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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1. 독벌호

0.

 

독벌호는 두 명의 선주를 거쳤다.첫 번째 선주는 마면귀马面鬼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는데 이로부터 얼굴이 유난히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선주가 그의 얼굴을 두 동강 낼 때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써야 했다. 두 번째 선장은 후이샤灰沙라고 불렸는데 후이샤는 젊고 이 업계에 들어온 시간도 짧았으나 행동이 미쳤고 수단이 잔인하여 도적떼 스무 명의 수령에서 독벌호의 주인이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윤해 16도에는 해적이 많고, 좋은 배가 적으며, 좋은 배를 뺏는 사람이 그 지역의 우두머리였다. 후이샤는 독벌호를 가지게 되자 빠르게 윤해의 항로에 자리를 잡았으며 지금 독벌호는 카치리만에서 삼 년을 운행하며 가는 곳마다 살신이 강림한 듯하여 각 나라의 해군 역시 그에게 어느 정도 양보해야 했다.

만약 의외의 일이 없으면 독벌호는 줄곧 후이샤의 물건일 것이다.

 

배는 한밤중에 나타났다.

그것은 결코 소리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망대 위의 선원은 오늘 술을 많이 마셨고 남자는 작은 두 눈을 한참 가늘게 뜨고서야 상대가 독벌호를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다. 그의 곤드레만드레 취한 머리가 억지로 자신의 직책을 떠올리게 하여 그는 신호탄을 쏘고 깃발을 걸어 어디의 배인지 물었으나 상대는 대답하지 않고 7 노트의 속도로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이 상황으로 보자면 한 시간이 지나면 두 배는 부딪칠 것이다. 선원은 이상함을 느끼고 선실로 사람을 보내 후이샤를 깨웠다.

후이샤는 그제 큰 일을 하나 끝냈고 이 이틀이 바로 휴식기였다. 그는 잠이 푹 들었을 때 누군가 소리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못했다. 남자는 얼굴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고 망원경을 받아 한 번 둘러보고 나서야 비웃었다. "눈이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이 죽으러 왔으니 소원대로 해주마—— 포실 담당은!"

"포실 잠겼어요……."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쇠는?"

"열쇠는 해련에게 있습니다."

후이샤는 혀를 차고 망원경을 부하에게 던져주었다. "잊어버렸네."

 

후이샤가 찾아야 하는 사람은 가장 아래층 선실이었다. 이 사람은 얇은 셔츠만 입고 양 손을 뒤로 한 채 배 기둥에 묶여 꼼짝도 하지 않았다. 후이샤가 사다리를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고개도 들지 않았고 목소리에는 피로가 담겨 있었다. "이 밤에 사람 괴롭히지 마."

후이샤도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포실 열쇠, 내놔."

"허리."

후이샤가 다가와 해련의 허리춤에서 열쇠를 잡아당겼다. 그는 헝클어진 앞머리 뒤에 숨겨진 얼굴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상대의 이마 앞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잘못을 알았어?"

"나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해련은 이 거친 행동으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이것은 젊은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입술은 붉고 이는 희었고 표정은 나른했으며 왼쪽 눈 구석에 옅은 칼자국이 있었으나 얼굴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으려는 눈물 자국 같았다—— 그의 이목구비는 허약해 보여서 정말 바다에서 피를 핥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 여자애는 내 동생과 닮아서 손을 쓸 수가 없었어." 그는 설명했다. 이 말은 이틀 전에 한 번 했었고 대가가 뱃기둥에 묶여 이틀 간 자빠져 잔 것이었다.

"아니면 한 번 박고 화 풀어, 이틀 묶여있는 건 짜증나. 배도 고프고." 그가 다시 말했다.

후이샤는 상대의 말이 우스워 아예 이 자세로 해련의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배가 커브를 돈 것인지 옆 창에서 바닷물이 약간 들어와 목재의 썩은 내 위에 비린내를 한 겹 덮었다. 농열한 저급 담배 냄새가 뒤덮자 해련은 눈썹을 찌푸렸다. 머리카락이 아팠고 후이샤의 수염에 비벼진 아래턱도 아팠다. 입맞춤이 끝나자 그는 바로 기침하고 눈을 흘겼다. "입에서 구린내 나."

"냄새에 죽은 것도 아니잖아? 뭘 싫어해?" 후이샤는 그를 풀어줬고 해련이 막 두 손목을 움직이자 후이샤가 던진 외투에 얼굴이 가려졌다. "너한테 박는 건 안 급해, 옷 입어. 일할 준비 해라."

해련이 옷을 치웠다. "일?"

"배가 왔어. 네가 그제 몰래 풀어줬던 그 티수 계집이 불러온 것일지도 몰라."

말 하는 사이 해련은 이미 외투를 입고 허리에 칼을 끼워넣고 있었다. 그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럴 리가……."

"그럴 지 아닐지는 이 몸이 결정해, 네가 아니라." 후이샤는 사다리를 기어 올라갔고 갑판에는 이미 선원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약과 화살과 칼이 모두 준비 되었고 적이 곧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후이샤는 또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고개를 돌려 말했다. "해련, 이 배가 너 때문에 온 게 아니길 기도해라, 아니면 때가 됐을 때 한 번 박거나 혹은 며칠 묶어두는 걸로는 해결하지 못할 테니까."

