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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판관判官

속세의 고인 - 5. 초상화(画像)

업장은 한 사람이 등에 진 죄업이다. 선천적인 것도 있고 후천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시에원 같은 이런 것은 세상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
역시 부모를 해하고 남과 자신을 해하는 천살의 운명이었다…….
 
샤챠오는 원스가 눈을 감고 목젖이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양 미간 사이에는 어떠한 감정이 감돌고 있었는데, 금방 사라져버려 아마 그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멍하니 있고 나서야 샤챠오는 이해했다. 원스에게 짧게 스쳐 지나간 감정은 아마 일종의 옅은 슬픔일 것이다. 혹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션챠오의 눈 속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판관으로서 세상의 어떤 사람들을 볼 때 늘 얼마간 드러나게 되는 감정이었다.
 
원스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샤챠오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뭐라고요?"
원스는 눈을 떴고 시선은 여전히 화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했다. "배고파."
샤챠오 "?"
샤챠오 "???"
 
아니, 안타까움은?
진지하게 있다가 왜 갑자기 배가 고픈 건데???
샤챠오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그난 잠시 멍청히 있다가 마침내 보통 사람의 영상에 뒤엉켜 있는 검은 안개를 떠올리고, 또 원스가 어제 먹었던 것을 떠올리자 크게 깨달았다.
"그의 몸에 검은 안개가 많아요?" 샤챠오가 물었다.
"어떨 것 같은데." 원스는 이상하게 평온했고…… 그 후 입술 끝을 핥았다.
 
젠장.
이게 무슨 세입자야, 이건 배달이 온 거지.
 
얼떨떨하게 있는 사이 배달이 초인종을 눌렀다.
샤챠오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래도 다가가 문을 열었다.  
 
4월의 이른 새벽, 한기는 여전히 짙었다. 그 시에원이라는 남자는 또 고개를 기울여 몇 번 기침하더니 그제야 얼굴을 돌렸다. 병색도 타고난 좋은 겉 모습을 가리지는 못했다.
"미안합니다, 오늘 바람이 좀 많이 부네요. 진작 알았다면 더 껴입는 건데." 그가 말했다.
 
어쩌면 이 사람의 부모를 해한다는 명성이 너무 크게 작용했던지 샤챠오는 어딘가 그가 무서워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는 예의와 대답조차 잊어버렸다.
  
오히려 원스가 그의 팔꿈치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곳에는 분명 검은색 외투가 걸려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외투를 가지고도 입지 않다니, 그쪽이 안 추우면 누가 추운 거지?"
 
시에원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런 대우를 받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떨떨해 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훑어보곤 검은 옷을 들고 있는 손을 들어올렸다. "이거 말인가?"
원스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은 이미 구부러지기 시작했고, 성격 좋은 모습으로 설명했다. "이건 내 게 아니야. 색이 너무 어둡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지."
원스는 무표정하게 속으로 누가 네가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무슨 상관이야, 네 업장과 분명 잘 어울리네. 하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는 넋이 나간 사람이나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어쩌면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날 것이다. 하지만 시에원은 기인이었다.
 
원스의 숨김 없는 태도가 그의 관심을 끈 것 같았다.
그는 눈동자를 약간 움직여 답답한 기침 사이에 훑어보더니 여전히 웃으며 물었다. "그쪽이 샤챠오인가?"
 
전화를 사이에 두었을 때는 그는 예의 있게 "샤챠오 선생님"이라고 했었다. 이번에 얼굴을 마주하니 어째서인지 말이 짧아져 있었다.
원스는 입술을 움직여 담담하게 뱉어냈다. "추측해봐."
 
이 둘은 어째서인지 대치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약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불꽃을 튀겼다.
중간에 끼어 있는 허약체는 불꽃에 얼굴이 무너져서는 참지 못하고 말을 얹었다. "저기……. 죄송한데, 제가 샤챠오예요."
 
