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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35. 사귀만

 

 

43.

사귀만의 이름의 산호초 한 무리가 섬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인데, 섬은 머리와 같고 해초는 이와 같아서 멀리서 보면 기괴한 해골 같아 "사귀만沙鬼湾", "살귀만煞鬼湾"이라고 했다. 이곳은 윤해 남서부의 공해에 위치해 있는데 장소가 미묘하여 남쪽으로 순풍을 타면 티수, 판수이 등 나라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북막의 창랑만, 동쪽으로는 동주에 갈 수 있어 많은 나라들이 호시탐탐 이곳을 노리며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파견된 함대는 늘 일 년도 견디지 못하고 각 세력에게 파먹혀 뼈만 남았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진정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왕래가 자유로운 해적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귀만은 곳곳에 피 묻은 깃발이 흔들며 윤해의 거의 모든 중요 항로를 손에 넣었고 지나가는 상선은 칠팔 일의 시간을 더 들여 돌아갈 지언정 무성한 숲의 가지에 걸려 있는 마른 시체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물론, 감히 이 항선을 오가는 상선도 있었는데 사람들은 보통 그것을——흑선黑船[각주:1]라고 부른다.

 

흑선이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불법적인 화물이며 머무는 것은 악인이고 선주는 흑백을 오가며 자주 떳떳하지 못한 장사를 받아들였다. 뱃사람들은 해적의 차림을 하고 있으며 내륙에 들어가 "물건을 들여올" 때만 무해한 박랑상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해련은 이 때 흑선 위에 있었다.

그 날 대극장 이후, 해련은 또 한 차례 먼 길을 떠나 팔루코의 장사를 했고, 계산을 할 때 치안관에게 휴가를 내었다.

"또 바다로 돌아가려고?"

"응, 친구를 도와 일을 좀 하려고."

"언제 돌아올 수 있지? 내 쪽은……." 팔루코는 손가의 서류를 보았다. "이후에 네가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확실하지 않아. 이번에 바다로 나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해련은 직접적으로 말했다. "만약 내가 내년 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이후에 우리 집으로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돼."

팔루코는 조금 의아해 했다. "나는 네가 사지 멀쩡하게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친구의 부탁이라고 하는 거야."

"그렇다는 건, 네 친구는 네가 목숨을 걸 수 있는 친구겠군."

해련은 웃으며 말을 잇지 않았다.

그가 흑선에 연락이 닿았을 때는 이미 늦가을로, 만약 더 출발이 늦어진다면 겨울에 사귀만으로 가는 배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수은이 그를 도와주었는데, 상대는 그를 향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 동주인에게서 떨어지라고 말했었는데 넌 그를 도와 일을 한다고 하네. 만약 네가 죽으면 네가 표방에 맡긴 돈은 내가 다 먹을 거야. 동전 한 닢도 네 동생에게 남겨주지 않을 테니까."

"해보던가?" 해련은 연락처를 조심스레 품에 넣었다. "간다."

"얼른 꺼져." 정보상은 험악하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앞돛대와 중간 돛대가 모두 올라갔고 부엉이호라는 쌍돛 횡범은 전손력으로 전진했다. 공기 속에는 이미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고 해련은 선실에서 갑판으로 올라갔다. 선원의 손에서 굵은 밧줄을 받아 권양기에 매달았을 뿐인데 손가락 끝의 온기는 빠르게 식어갔다.

파도 소리가 북풍을 사이에 두고 귀로 파고들었고 그러자 귀까지 차가워졌다. 해련은 손가락을 비비며 뱃머리로 가 선장을 찾았다. "대충 며칠이나 걸려요?"

선장은 털이 북슬한 건장한 중년으로, 대략 절반은 북막 혈통이었다. 그는 담배를 쥐고 말했다. "이 바람을 계속 타면 내일 저녁이면 도착하겠지. 한 입 할래?"

해련은 고개를 흔들었다."그거 안 피워요."

