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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판관判官

나무 동자 - 13. 연락이 끊기다(失联)

 
시에원이 손 안의 꽃을 그러모으자 꽃잎은 그에 닿는 순간 오므라들며 시들기 시작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갈색의 죽은 물건이 되었다.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꽃잎이 흩어졌다.
 
그는 시선을 내리 깔고 손 안의 죽은 것을 보고 있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는 눈을 들었고 원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에원은 손등을 몸 뒤로 내리고 몇 걸음 정도의 거리와 꽃나무를 사이에 두고 그에게 물었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네가 이렇게 날 바라보는 걸까?"
"……."
원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그저 단순하게 고개를 돌려 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물으니 그는 얼굴을 굳힌 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시에원 "무슨 일?"
원스 "……."
잠깐 생각 좀 해보고.
 
다행히 그는 반응이 빨라 얼마 멈추지 않고 하나를 떠올렸다. "네 옷은?"
시에원은 고개를 숙여 꼼꼼하게 자신을 보았다—— 상하의가 완전히 갖추어 있었다.
……
 
원스는 탄복했다. "내 말은, 네가 손에 들고 있던 외투 말이야. 검은 색."
시에원은 마치 그제서야 그 옷에 대해 떠올린 것 같았다. "아, 그거. 사람이 너무 많아 복잡해서 어딘가 잊어버렸나봐."
 
"안 찾아?"
"됐어." 시에원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중요한 물건도 아니고, 잃어버리면 다시 사면 돼."
 
원스는 그의 이렇게 없으면 말고 하는 식의 사치스러운 어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미간이 갈수록 구겨지는 것을 보고 시에원이 다시 건의했다. "아니면 나하고 같이 산에 가서 찾아줄래? 그런데 이 산은 좀 넓지."
 
헛 꿈을 꾸네. 이 산이 어디 조금 넓은 정도인가?
원스는 고개를 숙이고 가버렸다.  
 
시에원은 뒤에서 웃더니 다시 몇 차례 기침했다.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욱 답답하여 몸이 더욱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션챠오를 보내주려 온 이웃과 친구들은 비록 그를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며 몇 마디 물었다. "병이 났나? 병이 났으면서도 산에 쫓아 오다니, 산 속은 더 추운데."
시에원은 손을 흔들며 자신은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그는 말을 할 때 비록 진지하지 않았고 보기에는 실로 성격이 좋은 사람 같았지만…….
 
원스는 산길을 따라 돌아 내려올 때 참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시에원이 코 끝을 누르고 답답한 듯 몇 차례 기침하며 나무 한 그루를 지날 때 손 안의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안색은 색이 옅고 병색이 짙어 창백했으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조금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하는 것 같았다.
 
원스는 멍하니 있다가 알아차렸다. 그것은 그가 이전에 받았던 꽃일 것이다.
 
농에서 나오고서부터 원스는 사실 피곤하고 배가 고파 정신을 다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집중하여 시에원의 영상을 보는 것을 시도했다.
  
막 눈을 감자 그는 하늘을 향한 살의 기운을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몇 배는 진해져 흉포하게 날뛰고 있었고 요사스러움이 짙고 강렬했으며 검은 안개가 흩어지는 곳에서는 빛을 발하던 꽃나무들이 어둑해지며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 같았다.
 
원스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고, 그는 얼른 눈을 떴다.
그 광경은 다시 사라졌고, 시에원은 여전히 온화한 모습으로 시선을 내린 채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
 
대형 버스가 산기슭에 멈추자 사람들이 잇달아 다가왔다.
  
샤챠오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눈이 심하게 부은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이웃 어른들이 보다 못해 반은 그를 부축하고 반은 끌어 차에 태워 왔을 때 앉았던 자리에 앉혔다.
  
잠시 후 그는 굳은 눈동자를 돌리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원 형은요?" 
 
이웃 리우 아주머니는 그의 뒤에 앉아 있었고, 그녀가 가장 이렇게 다 큰 젊은 아랫사람이 우는 것을 두고 보지 못했다. 그녀는 샤챠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창 밖을 가리키고 말했다. "왔어, 자, 저기서 이야기를 하고 있네."
 
샤챠오는 조금 느리게 눈을 돌려 바라보았다.
 
원스가 얼마간 떨어진 길가에서 막 산을 내려온 시에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주로 시에원이 이야기를 하고 원스는 듣고 있었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샤챠오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보통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조금 멀어 일종의 미묘한 생소함과 회피감을 드러내었다.
 
