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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2. 접선전

 

 연탄이 돛을 휘감고 메인 돛대 위의 신풍조는 선체가 규칙 없이 흔들리는 것에 따라 계속 회전했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바닷물이 배의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흘러 사람들이 흠뻑 젖었다. 교전은 대여섯 번에 지나지 않았고 이름 없는 군함은 부피가 큰 것을 믿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대로 독벌호로 부딪쳐 왔다. 용근이 목재를 부수고 측판에 꽂히는 순간 남자의 팔보다도 굵은 밧줄이 갑판을 붙잡았다. 맞은편에서 불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며 날아왔다.

누군가는 이미 바다에 떨어졌고 그들의 몸에는 아직도 불과 물이 있었다. 접선전이 촉발되자 후이샤는 키판을 풀었고 곡도를 뽑아 소리쳤다. "기름통을 전부 버려!"

"맞은편의 폐물들도 떨어트려!" 독벌호가 울부짖었다.

어른거리는 불빛 속 해련은 두 번의 긴 휘파람 소리를 들었는데 후이샤가 낸 것이었다. 이것은 그들 두 명 사이의 암호였는데 만약 한 번 울리면 독벌호를 책임진다, 두 번 울리면 맞은편으로 가서 적의 대장을 해결한다, 였다. 이 동주 군함은 그들 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단단했고, 그는 후이샤의 심복이며 독벌호의 일등항해사였기 때문에 일등항해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더욱이 접선전은 바로 해련이 나설 차례였다.

 

밝은 불빛과 해수가 한데 얽혀 칠흑의 해면 위에 칠흑의 기름이 떠 있어 누구든 떨어지는 사람은 바로 살이 벗겨질 것이다. 해련은 줄을 타고 군함에 올랐고 뜨거운 파도가 그의 신발 바닥을 핥았다. 그는 혼란 속 가볍게 두 명의 병사를 때려눕히고 시체를 밟고 보조 돛대 앞에 서더니 눈깜짝 할 사이에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 주 돛대의 전망대에 서 있던 병사도 장님은 아니라 그를 발견한 뒤 곧장 칼을 뽑아 저지하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한 박자 느렸고 청년은 사신 강림을 알리는 밤까마귀가 달려드는 것처럼 단박에 목을 쥐었다.

전망대는 공간이 좁았고 병사의 몸 절반 이상이 난간 밖에 걸려 있었으며 해련이 손을 놓으면 바로 떨어져 목뼈가 부러질 것이다.

"너희 선장 어디 있어?" 해련의 목소리는 부드러워 별 기력이 없어 그의 철과 같이 차갑고 딱딱한 손가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돼, 나도 그냥 물어본 거야."

병사는 눈에 핏발이 섰다. 질식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양 손을 흔들며 발버둥쳤다. "놔, 놔……."

해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한 말이야."

그는 갑자기 다섯 손가락을 벌렸다.

청년은 처참한 비명 가운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옆에 있는 망원경의 뚜껑을 열었다. 지금 전망대 아래 갑판은 혼란했는데 동주인이 몸에 걸친 심홍색 비단옷과 해적들의 황토색 거친 옷감은 불빛 아래 전부 같은 오렌지빛이 되어 그 중에서 선장의 위치를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해련은 한 바퀴 둘러본 뒤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다른 사람과 옷이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설마 아래 선실에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근접전을 시작한 배에서 선장이 갑판에 있지 않은 도리가 어디 있는가? 그는 오래 생각할 틈이 없었다. 일 초가 늦어질수록 독벌호의 승리의 기회는 줄어든다. 청년은 거리를 가늠한 뒤 가볍게 숨을 내쉬고 손을 놓았다. 

그는 돛대에서 그대로 뛰어내렸고 바닥으로 내려오는 동시에 손의 비수로 동주인의 목을 꿰뚫었다. 선혈이 그의 옅은색 외투 앞의 앞자락에 뿌려졌다. 해련은 칼을 뽑은 뒤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선실 사다리의 위치를 정확히 보고 로프를 감고 빠르게 혼란스러운 전장을 뚫고 선실문에 뛰어들었고 그 순간 손의 연막탄 역시 날아갔다.

펑!

해련은 흰색의 안개 사이에 파묻혔다.

 

2.

 

배에 오른 뒤로는 화포가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선실에는 드문드문 몇 명만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해련이라는 불청객을 보았을 때 놀라 포대를 놓고 칼을 들고 달려왔다.

선실은 낮았고 고래뼈 곡도는 쓰기 좋지 않아 해련은 비수만을 사용했다. 이 비수는 그의 몸에서 가장 돈이 되는 물건으로 칼끝은 순철이고 뼈를 깎고 살을 썰 때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적들은 심지어 누군가 찬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만 느꼈고 그 뒤에야 선혈이 상처에서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해련의 옷도 만지지 못한 채 목숨을 바쳤고, 다른 하나는 결국 해련의 팔뚝을 쥐었으나 청년이 심장을 찔렀다. 해련은 아직 숨이 남아 있는 이 사람을 향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칼을 쥔 손목을 돌려 그의 사망을 가속시켰다.

모든 것을 끝냈을 때 선체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련은 두 걸음 비틀거리며 포대를 짚고 일어났다. 그는 이틀 간 쌀 한 톨,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체력이 버티지 못했다. 청년은 여러 차례 눈을 감았다 뜨며 시야가 더는 흐릿하지 않게 되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기 전 그는 아쉬운 듯 칠흑의 포신을 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좋은 포야……. 독벌호에 달아 놓으면 페크나의 배를 건드려 볼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동주인에게 주기엔 너무 아쉽네."

