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에위안의 아버지와 상정바이는 사업 상의 협력 파트너로 이 관계 탓에 나와 정지에위안은 어린 시절 자주 얼굴을 봤고, 자연스레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보다 더 놀기 좋아하는데, 지금까지도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양아치 친구들과 미친 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상정바이를 보면 늘 지음을 만나는 과한 열정이 있어서 두 집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했고, 상정바이는 이야기를 하다 짜증이 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그의 아들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강조해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놀러 나올래? 오늘 내가 전세냈어.】
휴대폰에 정지에위안의 메시지가 왔다. 프로필을 새로 바꾸었던 탓에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사진 속에서 빨간 머리의 정지에위안은 노란색 스포츠카의 본넷 위에 반쯤 기대 앉아 있었고 이마 위에는 금테 선글라스가 걸쳐져 있었으며 카메라를 향해 거만하게 두 개의 중지를 흔들고 있는 방탕한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상정바이가 그가 날 망가트렸다고 생각할 만도 했다. 그는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 위에 "나쁜 놈" 세 글자를 달고 있었다.
사실 근 2년 간 우리는 그렇게 자주 같이 놀지 않았다. 나는 술을 끊었고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차를 사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서 그의 그런 친구들에게도 별로 좋은 낯빛을 하지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도 계속 나를 불러내는 것은 옛 정 외에도 습관으로 인한 행동이었다.
대화 기록을 열 개 위로 올려도 다 비슷한 대화였다. 정지에위안은 나에게 나올 거냐 물었고 나는 "싫다"고 대답했으며, 거기서 한 글자 더 쓰는 것도 귀찮아 했다.
이번에도 여전히 거절하려 했으나 보내기 전에 생각을 바꾸었다.
【어디?】
내가 가서 싸돌아다니든 말든 상정바이는 내가 갔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가는 게 낫다.
【드디어 귀하신 몸이 행차하시네.】
정지에위안은 오래지 않아 장소를 보내주었는데, 그가 자주 찾던 클럽이었다.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내가 사는 곳에서 고작 20분 정도였다.
외투를 들고 문을 나서니 길이 막히지 않아 예상보다 5분 빠르게 도착했다.
차키를 주차요원에게 던져주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시끄러운 음악의 파도에 관자놀이가 펄떡펄떡 뛰었다.
겨우 열 시였는데도 클럽 안의 분위기는 이미 충분히 달궈져 있었고 스테이지의 남녀 무리는 마구잡이로 춤을 추었고 공기 중에는 담배와 술, 그리고 이름 모를 향수가 섞여 이상한 냄새로 가득하여 역겨웠다.
웨이터는 내 얼굴과 내가 정지에위안 일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지시할 필요 없이도 나를 데리고 2층의 가장 큰 룸으로 데려갔다.
"상니엔!" 정지에위안은 멀리서 날 보고 손을 들어 인사했다.
"니엔 형!"
"니엔 형."
그를 둘러싼 무리에는 낯선 얼굴도 있고 익숙한 얼굴도 있었는데, 열 명 정도의 사람이 잇달아 내게 인사했다.
나는 정지에위안에게도 좋은 표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의 똘마니들에게는 더욱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나는 그대로 정지에위안의 맞은편에 앉아 웨이터에게 탄산수 한 병을 주문했다.
"한동안 안 보이더니, 나는 네가 손 털었는줄 알 뻔했어."정지에위안은 눈앞의 탁자에서 담배갑 하나를 집어 넘겨주었다.
"좀 바빴을 뿐이야." 나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전담을 꺼내며 필요 없다는 표시를 했다.
그는 내 손의 검은색 전담을 보곤 눈썹을 치켜떴다. "끊었어?"
"응."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전담을 한 모금 빨자 그것은 폐부를 지나 비강으로 천천히 흩어졌다. 순간 주변의 질식할 것 같은 공기가 농후한 민트향으로 물들었다.
술을 먹고 카드 놀이를 하고 DJ의 음악에 몸을 흔들며 환호하고, 정지에위안은 잔뜩 신이 나서 아래층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상반신은 음악에 따라 가볍게 흔들려 즐거운 것 같았다.
11시가 지나자 가게는 갈수록 사람이 많아졌고 DJ는 마이크를 들고 정지에위안이 전세 낸 것에 감사하며 다들 마음껏 즐기라고 소리를 쳤다.
