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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34. 본색

42.
박수소리가 멀어지고 음악이 멈추며 사람들이 점차 흩어졌다. 해어 역시 원형의 반대편에서 팔짝팔짝 뛰어왔다. "이런 건 언제 배웠어?"
"바다에서 한가할 때, 어느 늙은 선원이 가르쳐줬어." 해련은 그녀의 진흙이 튄 치맛자락을 바라보았다. "치마 더러워져도 괜찮아?"
"괜찮아, 돌아가서 빨면 돼." 해어의 시선은 옆으로 옮겨가며 방정란이 지은 겸손하고 선량한 미소를 향했다. "당신은…… 오빠의 친구인가요?"
"맞아."
"맞습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방정란은 저도 모르게 해련을 힐끗 보았다.
해어는 방정란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당신도 오빠저럼 저를 소어라고 부르시면 돼요, 저는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역시 오누이였다. 방정란은 이전에 슬쩍 보았을 때 낯이 익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고작해야 조금 닮은 곳이 있을 뿐이었다. 여자 아이의 이목구비는 제 오빠처럼 건드리면 부서질 듯 연약해보이지 않았고, 되려 동주인의 얼굴에는 드문 미려함이 있었다. 다만 어린 시절 영양이 부족하여 안색이 좋지 못했을 뿐이었는데 지금 소녀의 얼굴은 발그레하고 두 눈동자는 밝아 시일이 지나면 분명 미인이 될 것이다.
방정란은 미소지은 채 회답했다. "저는 방——"
"됐어." 해련이 그의 말을 끊었다. 분명 동생과 방정란이 접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해어의 손목을 잡았다. "늦었다, 내가 바래다 줄게."
"하지만 난……"
"예전이었어도 지금은 네가 집에 돌아갈 때야." 해련이 말했다.
해어는 먼 곳의 점차 서편으로 기우는 해를 보며 조금 실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앞으로 두 걸음 걷다가 돌연 고개를 돌렸다. "나 다리 앞쪽의 파이가 먹고 싶어. 무강즙이 있는 거." 그녀는 멈추었다가 강조했다. "엄청엄청."
이 핑계는 그래도 말이 되는 편이라 해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려." 그는 고개를 돌려 방정란에게 말했다. "잘 보고 있어, 금방 올 테니까."
"안심해." 방정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해련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방정란은 방금의 화제를 이어갔다. "미안합니다, 방금 소개를 마치기도 전에 오빠에게 가로막혔죠. 내 성은 방이고, 날 방 오라버니方大哥라고 부르면 됩니다."
해어는 얌전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문득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방 오라버니, 방금 대극장에서 나오셨나요?"
방정란은 멈칫했다. 해어는 말을 이었다. "비록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당신의 몸에서 나는 향이 귀빈석에서 나는 향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거기다 귤꽃과 설송 향이 살짝 나요. 이건 왕녀 전하만 훈향하실 수 있는 것인데 구몽성에서 유일하죠—— 당신이 왕녀 전하가 말씀하셨던 인사하러 온다던 동주 손님 중 한 분인가요?"
방정란은 순간 놀라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소녀의 예민함에 놀랐고 얕보던 마음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나는 분명 남굉 6황자와 함께 왕녀 전하께 인사를 드리려던 사람입니다."
"그러면 왜 여기 계세요?" 해어는 조심스레 턱을 들었다. "제가 이렇게 질문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오빠는 그의 칼을 너무 믿기 때문에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아요. 하지만 전 칼이 없어서 그를 대신해 신경쓰는 것입니다."

