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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천의풍류天意风流

천의풍류 - 제 2 장 “사도음, 건장인.”


14년 후.

이치는 방에 서서 친아버지가 물건을 정리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잔소리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째 네가 합격했을까? 다른 사람은 다들 합격하지 못했는데 너는 어떻게 합격했을까? 왜 성경에 가려고 하느냐?" 이정李庭은 말을 하면서 또 몇 가지를 보자기에 넣었다. "그 문서는 진짜냐, 가짜냐? 가짜는 아니겠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기어코 너만 합격했어. 정말 그리 좋은 직무라면 다른 사람들이 시험관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겠느냐?"
"아버지, 관고官考에서 뇌물을 주면 구족이 주살돼요.“
이정이 그를 돌아보자 이치는 곧 눈치 있게 입을 다물었다.
이정은 계속 원망했다."네가 정말 관리가 되고 싶거든 소관이 되면 얼마나 좋으냐. 우리 이 작은 동네에서 주부가 되고 현승이 되는 것이 얼마나 좋아. 성경에 가는 길이 얼마나 먼데. 만약 산속에서 승냥이와 표범을 만나고, 또 집을 약탈하는 악당을 만나면 어째, 그리고 산불, 지진, 홍수......"
이치는 자신의 100가지 죽는 방법을 들으며 서둘러 그를 끊었다."아버지, 저는 관도로 가서 객잔에 묵을 수 있어요."
"객잔은 모두 악덕이야!"
"그럼 저는 절에서 잘 수 있어요!"
"절에는 요괴가 있어!"
"그럼 이렇게 강주에서 배를 타고 갈게요!"
"그 배는 강 한가운데 가면 바닥에 물이 샐 거다!"
도망칠 수 없는 이치: "……"
이정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꼭 성경에 가야겠니?"
이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저 합격했어요."
이정은 갑자기 말했다.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는 그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두 번 기침을 했다.
이치는 잠시 멈추었다."아버지, 오늘 점심에 방금 밥 세 그릇을 드셨어요."
이정의 손동작이 멈췄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밥을 몇 입 더 먹고 싶어도 안 되냐?"
이치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되죠! 다 되죠!"
이정은 보따리를 싸고도 이치에게 건네지 않고 문턱에 꼭 껴안고 앉았다. 온통 "갑자기 살고 싶지 않아졌다"는 표정이었다.
이치는 생각하다가 꾀를 내었다. "아버지, 그런데 제가 안 가면 성경에서 사람을 보내서 조사할 거예요."
이정은 단번에 그를 쳐다보았다."그들이 무엇을 조사해?!"
"저요! 저는 지금 조관이에요. 비록 직급은 없지만, 제가 만약 이유 없이 부임하지 않는다면, 조정에서 틀림없이 사람을 파견하여 조사할 거예요." 이치는 앞으로 가서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목소리를 낮추었다."이걸 따라가다 보면 우리 집이 예전에 되팔았던....그 물건들까지 딸려 나올지도 모르고요."
이정의 표정은 즉시 변했다.
이치는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줄곧 관청과 교제하는 것을 피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치에게는 그가 이전에"그것들"을 되팔았기 때문이며, 들키면 바로 변방으로 끌려가 귀양살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이치는 지금도 그가 도대체 무엇을 팔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는 이것이 그의 아버지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번 지방 관청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세금을 징수할 때마다 그는 간담이 서늘해하다가 나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이치는 손을 내밀어 천천히 자신의 짐을 가져갔다."조사를 받을 수는 없죠. 아무래도 제가 부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이치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여러 날 계속 교착상태에 빠진 뒤 이치는 결국 부임하러 갔다. 그가 떠나는 날, 이정은 그를 붙잡고 여러차례 당부했다. "성경에서 절대 남에게 미움을 사지 마라. 너는 성실하게 소리小吏(관직)가 되었으면 된다. 얌전히 일을 하고, 다른 사람과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절대로 누구를 건드리지 말아야 해."
이치는 모두 일일이 대답했다. "네! 아버지, 그럼 갈게요."
이치는 자신의 짐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나루터에서 이정은 멀어지는 배를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배 위의 이치는 그가 줄곧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세요. 몸조심하세요. 제가 편지를 쓸게요!"
이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거 참......아이고! 이걸 어쩐담!"


