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고 있어?"
모니카는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내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나는 내색 없이 메일을 끄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후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이러는 거 예의 없어."
모니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봤어, 잘생긴 남자던데. 성적 취향이 바뀌었어?"
모니카는 올해 스물 네 살로 178cm의 큰 키를 자랑하여 7cm 힐을 신으면 나와 거의 비슷했다. 그녀는 내 작은 이모의 회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여성 모델 중 하나로 이탈리아와 덴마크 혼혈이었다. 보기 드문 붉은 머리카락과 얼굴에 드문드문 자리한 주근깨는 그녀를 운동 브랜드의 환영을 받게 했고 시즌이 되면 계약이 잡혔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중국어가 능통하여 예전에 자신에게 중국 이름도 지어주었는데, "양위환杨玉环"이라고 했다. 만약 뒤늦게 이 미인이 삼십 대에 죽어 재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니었으면 아직까지도 여기저기에 그녀를 위환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1
"네가 남자를 좋아해도 나는 좋아할 일 없어." 나는 차갑게 말했다.
모니카가 방금 힐끗 본 것은 사설 탐정이 보낸 지천펑의 근황 종합이었다. 그 안에 상대의 일상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모델처럼 찍혀서 그녀가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옌샨화는 나와 혈연 상의 모자이기는 하지만 우리 둘은 완전한 남이었다. 25년 간 그녀는 한 번도 내 생명에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가볍게 그녀를 믿고 자신의 중요한 미래를 그녀의 입에 완전히 내맡길 수 있겠는가?
3년 전부터 나는 전문 사설 탐정을 불러와 그녀와 지천펑을 감시했다. 매주 탐정 사무소는 두 사람의 종적, 교우 관계 등등을 정리하여 메일로 보내주고 있었다.
옌샨화는 내가 지천펑의 졸업과 실습에 대한 일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지천펑이 실습 급여를 받았던 날 작은 케이크를 사서 이 일을 축하했다는 것까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모니카는 내 곁으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당신과 그 여자들이 오래 가지 못한 건 당신이 정확한 "타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
내가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을 보다 못한 작은 이모 쉬시许汐는 자신의 모델 회사인 "아리아"의 사장이라는 한직 자리를 주어 내가 상정바이의 앞에서 모습을 갖추어 욕을 덜 먹게 했다.
나는 매일 출근할 필요도, 회사의 어떤 결정과 경영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 이따금 쉬시가 나더러 컴퓨터 앞에 앉아 모델을 보고 사인할 모델을 고르게 했다. 그녀는 줄곧 나라는 사람은 그닥이지만 미인을 보는 눈은 뛰어나 무척 독창적이라고 했다.
"자기하고 같은 몸하고 하는 게 역겹지 않나?" 나는 조금 싫은 듯 말했다.
한직이기는 하나 내 신분이 있어서 아리아는 위에서 아래로 내게 존경을 표하거나 알랑거리는 이들 뿐이었다. 모니카만이 감히 나와 농담을 하고, 또 감히 섹드립을 했다. 그 원인의 일부는 그녀가 천성이 그런 것도 있을 것이나, 가장 큰 원인은—— 그녀가 쉬시의 동성 연인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하게, 키스하고 자는 그런 종류의 연인.
내가 좀 효성스러웠다면 그녀를 "작은 이모부"라고 존칭할 수 있었다.
"다르지." 모니카는 양 손으로 가슴 앞의 공기를 쥐고 내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자부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 "리사의 가슴은 나보다 훨 크고 개 부드러우니까!"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미국 바퀴벌레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날갯짓이 일으키는 진동 소리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간담이 서늘해지게 할 수 있는 생물은 없었다.
그녀의 말에 어떤 평가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어느 두꺼운 서류철이 그녀의 머리를 비스듬하게 때리며 "툭" 하는 소리가 일었다.
쉬시는 어느 틈엔가 우리의 뒤에 서서 붉은 입술을 다문 채 얼굴에 옅은 분노를 띄고 있었다.
