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한 - 대머리 나귀야. 대머리 나귀, 대머리 나귀, 대머리 나귀!
현민 - 무슨 일이지?
설한 - 나 햇볕 쬐야겠어. 이 종이 몸이 네 주머니 속에 더 있다간 곰팡이가 피겠어.
현민 - …….
설한 - 빨리! 주머니 벌려봐, 적어도 머리는 내밀게 해!
현민 - 움직이지 마.
설한 - 내 머리 누르지 마! 누르면 가만 안…….
현민 - 어떻게 할 건데?
설한 - 너한테 보상하게 해서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릴 거야!
현민 - 그래?
설한 - 이 종이 몸이 얼마나 귀한 건 줄 알아?! 화선지, 붓, 먹과 벼루까지 다 제일 좋은 걸 썼다고! 네가 가지고 있는 걸 다 팔아도 못 갚아!
현민 -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설한 - 쉽지. 우선 첫째는 함부로 나한테 집적거리지 마. 가볍게 들었다가 가볍게 놓으라고.
현민 - …….
설한 - 그래! 맞아. 중요한 걸 더 말해줄 테니 잘 기억해 둬. 큼큼! 너는, 내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서 날이 더우면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날 시원하게 해야 해. 날이 추우면, 따뜻한 옷감으로 날 잘 감싸고! 그리고, 만약에 눈이나 비가 내리면 내가 물에 젖지 않았는지 시시각각 살펴야 해. 만약 물에 젖었으면 바로 말려야 하는 걸 기억하고.
현민 - 말 끝났어?
설한 - 안 끝났어. 아이고, 태양에 눈이 따갑네, 일단 소매로 빛 가려봐. 야! 뭐하는 거야! 내 말 못 들었어! 첫째, 가볍게 들었다가 가볍게 놓는다!
현민 - 얌전히 있어.
설한 - 흥, 이 대머리 나귀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어. 이러면 홀아비로 늙어 죽는 수가 있어, 알아?
현민 - 상관하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