불빛이 2층을 비추자 정지에위안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건들건들 위스키 잔을 들어 올리며 아래층을 향해 흔들어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돈이 많고 사치스럽다. 불빛 아래의 정지에위안은 그의 아버지 앞에서의 위축된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자신만만했다.
이것이 아마 그가 클럽에 빠진 원인일 것이다. 가족에게서 받을 수 없는 인정과 추앙을 받을 수 있으니, 비록 허무한 것일지라도 술과 담배처럼 일단 중독이 되면 끊고 싶어도 끊기 어려운 것이다.
곧 12시가 될 무렵, 정지에위안은 엎드려 있는 것이 지겨워졌는지 장소를 바꾸려 했고, 내게 가고 싶은 가게가 있는지 물었다.
있기는 했다.
"야식은 내가 사, 내 차 따라오라고 해." 나는 차 문을 붙잡았다.
"그러면 길안내 해." 정지에위안은 말하고 내 조수석에 올라탔다.
삼십분 뒤 우리 일행은 강가의 낚시꾼 부두에 도착했다. 조립식 포장마차가 한 군데 모여 있으며 불빛 반짝이는 장관을 이루었다.
비록 홍시 중심구에서 멀어져 주변에는 쇠락한 주택과 낡은 건물이었지만 어쨌든 여행객이 들르는 곳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수기 끝물에 심야여도 식사를 하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스포츠카 여러 대가 길가에 멈추며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었고 포장마차 주인 몇 명은 잇달아 뛰어나와 호객행위를 하며 우리더러 자신의 가게에서 식사를 하라고 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정확한 목표를 가지며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고 장사가 가장 잘 되는 포장마차 몇 곳을 지나 부두의 가장 외진 구석에 도착했다.
"여기? 확실해?" 정지에위안은 주변을 살폈고 의심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나는 입술을 끌어올렸다. "확실해."
유난히 한산한 포장마차의 입구에서 탁자를 닦고 있떤 사내가 우리의 움직임을 듣고 고개를 돌렸고 나를 보았을 때 얼굴의 놀라움을 가릴 수 없었다.
"아, 지 선생님?" 나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천펑은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행주를 들고 있었으며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우스운 질문을 했다.
"식사하러…… 오셨어요?"
앞치마 아래에서 그는 평범한 맨투맨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 흰 가운을 걸치고 있을 때보다 냉랭함이 조금 줄었고 자유로움과 친근감은 조금 늘어났다.
"맞아요, 친구하고 같이 야식 먹으러 왔어요." 나는 지천펑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앉고 감탄했다. "정말 우연이네요, 이렇게도 만나다니."
물론 우연이 아니었다. 이 포장마차 주인은 옌샨화, 지천펑과 오랜 이웃으로 옌샨화는 매일 병원 청소 일이 끝나면 밤에 이곳에 와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리고 성수기가 되어 사람이 많을 때면 지천펑 역시 와서 서빙을 도왔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몇 년 째 바뀌지 않았다.
그 거북이가 만들 수 있는 화제는 정말 제한되어 있어 지천펑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나 역시 이렇게 인공적으로 우연한 만남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천펑아, 와서 음식 옮겨. 내가 가게 볼게." 말을 하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천펑은 고개를 돌렸다. "가요." 그는 탁자 위의 접힌 종이를 내 품으로 밀어넣으며 말했다. "메뉴예요, 보고 있으세요." 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
그가 떠나자 몸 앞을 가리는 것이 없어져 이쪽으로 걸어오던 옌샨화 역시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저도 모르게 크게 커졌고, "상"자가 입 밖으로 나오려던 찰나 내 서늘한 눈빛에 도로 내려갔다.
그녀는 다급히 뛰어왔고 손바닥을 다급하게 허리춤의 앞치마 위에 몇 차례 닦았다. "앉…… 앉으세요…… 다 앉으세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정지에위안에게 포장마차의 간판 메뉴에 대해 설명하며 옌샨화는 때때로 나를 몰래 훔쳐보았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주시는 대놓고 직시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하나 없었지만 만약 일부러 지적한다면 되려 사람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
볼 테면 보라지, 어차피 다른 사람은 절대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알아낼 수 없을 테니.
"네가 주문해." 메뉴를 고르는 큰 임무를 정지에위안에게 맡기고 나는 주변을 살폈고 시선은 먼 곳의 지천펑에게로 향했다.
