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크니션은 졸고 있다가 내가 유리문을 여는 소리에 놀라 깨더니 눈을 비비고 고개를 들었다.
"지 선생님 찾아왔는데요." 두 손을 얇은 모직코트에 꽂았다. 방금 조금 다급하게 뛰어온 탓에 나는 말을 할 때 저도 모르게 숨이 가빴다.
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어조가 상대를 오해하게 했는지 남자 테크니션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 선생님 친구분이세요? 방금 위층에 회진 가셨어요."
수의사가 회진을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큰 걸음으로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2층은 불빛이 충분했고 거대한 공간은 세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방마다 벽 쪽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철제 우리가 놓여 있었는데 동물이 있는 것도 있고 비어 있는 것도 있었다.
계단 맞은편의 병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려왔고 나는 지천펑이 안에 있을 거라 직감했다. 가서 들여다보니 역시나 그가 내게 등을 돌린 채 어느 포메라니안의 수액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옆의 푸들은 시끄러워 깼는지 계속 철문을 잡아당기며 목에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제가 늘 그런 건 아니에요."
지천펑은 손을 떨더니 옆의 우리에 부딪치며 작지 않은 소리를 내었다. 순식간에 병실 안의 소형견들이 흥분하여 짖었다. 연쇄 반응으로 다른 병실의 개들 역시 짖기 시작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고 시끄러워서 머리가 다 아팠다. 아예 나와 지천펑이 있는 그 병실의 문을 닫아 바깥의 소음을 차단했다.
지천펑은 하마터면 자신이 쓰러트릴 뻔했던 기계를 붙잡고 몸을 돌려 나를 보았는데 미간의 주름은 나보다도 깊었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두 눈동자는 나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죄송합니다, 놀라게 했네요." 나는 미안하지 않았지만 나서서 사과했다.
"2층은 의료진과 보호자만 올라올 수 있습니다."
숨겨진 뜻은 날 내쫓겠다는 건가?
까다롭게 구네.
"아래층에서 올려 보냈어요."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저 기억하세요? 제 거북이가 여기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아이를 보러 왔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너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층에 없으니까 따라오세요."
좁은 공간에 그의 몸에서 나는 신선한 담배 냄새에 내 체내의 중독 성분이 날뛰기 시작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쉬었고 진심으로 숨을 막히게 하는 담배 냄새가 값싼 비누 향보다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병실 공간이 좁았던 탓에 그는 나를 건드리지 않으려 가능한 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우리 둘 다 키가 작지 않기 때문에 그는 내 옆을 비집고 나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인공 와우에 녹색 작은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자신을 미화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 사람이 편의점에서 내 동생에게 손을 댔어요. 저는 그저 동생을 대신해 가르침을 준 것뿐이고요. 평소에 저는 그렇게 거칠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지천펑의 여러 반응에 대해 상상해 보았으나 그중 어느 것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내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자신의 귀의 인공 와우를 덮고 눈을 꾹 감고 입술을 다물었던 것이다. 흡사 어떤 거대한 고통을 참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의 반응이 너무 격하고 이상하여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상황을 보려 했으나 다음 순간 그가 힘주어 밀쳐냈다.
등 전체가 철제 우리에 세차게 부딪혔고 나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았으며 다시금 개 짖는 소리 BGM을 일으켰다.
저혈당, 새치기, 이유도 모르는 밀침…… 설령 자신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해도 이쯤 되면 나 역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지천펑을 노려보았다. "당신 정신 나갔어?"
자신이 갑자기 내게 손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천펑의 얼굴이 몇 초간 하얘지더니, 인공 와우를 떼어내어 흰 가운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죄송합니다, 기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내게 손을 뻗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그의 손을 내치고 그의 사과를 거절한 뒤 떠날 수도 있었다. 이것은 내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행위였고,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금연하는 것처럼 일단 노력을 했으면 나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포기하는 게 더 싫었다. 이 결정적인 시기에 가버린다면 통쾌하기는 하겠으나 내가 원하는 것은 한순간의 통쾌함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번의 고생으로 평생 편안한 것이었고, 이 "큰 번거로움"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화를 낼 수는 없다.
"괜찮아요." 나는 중얼거리며 그의 손을 잡고 힘을 빌려 일어났다.
내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손을 빼냈다. 마치 나와 일 초라도 더 접촉하면 치유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세균에 감염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자식이 인류에게 이렇게나 반감이 큰데 어떻게 친구들,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일까?
마음 속으로 욕을 하며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고, 사무실인 것 같은 작은 방에서 조용히 유리 수조 안에 누워있는 풀을 보았다.
풀의 안구 쪽의 흰 막은 많이 줄어들어 있어 전체적으로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아마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괜찮네요……." 내가 막 고개를 돌려 지천펑을 몇 마디 칭찬하려 했을 때, 그가 문가에 기대어 조금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공 와우가 없으면 그는 교류 능력을 잃고 더는 외부의 어떤 정보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정말 귀찮아. 고작 이 짧은 시간에 나는 이렇게 어렵사리 어울려야 하는 스타일에 싫증이 일었다. 이렇게 보니 죽마가 그와 헤어진 것에는 이런 원인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누구라도 제때 감정적 피드백을 주지 못하는 연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천펑은 내 주시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천천히 말씀하시면 입 모양을 알아볼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냈고, 그 뜻은 그에게 내 명함을 스캔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그래도 내 연락처를 추가했다.
【풀이 잘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지 선생님.】
이 메시지를 보낸 순간 사무실 밖에서 희미하게 탕비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을 찾는데요, 방금 들어온 성격 더러워 보이는 사람……."
나는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야!"
탕비안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찾아 들어왔다.
