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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44. 연우총

 

59.

어젯밤 방정란이 떠난 뒤에야 해련은 그가 가져온 철 상자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이틀 뒤 그는 그 물건을 볼 뿐 아니라 근거리에서 만져볼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갔고, "투모"라는 이름의 북모 전문가는 페크나 일행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위의 원래 자리마저 차지했다. 방정란은 남의 비위 맞추는 것에 정통하여 매일 페크나의 곁에 서서 그와 이미 소실된 《길광황운서》에 쓰여 있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행히 상위는 며칠 간 마음 쓸 곳이 많아 파이프를 태우고 또 태웠고 해신호에 가서 어울리지 않았다. 선장이 무단결근 중이니, 해련에게 무어라 할 사람은 더욱 없어서 그는 홀로 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일등항해사 그림자가 순찰대에게 한 마디 했는지, 매번 그가 동굴 쪽으로 다가갈 때마다 다른 쪽으로 쫓겨났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여요호의 동료들은 무인도 깊은 곳에 사슴 사냥을 하러 가기로 약속했으나 해련은 그 사이에 끼기가 귀찮아 항구에서 물수제비를 하며 놀았다. 그가 여섯 번째 돌을 던졌을 때, 페크나의 부하들은 나무 과녁 한 무더기와 거대한 철 상자를 들고 공터에 나왔다.

해련은 뜻밖에도 방정란을 보았는데, 그는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페크나와 걸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물건은 비록 내부가 정말하여 보수하는 게 번거롭지만 조작하는 건 또 무척 간단하지요. 설령 화총을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죠. 말만 해서도 소용이 없는 일이니 누군가 찾아서 한 번 해볼까요."

그는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물가의 해련을 보았다. "어이, 젊은이. 이리 와 봐."

젊은이? 해련은 이 호칭에 이를 갈았지만 여전히 그 말대로 걸어갔다.

"화총 쓸 줄 알아?"

"아니."

"못 쓸 것 같았어, 왜냐하면 이 주변에서 너 혼자면 몸에 단화총을 차고 있지 않았거든. 왜, 하급 선원인가?" 방정란은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해련은 저도 모르게 그를 노려보았다. "너야말로 하급——"

"그는 옆 여요호의 선원이오, 여요호는 백병전에 더 능하지. 우리 해신호와는 스타일이 달라." 페크나는 말을 끊고 손을 흔들었다. "헛소리는 그쯤 하고, 저 놈이 와서 해보게 하지."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무 과녁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간격에 맞춰 과녁을 바닥에 꽂아 넣었고, 방정란은 철 상자 속에서 "그 물건"을 꺼냈다.

그 물건은 괴이한 모습이었는데, 언뜻 보면 철포 위의 장화총 같아 보였지만 일반적인 화총과는 조금 달랐다. 적어도 화총의 관은 그것만큼 크지 않았고 원반 같은 것이 기판 한쪽에 있지도 않았다. 방정란은 그것을 바닥에 놓더니 단단하게 고정되었는지 확인하곤 해련에게 오라는 표시를 했다. "자, 와서 들어봐."

"어떻게 들어?" 해련은 반쯤 무릎을 꿇고 왼손으로 방아쇠를 쥐었다. "이렇게?"

방정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해련의 등 뒤로 가 몸을 붙이더니 한 손으로 해련의 팔을 받쳤다. "이렇게."

두 사람의 몸은 이 순간 가깝게 붙어있었고 방정란이 양 팔을 내리기만 하면 상대의 허리를 감싸안을 수 있었다. 그가 눈을 내릴 때면 거의 꼬마 해적의 호기심과 긴장으로 끊임 없이 깜빡거리는 속눈썹 위의 자그마한 소금 결정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방정란은 문득 가까운 곳에 있는 상대의 볼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내일 정오에……."  자신의 꿍꿍이속을 감추기 위해 사내는 아예 목소리를 낮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페크나는 사귀만으로 떠날 거야."

해련은 그가 이 순간에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여 멈칫했다. "나더러 움직이라고?"

"아직 때가 아니야. 큼, 어쨌든…… 내 연락을 기다려." 방정란은 해련의 팔을 눌러 그에게 몸을 더 낮추게 했다. "봐, 중심이 여기 있어. 그걸 네 시선과 평행으로 맞추고 과녁을 노리는 거야."

