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다음날 아침, 해련은 오브라이언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상대방은 해련의 까치집 같은 머리카락과 멍든 입가에 깜짝 놀랐다. "너…… 또 형이랑 싸웠어?"
"……." 해련은 눈을 흘겼다. "그와는 상관 없어, 일하다 다친 거야."
비록 해련은 자신이 싸움꾼이라고는 했으나 오브라이언은 삼 년간 그가 지붕에서 칼을 갈고 스트레칭하며 햇빛을 쬐는 것만 보았지, 상처를 입고 돌아온 것을 보는 경우는 적었기 때문에 이웃의 직업에 별 실감이 없었다. 지금 해련의 전신이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자 그제야 "그가 정말로 위험한 일을 하는구나"라는 감각이 들었다. 작가는 머리를 긁었다. "그러면…… 너 괜찮아? 병원 가봤어?"
"찰과상이라 이틀 요양하면 나아. 무슨 일이야?" 해련이 물었다.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해련에게 건네주었다. "네 형의 돈을 돌려주려고."
"벌써?"
오브리안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 "일부야, 절반. 내가 이전에 대극장에 넘긴 원고값을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금령화 부인이 날 믿지 않았어. 다행히 그 방 선생님이 급한 불을 꺼주셨지. 지금 그쪽에서 돈을 보내서 얼른 가지고 온 거야. 일부라도 갚을 수 있으면 갚아야지, 아니면 계속 불안해."
"그에게 줘, 내게 줄 필요 없어." 해련은 하품했다. "그의 건 그의 거고, 내 건 내 거야."
내려가서 방정란을 찾으라는 말에 오브라이언은 조금 망설였다. "나도 방 선생님께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방금 문을 두드리러 갔더니 맞은편이 바로 금령화 부인의 사람을 먹을 것 같은 핏빛 입술이라 난, 난 그녀가 날 욕을 할까봐 다시 돌아왔어……."
오브라이언이 집주인을 두려워 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고 방세를 3개월을 끌며 점차 고양이를 만난 쥐가 되었다. 지금은 이미 빚을 다 갚았더라도 작가는 매일 금령화 부인이 아래층에서 큰 소리로 웃는 것만 들어도 놀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줘."
"아, 그리고 이거!" 오브라이언은 종이 표 두 장을 꺼냈다. "이건 내 이자인 셈 쳐, 받아!"
해련이 훑어보더니 눈썹 끝이 치켜 올라갔다. "대극장 표?"
"응!" 오브라이언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달 중순에 공연하는 《호숫가의 은 열쇠》야. 난 5막을 썼어. 이건 그쪽에서 내게 준 표야."
"한 막만 썼어? 보통 그들이 연기하는 그런 건 한 사람이 쓰는 거 아니야?"
오브라이언은 조금 난감하게 볼을 긁었다.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그는 신비롭게 목소리를 낮추고 손짓을 했다. "지금 대극장의 대단하신 베블린 선생은 매일 대신, 부유한 상인, 이향인들 접대에 바빠서 24시간 중 18시간은 다른 사람과 사랑이니, 아름다움이니, 자유니, 생명이니 하는 것을 토론하고 남은 1시간은 담배를 피우고 1시간은 국왕에게 찬미시를 바치니 남은 건 4시간 뿐이지."
"잠도 자야하고 말이야." 해련이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그를 향해 두 손을 벌렸다. "사람은 잠을 자지 않으면 죽지."
"하지만 극을 쓰지 않으면 돈도 없고 명성도 없어, 그러니 그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 쓰는 걸 가져가서 슬쩍 본 뒤에 자기 이름을 쓴다 이거지?" 해련은 깨달았다.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좋아. 적어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살길이 하나 더 생긴 거고, 다시는 부두에 가서 마대와 키를 비교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내가 잘 쓰면 앞으로 나만의 극을 쓰게 될지도 몰라." 이렇게 말은 했지만 말 속의 실망은 바보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이 며칠 이만한 돈을 위해 온갖 고생을 하여 턱 아래에 수풀이 우거진 것 같았다. "때가 되면 꼭 보러 가. 그리고 네 형도. 나 자신 있어, 내가 쓴 막을 본 사람들이 분명 일어나 박수를 칠 거야."
