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업용번역

일념지사一念之私 - 1. 봉황은 닭장에 떨어져도 여전히 봉황이었다

나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살쾡이로 태자를 바꿔치기 하는 사건狸猫换太子[각주:1]에서 내가 바로 그 살쾡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굴곡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기복 없는 음표가 세상에 전해 내려가는 유명곡이 되지 못하듯, 만약 하늘이 이것으로 내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이게…… 이 몇 달간의 돈이야." 옌샨화严善华는 조심스레 접힌 흔적이 분명한 크라프트 봉투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까무잡잡하고 거친 손바닥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바지의 솔기를 만지작거렸으며 손에 무언가 없으면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숙취, 허기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내 기분을 망쳤다. 탁자 위에 바로 놓인 봉투를 훑어보고 나는 혐오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가도 돼요."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망설이고 주저했고, 눈 속에는 나를 역겹게 하는 사랑과 미련으로 가득하여 한 걸음도 발을 떼지 않았다.
"너 요즘…… 잘 지내니?"
이렇게나 뻔뻔하게 뻔히 아는 것을 묻다니. 그녀야말로 내 친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내 인생이 어디 잘 지낼 수가 있겠는가? 그녀가 내게 잘 지내는지 묻는 것은 사실 정말 내가 어떻게 지내는 것이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회를 빌려 나와 관계를 좁혀 내가 필요할 때 더욱 쉽게 요구를 입에 올리기 위함일 뿐이다.
"천펑晨风이 벌써 실습을 시작했어……. 그 애가 하는 말이, 2년 안에 돈을 전부 돌려줄 수 있을 거래."
나는 소파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살짝 턱을 들어 그녀를 주시했고 지천펑纪晨风의 이름을 듣자 눈가가 저도 모르게 떨렸다.
"지금 자비로운 어머니인 체라도 하는 겁니까?" 나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옌샨화는 말이 뚝 멈추고 안색은 창백해졌다.
"나는……." 그녀는 건조하여 껍질이 일어난 입술을 우물거렸으나 아무 것도 반박하지 못했다.
궁상맞고 초췌하고 겁을 먹어 보기만 해도 화가 난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나를 낳았고 생물학적으로 내 몸 속의 절반의 유전자의 제공자였다.
이런 사람이…… 이런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여인이 나와 지천펑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보모의 아들인 나를 금의옥식 하는 생활을 보내게 했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도련님인 지천펑을 빈민굴로 전락시켰다.
나는 사실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녀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 하지만 그녀는 이 비밀을 평생 뱃속에 썩힐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아마 더욱 감사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 분명히 그녀가 직접 나와 지천풍을 가로챘는데 지금에 와서 무슨 선량한 어머니 설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일까? 지천펑은 그녀에게 속아 넘어갔을 수 있지만, 모든 진상을 아는 나는 그저 그녀가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이 내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비록 그녀가 제3자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장담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어느 날 정신을 놓고 상정바이桑正白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상정바이의 성격으로 보아 친아들인 내게도 줄곧 내게 관심이 없고 자애심이 없는데, 나와 그가 조금의 혈연 관계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의 친 아들의 짝퉁 살쾡이를 갈아치우고 나를 완전히 끝장내어 홍시虹市에 머물지 못하도록 할 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성미를 누르고 말투를 누그러트렸다. "말했죠, 삼십 만은 갚지 않아도 됩니다. 이 정도 돈은 내게 있어 별 게 아니에요."
옌샨화의 얼굴에는 아직도 내 말로 인한 난감함이 남아 있어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쉰이 되지 않았는데도 머리카락은 이미 잿빛이었고 눈가에는 긴 주름이 자리하였으며 피부는 건조하고 어두웠다.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영정 속의 아름다운 "어머니"에 비해 그녀는 늙고 추하여 나는 조금의 친근함도 느끼지 못했다.
