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란은 이 요구에 미간도 찌푸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 가서 금광을 구해주지?"
"일단 빚져두고 있어도 돼." 주불의는 히죽거렸다. "난 말 잘 통해요."
"지금 빚져두면 이후에 이자가 붙을 때까지 기다릴까?"
"광산 두 개 정도야 방 천위에게는 식은 죽 먹기라고 믿어."
"……." 방정란은 한숨을 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방금 네가 겉모습만 무뢰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겉과 속이 똑같군."
상대방은 여전히 의기양양하게 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과찬입니다."
이곳은 비록 백조구에 위치해 있지만 목련 거리 일대처럼 부잣집의 엄숙함과 거만함을 품고 있지 않았고 이곳에 사는 이들 중 대부분은 성 밖에 약간의 재산이 있는 소관이나 티수를 일 년 내내 오가는 박랑상들이었다. 날이 밝아지고 온도 역시 점차 건조하고 더워지기 시작하자 아래층의 아이들은 주인을 위해 마차에 타라고 소리를 질렀고 하녀들은 그늘에 모여 거리의 은밀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따금 선명한 손바닥 소리가 들렸는데 분명 어느 눈이 달려있지 않은 파리가 손바닥에 맞아 죽은 것이리라. 방정란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진유옥이 그에게 주었던 쪽지를 탁자 위에 던지곤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쳤다. "넌 여기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지?"
"벌써 부려먹기 시작한 건가?" 주불의는 혀를 찼다. 그는 쪽지를 받아 훑어보았다. "방금 진유옥이 준 거야? 글씨 연습 좀 해야겠네……. 신명궁, 아, 거기는 전부 태학 선생님 같은 고리타분한 노인네들 뿐이야, 아가씨들도 하나 같이 재미가 없어. 아직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은 다들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꼭 남편이 죽어서 수절하고 있는 것 같지. 이 몸의 사탕을 먹고도 웃는 얼굴 할 줄을 모르는데 내가 무슨 관심이 있겠어……. 아, 맞아. 거기 사는 사람은 들어봤어, 옛 소문이 하나 있지."
"무슨?" 방정란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 사는 사람은 요노르라고 하는데 실속 없는 귀족이고 골동품이야.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골동품인 아내가 있지." 주불의는 과일 쟁반을 덮은 천을 걷고 간식을 집어 입에 넣곤 볼을 햄스터처럼 부풀리며 우물우물 말했다. "이 귀족 나리는 본래 호박왕의 측근이었는데 오 년 전에 무슨 일 때문인가 국왕에게 죄를 짓고 시골에 농사를 지으러 갔어. 옥수수를 두 번 수확하고 난 뒤 절름발이가 사전 편찬에 그가 필요해지자 다시 그를 불러들였지. 그는 그의 서적 몇 상자를 가지고 아내 그리고 그들의 외동아들을 데려왔고, 마부를 하나 고용해서 밤새 출발했지. 아마 좋은 말을 구하지는 못했는지 원래 구몽성까지는 삼 일이면 되는데 오 일이나 어슬렁거렸어……."
"넌 어떻게 내가 오전에 알게 된 거지처럼 종알거리지?"
"——다섯 째 날 그들이 납치당했어."
"……."
주불의는 빙긋 웃었다. 그가 물고 있는 그 간식은 아직 삼키지 않아서 입 안에서 계속 굴러다니고 있었다. "방금 말했지, 그 사람은 허울 뿐인 작위라고. 땅도 없고 연금도 없어서 시골에서 그 종이 상자나 뜯어먹을 정도로 가난해서 몸값을 낼 수가 없었어. 몸값을 못 내면 당연히 인질이 죽어야지. 가장 먼저 죽은 건 마부였어."
"귀족 나리는 구몽성의 옛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처럼 종이나 찢어먹는 선생들이 편지를 받았는지 알 수 없었어. 그 도적들은 그의 아들도 끌고 갔고 한 시간 뒤에 그의 아들의 피투성이가 된 옷이 되돌아왔지."
방정란은 그를 재촉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그는 왼쪽 귀로는 납치 사건 이야기를 듣고 오른쪽 귀로는 아래층 하녀들이 오늘 생선 시장의 상인들이 죽은 생선으로 사람을 속인다고 투덜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각에는 괜찮은 것 같아. 원래는 네 사람의 목숨을 사야 하는데 지금은 그와 아내의 목숨만 사면 되잖아. 쯧쯧, 만약 나였다면 나는 내 목숨만 살 거야." 주불의는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마 그의 팔자가 좋은 건지, 그 도적들이 아들을 끌고 갈 때 감옥 문을 잘 닫지 않아서 그와 아내는 이렇게 도망을 쳤단 말이야."