시에원은 그제서야 원스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가 샤챠오를 바라보았을 때 역시 그를 훑어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내 추측도 그쪽이었어. 그러면 그는?"
샤차오는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의 조상님이라고 말했지만, 입으로는 얌전히 말했다. "우리 형이요."
 
시에원은 "오."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에게 죄를 졌나? 아니면 네 형이 원래 무척 흉악해?"
어쩌면 거리가 가까웠고 그는 힘을 쓰기 귀찮아 목소리는 적잖이 낮았으나 또 진지하게 물었다.
원스 "……."
  
샤챠오는 대답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오늘 일찍 일어나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사실 지금의 원스는 분명 이상했다.
그는 이전에도 되는 대로 두 마디의 말로 사람의 말문을 막았는데, 대부분은 속에서 생각만 하고 말았다. 이렇게 눈에 띄게 누군가와 대치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는 그를 탓할 수 없었고 시에원의 잘못이었다.
 
분명 아직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원스는 시에원에게 이미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 생겼다——
한 편으로는 그가 혜고를 추적하여 서병원까지 알아내었는데, 일을 분명히 알기 전에 서병원의 주인에게 호감을 가지기는 힘들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는 시에원을 보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무척 배가 고플 때 다른 사람이 그의 앞에서 정찬 한 테이블을 차려놓고 "독 있음, 못 먹게 할 것임" 이라는 팻말을 세워 놓는다면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
원스가 지금 바로 그 상태였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시에원을 한참 바라보다 마침내 이 기이하고 미묘한 대치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다.
샤챠오는 조금 걱정하며 그를 불렀다. "원 형, 어디 가요?"
원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먹을 거 찾으러."
 
주방은 무척 깔끔했고 식탁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원스는 수납장을 열었고 기름, 소금, 간장, 식초와 생 쌀을 보았다. 그는 또 냉장고를 열어 보았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었으나 반찬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다른 것은 알지 못했다. 그는 억지로 성질을 참고 그 김에 상자를 하나 골랐다. 
시에원이 거실 쪽으로 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는 주방에서 나왔다.
 
그래서 샤챠오는 고개를 돌렸고 어느 조상이 주방 문에 기대어 그가 어젯밤 뜯어둔 초콜릿 페조이(*빼빼로)를 씹으며 냉랭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째서인지 이 광경은 무척 신기했다.
 
"올해 몇 살이야?" 시에원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는 분명 방을 보러 왔으면서도 한 번 훑어보기나 했을 뿐 이야기를 하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었다. 샤챠오도 그에 따라 대답했다. "18살이요."
"오, 어려보였는데."
 
내가 키가 작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샤챠오는 속으로 불평했다.
그는 배짱이 없어 시에원과 가까이 있으면 좀 불안했다. 그래서 세 걸음마다 한 번씩 고개를 돌리며 원스가 와서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필이면 원스는 못본 척 하고 있었다.
 
"그러면 네……." 시에원 역시 그를 따라 원스를 바라보았고 말을 하는 사이에 잠시 멈추었다. 마치 고의적으로 형용사를 생략하는 것 같았다. "형은? 그는 몇 살이지?"
샤챠오는 그가 생략한 것이 "흉악한" 같은  말들일 거라고 의심하고 막 입을 열어 대답하려 했다. "저하고 비슷——"
등 뒤에서 멀리 여섯 글자가 들려왔다. "무슨 상관이야."
시에원은 웃기 시작했다.
 
샤챠오는 그제서야 션챠오가 이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어떤 대단한 이와 맞부딪칠 수도 있으니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 시에원 역시…… 무슨 대단한 이는 아니었다.
 
소문에 판관 안에서 장 씨 일맥이 배출하는 것은 본가 사람이든 성이 다른 방계든 다 동년배 중 걸출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유독 두 줄의 선만이 결함인데, 그 중 하나는 어제 장례에 왔었던 장비링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름이 지워진 시에원이다.
 