"넌 안 가?"
"난……." 오브라이언은 입술을 다물었다. "난 됐어, 자기가 쓴 걸 보는 건 민, 민망해."
"방금 자신 있다고 했잖아."
"이건 다른 일이야!" 오브라이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해련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쨌든 꼭 가겠다고 약속해. 소감을 알려주기를 기다릴게. 앞으로 티수국에서 극작의 거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말이야!"그는 주먹을 흔들었다.
해련은 웃었다. "그래, 갈게." 그는 오브라이언이 몸을 돌려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그를 불렀다. "맞다. 미래의 극작의 거장에게 물어볼 게 있어."
"뭐?"
"너 동주 풍습이 익숙해?" 해련은 문앞의 작은 공터를 보았다. 새벽의 찬란한 빛 아래 시멘트에는 어떤 온화하고 진실한 귤빛이 돌아 해련이 어젯밤 이곳에 놓였던 술, 사람 모두가 거짓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혀 끝을 잇새에 대고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술을 마실 때 잔을 하나 두고 마시지 않고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건 무슨 뜻이야?"
"너 동주 사람 아니야?"
해련은 입을 삐죽였다. "내가 티수에 왔을 때는 겨우 네다섯 살이었는데, 그곳이 어땠는지 진작 잊어버렸어."
작가는 그의 빈약한 머릿속 책장를 한참 뒤져보고서야 확실하지 않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아마…… 공양? 공양 아니면 제사야. 예전에 신명궁 도서관에서 봤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아무것도 아니야, 어제 꿈을 꿨어." 해련은 손에 들고 있는 돈주머니와 표를 보았다.
이따가 방정란에게 직접 줘야겠다.
안타깝게도 방정란은 지금 그가 기생집에서 빌린 방에 있지 않았다.
오늘은 그가 진유옥과 두 번째로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지만, 그는 지금 이 술집 입구에서 이미 한 시간을 기다렸으나 그 동주 인질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방정란도 조급해하지 않았고 심지어 옆에 있는 거지와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있었다. 그 김에 거지에게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 바다에서 사고로 죽은 아들, 그리고 8년 전 아직 여유가 있었을 때 노란 꼬리의 사냥개를 길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개였지!" 거지가 강조했다.
"음, 말만 들어도 활기찬 좋은 개 같군요." 방정란이 웃으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나 때문에 죽었어." 거지는 코를 풀고 아무렇지도 않게 몸에 닦았다. "나는 그때 우두암 쪽에 살았거든! 거기엔 감옥이 있지만 환경이 괜찮아. 보통 사람들은 소란을 벌이지 않거든. 그 겨울날 밤에 내 개가 갑자기 문 밖을 향해서 계속 짖는 거야. 난 그 녀석의 이름을 불렀지. '루터, 루터, 왜 짖어?' 개는 오히려 문을 긁더니 나가버렸어. 내가 보니 이건 나더러 따라오라는 건가? 싶었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어……. 아이, 만약 내 아내가 있었다면 나는 한밤중에는 몸을 꿈쩍도 못 했을 거야. 내가 막 문을 열었을 때 그 녀석이 휙 뛰쳐나갔는데 평소에 새를 잡을 때도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을 거야!"
방정란은 길모퉁이를 힐끗 쳐다보았고 진유옥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자는 늙은 거지의 말을 따라하며 별 생각 없이 물었다. "녀석이 뭘 봤죠?"
"봤어, 봤어!"늙은 거지는 상대가 전혀 관심이 없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 오랫동안 그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탓에 노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죽은 사람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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