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누렁니는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시야가 맑아지기도 전에 마찬가지로 딱딱한 것이 또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의자가 남자의 머리에 맞아 옆으로 튕겨나갔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옆 탁자 위에 놓인 유일한 동주 사기 그릇에 부딪쳤다. 사기 그릇은 날아갔고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누렁니가 탁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같이 울렸다.
"망할 놈이, 사람을 패려면 그냥 패, 왜 물건을 망가트려!" 술집 주인은 카운터 뒤에서 욕을 했고, 해련이 은화 한 개를 던져 그의 입을 막았다.
사귀만에서 싸움질은 침을 삼키는 것보다도 일상적인 일이었고 누렁니가 이렇게 도발하는 것도 자연히 마음 속에 방비가 있어서였다. 그는 그저 해련이 손을 쓸 때 약간의 징조도 없을 줄은 몰랐다. 콧속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가 수염을 적시더니 얼룩덜룩 더러운 잇새로 스며들어 입 전체가 누렇고 붉어 조금 우스웠다. 그는 이 꼬질꼬질한 입으로 두어 차례 욕을 했고 세 번째 욕을 할 때 해련의 주먹을 붙잡았으나 해련이 그의 무릎을 걷어차는 것을 막지 못했고, 그 탓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욱 일그러졌다.
해련은 그 일그러진 얼굴을 테이블에 누르고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 "방금 어느 손을 내 어깨에 올렸지?"
그는 말하며 다른 손으로는 이미 비수를 뽑았고, 칼날이 남자의 거친 손등에서 가볍게 미끄러졌을 때 선명한 핏자국을 냈다. 남자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꿀꺽이는 소리까지 들렸다. 해련은 천천히 물었다. "이 손인가?"
"하…… 하하,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이렇게 우물쭈물거리면서 무슨 해적이 된다고 그러냐." 누렁니는 아직도 즐거워했다. "꼬마 해련이가 잠자리에서도 이렇게 처녀처럼 몸을 비트는지 모르겠—— 아!!"
비명과 고통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다.
경련하는 근육과 뒷덜미의 식은땀이 누렁니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어떤 것이 그의 새끼손가락의 근육을 찢으며 혈관을 자르고 피와 살을 지탱하는 그 유일한 경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격통과 비명과 함께 해련의 나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못할 것 같아?"
그의 손의 칼이 뼈를 자르려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날 일이나, 그는 누렁니를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역시 이런 곳이 그에게 어울린다. 무슨 대극장, 신명궁, 수지정 같은 곳은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곳이고, 해련화는 태양을 피해 자라나는 식물이니 사귀만의 습하고 어두운 구석에서 다른 늙은 쥐들과 싸움질을 하는 것이 더 어울렸다.
그가 마침내 누렁니의 표정을 충분히 감상했을 때, 누군가 해련의 팔을 눌렀다. "그만해."
해련을 막은 사람은 사귀만에서 "상위上尉"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전에는 티수의 군관이었는데 무슨 죄를 지었는지 이곳까지 도망쳐 왔다. 사귀만에서는 거리낄 것이 없다 하나 상위는 의리가 있기 때문에 무리 사이에서 위신이 무척 높고 그의 집 해적들이 몇 차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던 일이 있고 그가 해적의 우두머리인 페크나의 손 아래 가장 실력이 좋은 일꾼인 것도 있어, 이러저러한 것들을 셈하고 나면 지금은 그가 입만 열면 가장 악독하고 지독한 해적들도 한두 마디 말을 들었다.
"그만 해라, 해련." 상위는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해련은 그를 돌아보았다.
"술집에서 싸우고 피를 보는 건 아무도 신경 안 써. 하지만 몸에서 이빨 이외의 것을 떨어트리게 만들면 정말 원수가 되는 거지." 상위는 그들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네 등 뒤에는 독벌호의 형제가 없는데 무슨 자본으로 누렁니의 아래 배 한 척의 선원들과 척을 지려고?"
그는 말하며 눈빛으로 남몰래 주위의 차가운 눈으로 방관하는 해적들에게 암시했다. 어두운 그림자 속, 분명 억누를 수 없는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거기다 네게 할 일 이야기가 있어, 해련." 상위가 말했다.
해련은 입을 다물고 나서야 비수를 뽑아 누렁니를 놓아주었다. 누렁니의 부하 몇 명이 곧장 튀어나와 그들의 우두머리를 부축했다. 남자의 수염의 핏자국은 이미 말랐고 그가 코를 삼킬 때마다 붉은색의 조각들이 떨어져내렸다. 누렁니는 이미 절반이 잘린 새끼손가락을 쥐고 이를 갈았다. "기억해라."
