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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33. 노래와 춤

40.

결국은 따라왔다.

진유옥이 던지는 무수한 눈짓과 왕녀 전하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방정란은 자신이 무슨 엉터리 이유를 지어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먼저 물러났다. 그는 속으로 자신을 욕하며 외투를 벗고 목표인 두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 곳의 사람들 무리로 섞여 들어갔다.

지난번 달밤의 미행이 정보를 확인하고 수집한 것이라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모처럼만의 왕녀와의 만남과 현장을 미리 떠난 시녀와 해적을 훔쳐보는 것 중에서 대체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상이라면 누구도 잘못 고르지 않을 것이다. 방정란은 스스로가 멍청하지는 않다고 자인했으나 여자 아이가 해련의 가슴에 고개를 기댄 순간 문득 마음이 흐트러졌다.

그는 해련이 이렇듯 후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그가 지금껏 해련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의 꼬마 이웃의 예쁜 얼굴에는 늘 거만함과 짜증이 어려 있었고 입가에는 시종 절반의 나른함과 절반의 도발이 담겨 있었다. 방정란은 설령 반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요노르 자작 부부에게도 그가 고의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지금…… 방정란의 시선은 줄곧 보기 드문 상대의 온화한 눈가에 머물러 있었다.

해련은 이 여자 아이에게 경계심을 품지 않는다.

이 인지는 마치 바늘처럼 가벼이 방정란의 손바닥을 찔러 사내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게 만들었다.

 

"오빠 오늘 입은 거 내가 만든 셔츠지." 해어는 눈을 깜빡였다. "내가 봤어."

해련은 몸을 훑어보았다.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이 옷을 너무 못 입으면 문도 넘지 못한다고 하는 걸 들었어." 그는 말을 멈추었다. "앞으로는 만들지 마. 내가 걸치면 아까워. 차라리 네 치마 두 벌을 만들어."

여자 아이는 입술을 삐죽였고 조금 기분이 좋지 못했으나 몇 걸음 걸은 뒤 동그란 두 눈은 두 개의 초승달이 되었다. "맞다."

"응?"

해어가 머리를 흔들자 눈처럼 흰 비단으로 만든 꽃 장식이 귀밑머리에서 따라 흔들렸다. "봐봐, 오빠가 입은 옷의 자투리로 만든 거야, 예뻐?"

해련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 웃기 시작했다.

말은 나와서 둘러보자 했으나, 사실 해련 역시 별 좋은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 그는 자주 동생을 데리고 완안나 구의 작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떠돌이 동주 예술인들의 마술을 부리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단 떡을 하나씩 사먹었다. 그러나 지금 해어는 반 쯤 다 큰 처녀라 어린 아이들이 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해어를 데리고 도영하 강가를 정처 없이 산책했고 화제 역시 두서 없이 이어졌다. "왕녀 전하가 잘 해주셔?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없어, 다들 잘해줘." 해어가 말했다. "아무도 안 괴롭혀."

"만약 어느 귀족 놈이 널 건드리려 한다면 나한테 말해."

해어는 풋 웃었다. "또 때려주려고? 예전에 마른 원숭이가 내 풍차를 빼앗았을 때 오빠가 걔를 뚱뚱한 원숭이가 되도록 패줬던 거 기억나."

해련은 흥, 했다. 묵인한 셈이었다.

그는 암투장에서 그녀를 위해 복수한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여동생이 그렇게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딱지가 앉은 상처는 영원히 언급하지 않기를 바랐고, 영원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수지정에 대해서 말해봐." 해련은 화제를 돌렸다. "나도 식견을 넓히게 해줘."

"수지정에 대해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어, 그냥 평범한 정원이야. 꽃도 있고 풀도 있고 궁전도 있고. 여름에는 모기가 많아서 짜증나 죽겠어, 아무리 연기를 피워도 없어지지 않아." 해어는 열심히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을 빛냈다. "있다! 오빠, 그거 알아, 수지정에는 삼 층짜리 작은 건물이 있는데 그 안은 전부 책이야.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어! 왕녀 전하가 내가 거기를 좋아하는 걸 알고 내게 글을 가르쳐준다 하셨고, 지금은 내가 벌써 일층의 모든 책을 알아볼 수 있어. 거기 옛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지금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이층의 책은…… 위에 있는 글씨들은 다 아는데, 같이 있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삼층은 잠겨 있어서 왕녀 전하만 들어가실 수 있어. 그분 말씀이, 내가 이층 책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면 티수의 대서기관이 될 수 있대. 그때가 되면 내가 오빠를 먹여 살릴 거야."

해련은 고개를 흔들며 실소했다. "난 네가 먹여살리지 않아도 돼."

"난 진지해." 해어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 오빠가 어떤 돈을 버는지 알아. 목숨으로 바꾼 돈이야, 맞지? 오빠하고 부인은 늘 날 아이 취급하고 모든 일을 다 숨겨. 사실 나는 진작——"

"저기서 누가 금을 연주하고 있어, 가서 듣자." 해련은 소녀의 말을 끊고 다짜고짜 앞으로 걸어갔다. 해어는 오빠가 이 화제로 더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 미소를 지으며 따라갔다.

부유한 이는 부유한 이들의 연회를 즐기고 평민 역시 평민의 가무와 오락을 즐긴다. 티수의 다금은 초원의 악사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일품이었고 다금이 울리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이전에는 호박 광장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은은한 다금 선율이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서로의 기예를 겨루기도 했다. 아바르가 등극한 이후로 호박 광장은 완안나 구의 사람이 들어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이런 딩동거리는 악사들 역시 갈 곳이 없어져 회백색 건물 사이에 장식된 화려한 꽃송이처럼 진흙더미가 된 거리와 골목에 떨어졌다. 