설령 두 줄의 결함이 있다고 해도 차이가 있었다.
장비링의 일가는 자질이 평범하고 체질이 약해 능력이 제한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원스의 맥의 위쪽에 위치했다.
 
시에원으로 말하자면, 그는 천살의 명을 타고났고 자신은 업장으로 가득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돕겠는가? 그러니 그는 수련을 해도 소용이 없고 제명이 될 운명인 것이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다면 마음의 병이 될 테지만, 시에원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 길고 긴 명부도를 따라 걸어갔고, 그것을 무시할 정도로 배척하지도 발을 멈추고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마치 평범한 그림을 보는 것처럼 한 번 훑어보고 눈을 떼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스는 간식 한 상자를 바작바작 다 먹어버렸다. 맛은 없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는 또 냉장고로 가 우유 한 갑을 꺼내 들고 몇 모금을 마셨다. 그 차가움이 몸 안의 허기를 달랬고, 그는 자신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빈 갑을 버리고 거실로 되돌아갔다.
 
샤챠오는 시에원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양 손을 합장하여 그에게 절을 하며 살려달라고 빌었다.
원스가 다가갔을 때 시에원은 조사의 그림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이 장소에 유난히 관심이 가는 듯 시선은 재가 가득 쌓인 향로에서 "진불도" 세 글자 위로 옮겨갔고 다시 그림으로 옮겨갔다. 심지어 손을 뻗어 그림 속 인물의 붉은 의포衣袍* 위를 두 번 만지기까지 했다.
(*중국 전통 옷인데 두루마기처럼 가장 겉에 입는 발목까지 오는 길이의 옷? 인 것 같아요)
 
샤챠오는 하마터면 말을 할 뻔했다. "안 돼요, 안 돼요, 조사를 함부로 만지다니 살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원스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만지는 거야?"
 
시에원은 손가락을 비볐다.
그의 손가락은 마찬가지로 병색 짙은 창백한 색이었기에 엄지에 물든 그 붉은색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기이하다는 시선으로 그 붉은색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말했다. "파오즈의 색이 아주 화려하네."
원스는 얼굴을 굳힌 채 상대하지 않았다.
  
시에원은 다시 물었다. "이건 누가 그린 거야?"
원스가 마침내 귀한 입을 열었다. "나."
 
시에원의 그 기이하다는 눈빛이 다시 나타났다.
원스는 시에원이 바라보자 불쾌해졌다. "무슨 문제 있어?"
시에원이 말했다. "그를 본 적 있어?"
 
"누구?" 원스는 반응하지 못했다.
시에원은 초상화를 가리켰다.
 
이 질문은 사실 무척 이상했는데, 아무도 이런 문제를 이십 대의 젊은이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 너 천 년 전의 어느 사람을 만난 적 있니?
하지만 그 순간 원스는 이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저 생각했다. 그는 아마 진불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고, 심지어 그 사람의 제자인 셈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전, 너무 오래 전의 일이었다. 그는 인간 세상에 열두 번을 왔고 생사를 반복하며 방해를 받지 않았기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했다.
 
당초에 이 그림을 그렸을 때 원스의 곁에는 아직 션챠오가 있었고, 그의 당시 제자인 셈이었다. 어린 제자는 요구에 따라 모든 물건을 준비했고 그는 탁자 곁에 하루를 서 있으며 어떻게 붓을 들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린 제자는 그에게 필묵에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하며, 그저 그려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제자는 근심에 잠겼다. 그는 진불도를 본 적이 없고 참고할 수 있는 것도 찾지 못했으며, 원스가 탁자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고 보지 못해 여러 신불의 초상화를 찾아왔다.
그래서 이 이곳저곳에서 긁어모은 물건이 생긴 것이다.
……
 
방 안에 갑자기 벨소리가 울려 원스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벨소리는 샤챠오의 휴대폰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는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들을 데리고 유골함을 묻으러 갈 기사가 이미 출발하여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스는 괘종 시계를 힐끗 보았다. 그제서야 6시가 된 것을 알아차렸고 그들은 물건을 정리하여 산으로 출발해야 했다.
  