당연히, 샤챠오는 왜인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이상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시에원이 간단히 몇 마디 했고 원스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원스는 버스 방향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다리가 길어 팔걸이를 잡고 두 걸음만에 네 계단을 올라 무표정하게 샤챠오의 곁에 앉았다.
 
기사는 담배를 끄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올라왔어요? 안 온 사람 있습니까?"
원스가 말했다. "없습니다, 가죠."
 
  
샤챠오는 멍해졌고 리우 아주머니는 더욱 열정적으로 먼 곳의 시에원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너희의 그 친구, 그는 안 타니?"
"안 와요." 원스가 말했다.
 
"왜?"
"일이 있어서 먼저 갔습니다." 원스가 말했다.
 
샤챠오는 원스를 곁눈질 했고 그의 원 형은 늘 이렇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말하는 것도 딱딱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원스가 지금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 형, 왜 그래요?" 샤챠오는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  
원스는 눈꺼풀을 들어올렸고 알아 듣지 못했다. "뭐?"
 
"저기……." 샤챠오가 생각하다가 느리게 물었다. "시에원이 뭐라고 했어요?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원스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고 일종의 "무슨 헛 꿈을 꾸는 거야"하는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어?" 
 
샤챠오는 다시 움츠러들더니 차 유리창에 붙었다. "아니요, 잘못 봤어요. 못 들은 셈 치세요."
 
하지만 리우 아주머니는 단념하지 않았다.
오는 길에 그녀는 시에원의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젊은이가 생긴 것도 아주 눈에 보신이 되었던 데다 기품이 있는데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원스의 등받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차를 타고 왔는데 가는 것도 차를 타고 가는 게 제일 좋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그다지 길하지 않아."
 
이런 게 불길하다는 것은 억지로 끼워 맞춘 감이 있었고, 원스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창 밖을 바라보았고 마침 시에원이 어느 빨간 차에 타는 것을 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이게 다입니까? 갈까요?" 기사가 물었다.
원스 "네."
 
기사는 급하게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두 번 호흡하고 담배를 끄곤 운전대를 돌려 차를 몰아 도시로 향했다.
 
***
 
밍화부의 화원의 장례식 막사는 이미 깨끗하게 정리되어 며칠 간 이어진 장례식이 끝을 맺었다.
 
리우 아주머니는 앞 쪽의 단층 건물에 사는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서도 조잘거리며 당부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두 명의 젊은이가 뭘 몰라 일을 그르칠까 걱정했다. "이따가 화로를 넘어가고* 대추와 떡을 먹어야 해. 그 다음에 집으로 가서 침대며 소파 같은 것들을 옮기고 청소해야 한다."
(*집 앞에서 화로 위를 지나가는 것으로 액땜? 하는 거 같아요. 장례식 다녀오면 소금 뿌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이런 게 있나보다 하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샤챠오는 여전히 기운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너희 둘이 잘 못하겠으면 와서 문 두드려라. 아줌마가 도와줄 테니까, 응." 리우 아주머니는 화로를 넘는 사람들의 줄을 따라 두 걸음을 걸으며 또 말했다. "전부 청소한 다음에 씻고 나서 자렴. 꼭 씻어야 해."
 
샤챠오가 대답했다. "네."
  
그는 멍하니 남들이 그에게 뭘 주면 받고, 그에게 뭘 먹으라 하면 받아 먹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사람들은 이미 흩어지고 그는 이미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집 안은 텅텅 비어 있었고, 그 역시 텅텅 비어 있어 마치 혼을 잃어버린 것처럼 한 순간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가볍게 그의 머리를 쳤다.
샤챠오는 뒤통수를 만지고 고개를 돌려 보았고, 원스가 그의 곁을 지나쳐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비비는 것을 보았는데, 무엇을 비비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남은 향 있어?" 원스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샤챠오는 멍해졌다. "있어요, 필요해요?"
 
"가서 하나 불 붙여." 원스가 말했다. 
 
그는 늘 다른 사람에게 일종의 "인내심이 바닥 나면 낯을 바꾼다"는 느낌을 주었기에, 샤챠오는 그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또 그가 조금 겁나기도 해서 지령을 받자 급하게 달려갔다.
 
