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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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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작 - 5. 구몽성 7. 운해에서 나와 구른 소용돌이를 지나 서쪽으로 나아갔다. 사귀만을 보고 다시 꺾어 북두칠성의 인도 아래 순풍에 돛을 달고 보름, 독벌호는 티수국령 영해에 도착했다. 호박왕琥珀王 아바르阿巴勒가 그의 형의 자리를 이어 티수국왕이 된 뒤, 티수는 남경의 동주와 북막으로 향하는 주요 수송로 두 곳을 굳건히 차지했고 강대한 함대 실력으로 빠르게 약탈하며 부를 축적했다. 심지어 16도의 해적들도 호박왕과 결탁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바깥에서 어떻게 추측하든 고작해야 십 년 만에 티수국이 빠르게 남경의 첫 번째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약 동주의 북굉왕조와 북막중부를 하나로 치지 않는다면 티수가 응당 현재 사황 가운데 제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었다. 방정란은 선실에서 편지를 다 쓰고 나..
해중작 - 4. 거래하다 5. 누군가 파이와 맑은 물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왔고 그 위에는 귤도 하나 있었다. "다 치아에 좋아." 방정란은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흰 이를 드러냈다. 머리의 상처는 이미 잘 싸맸고 빠진 손목도 이어졌다. 탁자 맞은편에 앉은 해련은 방정란에게 눈을 흘기고 파이를 한 입 물었다. "거래를 하는 김에 터놓고 말할게." 방정란은 잠시 멈추었다. "난 일 년의 시간을 기한으로 네가 날 도와 한 사람을 죽여줬으면 좋겠어." 해련은 이 말을 듣고도 씹는 동작도 멈추지 않았다. "누구." "난 몰라." 방정란이 대답했다. 그는 상대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자 그를 향해 두손을 펼쳤다. "나는 그 사람이 티수 수도 구몽성久梦城에 숨어있는 것만 알고 다른 정보는 모두 공백이야. 안심해, 가령 일 년 기한이 다 ..
해중작 - 3. 내기하다 3. "못 믿겠어?" 선장은 제의했다. "아니면 우리가 내기를 하지." 선장의 말 속의 숨긴 득의양양함이 해련의 마음을 들쑤셨고 그는 눈을 흘겼다. "무슨 내기?" "뭐냐면…… 너희 배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너와 우리 배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내가 다 여기 있으니, 바깥의 차등한 놈들 중 누가 먼저 들어올지——" 선장의 뒷말이 끝나기 전에 손목에 갑자기 격통이 왔다. 그가 놀라 고개를 숙여 보니 몸 아래에 깔고 있던 이 사람의 손가락 틈에 어느 틈엔가 날이 늘어나 있었고, 날에서 한 방울씩 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내가 손을 안 쓴다고 했어?" 해련이 차갑게 웃었다. 선장의 반응은 빨랐다. 그는 상처를 누르지 않고 아무런 주저 없이 해련의 손목을 잡아 힘을 주었고 청년은 고통스러운 비명..
해중작 - 2. 접선전 연탄이 돛을 휘감고 메인 돛대 위의 신풍조는 선체가 규칙 없이 흔들리는 것에 따라 계속 회전했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바닷물이 배의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흘러 사람들이 흠뻑 젖었다. 교전은 대여섯 번에 지나지 않았고 이름 없는 군함은 부피가 큰 것을 믿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대로 독벌호로 부딪쳐 왔다. 용근이 목재를 부수고 측판에 꽂히는 순간 남자의 팔보다도 굵은 밧줄이 갑판을 붙잡았다. 맞은편에서 불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며 날아왔다. 누군가는 이미 바다에 떨어졌고 그들의 몸에는 아직도 불과 물이 있었다. 접선전이 촉발되자 후이샤는 키판을 풀었고 곡도를 뽑아 소리쳤다. "기름통을 전부 버려!" "맞은편의 폐물들도 떨어트려!" 독벌호가 울부짖었다. 어른거리는 불빛 속 해련은 두 번의 긴 휘파람 소리를 들었는데 ..
해중작 - 1. 독벌호 0. 독벌호는 두 명의 선주를 거쳤다.첫 번째 선주는 마면귀马面鬼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는데 이로부터 얼굴이 유난히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선주가 그의 얼굴을 두 동강 낼 때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써야 했다. 두 번째 선장은 후이샤灰沙라고 불렸는데 후이샤는 젊고 이 업계에 들어온 시간도 짧았으나 행동이 미쳤고 수단이 잔인하여 도적떼 스무 명의 수령에서 독벌호의 주인이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윤해 16도에는 해적이 많고, 좋은 배가 적으며, 좋은 배를 뺏는 사람이 그 지역의 우두머리였다. 후이샤는 독벌호를 가지게 되자 빠르게 윤해의 항로에 자리를 잡았으며 지금 독벌호는 카치리만에서 삼 년을 운행하며 가는 곳마다 살신이 강림한 듯하여 각 나라의 해군 역시 그에게 어느 정도 양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