이유도 없는 아버지의 두려움에 비해 이치는 기분이 좋았다. 배가 강 가운데를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보따리에서 건량을 꺼내 조금씩 쪼개서 입에 넣었다. 소년은 조용히 뱃머리에 앉아 저 먼 산의 풍경을 보았다. 바람이 은빛 물결을 일으키며 배를 에워싸고 동남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예전에 금릉이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성경으로 개명한 천년 고성이었다.
이치는 이전에 사람들에게 그곳은 부귀한 집안이 가득하고 도처에 주홍빛 옷(관복)이 있으며 명사들의 풍류가 탄탄하고 은사들이 대숲에 신선처럼 머문다고 들어 저도 모르는 새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되였다.
모두 경성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신선 같다고 하는데, 신선이 어떤 모습일까? 이치는 또 음식을 한 입 먹으며 천천히 씹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이 여비가 별로 없고 모든 것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는 한 입 물었던 만터우를 내려놓고 다시 보자기에 넣었다.
이치는 매우 가난한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가난한가? 바로 만터우 한 개를 이틀 동안 갉아 먹어야 하는 그런 가난함이다. 같은 고향의 뱃사공은 그의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 이치를 데려다 주었다. 그는 배에서 내려 녕주부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두 다리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정의 규칙에 따르면 새 관리가 부임하면 그가 어떤 품계든 조정은 그가 부임 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해줄 것이다. 성경은 문벌이 즐비하고 기풍이 호사스럽다. 새 관리가 부임하면 특히 경관이 된다. 그 연도의 지출은 필연적으로 적지 않을 것이다. 필경 관리가 되면 고급의 마차를 사도 지나치지 않고, 만약 하인을 데리고 있다면 그 하인도 말을 타고 마차를 타야 한다. 걸어서 간다? 그런 것은 들어본 적 없다.
어떤 의미에서 말하자면, 이 임의로 결재 올리는 비용은 사실 조정이 경관에게 준 첫 번째 복지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몇 십 냥으로 올릴 것이다.
후에 이치는 성경에 도착하여 경조처에서 자신의 전표를 올렸는데, 그 장부를 처리하는 관리는 위의 숫자를 보자마자 멍해졌다. "은전 6전?" 또 상대방의 본적을 보고 더욱 놀랐다. "경주에서 왔다고?!"
이치의 상사들은 그가 이 길을 어떻게 왔는지 듣고 분분히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걸을 수 있으면 걷고, 만두 한 개를 이틀 먹고, 숙박은 황산의 사찰에서 해결했다. 주머니에 몇 푼의 돈을 품고 국고 손익에 전념했다. 이런 사람은......그날 창고에 쓸려 들어가 재를 먹었다.
성경에는 너 같은 인재가 필요 없어!


이치는 이때 아직 성경 토착민들로부터 난타를 겪지 못했다. 그는 한창 산림속에서 긴 거리를 걸으며 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산속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을 보고 어서 먼저 휴식할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흑백도관이 나타났다. 도관은 흐릿한 흰 안개와 구름비 속에 숨어있었다. 이치는 손을 들어 비를 가리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결정했다.
도관의 이름은"한천관寒天观"으로 처마 밑에 어두컴컴한 등이 걸려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이 도관도 크지 않다. 문 앞의 산길은 정리되지 않았고 청석자길에는 큰 백계화가 떨어져 빗물에 젖었다. 도관 외곽에는 가시나무 울타리가 비스듬히 박혀 있어 어느 산야 은사의 거처처럼 보인다.
이치는 옷의 물을 짜서 자신의 모습을 정리한 후에야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다.


도관에서는 비가 대숲을 때리는 가운데 두 사람이 긴 복도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탁자 옆의 등불이 위로 말려 가끔 한두 번 가볍게 탁탁 소리를 냈다.
노란색 도복을 입은 늙은 도사는 손을 들어 흰 돌 하나를 두었다. "부친께서는 요즘 안녕하신가?"
"올해 초 한바탕 병을 앓고는 아예 병을 핑계로 물러나시고 지금은 동산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는 오히려 청복(한가한 행복)을 누리는군. 동산은 은거하기에 좋은 곳이지. 구름과 안개가 신선의 보물과 같은 땅을 감싸고 있으니. 그가 스스로 속세를 버리고 즐기러 떠났으니 이렇게 큰 문정(집안)이 모두 네게 떨어졌구나.”
훤칠한 손 한 하나가 바둑판에 검은 돌을 떨어뜨렸다."안 될 것도 없지요."
