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업용번역

일념지사一念之私 - 6. 내가 뭘 발견했는지 보게

야식을 준비하며 지천펑은 나와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았고 음식을 옮기는 것 말고는 대부분 조용히 그의 위치에 앉아 있었다. 옆 좌석이 다 먹자 그는 스스로 일어나 젓가락과 그릇을 정리하고 깨끗이 치운 뒤 다시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저 자식이 정말 네 이모네 모델 아니야?" 내가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본 것인지 정지에위안은 지천펑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귀에 인공 와우 있는 거 못 봤어?" 전담을 한 모금 빨고 다시 천천히 뱉으며 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모델을 해? 포토그래퍼에게 수화 하라고 해?"

돼지갈비를 신나게 갉아먹은 정지에위안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포토샵 기술이 죽이지 않아? 그의 보청기를 포토샵하면 되지. 내가 저번에 본 인플루언서도 사진하고 본인하고 완전 다르더라. 걔도 포토샵 한 건데 팬 진짜 많아."

강가는 바람이 세서 전담의 연기가 막 입에서 나가자 순식간에 진흙 비린내 나는 바람에 깨끗이 날려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부를 말하지 않았다.

정지에위안 이 녀석은 늘 일을 간단하게 생각했고 사람이 다 포용하고 호의를 베풀며 매일 히히 웃으며 일을 하다가 끝낸다고 생각했다.

그가 쉬시의 사무실에 반나절만 앉아있으면서 그녀가 전화를 받고 끊을 때의 두 얼굴을 보고 그녀가 갑을 욕하는 어휘만 들어도 이러한 유치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귀가 멀었대? 어려서부터 멀었때 아니면 크고 나서 멀었대? 내가 보기엔 천성적으로 그런 것 같은데, 말 하는 어조가 이상하잖아. 내가 예전에 알던 인플루언서가 있었는데 그 여자애도 천성적으로 청력에 문제가 있었어. 열 살이 되어서야 한쪽에 인공 와우를 달았는데 말하는 게 저 남자보다 유창하지 못해. 혀가 곧게 안 뻗는 것 마냥."

밤새 술을 적잖이 마신 탓인지 정지에위안은 말이 조금 많았고 평소였다면 내가 그를 상대하지 않으면 입을 다물 텐데 오늘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근데 예쁘긴 진짜 예쁘더라, 아마 하늘이 걔한테 문을 닫아주고 창문은 남겨준 거겠지."

그가 고객을 아는 걸 인플루언서 아는 것만큼 부지런했다면 그의 아버지도 매일 한숨 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물어본 적 없어,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겠지." 내가 말했다.

상 부인이 낳은 남자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강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옌샨화도 순조롭게 나와 지천펑을 바꿔치기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천펑이 귀가 멀은 것은 그가 세살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세살 때, 그는 병이 났다. 이 병은 본래 별 것 아니었는데 병원에 가서 약을 먹으면 낫는 것이었다. 옌샨화는 일시적인 편의를 탐내어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그에게 약을 먹였다.

약을 먹으며 지천펑에게 약물성 난청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청력이 내려가고 현기증이 일며 반응이 느려졌으나 옌샨화는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3개월 뒤 그녀는 지천펑이 일상 대화도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문제를 알아차리며 병원에 데려가 치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천펑의 청력의 손상은 심각했고 남은 청력을 지킬 수만 있어도 괜찮았고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리하여 작은 도련님은 보청기를 낀 장애인이 되었다.

그가 귀머거리가 되었어도 하늘도, 땅도 탓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 마음이 옛과 같지 않음을 탓할 뿐이다. 옌샨화는 그로 바꿔치기 했어도 그를 길러야 했다.

 

곁에 서늘한 미풍이 스쳐 나와 정지에위안은 동시에 말을 멈추었다.

음식이 나오는 출구가 바로 내 곁에 있었다. 지천펑은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

나는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아채어 떠나지 못하게 했다.

"이 요리는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저번 요리가 나왔을 때 그는 우리 요리가 다 나왔다고 했다. 거기다 주문을 한 것은 정지에위안인데 이 녀석은 호박을 제일 싫어해서 할로윈도 즐기지 않는데 어떻게 단호박전을 주문하겠는가?

