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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판관判官

나무 동자 - 6. 인형(人偶)

원스는 고개를 돌려 보았고, 차 안은 텅 비어 있어 죽은 듯 고요했다.
마치 장례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들 둘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
 
사방이 오래된 먼지 냄새로 가득했고 가죽 시트 의자는 방치된지 오래 되어 찢어지고 얼룩져 있었다. 원스는 좌석의 손잡이를 잡아 몸을 일으켰는데, 손에 녹이 묻어났다.
"제가 방금 못 버티고 졸았는데, 눈을 뜨니까 이랬어요." 샤챠오의 흐느낌이 심해졌다. "원 형, 무서워요……."
 
원스는 그의 "멋진" 얼굴을 훑어보고 소리 없이 의자 등받이를 짚고 차 문 쪽으로 걸어갔다.
"가지 마요! 원 형, 가지 마요, 기다려요, 기다려요!" 샤챠오는 홀로 떨어지는게 겁이 나는 것처럼 황급하게 쫓아왔다.
 
원스는 그를 기다릴 생각이 없어 그대로 계단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차 밖에는 아직 조금씩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원스가 후드를 뒤집어 쓰고 계속 발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샤차오가 급히 그의 어깨를 잡으며 겁에 질려 물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형? 저, 저는 막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아요."
 
"어." 원스는 마침내 대답을 하고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고, 샤챠오가 발은 아직도 차 안에 있으며 상반신만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샤챠오는 얼굴에 비를 맞아 눈가의 상처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네가 돌아다니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원스는 그 무척 옅은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사람도 아닌데."
차 안에서 몸을 내밀던 샤챠오는 갑자기 굳어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원 형, 무슨 소리예요? 못 알아 듣겠어요."
원스는 눈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처가 반대야."
 
공간은 다시 한 번 침묵에 빠졌다.
원스는 "샤챠오"와 잠시 시선을 마주하더니 손을 뻗어 문 밖의 비상 스위치를 눌렀다. 버스 문이 삐걱이며 닫히더니 몸을 내민 것이 문 틈에 끼었다.
"샤챠오" "……."
그가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 나가자 등 뒤에는 그저 허망한 비명 소리만이 남았다.  
 
이 길은 곧게 뻗어 있었으며 양 쪽의 나무는 키가 똑같아 올라가고 있는 것인지 내려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애당초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원스는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이러한 좁고 조용한 환경은 마치 사람이 없는 골목길 같았다. 그는 얼마간 걸었고 발걸음 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 발걸음 소리가 그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으나 "메아리"는 이어졌고, 갈수록 빨라졌으며 갈수록 가까워졌다…….
바로 등 뒤였다!
 
원스가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어깨를 쳤다.
"누구야?" 그가 눈을 돌리자 보인 것은 또 한 명의 샤챠오였다.
 
이번의 샤챠오는 점과 상처가 다 아무 문제가 없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무척 생생하다는 점이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한 것인데, 가슴이 토막토막 찢어지는 것 같은 그런 울음이었다.
원스는 경험이 풍부하여 척 보자마자 그가 진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이 샤챠오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입술 양 쪽에 누군가가 선을 그렸는데, 마치 연장된 웃는 입술처럼 귓가까지 이어져 있었고 두 개의 X표시가 있어 우습고 기이했다.
  
이것은 향 재로 그린 것인데, 가끔씩 누군가는 나뭇가지를 쓰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면 이 사람의 말을 금지할 수 있는데, 입을 봉하여 그에게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누가 한 거야?" 원스는 미간을 찌푸리고 길가에서 젖은 흙을 찾아와 그의 두 개의 선을 비볐다. "됐어, 말 할 수 있어."
 
샤챠오는 두 번 훌쩍거렸고, 정말 소리가 났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바닥으로 미끄러져 다리를 치며 엉엉 울었다. "이 짐승——"
"대체 누가 널 봉한 거야?" 원스가 물었다.
 
샤챠오가 입을 열기 전에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내가 그려줬어."
원스는 눈을 들었고, 시에원이 어느 틈엔가 다가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는데 길을 막는 등나무 줄기를 걷어내 흙탕물이 묻은 나뭇잎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좀 지나치게 따지고 있었다.
 
원스는 그를 보고 언짢은 얼굴을 했다.
시에원은 가까이 다가와 느긋하게 설명했다. "내가 오다가 그를 주웠는데, 너무 비참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고 허둥지둥 아무렇게나 뛰어다니고 있었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그렇게 소란을 부릴 수 있겠어, 내가 그에게 두 줄을 그려준 것은 도와준 셈이지."
 