늙은 도사는 웃으며 말했다."너도 마음이 피곤하겠구나, 원래 한운야학闲云野鹤(한가하게 떠도는 구름과 들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학) 같은 사람이 이런 번거롭고 속된 일들을 걱정하고 있으니. 말하자면 너도 27, 8이 되었는데, 어째서 줄곧 처를 얻었다는 소식이 없느냐?"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네 마음이 너무 차갑구나. 나보다 더 도사인 것 같다. 그것도 눈더미 쌓인 그런 도사 말이다."
"세숙, 별 말씀을 하십니다."
늙은 도사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몇 년이 지났는데도 너만 나를 세숙이라고 부르는구나, 이번에 네가 귀경길에 나를 보러 와주어 마음이 매우 기쁘구나. 정원에 계화주를 좀 묻었다. 나는 이따가 다른 사람에게 몇 단을 파내라고 명령할 테니, 네가 좀 가져가거라."
"예."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는데, 열 살 남짓한 도동이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 그는 복도에서 우산을 거두고 살며시'관주'를 외쳤다.
늙은 도사가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누가 하룻밤 묵고 싶답니다.”


도동은 등을 들고 이치를 뒤뜰의 빈방으로 데려갔다."우리 관주께서 오늘 밤 이 뒤뜰에서 묵으시랍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라고 어린 도동이 겸손하게 말했다."이 집은 뒤로 몇 걸음 더 가면 주방이 있고 안에 먹을 것이 좀 있어요. 만약 배가 고프면 직접 가서 좀 가져가도 됩니다."
"늦은 시간에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가서 관주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데, 관주가 괜찮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요, 하지만 관주는 뒤뜰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으니 좀 늦게 가세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어린 도동이 등불을 들고 떠나자 이치는 고개를 들어 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는 보자기를 책상 위에 놓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대략 반시진이 지난 후 이치는 뒤뜰에 왔다. 그는 어렴풋이 먼 대숲에서 촛불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방에 사람이 없어 그도 감히 경솔하게 뛰어들지 못하고 처마 밑에 서서 잠시 기다렸다.
어린 도동은 술 두 항아리를 들고 오솔길을 지나가다가 고개를 들어 처마 밑에서 기다리던 이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세요?" 이치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도동은 이치를 알아보았다."아, 그 잠자리를 빌리신 분! 직접 와서 관주에게 감사 말씀 드리시려고요?"
"예."
꼬마 도동은 우산을 쓰면서 술 두 항아리를 옮겨야 해서 동작이 매우 어려웠다. 이치는 그걸 보고 걸어가서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복도로 술을 옮겼고 어린 도동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자, 여기다 놓으면 돼요. 관주는 이제 말씀이 거의 끝나셨을 거예요. 들어가 보세요."
이치가 손에 든 술을 건네자 꼬마 도동은 손을 뻗어 받으며 그에게 한 마디 더 일깨워 주었다."그, 우리 관주는 성질이 이상하세요. 평소에 낯선 사람을 잘 대하지 않으세요. 고맙다고 하면 빨리 나오십시오."그는 고개를 돌려 이치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이 복도를 따라 계속 앞으로 가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치는 꼬마 도동이 몸을 돌려 떠나는 것을 보고, 그제야 뒤뜰 방향을 바라보며 도동의 지시에 따라 들어갔다.
이치가 간 지 반나절쯤 되었다. 이 도관은 밖에서 보면 크지 않지만, 내부에는 뜻밖에도 다른 구멍이 있었다. 그는 줄곧 앞으로 걸어갔지만 줄곧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산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밤비도 점차 부슬부슬 세차게 퍼부었다.
그는 방금 오목장랑을 돌았는데, 바람이 갑자기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등을 불어 껐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이 탁 트였다. 마치 무슨 기이한 장면을 본 것 같았다. 그는 단번에 제자리에 멍해졌다.
처마 밑에는 어두컴컴한 송유등이 걸려 있다. 안개 낀 빗물이 들어오는 것 같다. 긴 복도 아래에는 그림자가 앉아 있는데 윤곽만 보여 대나무 잎사귀 사이에 반쯤 숨어 있었다. 그는 혼자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판에 빗물이 고여 은빛을 은은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검은 돌이 떨어질 때 그 물빛이 가볍게 출렁거렸다.
계수나무꽃이 빗물을 묻혀 가지에 걸리자 그윽한 하얀 향기가 퍼져 대나무 잎의 맑은 향기, 빗물의 비린내와 어우러졌다.
