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북역 밖.
금색 왕련이 터지는 순간, 선문백가 자제들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바다처럼 천 리 밖으로 빠져나가고 모든 사람들은 떨림에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가까이 있던 이들은 도검과 법기가 산산조각이 나 그 자리에 버려졌다.
"콜록콜록, 콜록…… 문주." 어린 제자가 눈밭에서 발버둥쳐 나왔다. 그는 가슴을 누르고 검으로 지탱하여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자신의 손에는 칼자루 밖에 남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문주, 제 검이……."
선문 제자들에게 있어 검은 목숨보다 중요했다. 특히 검수대종인 봉 가封家는 더 그러했다.
이 어린 제자가 바로 봉 가의 제자였다.
"버려라, 돌아가서 다시 주조해." 봉거연封居燕은 그를 보지 않았고, 시선은 여전히 백 장 밖으로 향해 있으며 수려한 눈썹은 찌푸려져 있었다.
문주인 이상 그녀는 어린 제자처럼 낭패하여 바닥을 구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손에 쥔 장검을 몸 앞으로 하여 서서 대부분의 위압을 막아내었다.
그녀는 곧게 서 있었으나 손가락 틈에서는 피가 스며 검의 무늬로 스며들었다.
어린 제자는 핏빛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막 입문하여 아는 것이 적었다.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문주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본 것이다. "문주, 이 금빛 그림자가 대체 무엇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대단하죠?"
"본명왕련本命王莲일 것이다." 봉거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본명왕련?!"
어린 제자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전설에 의하면 본명왕련은 천숙상선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형벌과 용서를 맡고 한 손에는 죽음, 다른 손에는 삶을 쥐고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명초命招가 있다——
하나는 망혼을 부르는 것이고 하나는 만물생을 부르는 것이다.
본명왕련은 전자였다.
"저희는 들은 적만 있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요."
"누가 직접 봤었겠느냐? 본 이들은 다 죽었어." 봉거연이 말했다.
더욱이 그것은 명초였다.
명초의 가장 처음의 뜻은 목숨을 초식으로 바꾼다는 것인데, 그것은 영신을 태우는 것이었다. 설령 천숙상선이라고 할지라도 소모가 무척 커서 절대 가볍게 쓸 수 없었다.
그것이 지난 번에 나타났을 때는 25년 전이었다.
그날 태인산은 무너지고 선도는 멸망했으며 삼천영대는 무너져 대부분이 무단해의 아래로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그날 태인산 정상, 선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왕련의 금빛 그림자가 비추었다고 했다.
그 이후, 마두 오행설은 창랑북역에 못박혔다.
이때부터 더 이상 선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도가 멸망하자 인간 세상은 자연히 혼란해지며 재앙이 횡행했다.
오직 그 종문들이 모이고 선묘와 신상이 숲을 이루는 곳만이 간신히 평안을 지킬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선문백가는 "천수天殊"로 이름을 바꾸었다.
***
"문주?" 어린 제자는 주저하며 말했다. "그러면 본명왕련이 왜 세상에 나타난 건가요? 천숙상선은 이미……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창랑북역은 그가 관장하던 곳이었으니 영신이 남아 있었겠지. 다만 왜 갑자기 본명왕련이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봉거연의 말이 뚝 멈추었다. "설마——"
설마 그 마두가 정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인가?
살아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곳을 벗어나려 잔꾀를 부리는 것일까?
"25년이야, 천쇄 아래에 장장 25년을 갇혀 있었어. 나는 그 마두가 설령 아직 살아 있다 하더라도 마지막 숨만 붙어 있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줄 알았어."
누구는 그러지 않았겠는가?
선문백가는 거의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악전고투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대부분 어린 제자들을 데려오고 나머지는 여전히 본가를 지키며 조야성照夜城의 요물들을 막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들이 경솔한 것이었다.
"제가 보기엔 사람을 더 불러야 합니다." 누군가 의견을 내었다.
"이건…… 혹 너무 과한 방비가 아닐까요?"
"아니야, 저건 피로 선도를 씻은 오행설이잖나."
***
선문백가가 큰일을 상의할 때 선도를 피로 씻을 수 있는 오행설은 길을 잃었다.
