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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3. 내기하다

 

 

3.

 

"못 믿겠어?" 선장은 제의했다. "아니면 우리가 내기를 하지."

선장의 말 속의 숨긴 득의양양함이 해련의 마음을 들쑤셨고 그는 눈을 흘겼다. "무슨 내기?"

"뭐냐면…… 너희 배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너와 우리 배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내가 다 여기 있으니, 바깥의 차등한 놈들 중 누가 먼저 들어올지——" 선장의 뒷말이 끝나기 전에 손목에 갑자기 격통이 왔다. 그가 놀라 고개를 숙여 보니 몸 아래에 깔고 있던 이 사람의 손가락 틈에 어느 틈엔가 날이 늘어나 있었고, 날에서 한 방울씩 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내가 손을 안 쓴다고 했어?" 해련이 차갑게 웃었다.

선장의 반응은 빨랐다. 그는 상처를 누르지 않고 아무런 주저 없이 해련의 손목을 잡아 힘을 주었고 청년은 고통스러운 비명 속 칼날을 떨어트렸으며 선장이 그것을 구석으로 던졌다.

"밥을 먹지 않아도 막을 수가 없는데, 꼬마 형제가 밥을 먹으면 얼마나 대단할까?"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으면 팔이 망가졌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해련을 쥐어 패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 테지만 선장은 되려 심호흡하여 진정했다. 그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문득 물었다. "너 이런 기술은 누구에게 배운 거야?"

"네 아버지인 나는 타고난 천재거든!" 해련이 그를 욕했다.

"알고보니 내가 남경에 아버지가 하나 더 있었군." 선장은 아무렇게나 손을 뻗어 해련의 허리 위 주머니에서 티수 동전 몇 개를 꺼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동전이 회전하며 해련의 피묻은 볼 위에 떨어지며 딱 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었다. 선장이 살짝 미소 지었다. "아버지, 바다에서 사는 게 쉽지 않으셨나 본데요. 주머니에 고작 이것들 뿐인데 왜 동주에 아들을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해련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힘껏 발버둥을 쳤으나 몸 위의 사람은 붙잡는 기술을 잘 알고 있어 자신의 머리에서 피를 더 내는 것 말고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선장은 손에 힘을 쥐고 입으로는 아직 잡담을 이어갔다. "아,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내가 듣기로 티수국에 세 가지 물건이 많이 나온다지, 해적, 자객, 해련화. 네가 혼자 두 가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무척 대단해."

"세 개 전부야." 해련은 거칠게 헐떡이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한 자, 한 자 뱉었다. "이 몸의 이름이 해련이다."

 

피가 아직 흐르며 그 흔적이 옷감을 따라 퍼졌다. 선장의 손가락 틈에서 해련의 옷으로 번졌고 창 밖에서는 불꽃이 스쳤다. 선장은 스치는 오렌지빛 불빛 속 해련의 얌전치 못한 눈빛을 보았고 그는 어쩐지 얼떨떨해졌다.

남자는 자신의 입매가 올라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좋은 이름이야. 우리 동주인은 예의를 갖고 왕래하는 것을 중시하지. 내 성은 방方이고, 이름은 정란停澜이야."

"누가 너하고 예의를 갖고 왕래한대." 해련은 이를 악물었다. "너희 남굉 해군은 정말 느려 터졌어, 내 손목을 꺾고 이따위 헛소리를 뭣하러 하는 거야, 그대로 내 머리에 한 방 갈기는게 더 낫지 않나?"

"아니." 선장은 총신으로 해련의 볼을 두드렸다. "너는 잘생겨서, 아쉬워."

이놈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일까. 칠흑같이 어두운데 남의 얼굴을 어떻게 똑똑히 볼 수 있겠는가? 해련은 손목이 빠지고 무기를 전부 잃어 더는 이 사람과 입씨름하기 싫어 아예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체 했다.

조용해지자 이마의 상처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달아오른 쇠바늘이 해련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머리 위의 상처를 무시하려 했고 그러면 손목의 통증이 앞다투어 올라왔다. 해련은 아프고 지치고 배가 고팠고 요동치는 파도 속에서 반 쯤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유일하게 외부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청각 뿐이었다.

머리 위 번잡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모든 걸음이 나무 틈 사이로 몇 방울 흙탕물을 떨어트렸다. 욕설은 바닷바람에 가려져 어느 쪽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 방정란이라는 선장은 위로 올라갈 생각이 없었고, 해련을 풀어줄 생각도 없어 기이한 침묵이 선실 안에 흘렀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갑판 위의 움직임이 점차 멈추고 두 사람 위의 문을 누군가 세차게 열었다. 짙은 비린내가 선실에 퍼져 해련의 혼곤한 졸음기를 몰아냈다. 그는 눈을 떠 문을 바라보았고 보인 것은 불빛과 불빛 아래의 붉은 망토 뿐이었다. 동시에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방 천위 님, 괜찮으십니까!"

동주인이다. 해련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난 괜찮아." 그의 몸 위의 사람이 소리 높여 대답했다.

저편 사람들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뒤를 돌아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 같았고 문가에 해군 몇 명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선실 안의 낭패스러운 모습을 보고 안색을 굳혔고 그 중 한 명이 불에 의지하고 나서야 그들의 선장 아래에 한 사람이 깔려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포로일 뿐이야." 방정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뒤 그는 고개를 숙여 해련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꼬마 해적, 내가 이겼어."

해련은 입술을 다물고 코를 울렸다. "……난 판돈 안 걸었어."