"아직 일이 남았나요?" 나는 다시금 축객령을 내렸다.
그녀는 목을 움츠리고 고개를 흔든 뒤 몸을 돌려 한 걸음씩 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어 이렇게 소파에 앉아 그녀가 떠나는 것을 눈으로 배웅했다.
문가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문득 고개를 돌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잘 쉬어야 해."
하,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거 아니야?
나는 차갑고 무표정하게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먼저 시선을 옮겨 문을 닫고 내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녀를 주시했다.
실내는 고요함을 되찾았고 폐부 깊숙하게 탁한 숨을 뱉어낸 뒤 소파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나는 몸을 일으켜 욕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도중에 두꺼운 가운을 벗어버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샤워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는 조금의 열기도 없어 차가운 물줄기가 피부로 떨어지며 무시하기 어려운 고통이 일었다. 하지만 금방 몸이 이러한 온도에 적응하자 모든 것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옌샨화의 일에도 이렇게 마비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손톱으로 어깨를 움켜쥐자 눈에 거슬리는 핏자국을 남겼고 이마를 차가운 타일에 대었으나 마음 속의 분노를 꺼트리지는 못했다.
내 몸에 그렇듯 천하고 궁색한 피가 흐르고 있다니. 너무 역겨워.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의 아들일 수가 있을까, 분명히 무언가 잘못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은 하고 싶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잘못 되지 않았다, 내가 바로 그 여자의 아들이다.
삼 년 전 그녀가 나를 찾은 뒤 나는 몰래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친자 검사를 했고 나와 그녀는 반박할 여지 없는 모자 관계였다. 상정백 쪽과도 미약한 기대를 품고 친자 검사를 했지만 그 보고서는 펼쳐 보고 나서 몇 분 뒤에 바로 갈기갈기 찢겨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갔다.
목욕을 마치자 몸이 얼어 갈수록 창백해졌고 나는 넓은 거울 앞에 서서 이마에 물을 떨어트리며 거울 속의 좋지 않은 안색의 자신을 음울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미간이 방금 여인과 약간 비슷한 것 같았다.
"와장창!"
홧김에 세면대 위의 모든 병을 쓸어버리고 드라이기로 모든 것을 비추어내는 거울을 박살냈다. 부서진 유리가 온 바닥으로 떨어지고 한 조각이 날아와 내 발목을 긁어 상처를 남겼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그것까지 돌볼 여력이 없었다.
문가에서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 시간이면 생각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엉망이 된 바닥을 발로 걷어차고 나갔고 탕비안唐必安이 크고 작은 배달 음식을 든 채 어렵사리 발로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그는 고개를 들자 내가 아무 것도 입지 않고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손 안의 물건들을 떨어트릴 뻔했다.
"금방 닦아 줄게요." 그는 배달 음식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탕비안은 나보다 두 살이 어리고, 내 아버지…… 상정바이의 수행비서의 아들이었다. 너무 멍청하여 공부를 잘 하지 못하고 처세에도 익숙하지 못하여 내 쪽으로 보내 똘만이 노릇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상정바이를 모시고 아들은 나를 모신다.
욕실의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광경에 놀랐는지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왔고 손에 커다란 수건을 든 채 나를 머리부터 감쌌다.
"나 피나." 나는 수건을 잡아당겼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한 걸음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멈칫하더니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폈고 마침내 내 발목에서 그 작은 상처를 발견했다.
선혈이 마르지 않은 물자국을 따라 옅은 핏자국을 남기며 눈처럼 흰 면 슬리퍼로 스며들었다. 그는 의료상자를 가져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면몽으로 나 대신 상처를 치료했다.
눈꺼풀을 내려 그의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탕비안의 절대적인 충성스러운 태도는 나를 기쁘게 했다. 그가 반창고를 붙이자 나는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바닥을 딛은 뒤 그에게 욕실과 슬리퍼를 깨끗이 치우라고 시켰다.