"분명 기억하고 있어, 네가 내게 손가락 하나를 빚졌다고." 청년은 손가락으로 비수 위의 선혈을 닦아내었다. "한 번만 더 귀찮게 굴면 이자까지 칠 거야." 말하며 그는 카운터로 돌아가 자신의 다 비우지 않은 술을 다 마시고, 그 후에야 상위를 따라 이곳을 떠났다.
46.
"성격이 예전보다 나빠졌는데." 상위는 고개를 흔들었다. 먼 곳에서 파도가 암초에 부딪칠 때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누렁니가 널 도발하며 싸움을 건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이번은 처음으로 칼을 썼군."
해련은 입을 삐죽였다. "일 이야기를 해, 마침 나도 당신한테 할 일 이야기가 있었어."
"방금 너더러 일을 키우지 말라고 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 상위는 길을 걸으며 말했다. "요즘 사귀만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 일단 소란이 일면 네가 그만하고 싶다고 그만할 수 있는 게 아닐거야—— 술집에서 미친놈들 없는 거 못 봤어?"
"무슨 말이야?"
"올라와서 봐." 상위는 암초 하나를 붙잡아 오르더니 해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해련은 그의 손을 거절하고 자신의 등허리에 힘을 주어 가볍게 뛰어 올랐다. 그는 상위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고 눈동자가 굳었다. "여기 어떻게…… 어떻게 군함이 있어?!"
사귀만이 어떻게 군함의 정박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모이 군함이야." 상위는 덧붙였다. "대략 두 달 전에 저 배가 여기 정박했어. 배 위 사람은 모이 국왕이 직접 파견한 사절로, 사귀만의 놈들에게 명령을 전달하러 온 거야."
"무슨 명령?"
"특사령과 특허령."
해련의 마음 속 충격은 발 밑의 파도보다 작지 않았다.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기가 모이 땅도 아닌데 그들의 국왕이 무슨 특사를 해? 무슨 허락을 내리고?"
"사귀만의 모든 해적의 모든 죄를 특사하면서 모든 이들에게 모이 국민의 신분을 허락하여, 모든 약탈자들이 국왕의 특허령을 들고 바다에 나갈 수 있게 되는 거지. 모이의 군함만 공격하지 않으면 돼."
만약 방정란이 이곳에 있었다면 그는 곧바로 모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련은 그가 아니었고, 젊은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렵사리 한 마디 꺼냈다. "……그들이 우리를 매수하려는 거야?"
"매수하는 셈이지." 상위는 쓰게 웃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고민할 시간 세 달을 줄 거야. 만약 그때가 돼서 잘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무슨 꼴이 될는지 알 수 없지."
"사귀만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텐데." 해련이 말했다.
"하지만 사실 이미 절반 이상이 동의했어." 상교는 말하며 청년의 기이하다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데, 타고나기를 나쁜 사람으로 태어난 이들이 몇이나 되겠나? 뱃노래에서 사랑하는 아가씨와 작별하고 영원히 바다를 떠나니겠다 하는 건 다 가짜야. 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충분한 돈을 벌고자 물가에 오르고 부모와 아내, 아이가 편안한 후반생을 보내길 바라는 거지."
해련은 말문이 막혔다.
"함대 한 무리와 대포 백 개가 오면 우리는 웃으면서 쫓아낼 수 있지만, 이 두 개의 특령은 해군 보루 열 개보다 더욱 대단해. 그 비단 옷을 입은 나리들은 우리 같은 거친 사람들의 급소가 어디인지 잘 알아." 상교는 비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사귀만에서 일어난 싸움은 기본적으로 다 이것 때문이었어. 오늘 밤 누렁니와 네가 이런 일로 싸운 것도 드문 셈이지."
"그 역시 특사에 동의하는 파야?"
"몰라, 어쩌면 기회주의자들도 많고, 정식으로 답변을 기다렸다가 다시 줄을 서려는 사람들도 많아."
"그럼 당신들은?" 해련은 이전에 공격 받아 가라앉은 배를 떠올렸다. "당신들은 반대해?"
"어떻게 알았어?"
"당신네 배가 가라앉는 걸 봤으니까." 해련은 본 것을 간단하게 반복했고 그의 말에 따라 상위의 안색 역시 점차 나빠졌다. "……난 그때 사귀만에 일이 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이렇게 분열됐을 줄은 몰랐어. 더욱이 만약 페크나가 투항할 사람이었으면 당신을 보내서 나하고 이렇게 종알대게 하진 않았을 거야."