부두의 다른 십여 개, 스무 개의 식탁이 있는 포장마차에 비해 "이 아저씨 포장마차"는 원탁 세 개 뿐으로 하나 당 대여섯 명 밖에 앉을 수 없는데 위치도 구석지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이라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일행이 오기 전에 포장마차에는 식탁 하나에 두 사람이 앉아있을 뿐으로 다른 집에 비하자면 "쓸쓸하다"라고 형용할 수 있었다.
지천펑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으며 그 김에 손님이 다 먹은 접시를 치웠고 그 사이 내 쪽을 보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를 향해 웃으며 가장 큰 선의를 표시했다.
그의 시선은 내 얼굴을 가볍게 스쳤고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어 내게 어떤 대답도 주지 않았다. 마치 귀만 먹은 것이 아니라 눈도 멀은 것 같았다.
"이정도로 하지." 정지에위안은 삼가지도 않고 종이 한 장 가득하게 주문을 했다.
옌샨화는 반복하여 확인하곤 우리에게 음료를 가져다준 뒤 사장을 도왔다.
"이 포장마차 사장하고 아는 사이야?" 정지에위안은 일회용 젓가락을 뜯곤 궁금한 듯 물었다. "이건 네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닌데. 너 이런 더러운 길가 좌판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사장은 모르고 종업원은 알아." 나는 가스레인지 뒤에서 익숙하게 잔반을 짬통에 버리는 지천펑을 가리키며 거북이 병간호 건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그 거북이의 생사를 신경쓴다고?"
나와 정지에위안은 취미가 비슷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어렸을 적부터 같이 놀던 사이라 그는 단박에 중점을 파악했다.
"어쨌든 그 오랜 세월을 길렀으니 감정이 생기는 것도 정상이지." 더러운 접시를 처리하고 지천펑은 옌샨화의 곁으로 갔다. 그녀의 일을 받으려 하는 것 같았으나 그녀가 웃으며 가로막았다.
사장 리창은 두툼하게 생긴 중년 돼지로 몸에 걸친 짧은 티셔츠는 이미 푹 젖었고 이마와 목에서는 계속 땀이 흘러 저 방울방울 가득한 땀방울이 실수로 그가 만든 요리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천펑과 무슨 말을 했고 지천펑은 옆에 있는 주전자를 들어 그의 입가에 가져가 그에게 물을 먹였다.
리창은 시원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상냥하게 웃더니 턱으로 렌지 옆의 의자를 가리켰고, 가서 쉬라는 뜻이었다.
지천펑은 입가에 웃음을 띄더니 마침내 거절하지 않고 앉았다.
"처음엔 그 거북이를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조만간 삶아버리겠다고 했었잖아." 어렵사리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화제를 찾은 탓인지 정지에위안은 계속 그 거북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시선을 거두었고 어투에는 저도 모르게 조롱이 담겼다. "사람 마음이 그렇지, 항상 복잡하잖아."
용은 용을 낳고 봉황은 봉황을 낳는다. 비록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는 옌샨화를 닮았다.
25년 전 옌샨화가 임신 7개월일 때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편은 쉬는 시간에 동료와 카드 놀이를 하다가 충돌이 일어나 벽돌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아 남자 아이 하나를 조산했는데, 바로 나였다.
집안의 유일한 경제적 재원을 잃고 거대한 치료비와 포대기에 쌓인 아이를 마주하며 그녀는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고 결국 병원의 호의적인 간호사의 소개로 상 씨 집안 작은 도련님의 유모가 되었다.
상 부인 쉬완이는 난산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죽고 아이를 하나 남겼다. 상정바이는 갑작스레 아내를 잃고 사업도 중요한 시기에 부딪쳐 내우외환이 겹쳐 골머리를 앓았다. 아이는 몇 번 볼 틈도 없이 이 얌전한 얼굴의 여인에게 맡겼다.
이 일은 옌샨화에게 있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구사일생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장래와 상 가의 우월한 집안 환경에 사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아이와 상 가의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했다. 그 이후로 나는 상정바이의 아들이 되었고 지천펑은 그녀의 아들이 되었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복잡한 것이 아니었으면 옌샨화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겠는가? 만약 사람의 마음이 복잡한 것이 아니었으면 나는 또 어떻게 여기 앉아서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녀와 서로 모르는 체를 하고 있겠는가?
이기적인 것은 본능이고 탐욕은 천성이다. ; 선은 순간이고 악은 평생이다. 옌샨화가 그러하고, 나는 그녀의 아들이니 자연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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