배달 상자는 온 상을 가득 메웠는데 전부 내가 좋아하는 요리였다. 샤오탕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노력은 하는 편이라 좋은 개였다.
나는 밥을 먹는 게 느려서 한 입 먹고 휴대폰을 한참 만지작거렸는데 그 사이 탕비안은 욕실 청소를 끝내고 슬리퍼를 세탁한 뒤 나 대신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거실에는 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다우림 수조가 있었는데 3mX1mX2m의 크기로 가산석, 흐르는 물, 이끼가 전부 갖추어져 있었고 시간마다 위에서 물안개도 뿜어져 나왔는데 내가 오 년 전 큰 돈을 들여 구성해 놓은 것이었다. 이런 조경을 해 놓은 것은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라 거북이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거북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내 애완동물이 아니라 내 전 여친이 남긴 것이었다. 그녀는 내 작은 이모 회사의 외국인 모델로 일이 끝나 귀국하게 되며 거북이를 내게 남겨주었다. 그것과 함께 격렬한 욕설 편지도 함께 남겼다.
어쨌든 이 몇 년 나는 그것을 잘 보살폈고 혹은 탕비안이 잘 보살폈다고 할 수도 있어서 거북이는 처음보다 이미 한참은 더 커졌다.
"도련님, 거북이가 며칠 밥을 잘 안 먹는 것 같아요." 탕비안은 다우림 수조의 문을 열어 고개를 들이밀고 잠시 관찰하더니 조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드디어 죽는 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고개를 들어 그쪽을 보고 별 관심 없이 말했다.
"병원에 데려가 볼까요?" 탕비안은 소파 곁으로 가 흐트러진 쿠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를 보는 의사가 거북이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니면 수산물 파는 곳에 가서 사장님한테 어떻게 치료하는지 물어볼까요?"
사장님한테 어떻게 끓여 먹어야 하는지나 물어보지 그래.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그를 상대하지 않은 채 침실로 걸어갔다. 탁자를 지날 때 걸음을 살짝 멈추곤 허리를 굽혀 그 위의 크라프트 봉투를 한 손에 쥐었다.

침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오자 탕비안 역시 식탁 위의 남은 국을 치웠다. 그는 차를 운전하여 나를 천 선생의 개인 진료소로 데려갔다. 진작 예약이 되어 있어 프런트 직원은 나를 조용한 진료실로 곧장 데려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수트 안주머니에서 납작한 검은색의 전자담배를 꺼내어 하는 일 없이 가지고 놀았다.
예약 시간이 2분 남아 있을 때 흰 가운을 걸친 정신과 의사가 밖에서 걸어와 사무용 책상 뒤, 그녀의 위치에 앉았다.
약간의 준비를 하고 시간이 되자 그녀는 캐릭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번에 저희가 언급했었던 치료 방식이요, 돌아가셔서 시도해 보셨어요?"
나는 카펫 위의 작은 얼룩을 응시하며 그것이 생긴 원인을 상상했고 손가락으로는 규칙적으로 전담을 뒤집었다.
"인물의 전기나 소설을 읽어보는 게 정서를 회복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번에 저희가 말했었던 점수표는 잘 기록하고 있나요?"
"전자담배를 바꾸셨네요, 치료 과정에 따르면 저번 주에 벌써 그걸 쓰실 수 없게 되셨을 텐데요."
나는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다.
안경을 쓴 중년 여성은 따스하게 나를 주시했고 양 손은 깍지를 낀 채 자연스레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무수한 심리 치료의 실패를 경험한 이후, 이 천 선생은 상정바이가 날 위해 찾아온 또 한 명의 "권위 있는" 정신과 전문의였다.
금연은, 이 전문가가 내게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나는 그녀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하는 치료는 다 교정하고 극복하는 것인데 사실 줄곧 더 간단할 수 없는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더 간단이요?"