"포토그래퍼가 널 한참 기다렸는데 여기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네. 내가 네게 일을 너무 적게 줬니?"
모니카는 아프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가리고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아직 시간이 안 된 줄 알았네. 바로 갈게, 가, 화내지 마!" 말하며 도망치듯 멀어졌다.
모퉁이로 사라진 여자 아이를 향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 쉬시는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녀가 나와 한 판 할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18금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녀의 연인이라는 것을 이깨워주려 했을 때 상대가 입을 여는 것을 들었다. "듣자하니 또 정신과 의사를 잘랐다며?"
쉬시는 아름답고 전신에서 성숙한 여인의 정취가 드러나 모니카 같은 햇살 소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비록 "작은 이모"지만 그녀는 사실 나보다 고작 열 살이 많을 뿐이었으며 내 명의 상의 어머니인 상 부인의 막내 여동생이었다. 성적 취향 문제로 나와 상정바이 말고는 이미 집안 사람들과 왕래를 끊었다.
"내가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뭘 정신과 의사를 만나." 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휴대폰으로 이전에 보다 말았던 영화를 켰다.
"너하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소용 없어, 네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해야지. 네가 멋대로 화내는 습관을 고치고 늘 일을 치지 않으면 네 아버지가 너더러 병원 가라고 강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가 바라는 건 아들이 아니야." 나는 웃으며 일침을 놓았다. "그가 원하는 건 그와 똑같이 생긴, 완벽한 복제품이지. 이 복제품은 어떤 감정 기복도 없어야 하고 항상 냉정하고 현명해야 하면서 로봇 같은 가짜 웃음을 지어야 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를 만족시켰던 적이 없다. 이전에 나는 그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또 나 자신의 문제인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씨앗이 아니니 아무리 해도 그의 기대에 미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 지천펑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해. 모처럼 회사에 왔는데 오후에 같이 밥이나 먹을래?" 쉬시는 화제를 바꾸었다.
"됐어, 오후에 약속 있어."
"또 여친 사귀었어?"
그녀가 보기에 나는 아마 곁에 누가 있어야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리라. 나는 분명 그녀들의 요구를 기꺼이 만족시켜주고 싶어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번은 아니었다.
"아니야, 우리 집 거북이 진찰하러 가."
그녀의 책상으로 향하던 걸음은 갑자기 풀이라도 바른 것처럼 뚝 멈추었고 표정은 말할 수 없이 이상했다.
"너희 집…… 거북이?"
그래, 우리 집 거북이.
나는 손바닥 만한 남생이를 택배 상자에 넣고 지천펑이 있는 동물 병원으로 데려갔다.
대기 구역에서는 나처럼 자기 집 애완동물을 데려온 남녀가 여럿 앉아 있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한 탓인지 맞은 편의 모르는 사이인 젊은 여자들이 점차 떠들기 시작했다.
"그쪽도 인터넷에서 보셨어요? 저도요. 제가 듣기로는 여기 의사 선생님이 대단하고 특이한 동물도 다 본대서 저희 집 여우를 데려와 진찰 보려고요." 흰 옷의 여자아이는 무릎 위의 등나무 가방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병원 계정은 계속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정보 공유하는 것도 전문적이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도 질서정연해서 논리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최근에 온 선생님이 있는데, 아, 그분 얼굴 정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완전 잘생겼어요. 잘생기고 전문적이기까지 해요." 분홍 치마의 여자아이는 말하면서 흥이 일어 데시벨이 좀 높아졌다.
이런 자그마한 동물병원에도 공식 계정이 있다니? 정말이지 빅데이터 시대다, 뭐든지 데이터화를 하는군.
쉬시는 며칠 전에 공식 계정을 만들어 모델 업계의 일상적인 영상을 업로드할지 고민했다. 첫째로는 지명도를 좀 쌓기 위함이고 둘째로는 역시 정보 공유를 하여 진상을 모르는 군중들이 모델 대화방에 들어갔다고 해서 반사동盘丝洞에 들어간 것처럼 도처에서 다 날뛰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2
두 여자 아이는 얼마 되지 않아 번호를 불려 하나둘 떠났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어 몇 개를 입력했고 금방 각 플랫폼에서 "백상과 동물병원"의 공식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가장 많이 본 그 영상을 켰다—— 주인공은 지천펑과 해적 눈을 한 흰 고양이었다.