이 사람은 말을 할 때 느릿느릿하여 평소라면 "품위가 있다"고 형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는, 특히 샤챠오와 원스의 눈에는 그저 헤아리기 힘든 위험한 느낌만 더할 뿐이었다.
 
시에원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성격이 무척 좋은 것 같았다. 그는 샤챠오를 보더니 다시 원스에게 물었다. "고맙다고 하지 않는 걸로도 모자라 날 욕을 하네. 그는 네 동생인데 신경을 안 써?"
샤챠오는 믿기 어렵다는 듯 그를 보았다.
 
시에원이 또 말했다. "나를 왜 보는 거야, 어디가 잘못 됐어?"
샤챠오는 몇 마디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시에원이 훑어보자 그는 큰 요괴에게 주시 당한 작은 요괴처럼 그저 겁만 났다.
 
샤챠오에 비하자면 원스는 잘 이해했다. 그는 시에원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는 분명 울고 소리치면 안 되었다.
 
마치 그가 차에서 가짜 "샤챠오"를 마주친 것처럼, 만약 그 자리에서 놀라 격하게 반응했다면 그런 것이 더욱 많이 나왔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영원히 그곳에 갇힐 수도 있었다.
 
물론, 아는 것은 아는 것이고 그는 그대로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
시에원은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하여 화를 내지 않았다.
 
주된 길에는 덩굴들이 그다지 길을 막지 않아 시에원은 나뭇가지를 숲에 던져버리고 원스에게 말했다. "상관하지 않을 거라면 하지 마. 물티슈 있어? 손 닦게."
 
물티슈가 뭐지?
원스는 마음 속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 하면서도 입으로는 말했다. "없어."
시에원 "그러면 뭐가 있어? 휴지도 괜찮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거면 돼."
원스는 긴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고 뱉어냈다. "태우면 가장 깨끗한데, 필요해?"
 
시에원은 멍해지더니 라이터를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웃기 시작했다. 그저 두어 번 웃더니 바람을 맞고 곧 답답한 기침으로 변했다. 보통 사람들은 여러 차례 기침을 하면 얼굴빛이 조금 붉어지나 그는 아니었고, 여전히 병색 짙은 흰 빛이었다.
 
원스의 머릿속에 문득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시에원처럼 이렇게 창백하고 병색 짙은 사람은 흰 옷을 입으면 무척 신선 같을 것이고, 붉은 옷을 입으면…… 아마 악귀의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에원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앞쪽에서 말라가는 샘물을 찾아 가는 물줄기를 빌려 손을 씻었다.
샤챠오는 마침내 숨을 가다듬고 전전긍긍 원스를 뒤쫓았다. 그들은 시에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고 얼마 간의 거리를 둔 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샤챠오가 물었다. "원 형,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원스 "이건 농籠*이야."
(*笼 새장, 닭장 같은 우리라는 뜻인데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한자음을 따왔습니다..^^)
"농?" 샤챠오는 이런 말을 들어본 것 같았다.
 
그는 한참 생각하다 마침내 떠올렸다. 역시 션챠오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션챠오가 말했다.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는 크건 작건 모두 안타까운 일이 있고, 마음에 응어리가 있지. 어떤 것들은 금방 풀리고, 어떤 것들은 어떻게 해도 내려놓을 수 없어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을 잡아맨단다. 영상에서 가장 깊고 가장 무거운 원한과 근심이 이곳에서 비롯되지.
사람이 갑자기 큰 병과 재해를 마주하거나 혹은 수명이 끝날 때, 영상은 불안정해지며 그러한 원한과 근심이 자리를 차지하여 하나의 판을 형성하는데, 이게 농이야.
만약 마침 재수 없는 사람이 지나가면 농에 엮여 들어가기 쉽지.  
보통 사람에게 있어 실수로 다른 사람의 농에 들어가는 것은 한 낮에 귀신을 마주치는 것이다.
하지만 판관에게는 해야 할 일이었다—— 불결한 것을 없애고 그른 것을 맑게 하며 농주笼主를 깨워 그를 깔끔하게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그러면 우리 지금 어디 가요?" 샤챠오가 물었다.
원스가 말했다. "농의 중심을 찾아."
 
"중심이 뭔데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원스가 방향을 판별하며 말했다. "보통은 건물이야."
 
말을 하는 사이 앞쪽에 있던 시에원이 문득 한 쪽 손을 들어 멀지 않은 곳의 낮은 산을 가리켰다. "보였어, 산 뒤에 집이 있어."
 