선장은 눈썹을 치켜떴다. "젊은이, 어렵사리 육지에 올랐는데 왜 다시 돌아왔어?"

"육지에는 벌 돈이 없으니 돌아와 본업을 하는 게 낫죠."

"돈을 벌고 싶으면 내 배에 남아 있는 게 나을 텐데." 선장이 권했다. 이틀 전 돛대에서 나사가 떨어졌을 때 다른 선원들은 모두 닻을 내리고 육지에 가 수리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 손님은 두 말 않고 꼭대기로 올라가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재빠르게 나사를 도로 박아넣었다. 이렇게 손기술이 좋은 이는 티수에서 가장 좋은 선착장에서 몇 찾지 못한다. "우리 쪽에서는 물질을 하는 사람도 이익을 나눠 받을 수 있어. 앞으로 잘 하면 너 혼자 배 하나를 나눠 받을 수도 있어.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게 사귀만에서 칼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

"나는 장사 할 그릇도 아니고 사람이나 배 관리하는 것도 별로예요." 해련은 연달아 재채기를 했다. 너무 추웠다. "그리고 내 형제들도 다 사귀만에 있고."

선장은 설득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손을 털더니, 고개를 돌려 키잡이에게 멍청히 있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막 목구멍에서 욕이 튀어 나올 때 수평선에서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동쪽! 동쪽! 싸운다!"

선원들이 갑판 위로 올라와 구경했고 해련 역시 난간으로 따라 나왔다. 앞쪽 바다와 하늘이 교차하는 곳에서 불꽃이 일며 격렬하게 싸우는 것이 보였고, 부엉이 호와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박격포 몇 탄의 소리가 들려왔을 때 공격을 받은 쌍돛 종범은 이미 절반만 해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였다.

이런 전투는 윤해에서 매일 열 번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덟 번은 일어나며 물고기 떼가 바다 위로 튀어오르는 것도 이것보다는 드물었다. 해련은 고개를 흔들고 흥이 다하고 나서야 갑판을 떠나려 하는데 머리 위 전망대의 선원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가라앉은 배가 페크나 네 배 같아!"

"뭐라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페크나는 바다에서 악명이 드높았고 깃발 아래는 세력이 대단하여 해군 뿐 아니라 어민, 상인 심지어는 같은 업계의 해적마저도 이가 갈리도록 미워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숫가락질이나 할 뿐 감히 정면으로 페크나의 배에 맞서는 자들은 반드시 전멸할 준비를 해야 했다. 지금 누군가 페크나의 배가 가라앉았다고 하니, 자연히 감히 믿는 이들이 없었다.

"진짜야?"

"저걸 어떻게 잘못 봐? 그의 핏빛 깃발에 저렇게 큰 매와 저렇게 큰 칼이 있는데, 누가 잘못 보겠어?"

"죽이네, 감히 그의 배를 치다니. 앞으로 윤해에서 구를 수 있을지 없을지…… 군함이 폭격한 건가?"

"아니…… 군함이 아니야, 해적 같은데? 그런데 누구네 깃발인지 모르겠네……."

"깃발 위에 무슨 모양이야, 나한테 알려줘." 낯선 손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선원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해련을 본 뒤에야 16도의 사투리로 대답했다. "붉은 바탕, 흰 유령, 유령 옆에 사마귀 두 마리."

"쌍도사마귀 호." 해련이 말했다. "선주는 별명이 녹색발벌레라고 하는데, 쌍도를 잘 써. 사람 손가락 모으는 걸 특히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페크나 엉덩이나 빨아주더니 지금은 출세했네." 그는 호기심 어린 선원들에게 설명했으나 마음 속에는 되려 은근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구몽성에 있던 시간 동안 사귀만이라는 "해적 낙원"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가?