흰 고양이는 체형이 고르고 전체적으로 잡털이 하나도 없었으며 온전한 눈 한쪽은 순수한 파란색이었으며 다른 쪽 눈은 눈두덩 쪽이 살짝 내려앉아 흉험한 흉터가 있었다. 아마 안구에 손상을 입어 적출 수술을 한 것 같았다.
동영상 속에서 지천펑은 긴 의자에 누워 머리를 화면 반대쪽으로 기울이고 가슴은 천천히 기복하여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페르시안 고양이 혈통으로 보이는 장모 고양이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가 고개를 들어 잠시 관찰하더니 뒷발에 힘을 주어 가볍게 위쪽의 남자의 품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지천펑은 고양이의 무게에 눌려 깨어났고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정면이 이렇듯 아무 예고 없이 동영상에 나타났다. 인상 깊은 그윽한 눈매와 청량감을 지닌 얇은 입술, 그리고 날카롭고 깔끔한 턱선이 시각적 충격이 만점인 남성의 얼굴을 구성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졸음기로 멍했다. 나는 그가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였으면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망 한 마디 하지 않고 시선을 내렸고 습관처럼 무릎 위의 흰 고양이를 안아 입술을 가볍게 고양이의 머리에 대고 턱으로 고양이의 귀를 비비며 그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다.
흰 고양이는 긴 꼬리로 부드럽게 남자의 팔을 스쳤고 머리를 상대의 목덜미에 대었다. 그것만 봐도 고양이가 몸 전체를 상대의 몸에 붙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양이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지천펑은 흰 고양이에게 잠시 입 맞추고 너무 졸린 것인지 고양이를 끌어안고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갔다. 흰 고양이는 얌전히 그의 가슴 앞에 몸을 웅크리고 발버둥치지 않은 채 흡족하게 눈을 감았다. 둘은 마치 뒤얽힌 연인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엄마, 나 연애 해!】
【내가 인외에 꽂히다니, 살려줘!】
【기 선생님 얼굴도 장난 아니다 나도 내 몸의 살 5kg로 그의 품에 안겨서 이마에 뽀뽀 받고 싶어!】
【나 닭처럼 소리 질렀어! 옆집 일흔 살 할머니는 날이 밝은 줄 알았을 거야!】
【잘생긴 사람의 총애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 그 누가? 우리의 줄곧 냉랭했던 선장님까지 함락시켰어! 야옹이는 역시 얼빠구나!】
심지어 이건 정보 공유 영상도 아니고 지천펑이 고양이를 껴안고 자는 것인데 뭐가 보기 좋은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돌아가서 다시 봤는데 이번에는 자막을 꺼버렸다. 화면을 가리는 자막이 사라지자 지천펑의 살짝 올라간 입술의 각도까지도 선명해졌다.
나는 원래 싸늘한 계열의 외모가 웃음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웃으니 약간의 "겨울 날의 따뜻한 태양"의 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쉬시에게 이력서를 냈다면 나는 그녀에게 그와 사인한 뒤에 가을과 겨울 시즌의 남성용 트렌치코트 광고로 내보내게 했을 것이다.
보모의 손에서, 빈민굴에서 자라 어렸을 적부터 괴롭힘 당하고 듣기 싫은 별명으로 욕을 먹었던 녀석이 왜 이런 미소를 짓는 것인가?
돈도 없고 권세도 없고, 삼십 만의 수술비도 내지 못하는 인생에 뭐 즐거울 게 있는가?
나는 영상을 잠시 멈추고 지천펑이 고양이를 안은 채 옅게 드러낸 웃는 얼굴의 화면을 주시했다.
어쩌면 데이터 때문에 일부러 연기한 것일 수도 있다…….
