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방정란이 위층에서 자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해련은 아래층에서 주방장을 도와…… 닭을 한 마리 죽였다.
그는 칼 솜씨가 대단하여 목을 베어 피를 내고 털을 뽑았고 칼 선은 닭의 가슴에 직선을 그렸다. 잠깐 사이에 이미 내장이 하나하나 탁자 위에 놓였고 손목이 다시 수십 번 움직이자 닭고기도 균등하게 그릇 속으로 들어갔다. 뚱뚱한 주방장은 깜짝 놀라서 그에게 어렸을 때 어느 술집에서 견습생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해련은 고개를 저었다.
"이치는 통하니까." 그의 이 말은 뜬금없었고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 요노르 부인이 거실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자 해련은 식칼을 내려놓고 나갔다.
"오래간만에 왔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부인은 미안한 듯 웃었다.
"아니에요, 겸사겸사라서." 해련은 거실로 돌아와 앉으며 이전의 화제를 이어갔다. "소어小语는 괜찮아요?"
"아주 좋아."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돌아왔을 때 왕녀 전하께서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했고, 수지정의 다른 궁녀들도 잘 해주는데 한 가지가 안 좋대."
해련은 놀라 급히 물었다. "뭐가요?"
부인은 검지를 내밀어 해련을 가리켰다. "딱 하나, 그 아이의 오빠가 그 아이를 만나려 하지 않아서 속상하대." 그녀는 해련의 방향으로 옮겨갔다. "너도 오빠 노릇이 참 이상하다, 분명 매번 와선 소어의 상황을 물어보고 그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할까 염려하면서 왜 만나려 하지 않니?"
왜?
해련은 고개를 숙였다. 방금 닭을 잡을 때 피 한두 방울이 손가락 끝에 튀었다. 비록 이미 물로 씻었지만 여전히 손가락 사이에 약간의 얼룩덜룩한 암홍빛 흔적이 남았다. 그는 피 묻은 손가락을 움츠리며 말했다. "그 아이는 이젠 자작의 양녀인데 빈민가의 오빠가 있을 필요가 어디 있어요, 그 아이의 명성에 좋지 못해요."
"또 거짓말이야."노부인이 한숨을 쉬다.
해련은 침묵했다.
"나도 말했고 나리도 말했지. 비록 넌 당시 우리가 해어만을 입양하길 바랐지만, 네가 바랐다면 우리는 네게 새 신분을 만들어 줄 수있었을 거야." 요노르 부인은 해련의 늘어뜨린 속눈썹을 바라보았다. "삼 년 간 나와 나리가 널 친 자식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걸 알잖니."
"됐어요, 저는 비적이에요. 자작이고 학자인 분이 강도 아들이 있는 게 대체 무슨 꼴이에요." 해련은 웃었고 고개를 기울였다. 옆 주방에서 이미 냄비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려왔고 탁자 위의 꽃 향기는 있는 듯 없는 듯해 가정의 냄새가 났다.
"나와 영감님은 네가 비적이라 생각한 적 없어." 요노르 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비적은 납치 된 사람을 구하지도, 노예로 팔리던 아이들을 구하지도 않을 거야——"
"그건 그저 거래일 뿐이예요!" 해련이 입을 열었다. "부인과 나리가 아들을 잃었고, 제가 소어를 기를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러분을 구한 거예요. 절 그렇게 고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 목소리는 너무 커서 주방장까지도 고개를 내밀었다. "부인?"
"우린 괜찮아, 계속 볼일 봐." 부인은 손을 흔들어 주방장을 돌려보내고 나서야 눈살을 찌푸렸다. "해련……."
"부인, 저는 어렸을 때 좋은 나날을 보냈어요, 충분해요. 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고 먹고 입는 걸 걱정하지 않았고, 제 아버지는 절 안고 태연성 교외의 화해를 보게 해 주었고 어머니는 제가 단 간식을 만들어 주었는데 소어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티수에 온지 몇 년 안 되어서 아버지도 실종됐고 저희 둘만 남아 서로 의지하고 살았죠. 하지만 그 아이는 저를 따라다니면 매일 항구에 가서 쓰레기를 뒤집을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심지어……." 그는 여기까지 말했을 때 눈두덩이가 이미 붉어졌으나 이를 악물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전 그 아이가 좋은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는 저보다도 더 좋은 나날을 보낼 가치가 있어요. 전 벌써 이렇게 됐으니 해어가 절 따르지 않길 바랐어요. 그때 여러분이 나타났고, 그렇게 된 것뿐이에요."