그 거대한 검을 쥐고 있던 사람은 아주 잠깐 나타났을 뿐이었다.
사라졌을 때 그 거대한 금색 왕련은 갑자기 오행설을 감싸더니 세차게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때, 오행설은 속으로 생각했다. 망했다, 들킬 거야.
사람들이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낭패하여 물에 빠졌으니 더 이상 요괴노릇은 못할 것이다.
자조가 끝나자마자 그는 부하들의 더욱 낭패한 비명을 들었다.
오행설 "……."
오행설 "?"
예상했던 물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차가운 못은 마치 허무와 같았고, 그는 물방울 하나 묻지 않았으나 오히려 무척이나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곁을 쌩 지나가고 부하들의 비명 역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흐릿하게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이게 무슨 괴상한 곳이야?"
더욱 흐릿한 목소리가 말했다. "창랑북역의 아래에는 33층이 있는데, 위쪽의 태인백탑에 대응하는 거야."
또 누군가 말했다. "가장 아래층에는 물건이 숨겨져 있어."
***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오행설은 전신의 사슬이 박힌 곳이 세게 찢어진 것을 느꼈다.
가슴, 허리, 손목과 발목에 격통이 잃어 그는 오감을 잃을 정도였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어떻게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으니 이게 낭패가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오감이 천천히 회복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서있는 것을 느꼈다.
그를 감싸고 있던 그 금빛 왕련은 없을 것이다. 그는 눈보라를 품은 검기의 냄새를 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통증을 삼키며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작도의 귀족들 중 누가 금의옥식으로 자라지 않았겠는가? 그는 아주 귀한 몸이었다. 작은 상처만 나도 온집안 위아래가 따라 바빠졌고 달래고 약을 끓이고 연고를 바르고 난리였다.
그는 그런 나날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고통을 참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을 때, 그는 끽소리도 내지 않고 모든 반응을 삼켰는데 바로 그 부하들이 아직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전생에 너희에게 적지 않게 빚을 졌나보다.
오행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부하 몇 명이 비틀거리며 땅으로 떨어졌을 때 자신의 성주가 천천히 눈을 뜨며 그들 몇 명을 훑어보고 냉소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 "……."
그들은 마침 묻고 싶었다. "성주, 저희가 어디로 끌려온 겁니까?"
냉소를 듣자 그들은 꿀꺽 삼켜 넘겼다.
"성주, 왜…… 왜 웃으십니까?" 그 시원시원하던 이가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열네 살부터 독금술毒禁术을 연마했고 그 이후로 키가 자라지 않아 무리들 사이에 있으면 마르고 작아 보였다.
거리가 멀었을 때면 몰라도 지금 그들 사이의 거리는 고작 두세 걸음인데다 오행설은 키가 컸기 때문에 그는 말을 할 때도 살짝 고개를 들어야 했다.
그는 이렇게 어물어물 기다렸고, 오행설은 손을 들어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쪽을 걷어올리며 보이지 않는 물건을 들어올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 나는 이 사슬이 성가셔서 웃었다. 짤랑짤랑, 너무 시끄럽구나."
"……."
입을 놀려도 어쩌면 이렇게 놀리나.
부하는 들어올린 고개는 감히 치우지 못했으나 자신의 입은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다.
오행설은 손가락을 치워 사슬을 내리곤 그들에게 한 마디 던졌다. "길을 안내해라."
"예, 예, 예—— 어서 가시죠!" 다른 부하가 얼른 말을 받았다. 그는 입이 빠른 그가 자신을 죽이게 만들까 겁이 나 얼른 사람을 잡아 당기곤 잇새로 말을 뱉었다. "녕회삼宁怀衫, 네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우리들을 물귀신으로 만들지 마라!"
녕회삼은 그들에게 끌려 몇 걸음 걷다가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근데, 어디로 가?"
몇 사람이 갑자기 멈추었다. "……."
그래, 어디로 가?
그들은 잠시 멈칫하다가 주저하며 고개를 돌려 물었다. "성주, 무슨 길 안내 말씀이십니까?"
오행설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말해봐라."
"……."
이런 씨…….
