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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미언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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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그것은 '이종'이라는 꼬리표다 내가 남자만 좋아한다는 것은 고등학교 때 확신했다. 확신의 과정은 무척이나 간단하고 거칠었다—— 나는 자신이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체조를 하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축구 하는 소년들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느 여학생이 내게 고백을 했다. 예전의 나라면 직접적으로 거절했을 테지만, 그때는 갑자기 짜증이 났다.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것이, 짜증이 났다. "나 남자 좋아해." 그리하여, 한 번 고생하고 말자는 생각에 나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털어놓았다. 이 일은 금방 학교 전체로 퍼졌고 심지어 교장마..
제2장 - 봉건 꼰대 "오래간만이야."모추안은 전개를 벗고 시선을 내리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깐 사이, 그의 얼굴의 옅은 감정은 잘 감추어졌고 입꼬리는 적당한 미소를 띠고 있어 마치 진심으로 우리의 오래간만의 재회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옌추원이 말했다. "바이인은 오늘 막 도착했어. 내가 그냥 데리고 돌아다니는 거니까 넌 네 볼일 봐, 신경 쓰지 말고."옌추원과 모추안은 대학 같은 반 학생으로 같은 기숙사 방을 써서 줄곧 사이가 괜찮았다. 후에 옌추원이 직장을 그만두고 박사를 따기로 결정한 뒤 거 교수를 따라 이곳에 왔고, 그 이후로 몇 년의 시간이 흐르자 이 층록 신자와의 왕래는 더욱 밀접해졌다.솔직히 말해서 옌추원이 학술에 전념하고 연애에 뜻이 없으며 모추안이 절대로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신..
제1장 - 신이 아니고서는 건드릴 수 없다 자동차는 흔들거렸고 나는 잠에 빠져 몽롱했다. 꿈을 꾸는 듯 같기도 깨어난 것 같기도 한 사이에 정신은 알록달록한 풍경 속을 도약하여 직전까지는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다음 순간에는 달의 표면에 이르렀다. 그 다음 순간, 겨울과 여름이 교차되고 나는 산문 앞에 서서 머리 위 편액의 수려하고 의미 깊은 "격죽사击竹寺" 세 글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귓가에는 절의 비구니들의 목소리가 뒤얽혔다. 그 목소리는 나이가 어리기도, 들었기도 했고 성조는 느리기도, 빠르기도 했으나 모두 딱딱하고 차갑게 한 마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현단 사태(悬檀师太)께서는 손님을 만나지 않으시니 시주는 돌아가십시오." 향엄 격죽(*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0359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