 

4.

 

방정란이 해련을 놓은 순간 두 명의 동주인이 즉시 그를 붙잡아 세웠다—— 이 두 명의 해군의 수단은 분명 그들의 우두머리만큼 기술이 좋지 못해서 해련은 자신의 견갑골이 곧 부러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선실 속의 시체를 들어 옮겼고 누군가는 방정란의 팔의 상처를 치료하며 군함에서 마무리작업은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선장은 그의 부하와 몇 마디 귓속말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해련 쪽을 향하며 말했다. "이 꼬마 포로도 데려가라."

두 사람이 대답하고 다짜고짜 해련을 끌고 계단을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빛이 보여 해련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반쯤 열린 시야에서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붉은색이었다. 붉은 망토, 붉은 피, 붉은색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어 해련은 진 것이 동주 쪽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멀리 보았을 때 더 많은 익숙한 얼굴들이 갑판에 쓰러져 있고 둘러싸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남은 해적들은 이미 독벌호의 뱃머리에 구금되었고 붉은 망토가 칼을 든 채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해련은 자신 역시 그들 중 한 명이 될 거라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그는 군함의 뱃머리로 끌려갔다. 그 뒤 맹금류를 길들이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묶였다.

해련은 독벌호의 뱃기둥에 묶였다 풀려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동주인의 뱃머리에 묶이게 되어 자신도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럴 필요가 있나. 내가 이 꼴인데 너희 배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수 있기라도 한가? 그는 혼미한 머릿속으로 있는 일 없는 일들을 생각하는데 아래턱이 갑자기 누군가에게 쥐여 들어 올려졌고 시선이 한 사람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방정란이었다.

 

"꼬마 형제, 난 너와 거래를 하고 싶어." 방정란이 말했다.

"만약 내가 싫다면?" 해련은 힘없이 말했다.

"상관 없어. 네겐 고민할 시간이 있지만 길지는 않을 거야." 방정란의 목소리는 온화했고 조금도 사람을 위협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듣기로 너희 해적이 사람을 처리하는 방법 중에 선원들의 발에 열 근 철구를 걸고 바다로 뛰어들게 하는 게 있다던데, 내가 네 아랫사람들을 먼저 처리하고 널 제일 마지막으로 남겨둘 수 있어."

그는 말을 마치자 손짓을 했고 맞은편 독벌호 위의 붉은 망토들이 살아남은 해적들의 발목에 밧줄을 매달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발버둥치며 욕하는 소리가 저주 섞인 요청과 섞여 바람을 타고 해련의 귓가로 들려왔다. 청년은 눈썹을 찌푸렸다. "네가 더 해적 같은데."

방정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는 신인이니 너희를 보고 배워야지."

"마음대로 해, 그들은 내 부하도 아니고 나도 선장이 아니야. 거래를 하려거든 선장을 찾아."

"넌 이미 선장이야." 방정란은 그의 아래턱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강제로 해련이 고개를 돌리게 했다. "봐."

"보긴 뭘——" 말이 끝나기 전, 해련의 짜증 어렸던 눈동자가 굳어버렸다.

 

난간에 죽은 사람이 하나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옷은 이미 혈전 속 엉망으로 찢어졌고 얼굴 역시 더러워져 거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해련은 단박에 그를 알아보았다.

독벌호의 선장.

깊은 칼자국이 후이샤의 왼쪽 이마에서 오른쪽 아래턱까지 내려 찍혀 있었고 삼 년 전 그가 마면귀를 쪼갰던 상처와 거의 겹쳐졌다. 남자의 원래 왼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지금 검은 구멍만 하나 남았고 구멍에는 비수가 하나 꽂혀 있었다. 남은 오른쪽 눈은 분노로 부릅뜬 채 해련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 일등항해사가 방금 보고하길 이 미친개를 잡기 위해 네 명의 형제를 희생시켰다는군." 방정란은 손의 힘을 풀고 엄지로 부드럽게 해련의 뺨 위의 피를 닦았다. "봐, 너희 선장이 이미 저렇게 됐는데 내가 마음대로 너희 배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널 새 선장으로 인정하려 하는 건 지나친 일이 아니지?"

"해련 선장, 너희 배 사람들의 생명이 네 한 마디에 달렸어."

해련은 방정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았고 그는 점차 싸늘하게 굳어가는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첫 번째 반응은 잘 됐다, 후이샤에게 빚진 은화 6개는 갚지 않아도 되겠다. 였다.

그는 열일곱 살에 백호방에서 도망나온 뒤 후이샤를 따라다녔고 두 사람은 삼 년을 어울려 다니며 독벌호, 조수의 위치, 그리고 침대까지 어울렸다. 해적 사이의 애정은 연기처럼 옅어서 심지어 독한 술 한 잔 돈 한 주머니의 실제의 모습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가벼운 연기는 목구멍으로 들어가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해련은 입을 열었다가 눈을 감았다. 눈동자가 눈꺼풀 아래에서 빠르게 돌자 드디어 남는 액체를 억누를 수 있었다.

내가 젠장맞게 후이샤하고 망명한 원앙 한 쌍도 아니고 그와 한 술잔을 나눠 마신 아내도 아닌데 그가 죽으면 죽은 거지, 내가 그와 순장이라도 되어야 하는 건가? 그는 험악하게 생각했다.

 

 

긴 침묵 끝 해련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나 배고파."

방정란은 대답을 들은 뒤 웃었다. "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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