이치는 그 순간 머릿속에 두 글자,'신선'이 훅 떠올랐다.
그는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바라보았다. 심지어 무의식중에 숨을 죽이며 자신이 소리를 내면 그 그림자가 두루미가 되거나 구름과 안개가 되어 제자리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움마저 느꼈다
옆에 있던 사 가의 시위는 일찍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중 한 명이 검을 들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치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손을 들어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치는 깜짝 놀랐고 손에 든 등불이 탁, 하고 땅에 떨어져 부서졌다.
사형은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마침 한 소년이 긴 복도의 모퉁이에 서 있는 것을 보였다. 이치는 정신을 차리고 시위에게 사과하느라 바빴다."죄송합니다, 저......" 그는 고개를 돌리자 갑자기 멍해졌다. 이치는 휘둥그레 눈을 뜨고 계속 사형을 쳐다보았다. 사형은 말을 하지 않고 바둑돌을 두고 온 손을 거두었다.
14, 5살짜리로 보이는 애가 겁에 질려 말도 못하는 모양이다.
사형은 탐문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상대방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죄송해요, 저는, 저는 고의가 아니었어요...저는...맞다! 저는 감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저를 여기서 하룻밤 유숙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는 갑자기 다시 말을 더듬었다. 목구멍의 소리도 점점 가벼워졌다. 빗소리가 이렇게 커서 그가 후반부에 무슨 말을 한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형이 시위에게 그를 들여보내라고 하자 시위는 이치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말해라."
"괜찮겠습니까?" 이치가 묻자 시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은 그 아이가 재삼 확인한 후에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그의 두 눈을 훑어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이 아이는 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가 입을 여는 것을 듣자 영문도 모르고 또 멍해졌다.
사형이 물었다."왜 그러지요?"
"당신은......이 산의 신선이신가요?" 한 마디는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속마음과 같았다.
사형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나는 신선이 아닙니다. 잘못 보았군요."
이치는 그 웃음을 보고 온 머리가 순식간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금 왠지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한 느낌이 들어 얼른 정신을 차렸다. "저, 죄송해요, 실례했습니다. 무심코 실수했어요. 당신은 관주이신가요?"
"관주를 찾고 있습니까?"
"네, 저는 오늘 밤 여기서 묵어가게 되어서요, 관주께서 저를 여기서 하룻밤 묵게 해 주셔서 제가 직접 와서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밤이 깊었으니 관주도 쉬실 것 같은데, 내일 내가 대신 전해드리지요."
"네! 이 산의 도장이십니까?"
사형도 별로 설명하지 않았다."그런 셈이지요."
이치는 약간 실의에 빠져 그를 바라보다가 반응하여 자기소개에 바빴다."오, 저는 이치라고 합니다. 자는 소초, 경주 운평인입니다."
"사도음, 건장인입니다."
이 어린이는 그의 부드러운 미소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놀라지 않았나요?"
이치는 바삐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니요, 저 그냥 좀...도장님이 정말 신선 같으세요, 제가 잘못 봤습니다. 무심코 실례했어요."
사형은 이 아이가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보아하니 신선을 본 적이 있는 것 같군요?"
"아니요, 저는 그냥 상상 속에서 신선이 당신 같은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뜻은 없어요. 저는 그냥..."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도장님, 화내지 마세요."
"화가 나지 않았으니, 겁내지 마십시오."
이치도 겁이 난 것이 아니다. 그는 긴장했다. 지금 심지어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혀가 계속 꼬였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사형은 알아차리고 그에게 물었다. "앉아서 차 한 잔 마시겠나요?"
이치는 좀 의외이고 또 좀 황송하여 놀란 것 같았다.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지요."
이치는 그제야 앉았다. 탁자의 바둑판에는 역시 빗물이 고여 있었다. 흑백 바둑돌은 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었고 촘촘한 빗줄기가 긴 복도에서 날아들었다. 이치는 상대방의 소매가 젖은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도 모르게 쳐다보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실례했음을 느끼고 바삐 눈을 돌렸다.
사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검을 안고 있는 시위에게 말했다."새로운 다기를 가지고 나와라."
"예."
시위는 재빨리 새로운 다기를 가져왔다. 좋은 빙문자기잔은 마치 은백색의 연꽃처럼 그윽하게 촛불속에 담겨져있었다. 이치는 종래로 이런 다기를 본적이 없어 자기도 모르게 빤히 보았다.