사람들은 할 말이 없었고 감히 캐묻지도 못했다. 어쨌든 그들은 오행설이 멍청한 이를 제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눈을 들어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황야로, 눈이 한 겹 덮혀 있어 시선 닿는 곳은 전부 회백색이었다. 먼 곳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는데 불에 탔던 적이 있는 듯 색이 얼룩덜룩하여 고개를 들어도 그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전에 오행설이 서있던 나뭇가지가 바로 이 거목의 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 말 들어 봤어? 창랑북역에는 33층이 있대." 녕회삼이 조용히 동료를 찔렀다.
창랑북역은 무단해의 위에 걸려 있고 일 년 내내 운뢰의 가운데 위치하여 검은 절벽 같았다.
소문에, 그것에는 33층이 있어 무너지기 전의 태인산 유리탑과 마찬가지로 삼십삼중천을 상징한다고 했다.
만약 이전의 나뭇가지가 가장 위층이었다면, 눈앞의 이 거목이 자란 황야가 바로 제일 아래층일 것이다.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데. 33층을 알면 또 개뿔 무슨 소용이 있어. 소문에서 성주가 우리더러 어디로 안내하라고는 안 하디?"
녕회삼 "……안 해."
그는 또 자세히 생각했다. "하지만 소문에서는 가장 아래층에 보물이 있대. 봐봐, 방금 성주가 길 안내를 하라고 하신 게 이 뜻인 거 아니야?"
"그 말에 문제가 있나 없나 생각을 해 봐라 우리가 보물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며, 또 어떻게 안내를 해? 만약 성주가 정말 그 뜻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쯧, 헛소리 마. 일단 찾아. 만약에 찾으면 적어도 길 안내를 잘못 한 건 아니야."
그 거대한 고목은 정말 눈길을 끌었고 황야 전체에 보물을 숨길 만한 다른 곳도 없어서, 그들은 거목 쪽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거목의 아래에 무수한 검이 비스듬히 꽂혀 있어 끝없는 검무덤과 같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행설은 그들을 따라 검무덤 가운데를 지났고, 발이 거의 잘릴 뻔하게 되었는데도 거목에 반 걸음도 다가가지 못했다.
"……."
내가 지금 사슬로 이 몇 명을 위협해서 앉는 게 늦지 않았을까?
오행설은 그들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성주?" 녕회삼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어물어물 말했다. "이 검무덤은 아마 진일 겁니다……."
오행설은 어떤 의외라는 기색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성주께서도 잘 아시지만, 저희들은 파진에 능하지 못합니다." 녕회삼은 오행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진 같은 것은 줄곧 성주께서……."
오행설 : "……내가 뭐, 말해라."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고, 어떤 감정도 싣지 않았다. 사람을 겁먹게 하는 정도가 딱 좋았다. 이 겁을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성주우, 저희를 놀리지 마세요." 다른 부하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저도 저희들이 성주를 기분 나쁘게 해드린 건 압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진 같은 건, 저희가 정말 잘 하지 못합니다."
"맞습니다, 거기다 이곳은 창랑북역인데 저희가 막 돌아다니다가 함부로 행동하면 위험합니다."
"맞아요, 성주. 이런 진은 사실 성주께서 두세 걸음이면 깰 수 있는데 왜 저희를 따라 헛수고를 하십니까."
오행설 "……."
——이 겁은 피할 수가 없다.
그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두세 걸음은 물론이고 이삼 년이 지나도 못 나가는 건 두렵지 않으냐고 생각했다.
그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막 방법을 생각하려는데, 시야 끝에서 흰 빛이 보였다.
그것은 눈과는 다른 흰색이었고 부드럽고 밝은 기운이 있어 명당의 높은 계단 위의 옥석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검이 교차하는 틈에서 그 물건의 구석을 보았다. 백옥대 같은데?
오행설은 더는 부하들을 상관하지 않고 걸음을 들어 그쪽으로 향했다.
그는 맨발로 칼날을 피했고 잠시 후 백옥대 앞에 섰다.
이때가 되어서야 그는 그것이 옥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옥관이었다.
이것은 거대한 백옥의 관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 아래에 누워 수천만 개의 검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것의 사면에는 못이 박혀 있었고 모든 못에는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글자는 오행설이 얼마 전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목덜미에 찍혀 있었다.
이건…….
"이건 소복훤의 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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