아까부터 나는 어떻게 나의 지금 상황을 바꿔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삼 년 전 지천펑의 치료를 위해 옌샨화는 내게 달려와 삼십 만을 빌렸다. 비록 내가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집스레 두세 달마다 와서 돈을 갚았고 매번 수천 위안이었다.
나는 봉투를 모두 침실의 금고에 두어 엄중하게 보관했고, 나와 그들 사이의 그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비밀을 가두어 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금고일 뿐이라 예상 외의 일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었고, 어느 날 내가 아닌 사람이 그것을 열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었다. 계속 옌샨화와 지천펑이 이렇듯 나를 평생 옭아매게 둘 수는 없었다. 옌샨화는 삼십 만으로 만족할까? 지천펑은 지금처럼 줄곧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까?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나는 방법을 생각하여 수동적인 상태에서 주동적인 상태로 바뀌어야 했다.
"내가 싫은 것들을 전부 없애버리고 뿌리 뽑는게 더 낫지 않겠어요?"
천 선생은 살짝 멈칫하더니 내 말을 따라 물었다. "물건이라면 분명 없애버릴 수 있겠지만 만약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요? 만약 사람이라면요?"
나는 부드럽지 않은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전담을 물었고 그 말에 짙은 민트향의 흰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는 흐릿하게 나와 그녀 사이를 가려 서로의 표정이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만약 사람이라면?
나는 입술을 끌어올려 웃고 그녀의 멍청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형식주의로 가득 찬 치료가 끝난 뒤 나는 진료소를 나섰고 줄곧 밖에서 기다리던 탕비안에게 차 열쇠를 가져온 뒤 스스로 택시 타고 가라고 했다.
"저 여자 마음에 안 들어, 잘라." 나는 탕비안에게 말했다.
왜 내가 반드시 어느 문제를 극복해야 할까. 내가 문제를 만드는 사람을 해결해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은 간단하고 효과적인 처리 방식이었다.

삼십 분 뒤 나는 삼 층 짜리 동물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동물 병원 앞은 무척 눈에 띄는 파란색으로 토요일인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탕비안의 차에는 담배가 있었다. 진짜 담배였다. 나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으나 입가의 직전에서 다시 멈추어 결국은 피우지 않았다.
나는 극복하는 과정을 싫어하고 노력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도중에 포기하는 건 더 싫었다.
왼손을 창 밖으로 뻗자 손가락 사이에 불이 붙은 긴 담배가 드리워졌다. 나는 멀지 않은 곳의 바쁜 동물병원을 주시했고 시선은 유리문 뒤의 그 큰 그림자를 따라 움직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지천펑의 눈은 무척 보기 좋았다. 쌍커풀은 너비가 적당하고 눈꼬리는 너무 둥글지도 너무 날카롭지도 않았으며 깊은 눈두덩과 높은 콧대가 이어져 눈가가 깊었다. 설령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잘생긴 외모를 가리지 못했다.
봉황은 닭장에 떨어져도 여전히 봉황이었다. 도련님은 빈민굴에서 자랐어도 재난을 당한 귀공자였다.
안타깝게도 옌샨화 때문에 장애인이 되었다.
시선이 상대의 왼쪽 귀로 향했다. 지천펑의 머리카락은 짧았는데 보통 사람은 쉽사리 시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 기기를 더 밀착하여 착용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귀의 기기를 노출하기 위해서 이런 스타일로 깎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왼쪽 귓바퀴에 도선을 이어 두피에 붙이는 검은색의 인공와우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그의 흰 가운과 어우러져 까닭 없이 과학 기술의느낌이 전해졌다.
저 물건이 없으면 그는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되는 게 아닌가?
당시 옌샨화가 날 찾아왔을 때 모든 진실을 알려주며 내게 삼십 만을 빌렸다. 삼십 만, 내게 있어서는 그저 손 닿는 대로 쓸 수 있는 시가 몇 갑의 돈이지만 그녀에게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듯 다급하게 그 돈이 필요한 것은 바로 지천펑에게 인공와우를 달아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날 그녀가 희게 빨아 입은 옷을 입고 내 앞에 서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불렀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상니엔……."