한쪽의 난로 위에 새 차 한 주전자를 끓이고 있는데, 자욱한 흰 안개가 주전자 입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치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를 보지 못했고, 그가 도우려 하는데 그의 손이 그 뜨거운 차 주전자에 부딪힐 것 같자 갑자기 손목이 가볍게 가로막혔다.
사형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목을 한 번 들었다.
이치는 그 감촉을 느꼈고,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그는 멍하니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오른손 옆의 뜨거운 찻주전자를 알아차렸다."죄송합니다, 못 봤어요!"그는 손을 거두느라 바빴다. 손목에 상대방이 부딪힌 곳은 마치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사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는 덜렁거리는구나." 그는 손을 거두고 말했다. "조심하세요."
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 서툴러졌는지 몰랐다. 손목 위의 그곳은 마치 감각이 없는 것 같았다. 상대방은 손을 들어 차를 탔다. 푸르고 싱싱한 찻잎이 물속에서 펼쳐졌고 아래에서 아주 작은 은색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이치는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긴 복도 밖에는 밤비가 부슬부슬부슬 내려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이 좀 가라앉았고 이치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감사합니다."
사형이 물었다."어떻게 혼자서 이 깊은 산 도관에 와서 묵게 되었습니까?"
"저......저는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몸에 지닌 은자가 부족해서 객잔에 묵을 수가 없습니다. "
"이렇게 어린데 홀로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재촉하는 것은 그리 안전하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제가 길을 서두르기 전에 모두 현지 백성들에게 물어봤어요. 인가가 있는 곳을 똑똑히 물어본 다음에 들어온 겁니다. 만약 안전하지 않다면 길을 돌아서 갈 거예요."
사형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빛을 이치의 손등에 떨어뜨렸다. 위에는 이미 응혈된 상처가 두 개 있었다. 보아하니 이것은 산속에서 길을 재촉하는 데도 적지 않은 고생을 한 것 같다.그는 또 그의 두 눈을 훑어보았는다. 이 아이는 14, 5살 정도되어 보이는데, 얼굴은 앳된 편이라 더 나이가 어려 보였다. 이목구비는 청초하고 두 눈은 특히 부드럽고 얌전하다.그는 이치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치는 낮게 말했다."보면 볼수록 어디에서 도장님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요?"
이치는 자신이 좀 황당하다고 느꼈다. 그는 방금 상대방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일찍이 꾼 꿈이 생각났다."아주 오래 전에 항상 같은 꿈을 꾸었는데요, 꿈속에서 한 신선이 달 아래에서 피리를 불고 있었어요. 왜 도장님을 보고 갑자기 그 꿈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어다. 도장님은 정말...깊은 산속의 신선 같으세요."
사형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마 잘못 본 것 같습니다. 나는 피리를 거의 불지 않으니, 아마 신선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이치는 자신이 방금 꿈에 관한 말이 어떻게 들으면 어떤 옹색한 아첨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갑자기 불편함을 느끼고 입을 다물고 다시 열지 않았다.
이 차는 분명히 뜨거웠는데, 그는 뜻밖에도 입에 넣고 거의 삼켜서야 깨닫고 기침 소리를 바쁘게 또 숨겼다. 그는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웃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또 약간 멍해졌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차를 마시며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머리가 좀 멍하고, 또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마치 정말 우연히 신선을 만난 것 같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앉아 차 한 잔을 다 마시자 이치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사형이 말했다. "밤이 깊었으니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
이치는 무의식적으로 "네."라고 말하고는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그...그 도장님도 일찍 쉬세요."
사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는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긴 복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반쯤 걷다가 그는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았다. 그 그림자는 대나무 그림자 속에 숨어 분간할 수 없었다. 상대방은 발자국 소리가 멈추는 것을 듣고 뒤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은 갑자기 마주쳤다. 그는 한동안 감히 그 두 눈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방금 약간 가라앉았던 마음은 갑자기 다시 긴장되어 그는 얼른 몸을 돌려 빠르게 밖으로 걸어갔다.
사형은 그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 아이가 어리숙하니 오히려 약간의 재미가 있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또 그 물에 잠긴 바둑을 바라보았다. 등불이 말려서 탁탁 하고 떨어졌다. 밤에는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는 밤, 차가운 빗물에 흑백 바둑이 잠겨 있다. 약간의 쓸쓸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