청년은 여기까지 말하고서 가슴이 여러 차례 기복하고 나서야 호흡이 가라앉았다. "부인이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아요. 부인, 하지만 전 그럴 가치가 없어요. 전 혼자 지내도 돼요." 그는 강조했다.
"오늘 돈을 받지 않으시려면 소어를 대신해서 받아주세요. 제가 소어에게 주는 미래 혼수비라고 치고요." 해련은 세게 코를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그 아이는 지금 부인과 어르신이 있으시고 미래에 좋은 남자가 남편이 되어 보살필 거예요. 저는, 정말로 오빠 노릇을 할 수가 없으니 없는 편이 나아요."
그가 여기까지 말하고 몸을 돌려 가려고 하자, 노부인은 황급히 그의 손목을 잡았다. "네가 여동생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가 만든 옷을 누구에게 줘야 하니?"
"……무슨 옷이요?" 해련은 멈칫했다.
"소어가 저번 달에 집에 왔었는데 네가 그 아이를 만나지 않으려 하니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옷을 집에 남겨두곤 네게 전해달라 부탁하더구나." 요노르 부인 역시 일어났다. "네가 간다고 해도 물건은 가져가거라. 어쨌든 그 늙은 영감탱이가 젊은이의 옷을 입을 순 없잖니." 그녀는 웃으며 해련의 손등을 두드리고 몸을 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은 흰 비단옷을 들고 나왔고 해련이 넘겨 받았다.
해련이 걸친 낡은 홑옷은 여러 해를 입은 것이라 어깨와 팔꿈치 쪽이 닳아 구멍이 났을 뿐 아니라, 며칠 전에 암투장에서 싸우다 생긴 낭패의 흔적 역시 거친 아마포 위에 깊이 새겨졌다. 그러나 손 안의 이 옷의 촉감은 아기의 피부처럼 부드러웠고 저녁 불빛 아래 흰 비단은 거의 빛을 낼 정도였다—— 이런 원단은 아마 백조구의 부잣집 도련님들의 옷장 속에서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소어가 말하길 그 아이가 문서 작업을 잘 해서 왕녀 전하가 동주 비단 한 필을 상으로 주셔서 그걸로 옷을 만들었다는구나. 옷 재단은 처음이라 바느질이 좋지 못해서 옷깃 쪽은 수지정의 언니들이 도와줬대. 자기는 못 보는 걸 알아서 여러 차례 나더러 잘 맞는지 봐달라고 당부했어. 갈아입어 볼래?" 부인은 웃으며 제안했다.
"전……." 청년은 조금 말을 더듬었다. "저는 안……."
"입어 봐." 부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잘생겼으니 입으면 분명 잘 어울릴 거야."
"그러니까요. 어울릴 거예요." 주방장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을 거들었다. 그녀는 통통한 팔을 들어 해련의 어깨를 쥐었다. "내가 돈이 있고 이렇게 예쁜 아들이 있으면 매일 불러서 이런 옷을 입힐 텐데! 제 말이 맞죠, 부인?
요노르 부인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련이 해어를 자작 부부에게 보냈을 때 꼬마는 열두 살로 키가 그의 가슴에 겨우 닿아 가냘픈 새끼 고양이 같았다. 그는 여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삼 년 간 만남을 피했고 해어에게 이런 오빠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한 순간도 그를 잊지 않았다—— 옷의 어깨와 팔 길이까지, 그는 입어보지 않아도 자신에게 꼭 맞을 것을 알았다.
바다와 대륙을 횡단하는 젊은이는 손에 칼과 삼끈, 키, 죽은 사람의 팔을 쥐고도 한 번도 떤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손바닥에 든 무게가 없는 것 같은 옷이 마치 천 근의 마음처럼 무거웠다.
