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해중작海中爵 (45) 썸네일형 리스트형 해중작 - 37. 여요호 47. 여요호는 큰 배다. 이 "크다"는 것은 배의 톤 수와 배에 탄 이백 명에 가까운 선원 뿐 아니라 사십 여 대의 까맣고 묵직한 대포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규모의 배는 각 나라 해군 중에서도 주함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배가 사귀만에 멈췄을 때 그것은 페크나가 주둔한 초소와 성이었으며 바다를 다닐 때의 여요호는 무너지지 않는 움직이는 보루였다. 해련은 상위를 따라 여요호의 위아래를 둘러보았고, 지금 보루의 심장인 선장실에 서 있자 저도 모르게 감탄스러워졌다. 상위는 그의 감탄을 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큰 배는 본 적 없지?" 맞은편의 청년은 상위의 말에 곧장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열두세 살 때 집에 먹을 게 없어서 티수의 선착장에 가서 돛대에 못을 박는.. 해중작 - 36. 상위 45. 누렁니는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시야가 맑아지기도 전에 마찬가지로 딱딱한 것이 또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의자가 남자의 머리에 맞아 옆으로 튕겨나갔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옆 탁자 위에 놓인 유일한 동주 사기 그릇에 부딪쳤다. 사기 그릇은 날아갔고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누렁니가 탁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같이 울렸다. "망할 놈이, 사람을 패려면 그냥 패, 왜 물건을 망가트려!" 술집 주인은 카운터 뒤에서 욕을 했고, 해련이 은화 한 개를 던져 그의 입을 막았다. 사귀만에서 싸움질은 침을 삼키는 것보다도 일상적인 일이었고 누렁니가 이렇게 도발하는 것도 자연히 마음 속에 방비가 있어서였다. 그는 그저 해련이 손을 쓸 때 약간의 징조도 없을 줄은.. 해중작 - 35. 사귀만 43. 사귀만의 이름의 산호초 한 무리가 섬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인데, 섬은 머리와 같고 해초는 이와 같아서 멀리서 보면 기괴한 해골 같아 "사귀만沙鬼湾", "살귀만煞鬼湾"이라고 했다. 이곳은 윤해 남서부의 공해에 위치해 있는데 장소가 미묘하여 남쪽으로 순풍을 타면 티수, 판수이 등 나라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북막의 창랑만, 동쪽으로는 동주에 갈 수 있어 많은 나라들이 호시탐탐 이곳을 노리며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파견된 함대는 늘 일 년도 견디지 못하고 각 세력에게 파먹혀 뼈만 남았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진정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왕래가 자유로운 해적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귀만은 곳곳에 피 묻은 깃발이 흔들며 윤해의 거의 모든 중요 항로를 손에 넣었고 지나가는 상선은 칠팔 일의 시간을 더 .. 해중작 - 34. 본색 42. 박수소리가 멀어지고 음악이 멈추며 사람들이 점차 흩어졌다. 해어 역시 원형의 반대편에서 팔짝팔짝 뛰어왔다. "이런 건 언제 배웠어?" "바다에서 한가할 때, 어느 늙은 선원이 가르쳐줬어." 해련은 그녀의 진흙이 튄 치맛자락을 바라보았다. "치마 더러워져도 괜찮아?" "괜찮아, 돌아가서 빨면 돼." 해어의 시선은 옆으로 옮겨가며 방정란이 지은 겸손하고 선량한 미소를 향했다. "당신은…… 오빠의 친구인가요?" "맞아." "맞습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고 방정란은 저도 모르게 해련을 힐끗 보았다. 해어는 방정란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당신도 오빠저럼 저를 소어라고 부르시면 돼요, 저는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역시 오누이였다. 방정란은 이전에 슬쩍 보았을 때 낯이 익다고 생각했을 뿐.. 해중작 - 33. 노래와 춤 40. 결국은 따라왔다. 진유옥이 던지는 무수한 눈짓과 왕녀 전하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방정란은 자신이 무슨 엉터리 이유를 지어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먼저 물러났다. 그는 속으로 자신을 욕하며 외투를 벗고 목표인 두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 곳의 사람들 무리로 섞여 들어갔다. 지난번 달밤의 미행이 정보를 확인하고 수집한 것이라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모처럼만의 왕녀와의 만남과 현장을 미리 떠난 시녀와 해적을 훔쳐보는 것 중에서 대체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상이라면 누구도 잘못 고르지 않을 것이다. 방정란은 스스로가 멍청하지는 않다고 자인했으나 여자 아이가 해련의 가슴에 고개를 기댄 순간 문득 마음이 흐트러졌다. 그는 해련이 이렇듯 후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그가 지금껏 해련이 이렇게 즐.. 해중작 - 32. 오누이 38. 해련은 본래 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거리는 소리 속에서 제5막까지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결국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누군가 다가와 그를 깨울 때에도 청년의 눈꺼풀은 여전히 미련을 품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는 등받이에 기대 몸을 고쳐앉은 후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고 목소리는 나른했다. "누구야……." "오빠."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우며 약간의 억울함과 연약함을 지니고 있었으나 해련의 귀에는 천둥소리 같았다. 청년의 가늘게 뜨여있던 눈이 순간 휘둥그레 커졌고, 그는 두말 않고 일어나 떠나려 했으나 소녀는 급히 그의 소매를 쥐었다. "오빠……." 울음기가 어려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해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이.. 해중작 - 31. 소어 37. 해련은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후회했다. 그가 백조구에 드나드는 횟수는 적지 않았으나, 모두 자유로운 고니처럼 나다녔고 두려운 것도 신경 쓰는 것도 없었다. 지금은 봉황 무리에 참새가 스며든 것이라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해련은 억지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눈을 너무 빠르게 깜빡거리지 않으려 했고 자신이 너무 진흙구에서 온 진흙처럼 행동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줄곧 칼을 잡아 굳은살이 배긴 손가락이 광택이 매끄러운 비단 방석에 닿았을 때 청년의 얇은 눈꺼풀은 저도 모르게 떨렸다. 그는 자신이 용모를 단정히 하고 몸의 핏자국을 닦고 좋은 옷을 입어도 여전히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방금 그의 곁을 지나치던 모든 나리부인들의 시선은 있는 듯 없는 듯 그에게 꽂혔고 조심스레 그와 반 척의.. 해중작 - 30. 왕녀 롱롱 방정란에게는 지금 그럴 듯한 추측이 생겼다. 시모나라는 백작 자신이 야심이 있든지 아니면 뒤 어두운 곳에 숨어 호시탐탐 호박왕의 세력을 노리든지 간에 그는 반드시 한 번 만나봐야 했다. 주불의가 말했듯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 그는 두 개의 옵션을 준비해야 했다. 그는 대극장 앞에 서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해련이 그에게 준 표를 품에 넣고 다른 표를 한 장 꺼냈다. 티수의 연극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한때는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고 영웅을 노래하던 가무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귀족들의 한가할 때의 오락 활동이 되었으며 엄숙한 축사와 기도 역시 변화무쌍한 이야기와 포복절도할 연기가 되었다. 그리고 대극장은 구몽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공연 장소로, 자연히 관중의 사랑을 받았다. 방정란이 입장권을 내자 문 앞을 지키..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