후이샤는 보통 해련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데, 일단 불렀다는 것은 그가 해련에게 최후통첩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후이샤가 떠난 뒤 해련은 조용히 입술을 비비고 중얼거렸다. "……아니면 어떻게 해결해, 기껏해야 목숨으로 갚으면 될 일이지."

 

1.

 

해련이 갑판에 왔을 때 무명의 적선은 이미 독벌호에게서 2 해리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전망대 위로 올라가 로프를 잡아당겨 균형을 잡고 적선의 모습을 식별하려 애썼다. 하늘이 너무 어둡고 상대의 깃발 도안이 흐릿하여 넘실거리는 파도 사이에 여전히 기복하는 검은 실루엣만 볼 수 있었다.

"동업자의 배 같지는 않은데, 군함 같아." 해련이 말했다.

후이샤는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군함……?"

"네가 생각하는 티수 군함이 아니야, 그들의 뱃머리는 상어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이건 아니야." 해련이 급히 설명하며 몰래 한숨 돌렸다.

적어도 적선과 그의 목숨은 관계가 없다.

 

윤해의 파도는 가라앉은 적이 없었다. 티수缇苏, 모이莫亦, 판수이繁水 등 나라가 해상에 군함을 줄세웠고 특히 티수의 세력 범위가 제일 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편안했는데 온 것이 군함이어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 아래의 독벌호는 경포가 좋고 물건이 세상에 나온 뒤 이 배가 부수어 버린 군함이 부지기수였으며, 한 척이 더 추가된다 해도 배의 선원들이 술에 취해 자랑할 전적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해련이 계속 바라보다 잠시 후 믿기 어렵다는 듯 아, 했다.

"왜?" 후이샤가 물었다.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청년의 가늘게 떴던 눈이 즉시 커졌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끝났네, 저건 동주 군함 같아!"

이 말이 나오자 갑판 위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고 후이샤조차도 욕을 했다.

욕을 하는 것은 놀란 것과는 상관이 없고 흥분에만 관련이 있을 뿐이다.

십여 년 전 동주 굉조东州宏朝가 갑작스러운 변고로 둘로 갈라졌고, 굉조의 해군 명장 비의费祎가 조국을 배반하고 도망하여 한때 일방을 제패했던 동주 수사는 윤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독벌호가 동주 군함을 마주친 것은 굶주린 호랑이가 살찐 고기를 만나 흉험하게 흰 양을 노려보는 것에 비할 수 있었고 선상의 사람들은 기뻐 환호했고 각자의 눈 속은 탐욕으로 푸르게 빛났다.

양측의 거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포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으며 화약으로 가득 차 있었다. 키잡이가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공격할 수 있었다. 이 때 바다와 잇닿은 다리 아래가 갑자기 흔들리며 선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돛대 로프를 쥐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면 거의 날아갔을 것이다. 청년은 깜짝 놀랐다—— 독벌호가 먼저 탄에 맞았다니!

"쟤네 사정 거리가 어떻게 이렇게 멀지?!"

"아롱이 떨어졌어! 누가 도와줘!"

"권양기 하는 놈 어디 갔어, 어디로 굴러 갔어!"

해련은 뱃사람들의 냄비를 터트리는 것 같은 소음 아래 소리쳤다. "후이샤!"

"돛 펴! 돛 펴! 부딪치게 하지 마!" 후이샤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빠르게 다가가 선원의 손에서 키를 빼앗아 스스로 키판을 잡았다. "제대로 붙잡아!"

독벌호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해면 위에서 빠르게 반원을 그렸고 뱃머리가 두 번째 연탄을 스치고 지나가며 모셔두었던 해신상의 나무 모서리가 문질러져 떨어지며 부스러기가 튀었다. 후이샤의 키를 잡는 솜씨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는 늘 커브가 급해서 해련은 전망대 위에서 흔들려 머리가 어지러웠고 물 묻은 나비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망할 놈이 배를 어떻게 모는 거야!" 해련이 그를 욕했다.

후이샤가 크게 웃었다. "그들의 흘수선을 치지 마, 돛대만 쳐!"

"확실해?"

"저들의 배가 마음에 들어." 후이샤의 이 말은 피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 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니 이 몸은 배는 원하지만 사람은 필요 없어."

해련은 얼굴의 물기를 닦고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후이샤처럼 낙관적이지 않았다. 윤해 해적들은 이미 십 년 가까이 동주 해군과 힘겨루기를 한 적이 없고 그들은 그저 지금성迟锦城과 낙보성洛甫城에서 나온 상선이 상대하기 무척 좋았다는 것만 알았다. 그 안에는 비단, 향료, 미주가 가득 채워져 있어 부피가 크고 행동이 굼떠 마치 뿔이 없는 살찐 양처럼 16도의 해적들이 나눠먹게 두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맞은편의 이 군함은 그들과는 전혀 달랐다. 견고한 선체와 강대한 화력으로 그가 연약한 초식동물이 아닌 피를 빠는 맹수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쏴라!" 포실의 선원은 맹수에게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하늘 아래 해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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