그는 익숙했고, 분명 이런 일을 처음 해본 것은 아니었다. 원스는 조금 놀랐으나 금방 시에원의 이름이 비록 명부도에서 지워졌으나 그래도 샤챠오보다는 강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저 수준은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원스와 샤챠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에원은 여전히 그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몇 걸음 앞서다가 뒤쳐지게 되었는데, 그래도 쫓아갈 뜻은 없어 보였다.
 
원스는 금방 낮은 산을 돌아가 집 앞에 도착했다.
그것은 90년대의 단독 주택으로 이층이었고 앞쪽에는 청석 담장이 크지 않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나무 두 그루가 정원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 집……." 샤챠오는 주변을 둘러보고 중얼거렸다. "어렸을 때 동네에 다 이런 집이었던 것 같아요."
"동네?"
" 네." 샤챠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예전에는 거기 산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집은 없어졌어요. 헐었거든요."
 
이 집은 갑자기 나타났고 산간 평지에 홀로 우뚝 서 있었으며 가는 비가 가져온 흐릿한 안개가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농의 중심이에요? 그 다음엔요?" 샤챠오는 조금 겁이 났다. 이런 옛 집은 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함을 지니고 있어 그는 너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그의 형의 생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다음?" 원스가 말했다. "그 다음엔 당연히 들어가야지."
샤챠오는 침을 삼키고, 속으로 나보고 죽으라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아아아안에 사람이 있을까요?" 샤챠오가 또 물었다.
이번에 대답한 것은 원스가 아니라 시에원이었다. "아아안에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원스 "……."
이 사람은 병이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이런 순간에 농담할 정신이 있다니.
 
샤챠오는 그 자리에서 이 농담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고 원스에게 물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원스가 막 입을 열자 시에원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이 들어가고 너는 밖에서 기다려도 돼."
"???"
샤챠오는 더욱 처참하게 울었다.
원스는 머리가 아팠다.
 
샤챠오는 잠시 생각하다가 혼자 바깥에 있는 게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스에게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들어가요?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가요?"
시에원 "좋은 생각이야, 네가 가서 밀어봐."
원스 "……."
 
그는 참을 수가 없어서 시에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입 다물어." 그 후 억지로 성격을 참으며 샤챠오에게 설명했다. "문을 여는 건 안 돼, 움직임이 작으면 작을수록 좋아. 가장 좋은 건 집 안에 있는 걸 건드리지 않는 거야."
"어떻게 안 건드려요?" 샤챠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어떻게 집 안으로 넘어들어가면 고개를 돌리자마자 코 앞에서 창백한 귀신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돼." 원스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고 정말 설명하기 귀찮았다.
하지만 샤챠오의 그 처참한 얼굴을 보자 또 한 마디 했다. "방법을 생각해서 다른 물건에 붙으면(*빙의) 돼."
 
판관이 농에 들어가는 것은 어떨 때는 수동적이었고 어떨 때는 주동적이었으나 농에 들어가고 나서 하는 일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들은 어떤 물건을 빌려 가능한 한 소리 없이 농의 중심으로 들어갈 것이다.
 
대다수는 족자, 사진 혹은 거울 같은 것들을 선택하는데 이것들은 사람과 관계를 생산할 수 있어 붙기가 편했고, 집 안의 상황을 관찰하기 편했다.
농주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응어리가 무엇인지 알아내면 그들은 그제서야 손을 움직여 도울 수 있었다.
 
샤챠오는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붙어요? 산 사람이 어떻게 다른 물건에 붙어요?"
시에원은 고개를 기울이고 작은 소리로 그에게 알려주었다. "누가 너한테 우리가 지금 사람이라고 했어?"
"????"
샤챠오는 숨을 삼키더니 다시는 뱉지 못했다.
 
산 사람이 농에 들어가는 것은 다 허상이었고, 만약 놀라게 된다면 현실에서는 큰 병을 앓게 된다. 샤챠오는 도망치지 못할 것 같았다.
 
원스는 주머니를 만졌고, 조금 초조했다.
이전에 그는 외출할 때면 몸에 반드시 어떤 것들을 지니고 다녔는데, 예를 들면 향 재와 촛물, 무명실, 부적지 같은 것이었다. 오늘 아침 시에원이 성가시게 굴어 머리가 어지러워 잊어버렸고, 몸에는 라이터 하나가 전부였다.
 
이것이 어떻게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내겠는가?
 
그는 불쾌한 듯 잠시 답답해하다가 마침내 떠올렸다. 시에원은 억지로 판관인 셈 칠 수 있었다. 비록 제명되었지만 다행히 이름은 있었다. 다른 분파와 파벌마다 다른 방법이 있었으니 어쩌면.
 
