나 백작을 위해 남몰래 활동하는 선을 찾았지, 치안청의 파루코라는 치안관."

"조연, 중요치 않은 대사를 담당하고 있고 필요할 때 말을 전하는 비둘기 역할이야."

"메인으로 돌아가면, 윤해에는 페크나라는 해적이 있고 호박왕을 위해 일을 하지."

"그리고 페크나는 바로 나라를 배반한 동주인 비의야. 당신 아버지의 옛 친구, 당신의 지금의 원수." 주불의는 손가락을 입가에서 떼어내더니 대강 박수를 쳤다. "쉽지 않아, 드디어 악역의 소개를 마쳤으니 우리 주인공 차례지. 우리 품위 넘치는 방정란 방 대인."

"난 그가 죽길 바라." 방정란은 담담히 말했다.

"복수극, 좀 진부하지. 하지만 표 가격을 할인해준다면 보러 가는 사람은 있을 거야." 주불의가 말했다.

"진유옥이 티수의 지지를 받아 동주로 돌아가 다음 시나리오를 펼치게 해야 해." 방정란이 말했다. "그러니 나는 이미 진영에 섰어."

"좋네, 폭군의 팔을 자르면 자연히 폭군의 적이니, 너와 간신은 이제 공통의 적이 생겼으니 마침 동맹의 계기가 필요하겠군—— 페크나의 머리는 큰 선물이 되겠어. 하지만 한 마디 일깨워주자면, 당신이 티수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어." 주불의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건 평범한 복수극이 아니지."

"하하." 동주인은 태연하게 웃었다. "여기가 내 나라도 아닌데, 난 개의치 않아."

"그래, 그래. 당신은 대극장의 정직한 남주를 너무 닮았어. 내가 늘 당신이 나와 같은 부류라는 걸 잊어버린다니까." 주불의는 다시 물었다. "이 극에서 난 무슨 역할이지?"

방정란은 나무 상자 안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주불의에게 주었다. "날 도와 유옥을 지켜봐, 티수도 지켜보고."

"두 장 더 줘."

방정란은 세 장을 더 건넸다. "좀 진지해져 봐."

"그럼 당신은?"

"바다에 한 번 나가야겠어."

"뭐하러 가, 원수를 찌르러 가나? 너무 상투적이야."

"아니." 방정란은 주불의의 야유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을 때 남자의 줄곧 눈 아래까지 미치지 못했던 웃음기가 마침내 약간의 온도를 띄었다. "난…… 누굴 데리러 가."

 

51.

해련은 깨어났다.

그는 해먹에 누워 잠시 가만히 있었다. 꿈 속의 옛 일은 점차 조각이 되었고 머릿속은 어둑하여 혼란스러웠다.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쫓아냈고,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이미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청년이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버지가 한 손으로 그와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막 태어난 여동생을 끌어안은 채 사람들이 어머니를 바다에 묻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해련은 다시 눈을 감고 손등을 눈 위로 덮었다.

"해련!" 갑판 위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청년은 일어나 앉았다. "왜?"

"물 길러 접안할 거야! 와서 도와!"

"접안?" 무인도에서 보급을 하는 것인가? 해련의 마음 속에 의심이 떠올랐으나 그래도 대답하곤, 그는 선주에 걸린 외투를 입고 선실을 나섰다.

그가 막 갑판에 도착했을 때 길고 묵직한 나팔 소리를 들었다. 해련은 소리를 따라 바라보았고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여요호의 정면에 낯선 좁고 긴 무인도가 있었다. 여울에서 누군가 여요호를 향해 신호를 보내며 닻을 내릴 곳을 안내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반대편의 큰 배 옆에 모여 무언가로 바빴다. 그 배의 톤과 규모, 제식은 모두 여요호와 별 차이가 없었으나 돛을 세운 기둥과 그것의 꼭대기의 양쪽 깃발에 검은색 도료가 발려 있었다.

검은 깃발은 찬 바람 속에서 이빨을 내보이고 발톱을 휘두르며 세차게 흔들렸고, 한쪽의 깃발은 칼을 물고 있는 독수리로 그것이 속하는 세력 범위를 증명했고 다른 편의 깃발에는 흰색의 험상궂은 짐승과 촉수 위에 걸린 핏빛의 해골이 있어 모든 이들에게 이 배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신호海神号……." 해련은 크게 눈을 떴다.

 

그는 마침내 운해에서 가장 세력이 거대하며 가장 흉험한 해적, 페크나의 땅에 이르렀다.

 

작말

주불의 : 누구를 데리러 가?

방정란 : 내 마누라^q^

주불의 : …………당신하고 협력하는 게 좀 믿음이 안 가는데.

 

————설정 분할선————

서륙은 용조 때가 되어서야 동주의 금을 캐는 박랑상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황폐한 미개척지였으나 백 년 간의 각 세력선의 무역 경쟁을 통해 분할된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동주 내륙은 혼란하여 돌볼 겨를이 없고 이 지역 자원을 쟁탈하는 구성원은 남경의 나라와 북막의 각 부가 대부분이다.

란리세는 동주 박랑상들이 당시 가장 처음 오른 곳으로, 도시이자 부두, 괴물의 큰 입이었다. 동주인들이 가장 먼저 그것을 가지게 되었고 뒤이어 남경인, 다음으로는 북막인이었다. 지금은? 란리세이는 더는 누군가에게도 속하지 않고,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서륙인이 되어 함께 이 혼란한 항구의 표면적인 평화를 묵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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