향을 하나 쥐고 돌아오고 나서야 샤챠오는 물었다. "향을 붙여서 뭘 해요, 형?"
"이리 와." 원스는 뒷마당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고 문을 열라는 표시를 했다.
 
션 가의 별장의 뒷마당은 넓고 비어 있었다. 이전에 샤챠오는 꽃이나 풀을 사다 두고 싶었지만 션챠오는 늘 "장소를 남겨두라"고 했었는데, 남겨서 무얼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원스는 이렇게 빈 공간을 보고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서 샤챠오는 이전에 션챠오가 말했던 "남겨둔다"는 것이 그에게 남겨주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향 줘." 원스는 빈 손의 손가락을 움직여 샤챠오에게 물건을 넘겨달라는 표시를 했다.
샤챠오는 얌전히 시키는 대로 했다.
 
원스는 쪼그려 앉더니 향 재를 흔들어 비빈 손가락 사이에 떨어트렸다.
샤챠오는 문득 눈을 뜬 것처럼 농 안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을 보았다 —— 그것들은 션챠오의 몸을 휘감고 또 원스에 의해 녹아내렸던 검은색 연기였다.
 
"이건……." 샤챠오는 눈을 크게 떴다.
원스는 아직 손가락을 비비고 있었고 얼마 남지 않은 연기가 그에게 비벼져 길어졌고, 마치 나뭇가지 같았다.
 
그가 손을 뻗어 펼치자 그것은 진흙 위에 세워졌다.
어디선가 한 차례 바람이 불어 향불이 샤챠오에게 덮쳐왔고 그는 두 눈이 매워 눈물이 나서 한참을 얼굴을 덮고 기침했다. 
 
따가운 느낌이 가시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앞 쪽의 흙 속에 가늘고 길쭉한 묘목이 하나 늘어난 것을 알아차렸다. 
 
샤챠오는 깜짝 놀라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게 뭐예요?"
  
"백매화." 원스가 말했다.
샤챠오는 속으로 품종을 물어본 게 아니라고 말했다. "어디서 난 거예요?"
"방금 보지 않았어?" 원스가 그를 보는 눈빛이 흡사 멍청이를 보는 것 같았다.
"알아요, 제가…… 제가 봤는데, 형이 할아버지의 몸에서 빨아들인 검은 기운이 방금 뿜어져 나오더니 나무가 생겼잖아요."
 
원스 "응."
샤챠오는 별안간 할 말이 없어졌다.
 
한참 후 그는 천천히 눈을 크게 뜨고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 "그러니까 이거는……."
원스는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걸 의미상의 션챠오라고 여기면 돼, 또는 션챠오가 네게 남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샤챠오는 그 묘목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문득 어렸을 때 살던 곳을 떠올렸다. 근처에는 작은 백매화 숲이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자라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 문득 그것의 내력을 이해했다—— 션챠오 역시 판관으로, 여러 사람을 보내주었고, 분명 이런 일들을 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 샤챠오는 "세상을 떠난" 이라는 글자를 삼키고 말했다. "이렇게 변하나요?"
원스가 말했다. "내가 이런 걸 좋아해."
 
샤챠오는 자기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마치 문득 그렇게 괴롭지 않고, 션챠오가 아직도 어느 곳에서 온화하고 자애롭게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원스는 몸을 일으키고 몸 옆에 늘여뜨려진 손가락이 손가락 뼈를 쥐었다.
샤챠오 역시 일어나 묘목을 몇 바퀴 돌았다. 만지고 싶으나 감히 만질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나무는 비료를 줘야 해요?" 샤챠오가 물었다.
원스 "스스로 커."
 
샤챠오는 "아." 하더니 또 물었다. "그러면 물 줘도 돼요?"
원스 "나는 준 적 없는데, 해봐."
샤챠오는 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원스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바깥에 매일 비가 내려도 썩어 죽는 건 못 봤어."
샤챠오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물조리개를 찾으러 갔다. 혼이 또 되돌아 온 것 같았다.
 
원스는 문가에 기대어 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묘목에 물을 주는 것을 보았다. 그 후 당시에 꼭두각시를 만든 사람은 분명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 멍청이를 만들어 냈겠는가.
  
***
 
백매화가 생기자 샤챠오는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묘목에게 물을 주고 가지를 치는 것이었고, 그 후 원스와 향을 하나 피워 조사에게 바쳤다.
 