"상 선생님이세요?"
눈 앞에 손이 흔들리는 것을 깨닫고 나는 이어폰을 뺐다.
"접니다, 벌써 제 차례인가요?" 나는 휴대폰을 넣고 종이 상자를 안고 일어났다.
"네, 이쪽으로 오세요." 테크니션은 나를 복도 반대편으로 안내했다. "지 선생님 예약하셨죠? 진료 볼 동물은 남생이고요?"
"맞습니다."
"지 선생님은 저희 인기 선생님이세요, 요즘 예약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테크니션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테크니션의 안내를 따라 "3"번 진료실에 들어갔다.
"지 선생님, 남생이고요 나이는 여덟 살 정도에 수컷입니다. 증상은 음식을 안 먹고 활기가 없어요." 테크니션은 내가 이전에 등록했던 정보표를 방 안의 젊은 남자에게 준 뒤 진료실을 떠났다.
상대는 서류를 잠시 보더니 마스크를 쓴 얼굴을 컴퓨터 뒤에서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상…… 니엔?"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아 그의 외모와 잘 어울렸고 음조는 무척 이상했다. 모니카처럼 완전히 음이 다른 건 아니었고, 그저 조금 표준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저예요."
그의 시선은 내 얼굴에서 잠시 머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내려놓곤 몸을 컴퓨터 쪽으로 돌렸다. "반려동물 이름이 뭐죠?"
나는 책상 위에 택배 상자를 올려두었다. "풀小草이요."
몇 년 간 이것은 이 거북이가 처음으로 이런 정식 이름을 가진 것이었다. 평소는 탕비안만이 다정하게 "거북아" 하고 불렀고 나는 기분이 좋을 때면 "자라"라고 불렀다.
이름을 확인한 뒤 지천펑은 상자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접근에 나는 손쉽게 그의 몸의 옅은 숨결을 맡을 수 있었다. 향수 향은 아니고, 심지어 바디워시 향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병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비누의 향이었다.
값싸고 떫기까지 하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였다.
지천펑은 조심스레 상자 속의 거북이를 집어 들더니 내 앞에서 자세히 검사하기 시작했다. 긴 손가락이 거북이의 등껍질과 몸을 만지작거리며 의심할 만한 병의 증상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반응은 꾸며낸 것 같지 않았고 옌샨화는 내 신분을 그에게 알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어쩌면 누군가가 그들 모자에게 삼십 만을 빌려주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는 분명 지금까지도 그를 도와준 "착한 사람"에게 감사하며 하루 빨리 돈을 상대에게 돌려줄 생각 뿐일 것이다. "착한 사람"이 그의 삼십 만이 아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빨리 죽기만을 바랄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삼십 만을 삼 년을 갚았고 이 년을 더 갚아야 다 갚을 수있다는 것을 보면 수의사라는 일이 그닥 돈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모델을 해서 광고를 두어 개 찍으면 한 달이면 다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예 옌샨화에게 돈을 좀 주어 그녀더러 지천펑을 외국으로 보내 계속 공부를 시키게 할까. 그가 국내에 있으면서 내가 조마조마하지 않도록…….
"혹시…… 계속 쳐다보지 않으실 수 있겠습니까?" 지천펑은 거북이를 뒤집고 계속 그의 배를 살폈다. 말을 하며 내 쪽을 훑다가 다시 가볍게 제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리둥절했다가 곧 깨달았다. 그는 내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죄송해요, 실물을 처음 봐서 실수했네요." 웃는 얼굴을 보이고 나는 뒤로 물러나 서로의 거리를 벌려 자신의 압박감을 낮추었다.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상대하기 귀찮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상대의 관심이 온전히 거북이에게 향한 것을 보자 내 입꼬리가 조금씩 내려갔다.
불쾌했다. 어쩌면 그는 그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뿐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듣기에 그가 무어라 하든 다 귀에 거슬렸다.
하물며…… 분명 남자를 좋아하는 변태인데, 무슨 신성불가침인 척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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