"뭐가 아쉽다고?"

"누구야?!"

해련은 급히 고개를 돌렸고 머리가 또 좀 어지러웠으나 흔들리는 시야 속 온 사람을 안정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어두운 화물칸에서 걸어나왔다. 키가 큰 동주인으로 얼굴은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았으나 어렴풋이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선홍색 망토가 바깥 해군들과 비슷한 것만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옷감은 더욱 신경을 썼고 가장자리에는 정교한 검은 수가 놓여 있었다. 만약 잘못 추측한 것이 아니라면 이 사람이 군함의 선장일 것이다. 선장은 해련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손을 허리춤의 칼자루 위에 놓았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쥔 채였는데 손 안에 쥔 물건은 해련의 머리를 곧장 향하고 있었다.

해련은 그 물건을 보자마자 즉시 욕할 기운도 없어졌다.

"꼬마 해적, 이게 뭔지 알아?" 온 사람은 고의적으로 물었다.

"알아, 단총." 해련은 입술을 핥았다. "네 검지가 움직이면 내 머리에 구멍이 생기겠지."

"아, 보아하니 견식이 있는 듯해."

"박랑상에게서 봤어. 너무 비싸서 못 샀지."

"비쌌지, 북막 철격곡에서 나온 건데 내 두 달치 녹봉을 썼어."

해련은 손을 뒤로 하여 등 뒤의 포대를 잡았고 눈 앞의 사람에게 자신이 이미 한계에 다달았음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녹봉이 작지 않은 것 같네……. 선장?"

"맞아." 상대가 인정했다. "너도?"

"아니, 꿈에서도 되고 싶은데, 못 돼." 해련은 이 사람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고 그는 자신이 총을 피하는 동시에 빠르게 상대에게 다가가 끝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 못했다. "선장이 직무에 맞지 못하게 선원들과 갑판에 있지 않고 구석진 곳에 숨어 있네. 왜, 죽는 게 무서워?"

그 사람은 이 말에 웃음이 더욱 깊어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분명 별 경험이 없어. 막 부임한 지 두 달이라 이게 처음으로 해적과 싸우는 거야."

해련도 덩달아 웃었다. 그는 웃을 때 고양이 같았고 목소리도 나른했다. "두 달……. 두 달이면 얕은 물에서 엉덩이를 내놓은 아이들하고 놀아야지."

그는 선장을 비웃었고 선장 역시 화내지 않으며 심지어 한가하게 화제를 돌렸다. "방금 뭐가 아쉽다고 했지?"

"네가 아쉽다고." 해련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처음 바다에 나와서 내 손에 죽게 될 테니 말이야."

말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그의 손 안의 둥근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연막탄이었다. 그는 흰 안개에 휘감겨 앞으로 뛰었고 발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두피가 갑자기 저려왔고 동시에 귓가에 폭음이 울렸다. 역시나 상대가 총을 쏜 것이다. 다행히 화승총은 단발이라 일단 쏘고 난 뒤에 장전하는 시간은 이 사람이 해련의 손에 열 번은 죽기에 충분했다. 해련은 자신의 머리가 총탄에 스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속눈썹 위로 흐르는 피를 닦아낼 틈 없이 손에 든 비수를 그 사람의 목에 가로질렀다.

하지만 그는 살을 가르는 가벼운 소리를 듣지 못했고 되려 어느 딱딱한 것을 베며 금속이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총신! 해련은 즉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반 걸음 후퇴한 뒤 곧장 두 번째 공격을 했다.

연무가 시선을 가리고 탄환의 매캐한 냄새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소리로 위치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련은 이를 악물고 절대 기침을 하지 않았으나 예상 외였던 것은 상대 역시 경험이 충분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혼란 사이에서 수 차례 싸웠고 해련은 칼을 그 사람의 치명적인 곳에 찔러넣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힘이 빠르게 흘러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빠르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바로 이 때 선체가 파도에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해련의 이마의 상처가 세게 부딪쳤다. 이 충격은 가볍지 않아 해련은 순간 눈 앞에 별이 튀었고 안개 속에서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만약 평소의 그였다면 이 정도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이 일격에 모든 힘이 빠진 것처럼 무릎이 풀려 고꾸라졌다.

연무가 걷히자, 승부도 이미 결정되었다.

반 각 전만 해도 남의 목을 조르던 해련은 지금 자신의 목숨마저 남에게 쥐어주었고 상대는 그를 바닥에 짓눌렀다. 비수와 패도가 모두 한쪽으로 떨어졌고 볼은 바닥에 바짝 붙었으며 새로이 탄환을 장전한 차가운 총신은 그의 젖은 눈썹뼈에 입맞추고 있었다.

신인 선장의 목소리가 높은 곳에서 들려왔다. "해적 꼬마 형제, 솜씨가 괜찮은데."

"오늘 밥을 안 먹어서 힘이 없어, 그게 아니면 넌 죽었어."

해련의 솔직한 말은 되려 그 사람의 웃음을 자아냈다. "너희 배 사람들 실력이 다 너처럼 좋나?"

"아니, 내가 제일 좋아. 그게 아니면 왜 날 보내서 널 해결하라고 했겠어?"

선장은 오, 했다. 그는 자못 아쉬워했다. "그거 큰일이네, 너희 배가 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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