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방정란이 구몽성에서 만날 수 있는 동료가 어떤 신분일지는 명확했으나, 의외였던 것은 이 사람의 외모와 차림새가 예상했던 양왕의 밀정과는 정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키가 크지 않았고 나이도 많지 않았으며 구몽성에서 소녀들을 등쳐먹는 방탕아들이나 입을 법한 레이스 셔츠를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만 티수 대사관을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증표를 지니고 있어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뢰한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정란은 손가락을 멈추고 칼을 치웠다. "각하가 나를 안다니, 나도 각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려주셔야겠지."
"주불의周不疑." 무뢰한은 몸을 일으키고 소매를 걷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소개했다. "각하라고 부르지 마시죠, 좀 역겹네. 방 천위가 방금 진왕 전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어째, 양왕이 당신도 보내셨나?"
방정란이 대답하려 하자 주불의는 한 발 빠르게 그를 가로막았다. "대인이 대사를 잘 생각하신 다음에 나를 속이시길 권합니다, 나는 매달 양왕에게 편지를 써서 보고를 한다고."
"사실대로?"
"그렇게 '사실'일 필요는 없지." 상대는 웃었다. "대인이 뭘로 주 아무개의 펜과 바꿀 수 있는지 봐야지."
방정란은 화가 나 웃었다. "솔직하군."
"나는 줄곧 정을 나눌 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어. 하지만 돈 이야기를 하면." 주불의는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그건 가슴을 내놔야지." 그는 여기까지 말했을 때 벌써 휘적휘적 방정란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시선을 내려 방정란의 손 안의 단도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방정란을 응시했고 얼굴은 무뢰한이 가져야 할 뻔뻔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면, 방 대인께서는 가슴을 내놓는 데 관심이 있으시나?"
거리의 술집은 아직 열지 않았고 주불의는 방정란을 데리고 골목을 두 번 돌더니 닫힌 대문을 두드렸다. 금방 안에서 머리 하나가 나왔는데 어느 아름다운 티수 부인이었다. 여인은 주불의의 얼굴을 보자 순간 놀라더니 금방 기뻐했고, 곧 분노로 바뀌었다. 얼굴의 낯빛은 마치 조미료 접시를 뒤집은 것 같았고 그녀는 잠시 후에야 복잡한 얼굴로 한 마디 했다. "……어떻게 이 시간에 왔어?"
"내가 친구와 일 이야기를 할 때는 이 근처는 다 믿을 수 없어. 그래도 여기가 가장 안심이 돼." 주불의는 여기까지 말하고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당신이 보고 싶었지."
이 사람은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사랑의 말을 속삭일 때는 꿀처럼 달아서 듣고 있던 방정란의 이뿌리가 다 시큰거렸다. 하지만 그 부인에게는 쓸모가 있었던 듯,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잠시 비틀거리다 문을 열었고 저도 모르게 한 마디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오늘 교외에 가서 아마 밤 늦게나 돌아올 거야."
"그러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주불의는 히히 웃으며 부인의 문틀을 쥔 손에 입맞추었고 상대는 그를 노려보았다.
방정란과 주불의는 거실에서 잠시 기다렸고 부인은 위층에서 준비를 마친 후 계단 입구에 서서 그들 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기로 가. 이쪽 분은 뭘 드시겠어?"
"나하고 같은 거." 주불의는 말을 끝내고 방정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올라가지." 그는 방정란이 조금 경계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방 대인은 황제, 양왕, 진왕 이 세 진 씨 성을 속일 배짱은 있으면서 나 같은 주 씨 나부랭이가 겁이 나시나?"
이렇게까지 도발하자 방정란은 더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웃고 앞서라는 손짓을 했다.
다실은 작았지만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여주인은 두 사람을 위해 녹차 두 잔을 가져왔으며 떠나기 전 주불의에게 팔을 붙잡혔다. 남자는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고 그녀가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 "당신 손님이 아직 여기 있어, 조심해."
주불의는 방정란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손님인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지."
여주인이 방문을 닫자 주불의는 곧장 앉은 자세를 바꾸어 부드러운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는 나른하게 상에서 찻물을 받아 조금도 우아하지 않은 자세로 한 모금 마셨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아, 묻고 싶은 게 있으면 편히 물어봐. 여주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저녁까지 있을 수 있으니까. 아, 밤을 지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대사관 침대는 허리가 아파."
주불의의 이러한 솔직하고 무관심한 태도는 되려 방정란이 그를 파악할 수 없게 했다. 사내는 잔 속의 맑은 녹색빛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언제 알아차렸지?"
"쉽게 알아차렸어. 진유옥 그 사람은 자기는 조심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여기저기 틈이 많거든." 주불의는 비웃었다. "불꽃놀이 하던 밤에는 드물게도 내가 없었지만 그가 일이 끝난 후 그 여성 파트너를 처리하는 방식이 너무 거리낌이 없어서 내가 알아차리지 않을 수도 없었지."
"처리?" 방정란은 그날 진유옥이 분명 파트너를 데리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곧장 이 단어에 집중했다.