그날 그는 향을 다 피우고 판관 명부도를 지나칠 때 곁눈질했다가 문득 굳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원스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뭐해?"
  
샤챠오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소리를 내지 못하며 명부도를 보고 놀란 상태였다——
그는 방금 원스의 이름이 소리 없이 빛나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선이 마치…… 위로 조금 옮겨간 듯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이 선은 션챠오에서 이미 끝났다. 전원이 죽은 선인데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가 있는가???
아니, 아니, 아니. 환각이겠지.
  
샤챠오는 한참 의심하다가 그래도 고개를 흔들었다. "별 거 아니에요, 잘못 봤어요."
원스는 더는 그를 상관하지 않았다.
 
이 집은 조금 넓었고, 집안일이 서툰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리하는 게 힘이 드는 일이었다. 원스와 샤챠오는 먹을 것을 나르는 햄스터처럼 이틀 반을 써서 조금씩 집 안의 소파며 탁자 같은 것들의 위치를 바꾸었다.
 
정리를 전부 끝낸 그날 오후, 샤챠오는 제대로 청소를 하려고 수납장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다.
 
원스는 이곳저곳에서 빗자루를 찾고 있었는데 둥그런 물건이 땅에 붙어 웅웅거리며 다가와서 죽어라 그의 다리에 부딪혀 대는 것을 보았다.
 
"이게 뭐야?" 원스는 시선을 내려 그것을 바라보았고, 표정은 "꺼지게 해"와 "밟아 죽일까"의 사이였다.
샤챠오는 급히 다가와 그 시끄러운 것을 발로 차버리곤 말했다. "로봇 청소기예요."
 
"그러면 빗자루가 필요해?"
"없어도 돼요." 샤챠오가 손을 흔들었다.
원스는 "어."하며 침착하게 이 물건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샤챠오는 속으로 원 형은 원 형이라고, 무슨 일에도 담담하여 척 보면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막 감탄을 끝내자 그는 원스가 냉장고에서 페조이(*과자) 한 상자를 또 꺼내더니 무표정하게 바작바작 소리를 내며 로봇청소기를 두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 형." 샤챠오는 꾸물꾸물 그의 곁으로 다가가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먹으면 배가 차요?"
원스는 눈꺼풀도 들지 않았다. "아니."
샤챠오 "그러면 지금 엄청 배고픈 거 아니에요?"
원스 "어떨 것 같은데?"
 
"그럼 뭘 먹어야 되는 거예요?" 샤챠오가 또 물었다.
"사람." 원스는 한 단어를 뱉어냈다.
"……." 샤챠오는 얼른 도망쳤다.
 
이 멍청이 덕분에 원스가 오랫동안 참고 있던 배고픔이 다시 피어올랐다. 그는 지금 나쁜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일단 배가 고프면 사람을 하나 먹고 싶…….
 
안 돼, 꺼져.
원스는 속으로 말하며 또 냉장고를 열었다.
 
샤챠오는 쫓아와서 꾸물거리더니 곁눈질을 했다. 페조이는 이미 다 먹었다. 원스의 시선이 음료로 향했다.
샤챠오는 이 때가 되자 적극적이었다. "저기, 원 형,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스는 안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더니 "딱" 하고 열고 차갑게 말했다. "난 95년에 죽은 거지, 65년에 죽은 게 아니야."
샤챠오 "……."
그래, 기분이 더 나빠진 건 알겠다.
 
샤챠오는 감히 입을 더 놀리지 못하고 멀리 가지도 못하고 옆에서 움츠러든 채 조용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참 후 그는 그의 원 형이 마지못해 묻는 것을 들었다. "시에원은 움직임이 있어?"
 
샤챠오 "응???"
원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이사 온다고 하지 않았어?"
 
시에원은 그 날 산을 내려온 이후로 연락이 끊겨 마치 세상에서 증발 된 것 같았고, 방 일도 더 묻지 않았다. 이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당연히, 주로 원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틀 반은 샤챠오의 개념 속에서는 무척 짧은 시간이라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으니, 이틀 반 동안 연락이 없어도 별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원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의 원 형이 어쩌면 배가 고파서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제가…… 연락을 해 볼까요?" 샤챠오가 물었다.
원스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샤챠오가 번호를 뒤적일 때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서병원이 어디야? 길 알아?"
샤챠오는 눈을 깜빡였다. "어, 알아요."
뭐하려고? 찾아가서 사람을 먹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