그가 말할 때 뱉어낸 열기와 차가운 바랏바람이 뒤섞여 해련의 귓가를 스쳤다. 비록 며칠 전 지금의 방정란에게서는 말을 해도 양 누린내가 난다며 조롱했지만, 상대의 몸에서는 사실 아무런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되려 모피로 감싸여 있는 옷깃에서는 옅은 향이 풍겨 일 년 내내 연지분과 진흙, 생선 비린내와 피비린내 속에 머물러 있는 해련은 황홀함마저 느꼈다.

역시 좋은 집안 출신의 동주인이군. 해련은 생각했다.

넋을 놓은 그 순간, 등 뒤의 남자가 마침내 나지막하게 말했다. "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해련은 무언가가 힘껏 그를 밀친 것처럼 몸 전체가 통제를 잃고 뒤로 밀렸으나 다행히 방정란이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귓가가 끊임없이 웅웅거렸고 한 발 또 한 발이 봄날의 폭죽, 여름날의 폭우보다도 격렬했다. 검지에서 전해져 오는 격렬한 떨림이 마디마디 신경을 따라 사지를 세차게 뒤흔들어 해련은 이까지 덜덜 떨렸다. 그는 자신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고 느꼈지만 어깨에 놓인 손이 얇은 뼈마디를 안정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내가 있어." 귀가 멍멍한 소리 속 어떤 목소리가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장면은 조금도 아름답지 않았다. 이것은 오브라이언이 말했던 사랑의 전설이 아니었고, 어렸을 적 아버지와 손에 손을 잡고 나무 말뚝을 밟던 것과도 달랐다. 다만 외눈박이 매 아그에 대해서는, 그의 망할 선생님은 비수 손잡이로 그의 머리통을 때릴 줄이나 알았다. 분명 총 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탄피가 마구잡이로 튀며, 눈앞의 나무 표적은 이미 엉망이 되어 부스러기가 튀었으나—— 이 사람이 그에게 도륙의 기교와 사신의 권력을 주고 있었다.

탕탕탕탕! 탕탕탕탕!……

그럼 난 뭘 당황하는 거야?

해련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총 소리인지 아니면 자신의 지나치게 빠른 심박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탄창 안의 모든 탄약이 텅 비고 나서야 방정란은 해련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해련이 방아쇠를 놓았을 때 등에서 옅은 땀이 흘렀고 검지는 통제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방정란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물건이 사나운 망아지라 반동이 세다는 걸 말해주는 걸 잊었어. 내가 소홀했어."

해련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힘껏 숨을 들이 쉬었다. "괜찮아, 다음에 다시 할 때는 네가 받쳐주지 않아도 돼."

"그래." 방정란이 물었다. "지금 느낌이 어때?

"귀가 아파, 손은 저리고." 해련은 솔직하게 말했다.

상대는 하하 웃었다. 그는 본래 상대의 뒤흔들려 쑤시는 귓가를 건드리고 싶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페크나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손바닥을 거두어 들였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해련을 지그시 바라보고 나서야 몸을 돌리곤, 페크나에게 말했다. "이것이 《길광황운서》에 기재된 연우총입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터지거나 과열되는 등의 특성은 철격골의 장인들의 손을 거쳐 교정되었고 이 비할 바 없이 놀라운 위력만이 남았지요. 당신께서 연우총 열 대만 가지시면 미래에 당신의 군대가 전장에서 반드시 불패의 땅에 서시며, 원하시는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방정란은 페크나를 향해 절을 했다. "그렇다면, 제 성의를 믿으실 수 있으시겠죠?"

페크나의 시선은 북모인의 짙은 수염에서 해련의 붉어진 손가락 관절, 마지막으로는 앞쪽의 난장판으로 향했다. 사람 모양의 표적은 이미 형태를 잃고 사방팔방 흩어져 있어 그것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강력한 공격을 받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난장판을 통해 미래의 시체의 산과 피바다를 보는 듯했다.

"내가 원하는 건……." 페크나는 작은 목소리로 몇 글자를 말했다. 동주어로 한 말이었다. 그의 일등항해사는 놀란 듯 입을 벌리더니 급히 다물었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그게 되찾아 줄 수 없어." 페크나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빼앗은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그래도 할 수 있지."

방정란은 깊이 인사하고 마찬가지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장군의 바라시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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