소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표현은 백조구의 어느 귀족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지만 눈빛에는 두려움 없는 단호함이 있었다. 오라비 앞에서의 얌전함과 왕녀 앞에서의 얌전함을 벗자, 빈민가의 진흙탕에서 십이 년을 구른 경계심이 드러났다. 방정란은 자신했다. 만약 자신의 대답에 무슨 틈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몸을 웅크린 작은 짐승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를 것이다.
"대답해 주세요." 해어가 한 단어, 한 단어 말했다.
침묵하는 사이, 방정란은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먼 곳에서 파이 가게 앞의 젊은 해적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이쪽의 미묘한 분위기는 전혀 깨닫지 못한 채 팔짱을 끼고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답안을 얻었다.
"만약 내가……." 남자는 끝음을 길게 끌었다. "내가 당신의 오빠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당신을 나의 연적으로 오해하여 이성을 잃은 애송이처럼 저도 모르게 따라 나왔다고 하면 믿겠나요?"
이 말은 너무솔직하여 되려 역효과가 일었다. 눈 앞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여자 아이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고 살구 같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 당신 방금…… 당신……."
"내가 뭐요?"
"당신 방금 뭐…… 뭐라고……."
"내가 당신의 오빠, 해련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방정란은 자연스레 말을 받았다.
꼬마 아가씨는 한참 말을 더듬더니 결국 한 마디 뱉었다. "——거짓말이야!!"
방정란은 즐거워했다. "난 평생 사실을 말한 일이 많지 않은데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하다니. 슬프군요."
해어는 치맛자락의 리본을 쥐고 있는 손을 꾹 쥐며 흰 이를 갈고 물었다. "……오빠는 아나요?"
"사랑을 속삭이는 일은 서둘러서는 안 되죠."
여자 아이는 화가 잔뜩 났다. "헛된 망상 하지 마시죠, 우리 오빠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
"당신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귀족이에요, 거드름을 피우고 진지한 체 하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우리를 무시하죠."
방정란은 손을 펼쳤다. "하지만 우리는 북두주점의 경화주를 함께 마셨는걸요. 티수에는 같이 경화주를 마시면 일생의 친구라고 하는 말이 있다고 아는데요."
해어는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납득하지 못하고 경고했다. "방금 한 말이 진실이며 진심인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이제 해어는 경칭도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글자는 진흙구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험악한 발음을 띄고 있었다.
역시 오누이군. 방정란은 다시 이 말을 떠올렸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고 해어는 코를 울렸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해련이 기름 종이 봉투 를들고 거리 맞은편에서 오는 것을 기다렸다. "너희 방금 무슨 이야기 했어?"
"우리가 힐월절에 마셨던 술 이야기를 했지." 방정란은 빙긋 웃었다.
해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어쩌다 그 이야기가 나왔어? 너희 하나씩 받아, 막 화로에서 나왔으니 데지 않게 조심해."

파이를 다 먹고 두 사람은 해어를 수지정으로 돌려보낸 뒤에야 안완나 구로 향했다. 해련의 머릿속은 방금 마차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는 어깨를 나란히 한 남자를 슬쩍 보곤 드물게도 그에게 설명했다. "소어는 어렸을 때 일이 좀 있었어서 낯선 사람에게 조금……."
"서먹하다고?"
"응, 서먹해. 탓하지 마."
"어떻게 그러겠어?" 방정란은 웃었다. "그 아이의 성격이 널 좀 닮았던걸."
"닮았어?" 해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은 다시 조금 걸었고, 해련이 말했다. "오늘 너 안 왔지."
"사실 갔어. 네 머리 위의 돈이 제일 많은 사람들이 있는 박스에서 일을 했지." 방정란이 말했다. "나도 널 봤어."
"……." 해련은 입을 삐죽였다. "왜 밤이 되니까 갑자기 성실해졌어, 날 안 속여?"
"아이고, 밤은 보통 아내가 남편의 행적을 조사할 때잖아, 당연히 사실대로 말씀 드려야지."
"죽고 싶지."
방정란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해련은 도영교 위의 석탄재를 걷어찼다. "야, 네가 갔으니 제5막이 재밌었는지 말해봐. 무슨 내용이었어?"
"너 안 봤어?"
"이해가 안 가서 잤어." 해련은 당당하게 말했다.
"오브라이언이 이 말을 들으면 슬퍼할 거야. 말하자면, 제5막은 분명 괜찮았어. 네 작가 이웃이 집필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야." 방정란은 눈웃음을 지었다. "네가 잠을 잤다고 하니, 내가 제1막부터 이야기해 줄게……."

월수동기에서 옥판당공까지, 금령화 부인의 장소는 영원히 변함 없이 소란했다. 극장 이야기도 끝났고 더 이상의 인사치레는 필요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사다리를 오르고 한 사람은 문을 두드렸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밤 인사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해련이 지붕으로 올라갔을 때 아래층의 방정란이 갑작스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청년은 처마에서 머리를 내밀었고 머리카락에는 은빛이 가득 흘렀다.
"다음 만날 때는 사귀만일 거야." 방정란은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가."
해련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 자신이나 조심하도록 해."

작가의 말

위처3 진짜 재밌어요. 이틀 내내 빠져서 카드놀이하고 넝마를 주웠어요…….[각주:1]

P.S 앞으로 몇 장의 작말에서 세계관 설정을 공유할 거예요(왜 이제서야) 하지만 보든 안 보든 본문에는 영향이 없고 그냥 넘겨도 돼요. 그저 제 설정벽일 뿐이에요_(:з」∠)_

세계 지도에 대해
북막과 동주는 이어져 있는 두 개의 대륙으로, 중간에 곡영산맥이 천연의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지껏 교전이 가장 빈번한 두 개의 대륙이다. ; 남경은 그들과 윤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는데, 남방이라고는 하지만 위도상 구몽성과 지금성은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다. ; 서륙은 가장 늦게 발견된 대륙으로 남경의 왼쪽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두 대륙 사이에 수많은 섬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어 두 땅을 연결하는 구슬로 된 사슬과 같아 후세의 지리학자는 서륙이 남경에서 분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드에서 올려준 지도 참고하세요!

거거와 따거가 동시에 나와버려 살짝 당황해버린사람,,

  1. 안해봐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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