나는 클럽에서 술을 약간 마셨고 그녀를 본 순간 아파트의 어느 청소부라고 생각했다.
"음?" 옷을 걷어 올리고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었다.
"안, 안녕……. 나는 옌 씨이고 옌샨화라고 해. 선량善良의 샨善, 화려하고 귀하다华贵의 화华. 아마 이젠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난 널 돌봐줬던 보모였고 네가 막 태어났을 땐 내 젖을 먹었어. 네 엉덩이에 점이 있었고 다른 사람이 널 안아주는 걸 정말 좋아해서 안아주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았어……."
그녀는 말투가 있고 중점이 없는 대화 방식은 빠르게 날 짜증나게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끊고 대체 나를 왜 찾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는데 흡사 골목에서 금지 물품을 파는 무법자가 어느 구석에서 사복경찰이 튀어나와 그녀를 체포할지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용한 곳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무척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고 그대로 지문으로 아파트의 대문을 열며 더는 그녀의 헛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많이 봤다. 무슨 "중요한 할 말"인가. 그들의 현실 감각 없는 쓰레기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라거나 내게 줄을 대어 얻지도 못할 관계를 맺어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젖을 먹었다고? 진짜라면 또 어떤가? 그 화면을 상상만 해도 속이 역겨워지기엔 충분했다.
"잠깐, 난 정말 중요한 할 말이 있어!" 그녀는 내 팔을 붙잡으녀 내가 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 했다.
나는 붙잡혀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술을 마신 탓인지 발치가 흔들려 몸이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놔!" 나는 버티고 서서 고개를 돌려 한 글자씩 뱉으며 경고성 짙게 명령했다.
그녀는 내게 사과했으나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상니엔, 샤오니엔……." 그녀는 그녀가 부르지 말아야 할 친밀한 칭호로 부르며 내 팔을 꽉 붙잡았고 입으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뱉었다. "믿기 어렵다는 거 알지만 넌 내 아들이야, 넌 내가 낳았어. 내가 바로 네 엄마야……."

한 차례 미풍이 일어 담배 끝의 쌓인지 오래된 재를 흩날렸고 여열이 남은 재가 손등을 태웠다. 나는 뜨거워서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회상에서 정신을 차렸다.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나는 속으로 몰래 욕을 했다. 몇 초 사이에 교통 경찰이 내 차 앞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여기서 차 세우시면 안 됩니다."
나는 몸을 돌려 콘솔박스에서 면허증을 꺼내 익숙하게 건넸다.
"알아요."
경찰은 나를 보며 심드렁하게 내 손에서 면허증을 가져갔다.
딱지에 사인을 한 이후 그는 면허증을 돌려주었고 좋지 않은 어조로 경고했다. "바로 이동하세요, 아니면 견인합니다."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나는 면허증을 콘솔박스 안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곤 마지막으로 동물 병원 쪽을 바라보았다.
지천펑은 먼 곳의 주시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간호사가 그에게 건네준 메모판을 받았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살짝 몸을 굽혀 얼굴을 상대에게 더욱 가까이 가져갔다.
간호사는 얼굴을 붉히더니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상대가 인공 와우를 찬 귀 쪽으로 돌아갔다.
창 밖으로 늘어뜨린 손을 거두어들이고 담뱃불을 끈 뒤 나는 경찰의 주시 아래 일부러 크게 클랙슨을 울리며 엑셀을 밟아 빠르게 멀어졌다.

  1. 민간의 전설. 두 귀비가 동시에 아이를 낳자 한 귀비가 황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귀비가 낳은 아이를 가죽을 벗긴 살쾡이로 바꿔치기 했다는 이야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