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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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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작 - 29. 믿음 "네가 왜 가? 날 감독하러?" 해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널 도와주러." 방정란이 말했다. "너 주제에?" 청년의 시선은 방정란의 얼굴에서 상대의 몸으로 향했고, 방정란이 걸친 고급스러운 은실 셔츠를 보고 비웃었다. "방 작은 도련님이 사귀만에 도착하기도 전에 뼈도 안 남을까봐 걱정인데." 방정란은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번 해전 때 너희 독벌호를 토벌한 게 나였지." 해련 "……." "난 분명 너와 날 돕기 위해 가는 거야." 방정란은 드물게 설명했다. "만약 네가 혼자 힘으로 적의 소굴에 뛰어드는 게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네가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무슨 방법?" "그건……." 방정란은 말을 길게 끌었다. 그는 늙은 말의 고삐를 끌어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
해중작 - 28. 만찬 33. 주방장은 돌아가 항구에서 짐꾼으로 일하는 남편에게 내일 아침 밥을 준비해줘야 하기 때문에 그릇을 정리하고 나가려던 찰나 해련 일행 두 명을 마주쳤다. 여인은 그들에게 인사를 할 때 저도 모르게 놀랐다. "머리가 왜 그래요?" "괜찮습니다, 방금 방에 불이 없어서 어둠 속을 더듬다 부딪혔어요." 방정란은 눈을 뜨고 헛소리를 하는 것이 가장 능했다. 분명 문 옆 낮은 캐비닛의 촛대가 있고 창 밖에도 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 해련은 그보다 머리 반 개가 작아서 까치발을 하지 않으면 두사람은 이마와 콧대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자작 댁 주방장은 거친 사람이라 그리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한 뒤에야 걸음을 떼었고, 갑자기 고개를 돌려 웃더니 한 마디 물었..
해중작 - 27. 새 옷 31. 방정란이 위층에서 자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해련은 아래층에서 주방장을 도와…… 닭을 한 마리 죽였다. 그는 칼 솜씨가 대단하여 목을 베어 피를 내고 털을 뽑았고 칼 선은 닭의 가슴에 직선을 그렸다. 잠깐 사이에 이미 내장이 하나하나 탁자 위에 놓였고 손목이 다시 수십 번 움직이자 닭고기도 균등하게 그릇 속으로 들어갔다. 뚱뚱한 주방장은 깜짝 놀라서 그에게 어렸을 때 어느 술집에서 견습생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해련은 고개를 저었다. "이치는 통하니까." 그의 이 말은 뜬금없었고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 요노르 부인이 거실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자 해련은 식칼을 내려놓고 나갔다. "오래간만에 왔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부인은 미안한 듯 웃었다. "아니에요, 겸사겸사라..
해중작 - 26. 대답 요노르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대답했다. "미안하네, 나는 자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어째서죠?" "젊은이, 비록 내가 진작부터 측근 대신이 아니며 종이 더미에 머리를 묻은 영감일 뿐이나, 국왕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말할 수 없음을 용서해주게." 노인의 손가락이 나무 팔걸이를 두드렸다. "내 충성심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허락치 않는군." "충성심? 당신을 귀양보내고 연금과 봉지를 박탈하며 신명궁의 보잘 것 없는 필묵 수입으로 작위를 유지해 나가게 하는 폭군에게 충성하십니까?" 방정란은 한숨을 쉬었다. "이 방면에서 저희의 태도가 반대인 것 같군요." "아니." 노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나는 내 국가에 충성하네." 방정란은 입을 다물었다. 회색 비둘기 몇 마리가 창가로 날아왔다. 그들은 고..
해중작 - 25. 바둑판 거리 30. 신명궁은 구몽성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본래는 어느 티수 국왕 총비의 옛 침궁이었는데 미인에게 구몽성의 매일의 첫 햇살을 보여주기 위한 장소였다. 그러나 수차례 바뀐 왕위의 변천 이후 이 아름다운 궁전은 결국 티수의 최고 학부가 위치한 곳이 되었다. 커튼은 뜯겨나가고 산처럼 빽빽한 책꽂이가 들어섰다. 애교있는 여인과 시동들 역시 세월 속에서 사라지며 검푸른 장포를 걸친 스승과 학자만이 그 안을 걸었다. 신명궁 앞 왕권을 상징하는 신의 조각은 전쟁 중 진작 파괴되었고 지금 햇살을 마주하는 것은 거대한 해시계로 정말한 백옥 조각판은 매 해 변하지 않는 원을 투영하고 있었다. 해시계 아래에는 남경어로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오직 시간만이 영원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진명궁과 아득히 먼..
해중작 - 24. 납치 사건 방정란은 이 요구에 미간도 찌푸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 가서 금광을 구해주지?" "일단 빚져두고 있어도 돼." 주불의는 히죽거렸다. "난 말 잘 통해요." "지금 빚져두면 이후에 이자가 붙을 때까지 기다릴까?" "광산 두 개 정도야 방 천위에게는 식은 죽 먹기라고 믿어." "……." 방정란은 한숨을 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방금 네가 겉모습만 무뢰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겉과 속이 똑같군." 상대방은 여전히 의기양양하게 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과찬입니다." 이곳은 비록 백조구에 위치해 있지만 목련 거리 일대처럼 부잣집의 엄숙함과 거만함을 품고 있지 않았고 이곳에 사는 이들 중 대부분은 성 밖에 약간의 재산이 있는 소관이나 티수를 일 년 내내 오가는 박랑상들이었다. 날이 밝아지고 ..
해중작 - 23. 나쁜 놈 28. 방정란이 구몽성에서 만날 수 있는 동료가 어떤 신분일지는 명확했으나, 의외였던 것은 이 사람의 외모와 차림새가 예상했던 양왕의 밀정과는 정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키가 크지 않았고 나이도 많지 않았으며 구몽성에서 소녀들을 등쳐먹는 방탕아들이나 입을 법한 레이스 셔츠를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만 티수 대사관을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증표를 지니고 있어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뢰한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정란은 손가락을 멈추고 칼을 치웠다. "각하가 나를 안다니, 나도 각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려주셔야겠지." "주불의周不疑." 무뢰한은 몸을 일으키고 소매를 걷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소개했다. "각하라고 부르지 마시죠, 좀 역겹네. 방 천위가..
해중작 - 22. 죽은 사람 "죽은 사람?" 방정란이 눈썹을 치켜떴다. "죽은 사람이 많았지!" 늙은 거지는 두 팔을 벌려 거리를 재었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 누군가는 아직 숨이 붙어 있고 눈도 까뒤집지 않아서 내가 가서 불을 비춰보니 아가씨더라고! 나이도 안 많아, 입가에는 계속 피가 나서 척 봐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 "강도였습니까?" 늙은 거지가 연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선생, 여기 온지 얼마 안 됐지. 우리 여기는, 아주 난리거든! 8년 전에는 더 심했지!" 그는 또 코를 훌쩍였고 엄지를 뒤로 뻗어 뒤쪽 산에 있는 황궁을 가리켰다. "그때 절름발이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꼬박 한 달 동안 망나니들은 일을 멈추지 않았고 단두대 위의 칼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