"도련님, 처리했어요. 그 아저씨는 괜찮아요. 제가 주머니에 돈을 좀 넣어주고 술집 쪽으로 데려가 줬어요. 사장님이 그를 알아서 술 깨는 걸 봐준다고 했어요." 그는 곁눈질로 사무실 탁자 위의 유리 수조를 보더니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북이네요! 거북이가 정말 아직 살아 있었어요!"
그는 달려가 유리 수조를 붙잡고 잠시 살펴보았는데, 이 거북이가 그가 아는 것과 같은 거북이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탕비안이 안에 들어오고 나서 지천펑은 문가에서 벽 쪽으로 물러나 사회적 교류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뜻을 내보였다.
【제 동생이에요.】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휴대폰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고 한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삼 일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삼 일이라고, 삼 일 동안 뭘 할 수 있지? 삼 일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 이 삼 일 간 그와 교집합을 만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삼 일이 지나고 나면 다른 이유로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네, 고맙습니다.】
나는 예의바르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다른 말투로 말했다. "야, 개새끼야."
탕비안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고 이미 내가 이렇게 그를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자." 나는 문가를 향해 턱을 들었다.
"다음에 다시 올게." 그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했다.
탕비안은 멍청이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무실을 나섰고 지천펑은 벽에 기대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흡사 자신을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점으로 움츠러트려 누구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가볼게요.】나는 그의 앞에 서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금방 시선을 내렸다.
"들어가세요." 그는 어색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크루아상은 부드럽고 달콤하여 위에 들어가자 전에 없던 만족감을 주었다.
연속으로 네 개를 먹고 나는 손을 턴 뒤 반만 남은 빵 봉지를 뒷좌석으로 던졌다.
"도련님, 이 집 크루아상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탕비안은 목소리를 높여 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덮으려 했다.
창문을 올리며 방금 먹은 크루아상 몇 개의 맛을 음미했다. 엄격히 말해서 맛은 그저 그랬고, 내 위가 텅텅 비었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었기 때문에 내 약간의 호의를 얻었을 뿐이었다. 평소였다면 이런 물건은 입구는 물론이고 내 식탁 위에 오르지도 못한다.
마치…… 지천펑처럼.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었다면, 정말 별 도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면 나는 그와 같은 사람과 어떤 교집합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어, 다음에는 사지 마." 말을 마치고 나는 등받이를 젖히며 눈을 감고 쉬었다.
새 의사 일로 나는 오래간만에 상정바이에게 소환당했다. 약속 장소는 집안 백화점의 미슐랭 식당이었고 예약은 한 시간만 잡았다. 그 이후에 그는 중요한 고객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단아하게 인테리어 된 룸에서 나와 상정바이는 1미터 50센티미터의 원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고 탕자오웨唐照月는 소리 없이 상정바이의 뒤에 서서 완벽한 벽화처럼 보였다.
내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그녀는 상정바이의 비서였고 그 세월 동안 상정바이의 비바람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업 상의 가장 훌륭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생김새 말고는 탕비안과 탕자오웨는 조금도 닮은 곳이 없었다. 설령 십 분의 일 만큼이라도 탕비안이 그의 어머니처럼 현명했다면 상정바이에게 쓰였겠지, 내게 개처럼 부려 먹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 의사는 주 씨 성이고 외국에서 왔다. 너보다 몇 살 많아."
탁자 위에는 전통 간식이 한 바구니 놓여 있었다. 벌써 여섯 시였지만 나는 네 시가 되어서야 깨어나서 식욕이 전혀 없었고 몸은 피로하며 졸려서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가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동년배가 아무래도 공통 화제도 더 많을 거다. 내일 가서 네 눈에 차는지 봐라." 상정바이는 새우만두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나와 상의하는 태도가 아니라 통보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젓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검지로 초조하게 식탁을 두드렸다. 마음속에 아무리 짜증이 일더라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네 안색을 보니 어젯밤 또 밤을 새우고 놀았나 보지?" 상정바이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더러 정지에위안郑解元 일행하고 왕래를 줄이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
그가 탕자오웨에게 조금만 알아보라고 했다면 내가 이미 정지에위안과 한 달은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내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은 순전히 불면증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그저 내게 관심이 있는 척만 했을 뿐, 사실 나에 대해 한 마디 더 묻는 것도 귀찮아했다.
날 위해 계속 정신과 의사를 부르는 것도 정말 날 생각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느 날 또 미쳐 날뛰어 그를 쪽팔리게 할까봐서였다.
맞은편의 상정바이의 단정하고 엄숙한 얼굴을 바라보자 더 젊고 더 잘생긴 이미지가 점차 겹쳐졌다. 두 사람은 서로 닮지는 않았지만 냉정한 표정은 되려 일치했다. 역시 친 부자라고 해야 할까.
"이미 잘 안 만나요, 하지만 아버지도 너무 어색하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어쨌든 그가 정 삼촌의 아들이니까." 작은 잔의 보이차를 한 입에 마시고 슬며시 마음 속의 화기를 눌렀다.
예전처럼 잔소리 가운데 식사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되자 탕자오웨는 작은 목소리로 일깨워주었고 상정바이는 냅킨으로 입술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먹어라, 먼저 가마."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빠른 걸음으로 떠나가며 바람을 일으켰다.
먹기는 개뿔을 먹어.
식탁 위의 건드리지도 않은 그릇과 젓가락을 보고 나는 차갑게 비웃으며 그 작은 잔을 들어 자세히 살폈다.
보기에는 깨끗하고 흠 하나 없고, 만지면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좋은 잔이었다.
갑자기 내던지자 찻잔이 세차게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의 내 기분처럼, 엉망진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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