손이 비고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지천펑이 간단하게 몇 마디 하는 것이 들렸다. "드리는 거예요."

누가 주는 것인지, 왜 주는 것인지, 전부 생략되었다.

"사장님 장사 잘 하시네, 이렇게 잔뜩 주문하는 경우가 많이 없나보지?" 정지에위안은 지천펑의 말에 덧붙이며 단호박전 접시를 자신에게서 멀리 밀었다. "너희 먹어, 난 됐어. 못 먹어. 좋아하는 사람이 더 먹고 낭비하지 마."

손가락 끝에 아직 따뜻한 피부의 감촉이 남아 있는 듯하여, 텅 빈 손바닥을 응시하며 나는 손가락을 비비고 고개를 들어 지천펑의 모습을 찾았다.

노점을 접으려는지, 지천펑은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서 맥주 상자를 들어올렸다. 걷어 올린 소매의 팔뚝은 힘을 준 탓에 근육의 선이 두드러졌다. 이전에는 흰 가운을 입고 있어 그가 이렇게 몸이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무릎으로 받쳐 위치를 조정하고 그는 천천히 길가의 트렁크가 열린 승합차로 걸어갔다. 키가 작고 뚱뚱한 중년 사내가 조미료 상자를 든 채 힘겹게 뒤를 쫓았다.

그야말로 개미 두 마리 같다.

바쁘고, 근면하고, 또 이렇듯 보잘것없다. 죽던 살던 이 세상에는 아무런 무게의 차이가 없다.

일단 상정바이가 진상을 알게 되면 나와 지천펑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나더러 기름때에 절은 식탁과 의자를 닦고 승합차에 무거운 물건을 싣고 옌샨화와 함께 그 좁고 어두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차라리 날 죽이는 게 나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개미라고 생각하고 의문을 품지 않고 반항하지 않았던 지천펑과 달리 나는 산꼭대기의 거인 노릇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이미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바라볼 수가 없다.

그러니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다들 각자 자리해야 할 곳에 자리하면 누구도 힘들지 않고, 누구도 불행하지 않으니 다들 기뻐할 것이다.

"가자, 가자!"

술과 밥을 배불리 먹자 정지에위안은 손을 휘두르며 사람들에게 일어나서 집에 갈 사람은 가고, 더 놀 사람은 더 놀게 했다.

나는 차키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먼저 차에 타서 기다려, 계산하고 갈 테니까."

"그래."

정지에위안은 담배를 물고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전담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는 몸을 돌려 옌샨화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거대한 파라솔 아래에 서 있었고 꼬질꼬질한 앞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몸 앞에는 이미 다 쓴 냄비가 있었다. 내가 가까워지자 표정은 점점 불안해졌다.

"샤오니엔……."

렌지를 사이에 두고 나는 그녀와 마주보고 섰다.

"얼마죠?"

"샤오니엔…… 너, 너 어떻게 왔어?"

비록 나와 그녀 둘 뿐이지만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얼마죠?" 렌지 위의 QR코드를 스캔하고 나는 다시 물었고 어조는 더욱 느리며 묵직했다.

그녀는 겁을 먹은 듯 움츠러들며 급히 계산서를 꺼내어 내게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었다.

"그에게 아무 것도 안 가르쳐줬죠?" 숫자를 입력하며 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분명히 말하지 않았어도 그녀는 내가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 간단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녀는 다급히 부인했다.

렌지 뒤에서 곧 여자 목소리의 전자음이 울리며 입금 확인을 알리고, 나는 그녀와 더는 할 말이 없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샤오니엔, 뭘 하려고 그래?" 옌샨화는 내 뒤에서 겁을 먹고 나를 불렀다. "천펑은 아무 것도 몰라, 너…… 너 그 애를 해치면 안 돼."

그 애를 해치면 안 된다라…….

발걸음을 멈추고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았다. 너무 우스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말은 그녀야말로 가장 할 자격이 없는 말 아닌가? 그녀가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아이가 편안한 생활을 보내기 바라면서도 자기가 바꿔치기 한 아이를 모질게 대하지도 못한다. 가짜 모성애를 보충하는 것처럼,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자기를 만족시키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강도질한 돈을 전부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한 강도는 강도가 아닌가?