"망할, 내가 전부터 두목에게 녹색발 벌레 그 물건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역시 이렇게 될 줄은……." 남자는 몇 마디 욕을 하더니 깊이 한숨을 쉬었다. "방금 네 말은 절반만 맞아. 우리 두목이 날 보낸 게 아니야, 내가 직접 널 찾은 거지."
"왜?"
"우리 두목도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지금껏 모이인을 얼른 쫓아내지도 않고 사귀만에 가만히 있지도 않고 되려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보물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어. 그저 배 서너 척만 사귀만 근처에 남겨뒀지. 그게 아니면 녹색발 벌레가 우리를 향해 포탄을 조준할 수나 있었을 것 같아?" 상위의 어조는 자못 불만스러웠다. "난 그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뭐가 필요한지는 알지."
상위는 돌을 하나 주워 모이 군함을 향해 던졌다. "무슨 젠장맞을 특사령이야, 개목줄이지. 이 국왕, 황제 다들 매일 눈이 벌개져선 사귀만을 노리고 있어. 사귀만을 손에 넣는 게 윤해 전체를 얻는 것과 같다는 걸 아는 거지. 그러니 들개에게 밧줄 달린 고기 몇 덩이를 던져놓고 들개들이 씹는 틈을 타 그들의 등 뒤의 금을 훔쳐가려는 거지. 하지만 말이다, 이런 물건이 사람의 목, 개의 목은 붙잡아 둘 수 있겠으나 바다의 목은 붙잡지 못해!"
남자는 가슴에서부터 큰 소리로 웃었고 미친 듯했으나 약간의 서글픔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충분히 웃고 나서야 그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해련, 내가 널 찾은 건 널 초청하고 싶어서다."
"초청?"
"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특사령이 아쉽지 않다는 걸 알아. 독벌호는 이미 없어졌고 네 옛 형제도 없으니 몸 누일 곳이 필요하지 않아?" 상위는 허리 뒤에서 고래뼈로 만든 곡도를 꺼내 해련에게 건넸다. "내 여요호女妖号에 널 위해 자리를 하나 남겨주마."
※※※
"사귀만에 도착하면 네가 페크나의 진영에 합류할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달빛 아래 해련은 연달아 하품을 했다. "목표 곁으로 다가가서 죽이라고?"
"아니." 방정란은 부정했다. "넌 얌전히 해적 일을 하다가 내가 가길 기다려."
"널 기다려? 네가 언제 오는데?"
"으…… 살구 먹을래? 내가 나올 때 부인이 두 개 주셨어."
"화제를 돌리지 마."
방정란은 웃으며 살구 하나를 해련에게 주었다. "아마 네가 날 필요로 할 때 내가 등장할 거야."
해련은 중얼거렸다. "교활한 동주인 같으니."
"하하, 너도 동주인이잖아…… 으, 셔."
"정말?…… 진짜, 엄청 시네. 먹지 마."
※※※
이게 바로 방정란이 말하던 계획의 첫걸음이었다. 이때 초청은 자연스러웠고 물살이 배를 미는 듯하여 어떤 방면이든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나 해련은 주저했다. 직감이 그에게 무언가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형의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가 이 곡도를 받은 그 순간 그 역시 수많은 톱니바퀴의 일원이 될 것이다.
그의 직감은 줄곧 매우 정확했다.
"해련?" 상위는 그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
"아, 아니." 해련은 힘껏 고개를 흔들고 방정란이 그에게 주었던 "시나리오"에 따라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아, 사귀만은 자유로워야지."
그는 곡도를 받았다.
작말
어느 틈엔가 십만 자가 됐네요. 또 십만 자 이내에 주인공들이 뽀뽀도 못 했네요. 비록 그 부분은 벌써 써놨지만요.
————설정 분할선————
북막 : 40년 전 용식보의 변으로 북막은 팔부 연방이 되었고 북막 전체가 하나의 전체로 통일되었다. 동시에 군공 실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철격골 내의 병기공장은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강철 괴물의 탐욕스러운 눈빛은 그것이 국경을 마주하는 동주로 향했다.
용식보 : 예전 명성 혁혁했던 투군부 백랑왕 저르의 조카인 용식왕 하밀이 지은 것으로 숙질 두 명이 이 대에 걸쳐 북막을 통일했으며 용식보는 당시 투군의 왕성이었다. 지금은 천 년 가까이 지났고 이 땅은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고 있다. 용식보는 되려 옛부터 변하지 않고 만리 황야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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