먼 곳에서는 승패가 나뉘었다. 첫 번째로는 포탄과 파도에 가라앉지 않은 패자들은 건져올려져 승리자의 장난감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고, 마지막으로는 팔다리가 부족해진 이들은 매달려 황량한 섬의 풍령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윤해의 잔혹한 법칙이었다. 부엉이 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증인만 되어 이전의 창귀가 지금은 어떻게 이빨 뽑힌 호랑이가 되었는지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청년은 눈꺼풀을 내리고 허리춤의 칼을 만지작거렸고 저도 모르게 그날 밤 마차에서 방 씨 성의 동주 여우가 그에게 말했던 계획을 떠올렸다.

 

이것도 네가 진작 예상한 거야, 방정란?

 

44.

 

부엉이 호는 선장이 말했던 것처럼 다음날 황혼 때 사귀만에 도착했다. 석양이 지는 섬의 그림자는 부드러웠고 마치 여행자들이 푹 잠들 수 있는 항만 같았다. 초라한 부두에는 칠이 얼룩덜룩 벗겨진 배들이 몇 척 세워져 있었고 선원 몇 명이 포강을 정리하다 부엉이 호가 물가에 댄 것을 보자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이번엔 무슨 좋은 물건 있어요?"

선장은 선원을 지휘하고 닻을 내리며 대답했다. "추엽 사막의 연초, 상자로만 팔아."

상대는 목을 비비는 손짓을 했다. 됐다는 표시였다.

남자는 웃으며 가난뱅이라 욕을 하고 일등항해사에게 물었다. "그 해적은? 한 잔 사고 싶은데."

"방금 배에서 내렸어요." 항해사는 부두를 가리켰다. "돌아오라고 할까요?"

"그럼 됐다." 흑선의 선주는 세게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추엽 사막의 연초는 매워서 목이 잠겨 그들과 같은 거친 사람이나 좋아했다. "이 부두를 건너면 그는 우리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야."

 

해련은 진작 배에서 내려 그대로 사귀만의 유일한 술집으로 갔다—— 술집이라고는 하나, 초막을 짓고 십여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을 뿐이었다. 만약 섬에 폭우가 내린다면 동굴 깊이 들어가 영업을 했고 파는 술도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만든 보리주였으며 가끔은 군함에서 뺏어온 좋은 술도 팔았다. 이곳은 해적들의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는데, 사내들은 테이블에서 노란 탕을 몇 번 들이키면 금방 호형호제 했을 뿐 아니라 드넓은 윤해의 모든 소문과 비밀도 알 수 있었다.

술집 주인은 해련의 오랜 지인이었다. 그는 그에게 인사를 했고 해련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에게 잔을 가득 채워주었다. "우리 다 들었어, 독벌이 없어졌다며?"

"어."

분명 익숙하게 마셨던 시큼하고 쓴 액체일 텐데, 목구멍으로 들어가자 해련의 혀 끝은 되려 그 경화주의 맛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다면 그때 한 잔 더 마실 걸 그랬다.

"어떻게 된 거야? 내 기억에 예전에 너희는 모이 군함을 만나도 도망칠 수 있었는데." 주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 선실에서의 싸움이 언급되자 해련은 지금도 조금 화가 나 눈을 흘겼다. "동주인 배였어, 싸워본 적 없어."

"동주인? 그놈들이 무슨 배를 몰아! 그들의 배에는 매끄러운 비단을 두 상자 더 실을 지언정 포대를 설치하려고 하지 않아, 한 푼이라도 덜 벌면 목숨이라도 달아나는 것 마냥." 옆에 있던 이가 조롱했다. "사실 너희도 남쪽 군함에게 박살이 나고선 쪽팔려서 동주인이라고 하는 거 아니야?"

"믿던가 말던가." 해련은 설명하기가 귀찮았다. 그는 다시 입 속으로 두 모금 들이 부었고 가슴에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그제야 조금 육지를 밟은 실감이 들었다. 막 주인에게 한 잔 더 달라 하려 할 때, 어깨가 갑자기 묵직해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상대는 누렁니를 드러내며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아이고, 우리 해련이 아냐?"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련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은 순식간에 조금 일그러졌다. "친구를 봤는데도 이 태도야?"