"잠깐만요, 전 역시……." 해련이 더 무언가 말하기 전, 주방장은 대꾸도 하지 못하게 안쪽 방으로 밀어넣고 문을 닫았다. 그는 문 밖에서 부인이 주방장에게 저녁을 차리라고 시키는 것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32.
해련이 옷을 갈아 입고 문을 열었을 때 위층의 요노르 자작이 촛대를 들고 내려오고 있었다.
노인은 순간 집 안에 사람이 하나 더 늘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먼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더니 놀란 듯 말했다. "너는…… 해련이냐?!"
"저예요, 자작 나리." 해련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막 자작을 향해 인사를 하려 할 때 본래도 굳어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자작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방정란을 보았다.
상대의 눈동자 역시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놀라움이라기보다는, 구분하기 어려운 감정이 뒤섞여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남자는 팔걸이를 붙잡고 해련을 향해 살짝 미소지었다. "좋은 저녁이네, 해련."
자작은 의아해했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방정란이 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것을 막기 위해 해련이 한 발 앞서 말했다. "알아요, 제 이웃이에요." 그 김에 방정란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낸다.
"네, 제가 해련의 아래층에 삽니다." 방정란 역시 그의 말에 맞추었다. "제가 구몽에 오고 나서 해련이 많이 도와줬어요. 오늘은 이곳에서 마주쳤네요, 정말 공교롭군요."
"분명 공교롭네." 해련이 이를 갈았다.
안타깝게도 부인은 해련의 눈빛을 보지 못했고 청년이 이를 갈며 뱉는 말투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지었는데, 마치 괴팍한 어린 아이가 마침내 친구를 사귀기라도 한 것처럼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 "그러면 손님도 같이 식사하시죠, 저녁에 마차를 불러서 배웅하겠습니다. 맞아요, 영감님. 이전에 소어가 제 오빠에 대해 잘 안다고 했었죠, 봐요, 얼마나 잘 맞는지."
"좋네, 좋아." 자작은 내려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아래턱의 잘 관리 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맞아, 기질에도 잘 어울리고. 허리를 더 펴 봐라."
해련은 입술을 움직였다. 그는 노부인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자작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등을 펴고 고개를 끄덕여 저녁 초대에 응했다. 청년은 온 몸이 불편하여 열심히 옆쪽의 온도를 지닌 시선을 보지 않으려 애쓰다 아예 몸을 돌려 부인에게 물었다. "입어도 봤는데, 갈아입어도 되나요? 이렇게 귀한 옷을 이따 식사할 때 더럽히면 안 되잖아요."
"가렴." 부인은 무척 만족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빛났고 해련을 바라볼 때 가볍게 감탄했다. "그러고보니 클리오의 옷을 내가 몇 벌 남겨 둔 것 같네. 이따가 가져가."
"아니, 아니에요. 진흙구의 사람이 너무 잘 입으면 강도를 만나기 쉬워요. 먼저 식당에 가세요, 전 옷을 갈아입고 가겠습니다." 해련은 급히 손을 흔들며 가로막았다. 그는 얼른 몇 걸음 물러나 안쪽 방으로 갔고 방정란의 곁을 지날 때 그의 팔을 붙잡았다. "너 잠깐 따라 들어와."
방정란은 예상하지 못해 해련에게 끌려가며 비틀거렸고 거의 방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그가 막 제대로 섰을 때 해련은 방문을 닫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너 여기 뭐 하러 왔어?"
"일."
해련은 믿지 않았다.
"정말 일이야, 자작이 네가 날 도와 죽이길 바라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 와서 물어본 거야." 방정란은 설명했다.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어."
"정말?"
"정말, 자세한 상황은 이따가 식사 후에 자세히 말할게." 방정란은 진실하게 웃었다.
해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일 때가 너무 많아서 그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일단 날 속이지 않은 걸로 쳐, 나가. 옷 갈아입을 거야."
"도리어 네가 날 속였지, 해련."
"내가 뭘 속여?"
"이전에 넌 네 가족이 전부 죽었다 했어. 하지만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방정란은 해련이 걸친 옷을 가리켰다. "소어가 네 동생이야?"
청년의 안색은 불빛 아래에서 변하더니 뒤이어 강압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난 동생 없어. 그건 자작 부부의 딸이야, 나하고는 상관 없어."