"방 천위, 당신 소꿉친구를 얕보지 마." 주불의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턱을 쭉 내리고 손으로는 찻잔을 흔들었다. "나는 재작년에 이 일을 하러 왔어. 내 이전에 진왕 전하를 지켜보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사고로 죽었어. 마차가 뒤집어졌고 사람은 날아갈 때 길가의 돌에 머리를 부딪쳤고 뇌장이 바닦으로 흘렀지. 하나는 잘 처리하지 않은 복어를 먹어서 즉사했어. 다 의외의 일 같지? 나는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아, 구몽성에는 인과만 있지 의외는 없어."
"당신이 이런 말을 하지만 나는 당신 말을 믿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 방정란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쨌든 나와 진유옥은 팔 년을 알고 지냈고 나와 당신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말이야."
"팔 년이 뭐. 진유옥은 구몽성에서 혼자 십 년을 살았어." 주불의는 눈꺼풀을 치켜들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방 대인, 어느쪽을 믿기로 선택할지 당신은 진작 답이 나왔어야 해."
방정란은 말이 없었다.
그는 분명 진작 답이 나왔다. 어린 시절에는 귀뚜라미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아이가 지금은 가련한 척을 하며 남몰래 사람을 죽인다. 그는 진유옥이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였더라면 진유옥보다도 더욱 거침없었을지 모른다. 그는 그저 주불의의 이 미소에 더욱 또렷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진유옥, 그리고 동주 전체가.
방정란은 한참 침묵한 뒤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차가 괜찮군."
주불의 역시 따라 웃으며 한 모금 마셨다.
진작 말을 시작했으니, 이어지는 분위기도 느슨해졌다. 방정란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가 그런 사람인데 네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나?"
"내 앞의 두 사람은 너무 고지식했어, 감시하라고 하면 감시하고 공평무사한 게 무슨 성스러운 직업인 양 굴었으니 당연히 빨리 죽지. 나는 달라, 진유옥이 내 앞에서 멍청한 척을 하니 나도 그를 따라 멍청한 척을 하는 거지. 서로 알고 있고 각자 잘 지내고 있지." 주불의는 당당하게 대답했고 자신의 태만을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는 것도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서 그런 거야."
"양왕 전하에게 아주 충성한 건 아니군."
"당신도 똑같잖아?" 주불의는 크게 웃었다. "충심이 개뿔이 소용이 있어, 돈이 되기라도 하나? 내가 여기서 죽어라 일을 해도 때가 되어 동주로 돌아가면 양왕 전하가 기르는 망아지 두 마리를 봐도 허리를 굽히며 백마 대인, 흑마 대인 하고 불러야 한다고. 사람이 말보다도 천한 세상에 내가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건 그가 내게 좋은 고삐를 상으로 내리기를 바라는 건가?"
방정란은 직접적으로 말했다. "양왕을 미워하는군."
"아니, 아니. 안 미워해." 주불의는 부인했고 목소리는 되려 점차 차가워졌다. "방 대인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제 신분은 당신만 못합니다, 하급 관리의 아들이죠. 아버지는 열국 전쟁 때 양왕의 총비를 호위하여 수도를 나갔고 그 결과로 손톱만한 말단 관리가 되었지. 그는 이 말단직을 보물로 여기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나를 양왕부로 보내어 막료가 되게 했고 나도 손톱이 되게 했어. 하지만 내가 변변치 못해서 말단에도 앉지 못하고 매번 구석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지. 양왕이 나를 떠올리고 날 보낸 것도 내 어릴 때 유모가 남경 여인이라 내게 남경말을 가르쳐줘서 그런 거야."
주불의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는 차를 다 마시더니 고쳐앉았다. "내가 동주에 있을 때 당신을 본 적이 있어."
방정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 주불의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첫 번째는 당신 집안에 아직 일이 터지기 전이었는데 당신은 무륭 자제들을 데리고 지금성의 꽃시장 입구에서 말을 타고 지나갔고 득의양양했지. 다른 한 번은 양왕부에서였는데 나는 책 옮기는 것을 도우려 연각을 지나고 있었는데 당신은 양왕의 곁에서 그를 위해 계획을 짜고 있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유신은 유령의 그 얻기 어려운 금광을 손에 넣었어—— 당신 솜씨였지. 그때 이후 나는 우리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걸 알았어."
"무슨 사람."
주불의는 한 글자씩 말했다. "나, 쁜, 놈."
방정란은 웃었다. 그는 먼저 입술을 다물고 나지막하게 웃다가 곧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소리는 맑고 낭랑하여 마치 무척 재미 있는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 사내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 여기 나쁜 놈께서는 이 나쁜 놈을 찾아서 뭘 어쩌시려고?"
"그건 말이지……. 난 비록 당신이 티수에서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지는 알아. 적어도 이 나쁜 놈의 보수는 분명 당신의 야심보다는 작을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주불의는 여기까지 말했을 때 몸을 앞으로 굽혔고 한 손으로 두 사람 앞의 작은 원탁을 받치며 손으로 돈 표시를 했다. 그는 탐욕스레 입가를 핥았다.
"나도 금광이 하나 갖고 싶어."
'원작 > 해중작海中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중작 - 25. 바둑판 거리 (0) | 2021.12.28 |
---|---|
해중작 - 24. 납치 사건 (0) | 2021.12.26 |
해중작 - 22. 죽은 사람 (0) | 2021.12.23 |
해중작 - 21. 다음날 아침 (0) | 2021.12.20 |
해중작 - 20. 힐월절 (5) | 2021.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