두 사람이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왔을 때,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모여 있던 춤추는 남녀는 흩어져 다음 곡을 기다렸다. 동전과 꽃잎이 분분히 흩날려 연주자의 손에 떨어지는 모습은 은빛과 붉은 빛이 교차하는 꽃비 같았다. 연로한 연주자는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현을 잡으며 첫 소리를 울렸다.

——저건 누구의 흰 돛, 누구의 포대, 누구의 화물을 가득 실은 배인가?

"우리의 선장 바리네!" 사람들은 소리 높여 노래했다.

"아직 춤출 줄 알아?" 해련이 물었다.

"당연하지!" 해어는 그를 향해 자신있게 웃고,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가볍게 몸을 틀어 즐거워하는 사람들 무리로 섞여 들어갔다.

 

——부두의 아가씨는 6개월을 기다렸고, 그녀의 남편은 마침내 돌아왔네.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섞여 곡조가 전혀 맞지 않았으나 그들의 발치의 스텝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스텝에는 별 화려한 기교가 없이 그저 회전하고 뛰는 것뿐이라 해안가의 진흙 방울은 화가의 손의 물감처럼 모든 이들의 바짓자락에 다른 무늬를 칠했다.

"안 와?" 여자 아이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손목에 묶인 리본 역시 흔들렸다.

"금방 가." 해련은 소매를 걷었다.

 

——그들은 첫째 날 키스하고, 둘째 날 결혼했고, 셋째 날 흰 돛은 높이 오르네, 우리의 선장은 또 떠나려 하는구나.

——아가씨는 선장에게 물었네, 나는 당신과 결혼한 걸까 아니면 바다와 결혼한 걸까?

해련은 한 바퀴를 돌고, 다음 파트너의 곁에 이르렀다. 그는 상대의 손을 쥐려다 순간 멈칫했다.

이 손은 익숙했다. 팔에는 그가 두 달 전에 찢었던 상처가 있었는데 지금은 옅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 손은 이전에 독벌호에서 그를 꽉 억눌렀던 적이 있었고 그를 위해 좋은 술을 따라주었던 적이 있었다.

꼬마 해적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검은 두 눈동자를 마주했다. "……방정란?"

 

——육지여, 안녕히, 사랑하는 이여, 안녕히! 내가 그리울 때면 당신의 금을 연주해 줘요, 남풍이 내게 들려줄 테니.

——배가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바리네 선장은 영원히 회개 않으리!

 

"다라라, 라라라라……." 상대는 이어지는 단락을 흥얼거리더니 미소지었다. "나야."

 

41.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인파에 밀려 저도 모르게 춤을 이어갔다.

"어떻게 여기 있어?"

"지나가던 길에, 마침 널 봤어."

해련은 상대가 걸친 값비싼 옷을 보았다. "네 일 하러 안 가?"

"벌써 했어." 방정란은 꼬마 해적의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이런 대사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히 해련도 생각나는 대로 물었을 뿐이었다. 그는 박자를 밟고 두 걸음 물러났고 발 끝은 지면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린 뒤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가 이걸 출 줄 알다니."

"티수에 오기 전에 준비한 게 적지 않거든." 또 헛소리였다. 방정란은 매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어디 이런 허접한 것들을 준비할 틈이 있었겠는가. 다행히 춤과 노래가 무척 간단했고 그는 타고나기를 똑똑하여 몇 번 보니 대략 배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해련은 이 대답에 만족한 듯했다. 그는 표정을 풀고 더는 말을 하지 않으며 방정란을 따라 한 단락 춤을 추었다. 곧 파트너를 바꾸려 할 때 청년이 문득 눈썹을 치켜뜨더니 웃었다. "하, 그러면 너 이건 준비했어?"

말이 끝나자 꼬마 해적은 다음 사람의 손을 잡지 않고 걸음을 내딛어 홀로 중앙으로 향했다. 그는 금 연주자를 향해 손가락을 울렸고 노인은 눈치 빠르게 알아차렸으며 현을 누르는 손가락은 높아지고 리듬 역시 순식간에 빨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고 사람들은 점차 걸음을 멈추며 도전장을 내민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해련은 양 손을 등 뒤로 하고 휘파람과 빠른 노래 사이에서 재빠르게 움직였으며 유독 발치의 스텝은 현란했다—— 분명 몸에는 아직 작가의 낡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으나 사람은 화려한 꼬리를 펼친 공작새 같았다. 그는 몸을 낮추고 회전했고, 시선은 줄곧 방정란에게 향해 있었다. 눈꼬리의 그 칼자국은 마치 날카로운 갈고리가 되어 동주인의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과 혼을 끄집어 내는 듯했다.

 

——육지여, 안녕히, 사랑하는 이여, 안녕히! 내가 그리울 때면 당신의 금을 연주해 줘요, 남풍이 내게 들려줄 테니.

 

방정란의 목젖이 움직였다. 마치 무엇인가가 폐부를 찢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이명을 들었다.

마지막 음표 하나가 연주자의 손끝에서 흐르고 해련의 두 발이 하늘을 향하더니 마지막으로 힘있게 지면을 밟았다. 곧게 선 찰나 그는 얼른 고개를 들고 방정란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올래?"

"……." 방정란은 입가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기를 담았고 그는 두 손을 들었다. "아니야."

 

"나는 투항할게." 그가 말했다.

 

 

 

 

완전히 사랑하게된 팡팅란ㅠ

근데 댄스배틀 신청하는 해련이 좀 귀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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