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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4. 거래하다

 

5.

 

누군가 파이와 맑은 물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왔고 그 위에는 귤도 하나 있었다.

"다 치아에 좋아." 방정란은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흰 이를 드러냈다.

머리의 상처는 이미 잘 싸맸고 빠진 손목도 이어졌다. 탁자 맞은편에 앉은 해련은 방정란에게 눈을 흘기고 파이를 한 입 물었다.

"거래를 하는 김에 터놓고 말할게." 방정란은 잠시 멈추었다. "난 일 년의 시간을 기한으로 네가 날 도와 한 사람을 죽여줬으면 좋겠어."

해련은 이 말을 듣고도 씹는 동작도 멈추지 않았다. "누구."

"난 몰라." 방정란이 대답했다. 그는 상대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자 그를 향해 두손을 펼쳤다. "나는 그 사람이 티수 수도 구몽성久梦城에 숨어있는 것만 알고 다른 정보는 모두 공백이야. 안심해, 가령 일 년 기한이 다 되어도 내가 그 사람을 찾지 못해도 마찬가지로 보수를 줄 거야, 한 푼도 적지 않게."

보수라는 두 글자를 듣자 해련의 표정이 마침내 약간 풀어졌다. 그는 음식을 삼키고 물잔을 가져갔다. "어떻게 계산해?"

"먼저 네게 4할의 계약금을 지불하지." 방정란은 품에서 지폐 하나를 꺼냈다. "고북연합상회 지폐야, 티수의 어느 지폐 점포나 은행에 가서 인출할 수——"

"나는 현금만 받아." 해련이 직접적으로 말했다.

방정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잠시 뒤에야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넌 정말 해적이로군." 남자는 몸을 일으키고 구석의 궤짝에서 돈주머니를 꺼냈고 그 안의 금화를 전부 쏟아냈다. "이거면 되겠지."

아무도 돈에 안 넘어갈 수 없다. 해련은 물 한 잔을 다 마신 뒤 손바닥을 금화 더미에 덮고 천천히 그 작은 것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구몽성에서 사람을 찾으려거든 일 년으로는 분명 부족해."

"구몽성에 익숙해?"

"내 집이 성 안에 있어."

방정란은 이 말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 됐어, 그 때가 되면 미안하지만 네가 날 데리고 여기저기 둘러봐야겠군."

"나는 사람만 죽여, 가이드는 안 해."

"돈을 추가할 수 있어."

해련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눈을 들어 방정란을 바라보았고 상대는 등불 아래에서 그를 향해 온화하게 웃어보였다.

이 놈의 빙그레 웃는 얼굴에 속지 마라. 네가 구몽성과 윤해 위에서 그 세월을 구르며 이 사람처럼 성가신 건 몇 없었어. 머릿속의 목소리가 그에게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내막도 밝히지 않았고, 방금은 널 향해 총을 쏘기까지 했어. 그가 만약 너더러 티수 국왕을 죽이라고 한다면 갈 거야?

알아, 알아. 하지만 손 안의 금화는 손바닥의 지문을 덧그리며 자신이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왜 나야." 잠깐의 침묵 후 그는 딱딱하게 몇 글자 뱉었다.

"우리 집은 대대로 군에서 장군을 역임했어. 나는 열네 살부터 무융궁武隆宫에서 공부했고 연무 수업이든 아니면 사적인 싸움이든 동기 중에서 일등이었지." 방정란은 말하며 그의 팔에 감겨 있는 붕대를 향했다. 피는 이미 멈추었다. "하지만 나는 믿어, 당시 네가 밥을 먹었다면 죽은 건 나였을 거야."

해련은 탁자 위의 텅 빈 도시락을 보았다. "내가 지금 너한테 손 쓰는게 무섭지 않아?

방정란은 빙긋 웃었다. "나도 장님은 아니야, 동료가 붙잡혔을 때 너는 참지 못했고 선장의 시체를 보았을 때 동요했어. 꼬마 형제는 그저 흉악한 척 하는 것뿐이야."

해련은 목이 메어 아예 고개를 돌렸다.

방정란은 그 모습에 눈썹이 더욱 구부러졌다. "됐어, 이 방은 네게 줄게. 내일 아침 우리는 출발할 거야." 그는 몸을 숙이며 그 건드리지 않은 귤을 해련의 손에 넣어주었다. "먹어."

 

고용주는 진작 문을 나섰고 해련은 그 귤을 쥔 채 한참 침묵하다가 마침내 천천히 껍질을 벗겨 입에 넣었다.

시원하고 달았다.

 

6.

방정란이 문 안에서 나오자 일등항해사가 그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일등항해사는 중년 남성으로 체격이 거의 방정란을 가릴 정도로 건장했다. 남자의 단정한 얼굴에는 이 때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방정란은 반문하며 웃었다. "이야기 잘 됐어요, 이 사람은 마침 구몽성에 익숙해서 더 잘 됐을지도 모르겠군요."

"제 생각엔 그래도 원래 계획대로 박랑상에서 사람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해적은 천성이 흉악하고 잔인하고 변덕스러워 믿을 수 없어요. 그들은——"

"대상隊商을 통하면 절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되려 불편해요." 방정란이 부인했다. "거기다 이 사람은……."

"그가 왜요?" 일등항해사가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방정란은 뒷말을 삼켰다.

이전의 짧은 교전 이후 그는 해련의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이 자못 신경쓰였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방정란은 화제를 돌렸다. "제 말은 방 안에 있는 녀석은 재물을 탐하는 망명자일 뿐이니, 언제라도 처리하기 편하다는 겁니다."

처리……. 일등항해사는 이 단어를 곱씹더니 방정란의 등 뒤의 방문을 보았다. "그건 괜찮군요. 다른 해적들은 어떡할까요?"

"헌주 쪽 군공장에 사람이 부족하지 않던가요? 보내세요."

일등항해사는 혐오스러운 듯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건 그들을 너무 봐주는 겁니다. 방금 저 짐승들을 바닷속에 던져버리셨어야 해요."

방정란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일등항해사 역시 더는 물어볼 말이 없었다. 그는 먼 곳의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고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당부했다. "꼭 기억하세요, 양왕이든 아니면 황상이든 그들의 선장님에 대한 의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일 년을 속일 수 있을 뿐, 일 년 안에 성공하든 아니든 반드시 돌아가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방정란은 일등항해사를 향해 인사 했다. "진 아저씨는 저희 아버지가 가장 신임하던 옛 부하시죠, 동주 쪽을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저씨만 믿겠습니다."

"진해공镇海公 방궐方阙의 아들이 첫 항해에 해적을 만났고 교전 중에 부주의로 바다에 빠져 포로가 되었다." 일찍이 자신이 목숨 바쳐 일했던 상사의 이름을 듣자 진 아저씨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게 만약 진짜라면 아버지가 땅 밑에서 살아날 거다."

젊은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아버지가 아직 계셨다면 저라는 이 무능한 아들을 꾸짖을지도 모르죠."

"무슨 소리를. 아버지는 당시 우리 같은 늙다리 앞에서도 네 칭찬을 했어. 넌 그분의 자랑이었어." 진 아저씨는 방정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너도 일찍 쉬어라, 앞으로 바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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