악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않으면 악도 선이 될 수 있다니, 세상에 어디 이런 일이 있겠나? 악인이 되기로 선택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었다면 결정을 내린 그 순간부터 도덕과 인자함은 필요 없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선은 순수한 악보다 더욱 혐오스럽다.

"안심해요,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 몸을 돌리며 나는 걱정이 가득한 여인의 얼굴을 향해 웃었다. "나는 그저 그가 조금 궁금할 뿐이에요. 내 생각에……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

이 정도의 위로는 이미 나의 한계였다. 옌샨화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으나 나는 더 이상 들을 마음이 없어 그녀가 입을 벌릴 때 다시 몸을 돌려 무표정하게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사장님, 다음에 또 오세요!"

땀 범벅인 중년 사내가 이때 되돌아오며 나를 스칠 때 내 쪽을 향해 웃는 얼굴로 고개를 꾸벅거렸다.

정말 더러워.

무관심하게 힐끗 훑어보고 나는 그를 상대하지 않으며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길가 가로등 아래에서 지천펑은 승합차 뒤에 서서 허리를 굽힌 채 트렁크의 난잡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인공 와우 같은 물건은 청력을 잃은 사람이 다시 듣게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거리까지는 구분하게 할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지 선생님." 나는 그의 등 뒤에 서서 보통 음량으로 그를 불렀다.

지천펑은 퍼뜩 몸을 돌렸다. 내가 그에게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쳤고, 그 결과 균형을 잃으며 차 안으로 쓰러졌다.

다시 말해…… 설령 내가 그의 등 뒤까지 왔어도 그는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갑자기 소리를 내면 그는 높은 확률로 놀랄 것이다.

인정한다, 나는 분명 좀 의도적이었다. 싸늘한 표정보다는 당황한 모습이 좀 더 재미가 있다.

"조심해요!" 나는 그의 낭패를 감상하는 것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으나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그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서늘한 손가락이 손등을 스치고, 당황한 가운데 지천펑은 내 손목을 꽉 쥐었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되려 깜짝 놀랄 만한 힘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귓가에는 온통 시끄럽고 규칙적인 북소리가 들렸고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비강을 메웠으며 몸 아래에는 지천펑의 돌처럼 단단한 몸이 있었다.

차 안은 일년 내내 가재를 쌓아 두어 온통 기름 투성이였고 손이 막 바닥에 닿자 끈적하고 미끄러운 느낌에 역겨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급히 위치를 바꾸어 지천펑의 가슴을 짚었고 그제서야 그 시끄러운 북 소리가 그의 심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어디 부딪쳤는지 한참 움직임이 없었다. 어둑한 불빛 아래 그의 얼굴 위쪽은 그림자로 가려졌고 아래쪽은 길가의 가로등의 따스한 주홍색 불빛으로 물들어 표정을 구분할 수 없었다.

"지 선생님, 괜찮아요?"

손바닥 아래의 심박은 거칠고 혼란스러워 보아하니 방금 제법 놀란 모양이었다.

"먼저 내려가세요."

한참 뒤에야 그는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이상하게 잠겨 있었다.

넘어지면서 나는 그의 다리와 뒤얽혔는데 지금 내가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짚고 있어 자세가 분명 조금 어색하긴 했다.

"죄송해요, 눌렀죠." 나는 대답하며 몸을 옮겼고 무릎이 실수로 위를 찔렀다.

지천펑은 신음하며 내 팔을 덥석 쥐었다.

무릎이 닿은 곳의 경도가 대단하여 나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바라보았다.

내 전담이 아닌데.

공기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고 지천펑의 목젖이 떨리며 어렵사리 "저는" 하고 뱉어냈으나 한참이 지나도록 뒷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하, 내가 뭘 발견했는지 보게? 나는 지천펑의 어둠 속에 가려진 두 눈동자를 주시했다. 놀라움이 지나고 흥분이 혐오와 함께 내 전신을 휘감았다.

 

 

 

 

 

 

장패문학 링크 >> https://www.gongzicp.com/novel-4454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