"너무 가짜 같은데." 방정란이 말했다.
"다들 가짜 같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귀족이 그러는데 누구도 그 때로 돌아가 그 감옥이 자물쇠가 채워졌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주불의는 마침내 그 간식을 다 먹고 씨를 뱉었다. "그와 부인은 그게 하늘의 자비이며,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신이 그들의 목숨을 구한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선행을 베풀어 하늘에 보답해야 한다고 했지—— 어차피 아들은 없어졌으니 그들은 거리에서 만나는 첫 번째 고아를 양자 삼아 자기 자식처럼 여기기로 했어."
"구몽성은 여기저기 고아로 가득하지."
"맞아. 그들은 어느 여자 아이를 입양했어." 주불의가 말했다. "그 아가씨도 명이 좋은 거지, 홍류항의 쓰레기 줍는 더러운 꼬마에서 지금은 왕녀의 시녀가 되었으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티수 왕녀 롱롱龙容 전하는 어렸을 적 한 차례 납치를 당한 일이 있어 겁을 잔뜩 먹고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무척 드물어. 심지어 그 옆에서 시중을 드는 여자 아이들조차도 깊이 숨어 있지.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이 봉황이 된 참새를 보고 싶었는데."
"다 말했어?" 방정란이 물었다.
"다 했어." 주불의가 대답했다.
"가짜군."
"분명 가짜야."
"구몽인들은 이렇게 잘 속나?" 방정란은 믿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만약 아바르의 충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독전갈 호박과 치안관들이 진작 냄새를 맡고 찾아왔을 거야. 하지만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자작은 그가 자신이 주먹만한 다이아몬드를 물려받았다고 하는 게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거야." 주불의는 입술을 삐죽였다. "치안청과 호적청에 사람이 가서 그 계집아이를 호적에 넣은 이후에야 이 일은 넘어갔지. 내 정부 중 하나가 왕녀의 시녀와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런 옛 일은 몰랐을 거야."
방정란은 그가 여기까지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 갑자기 마음이 움직였다. "네 여자가 당시 치안청과 호적청에 누가 갔는지 말했었나?"
"호적은 기억 안 나고…… 하지만 치안청에 간 사람은 기억해, 이 사람은 예전에 홍류항만 관리하던 치안 대장이었는데 이 일을 마치고 큰 공을 세웠어. 그의 사람 수십 명이 진흙구를 십 년 동안 점거해 왔던 백호방의 소굴을 박살냈고 그 자리에서 유명한 외눈박이 매 아크를 죽였고 백호방의 우두머리 도바를 잡았고, 그대로 대장에서 치안관이 됐지."
"말 돌리지 마, 이 사람 이름이 뭐야."
"팔루코."
29.
팔루코는 지금 머리가 아팠다. 그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실패했어?"
"당신이 말했잖아, 독전갈 호박과 충돌하지 말라고. 나는 말 대로 했어." 해련은 입가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물고 있었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싶기도 했고 당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굳이 찾아오는데 내가 뭐 어쩌겠어." 그는 자신의 입가를 가리켰다. "봐, 그들에게 죄를 진 결과."
"그들이 네 목숨을 가져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팔루코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한숨을 쉬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한숨을 쉬면 치안관이 가져야 할 냉엄함과 엄격함에 틈이 생기기 쉬웠다. 하지만 암투장에서의 소란으로 그가 잡으려 하던 그 거미가 바람 소리에 그물을 버리고 도망가버릴지 몰랐다. 이 손실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아예 바짝 엎드릴 것이다. "됐다, 퀼러는 풀어줘. 모든 일을 내려놔. 며칠 쉬고 적당한 때가 되면 사람을 시켜 널 찾아가게 하지."
"헤라크 건의 돈을 먼저 줘, 급히 필요해."
팔루코는 곧장 알아차렸다. "자작 쪽 돈이 부족해?"
"반 년 간 돈을 보내지 않았어. 진작 줬어야 해." 해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팔루코는 서랍을 열었고 안에서 십여 개의 동전을 꺼냈는데 금은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 딱딱한 작은 물건들을 손으로 탁자 반대편으로 내밀었고 남자는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그렇게 살래?"
해련의 동전을 누르던 검지가 멈추었다. 그는 시선을 내렸고 손가락 관절의 아직 낫지 않은 얼룩덜룩한 상처를 바라보았다. 방정란의 약은 효과가 좋아서 아프지 않았고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며칠 더 지나면 암투장에서 싸웠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을 찌른 열마의 말의 칼은 얼마나 지나야 아물 것인가?
이런 날을 앞으로 얼마나 보내야 할까?
"적어도……." 해련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시집갈 때까지 지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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