방금의 화제는 끊어져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상관 없는 잡담이라 시에원은 더는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고 원스도 거짓말을 하기 귀찮았다.
 
샤챠오는 전화를 끊고 급하게 시에원을 데리고 침실을 보여주고 난 뒤 사과했다. "제가 생각을 못 했어요, 약속을 정할 때 상황을 말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분명히 상황이 특수해서 제가 계속 같이 있을 수가 없어요. 후에 다시 기회가 있을 거예요."
 
원스는 속으로 말했다. : 그래, 나는 아직 네 서병원을 주목하고 있으니 도망치지 못해.
 
샤챠오가 또 말했다. "방을 빌리시는 것 관해서 저도 좀 아는데, 분명 여러 집을 보시고 비교한 뒤 가장 만족하는 걸 고르셔야 하잖아요. 오늘은 그냥 보는 거고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죠. 돌아가셔서 생각해 보실래요?"
 
원스는 그가 생각도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집 안에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만한취안시*가 사방을 돌아다니지 않기를 바랐다.(*최소 108가지에서 수백 가지의 만주풍 요리와 한족풍 요리를 갖춘 호화 연회석)
 
이 바람이 막 고개를 들자마자 시에원은 말했다. "생각은 필요 없어, 계약할게. 언제 이사할 수 있지?"
원스는 즉시 기분이 나빠졌다.
샤챠오는 도리어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사실 이 동네가 무척 치우쳐 있어서 교통이나 다른 것도 그다지 편하지 않아요. 소란하지도 않고요."
 
그는 원스를 보고 다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저기……. 사실대로 말하자면, 실은 좋은 곳도 많아요. 급하게 여기 살겠다고 결정할 필요 없어요."
 
시에원이 말했다. "필요 있다고 생각해."
원스 "왜?"
시에원의 엄지가 하나 하나 길고 마른 검지 관절을 만졌고, 손등의 푸른색의 혈관이 또렷하게 보였다.
 
왜일까?
왜냐하면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얌전하게 향안으로 그를 받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을 잡고 있어." 그는 원스를 보며 문득 눈매를 구부렸다.
  
***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겁쟁이에다 상상력까지 풍부한 샤챠오는 등 뒤가 계속 솜털이 곤두서 있었다.
 
6시가 되자 션챠오의 마지막을 보내주러 온 사람들이 잇달아 도착했다.
이전에 가능한 한 오겠다던 장비링은 나타나지 않았고 도리어 일이 있다는 시에원은 시종 떠나지 않은 채 그 검은색의 외투를 들고 드문드문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그는 나서서 장례에 참석하겠다고 했고 주인 집으로서 쫓아낼 수도 없어 그를 따라오게 할 수밖에 없었다.
 
매장하는 곳은 조금 멀었고 산은 무척 외졌고 비까지 내려 길이 좋지 못했다.
 
차는 열 명쯤 되는 사람을 실었고 빗 속을 천천히 미끄러졌다. 샤챠오는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가장 앞에 앉았고, 원스는 그의 옆에 앉았다. 친구들이 잇달아 뒤로 앉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쪽 위치에 앉게 되었다.
 
차가 시동이 걸릴 때 원스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시에원이 낯설어서 혼자 앉는 말단 자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시에원이 세 번째 줄에 앉아 전후 좌우의 중년들과 끊임 없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 것을 듣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사투리가 심하여 원스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시에원 역시 사실은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지만, 상대는 그 무리에 있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원스는 더는 그를 상관하지 않고 모자를 벗고 창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문득 샤챠오가 작은 소리로 그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원 형, 원 형."
 
원스는 눈을 떴다. "왜?"
샤챠오가 목을 굳힌 채 그 자리에 움츠러든 것이 보였는데, 목소리는 작아서 거의 울 것 같았다. "뒤에 봐봐요, 차에 있던 사람들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