"나하고 폐물이 친구인가?" 해련이 조롱했다.

해련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아 옆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전부 듣기에 딱 좋았다. 주변에서 순간 억누른 웃음 소리가 났고 누군가는 남자를 놀렸다. "봐봐, 쟤가 일 년 전에 너하고 안 잔다고 했는데 또 싸대기를 한 대 맞으려고 하네. 누렁니, 가서 그 늙은 얼굴에 선유라도 좀 발라라, 두 살 정도 젊어지면 해련이 승낙할지 어떻게 알아!"

억누른 웃음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누렁니는 우습다는 눈빛 가운데 얼굴을 붉혔다. 그는 몇 차례 가슴이 오르락거리더니 갑자기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어디 후이샤에 비하겠어. 그 녀석이 나이가 몇인데 진작 목숨을 잃었지. 그럼 당연히 평생 젊은 세월 속에 머물러 있는 거 아니겠어." 그는 순식간에 팽팽해지는 해련의 턱선을 바라보았고 혀 끝은 갈수록 악의에 찼다. "해련, 너는 그의 아래에서 제일 실력이 좋은 놈이야, 네가 있는데 독벌호가 어떻게 지겠어? 전날 밤에 네가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떡이라도 친 거 아니야? 독벌호는 전부 털렸는데 너는 또 어떻게 군함에서 살아 남았을까, 혹시 네 엉덩이 때문인가, 응?"

해련은 줄곧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말할 때의 외설적인 열기는 전부 해련의 목덜미에 닿았고 본래 어깨에 놓여 있던 그 손 역시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다. "용병 일 하는 것과 너와 붙어 먹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대단하지? 너 몇 명이랑 해봤어? 그들이 돈을 주디?"

누렁니의 손가락이 자신의 척추 마지막 마디에 닿으려던 찰나, 해련은 손을 뒤짚어 상대의 손목을 쥐었고 그는 그 사람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누렁니를 바라보았다.

"누렁니."

"왜?" 누렁니는 눈썹을 치켜 떴다. "드디어 벙어리 노릇은 그만 두시나?"

해련은 그를 직시했다. "너 방금 내가 어떻게 적의 손에서 살아남았느냐고 묻지 않았어? 지금 알려줄게."

 

그는 은화 하나를 술집 주인에게 내주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술값."

"그리고 테이블 값."

말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해련의 주먹이 누렁니의 얼굴에 떨어졌다.

 

"이렇게 살아남았어."

 

 

 

 

작말

기가 막혀요 작말에는 300자 밖에 못 써서 시대 배경을 나눠서 소개할 수밖에 없어요……!

 

동주 : 굉조宏朝 건립이 60년 밖에 되지 않아서 경 내에서는 이전의 용조容朝의 자유로운 광경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황실은 이를 억누르기 위해 민중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이전의 불야천不夜天, 류금지流金地는 지금 "태연은 일 년 내내 네 명이 모이지 않고, 지방에서는 푼돈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열 중 셋은 된다[각주:2]라고 한다. 조정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는 북막에게 기회를 주어 "열국지전"이 일어났다. 굉조 황제 진황은 남쪽으로 지금성까지 도망쳐 남굉을 건립했고 진황과 북막에서 보낸 호희 사이에서 낳은 황자 진유형은 8부 연맹의 지지 아래 북굉 왕조를 세웠다. ;

남굉 수도 지연성 : 동주의 곡창 중 하나이며 동주의 6대 항구 중 하나. 남쪽으로는 남경의 해적과 맞서고 서쪽으로는 북막의 철기와 맞선다. 천 년 전부터 지금성은 황실의 가장 측근인 중신이 받을 수 있는 상이었고, 열국지전 뒤 남굉의 수도가 되었다.

 

  1. 불법 선박 [본문으로]
  2. 泰燕期月不聚肆,至乡中,岁不用锱铢者十之有三 당췌 뭔소린지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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