"그래?" 방정란은 지적하지 않고 되려 감탄했다. "보아하니 이 아가씨가 널 좋아하나봐, 그러니 이렇게 딱 맞는 옷을 재단했지."
해련은 시선을 내리고 몸을 살폈고 눈꼬리의 옅은 칼자국이 살짝 구부러졌다. "……아마 그렇겠지."
그 역시 더 이상 상대를 내쫓는 것은 귀찮아져 급히 새 옷을 벗었고, 막 손을 놓자마자 방정란이 넘겨받았고 사내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귀하게 생각하면서 왜 나한테 성질을 내고 좋아하지 않는 척을 하지? 내가 잘 개켜줄게."
해련은 목구멍이 꽉 막혔고 마음은 더욱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어져 아예 입술을 깨물고 말을 받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낡은 옷을 집어들었다. 그가 막 양 손을 소매에서 빼냈을 때 곁에 있던 동주 여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넌 줄곧 내게 적의를 품고 있는데, 그 해전에서 후이샤가 죽어서 그래?"
해련은 이 말을 들을 때 손이 뻣뻣해졌다. 그는 먼저 소매를 잡아당기고 옷자락을 다듬고서야 대답했다. "아니야."
말이 나오자마자 방정란은 가슴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빠르게 몸을 돌려 그의 앞자락을 눌렀고 동시에 발이 걸려 방정란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뒤쪽의 벽에 기대어진 부드러운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지탱하고 있던 나무에 갑자기 무게가 실려 귀에 거슬리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방정란, 그만 안 할래! 밖에 두 사람이 내가 칼을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 것도 안 가져온 게 아니었으면 내가 오늘 분명——"
"쉬, 목소리 좀 낮춰."
이 몇 글자는 갑자기 해련의 화를 눌러 버렸다.
방정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고개를 들어 해련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눈빛이 차가운 분노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것은 정말 애매하기 짝이 없는 자세였다. 그는 이 자세를 유지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너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후이샤 때문이 아니라고 했잖아." 해련이 말했다.
"그러면 왜?"
"네가 웃는 게 싫어."
"웃어?"
"네 웃음이 싫어, 오브라이언에게, 수은에게, 누구에게든 짓는 웃음이 싫어. 넌 익숙한 사람에게든 낯선 사람에게든 다 같은 모습이야. 극장에서 연기하는 사람이나 이렇게 웃어. 수은은 나한테 네가 문제가 있다고 했고 나 역시 네가 티수에 온 목적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 그러니 난 네게 묻지 않을 테니 너 역시 날 상관하지 마. 이거 기억해." 해련의 시선이 방정란의 입가 끝으로 떨어지더니 점차 위로 올라가 결국 칠흑같은 한 쌍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내가 가짜 사람과 친구를 하길 바라지 마."
방정란은 상대의 직감에 놀랐다. "네가 처음으로 그렇게 말한 사람이야. 다른 사람은 설령 알아보았다 해도 기꺼이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되길 바라지."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야." 해련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이때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해련이 말을 할 때 얇은 입술이 벌어졌고 방정란은 상대의 이와 혀끝이 부딪칠 때의 미세한 끈적한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불빛 아래 꼬마 해적의 역광을 받은 얼굴을 바라보았고 머릿속에 순간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새 옷도 예쁘지만, 이런 편안한 옷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
해련은 상대의 넋이 팔린 표정에 더욱 화가 나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어." 방정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부러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구몽 1호 자객 겸 해적인 해련 각하가 이렇게 적대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련이 입꼬리를 잡아 당겼다.
다음 순간, 해련의 본래 무척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던 얼굴이 먼저 뒤로 살짝 물러나더니, 그 후 세게 몸을 기울였다. 방정란은 깜짝 놀랐고, 그가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칠 거라고 생각했을 때 눈 앞이 시커매지더니 이마에 갑자기 격통이 일었다. "으——"
이번에 세게 부딪쳐 해련 자신의 이마조차 붉어졌다. 그는 마침내 상대의 옷깃을 잡은 손을 놓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처음으로 방정란 앞에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술 취했을 때 네가 비교적 덜 거슬렸어."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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