그래서 원스는 물었다. "방법이 있어?"
시에원은 "어." 했다.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원스는 긴 말을 하기 귀찮아서 대놓고 말했다. "그러면 네가 해."
 
"확실해?" 시에원은 아무렇게나 옆에서 나뭇가지 세 개를 꺾더니 원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은 얇고 깨끗했으며 손가락 뼈는 길고 곧았다.
원스는 그 손을 바라보고 문득 한 순간 멍해졌고, 옆으로 늘어뜨린 손가락이 움찔했다.
 
시에원이 말했다. "라이터 줘."
원스는 손가락 관절을 구부려 라이터를 쥐어 건네 주었다.
 
그는 시에원이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 가지를 흙에 파묻는 것을 보았다……. 이 수법은 장 씨 집안의 것이라기 보다는 괴술傀术에 더 가까웠다.
 
"먼저 말해 둘게." 시에원은 눈을 들어 원스를 바라보며 일깨워 주었다. "나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 들어봤지? 나도 간단한 속임수는 할 줄 알지만 수준은 한정되어 있고 복잡한 건 못 해. 네가 나서서 나더러 도와달라고 한 거니 이 점은 기억해. 문제가 생겨도 나한테 뭐라고 하면 안 돼."
 
그는 아직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말을 마치고 다섯 손가락을 오므리자 나뭇가지가 세 개가 부딪히는 순간 원스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순간 원스는 후회했다.
하지만 그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어느 방 안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농의 중심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는 시에원의 수준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경거망동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는 아이의 침실 같았는데 침대 외에는 넘어짐 방지 용의 부드러운 플라스틱 매트가 깔려 있었고, 90년대의 만화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었다.
 
구석에는 작은 나무 의자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블록 장난감들이 널려 있었다. 분명 방의 주인은 블록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먼지가 한 겹 쌓여 있었다.
 
원스는 자신이 어느 수납장의 높은 곳에 있다고 느꼈는데, 사진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거울이 있어서 한 번 볼 수 있으면 알 것었다. 그가 막 샤챠오와 시에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려고 생각했을 때 방 문 바깥에서 자박 자박 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분명 슬리퍼를 끄는 아이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방문이 열리며 만화처럼 차려 입은 어린 남자 아이가 뛰어 들어왔다.
농 안의 사람은 종종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목구비 중의 어느 부분이 유난히 돌출되고 다른 부분은 무척 흐릿하여 마치 사람의 기억 같았다.
 
이 남자 아이의 돌출 되는 부분은 눈이었는데, 무척 크고 무척 검었다.
그는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갑자기 멈추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허공 속의 어느 점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두 개의 예쁜 눈동자는 그로 인해 조금 기이하게 변했다.
 
그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갑자기 아무 징조 없이 고개를 비틀어 원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원스는 즉시 무척 작은 숨을 참는 소리를 들었다. 샤챠오가 옆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그저 감히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다음 순간 그 귀신 같은 남자 아이는 시선을 거두고 자박자박 문가로 가더니 갑자기 아래층을 향해 소리쳤다. "방 안에 사람이 많아요."
원스 "……."
 
오래지 않아 질질 끄는 발걸음이 계단을 올라왔다. 듣자 하니 나이가 적지 않은 노인이었다.
원스의 각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노인의 희끗한 정수리가 보였다. 등이 조금 굽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텅 빈 방을 보더니 먼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아이의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그 사람들이 어디 있어? 할아버지는 눈이 어두워서 한참 찾아야겠다."
아이는 원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어 가리켰다. "저기!"
 
노인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원스는 옆에 있는 것이 벌벌 떨더니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예상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분명 샤챠오가 놀라 기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끄러져 내려간다는 게 무슨 일인가??? 액자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다 이렇게 미끄러지는 않을 텐데?
시에원은 대체 그들을 어떤 것 안에 밀어 넣은 것인가?
 
원스가 의혹을 품은 순간 샤챠오가 완전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퍽" 하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고, 그는 어느 분홍색 치마를 입은 인형이 얼굴을 바닥으로 향한 채 아래로 떨어진 것을 보았다.
원스 "……."
 
이어서 그 얼굴 없는 노인이 분홍색 치마를 입은 샤챠오를 집어들더니 먼지를 털고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 그는 남자 아이의 머리를 만지고 원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말하던 사람이 네 이 인형들이었니?"
원스 "……."
이…….
인형들…….
 
원스는 한순간 숨이 막혔고, 두 가지 일을 알고 싶었다. :
첫째, 그의 이 인형이 치마를 입고 있지 않은가.
둘째, 시에원은 어디인가, 죽어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