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작/판관判官

나무 동자 - 11. 시들다(枯化)

 
 
하지만 곧 원스는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침대 위의 꼭두각시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불을 젖혔고, 아이의 손발은 나뭇가지로 변해 있었다. 회갈색의 나무 껍질이 그의 대부분의 피부를 대신했고, 그저 복부 위쪽으로만 간신히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시드는 것(고화枯化)"이라 불리며 꼭두각시의 사망을 의미했다.
 
이렇게 죽었다고?
원스는 조금 의아했다.
 
그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의 심장을 꿰뚫지 않았고, 그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시들어 버린 것인가?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이 장면은 그가 아이를 공격하여 다치게 한 뒤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발생했던 일이었다. 
  
그것은 계속 노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었고, 인상도 무척 깊었다. 농 안에서 발생했던 일은 과거와 얼마간 비슷하여, 이 장면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허상이 아니라 과거였다.
 
침대의 아이는 눈을 감고 이불에 둘러싸인 채 아무런 생기가 없었다. 거친 나무 껍질은 여전히 천천히 늘어나고 있어 퍼지기 시작한 먹물처럼 피부 부분이 점점 적어졌다.
  
잠시 후 시든 흔적은 가슴 앞쪽까지 이어졌다.
그의 심장의 인장은 흰 빛을 띄고 있어 나뭇가지 위의 썩은 반점처럼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원스는 그 인장을 바라보며 조금 미간을 지푸렸다.
문득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그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왜 멍하니 있어?"
 
그는 순간 정신을 차렸고 고개를 돌리자 시에원이 다가온 것이 보였다.
 
거울 안의 공간은 무척 특이했는데, 거울 바깥과 대응했다. 마찬가지로 책장이 하나 있었고 한쪽에 창이 있었는데, 그저 흐릿하여 농에 한 겹의 흰 안개가 덮힌 것 같았다.
  
시에원은 책장에 기댄 채 안개 속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농에 들어올 때 꺾었던 나뭇가지가 쥐어져 있었는데, 잠시 내버리지 않고 줄곧 지니고 있었다. 
  
"뭐하러 왔어?" 원스가 말했다. 거울 속의 목소리는 작고 흐릿했고, 크게 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깥으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오면 안 돼?" 시에원은 이상하게 여기는 것조차 담백하여 다음 순간에는 평소의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모든 일에는 선후 관계가 있는 법인데, 우리 누가 거울을 먼저 차지했는지 정리해볼래?"
"……."
 
다 커서 누가 그런 걸 따진대?
원스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훑어본 뒤 시선을 돌렸다.
 
얼마 후 그가 문득 말했다. "시드는 게 뭔지 알아?"
"응?" 시에원은 몸을 일으켜 다가오더니 침대 위의 아이를 훑어보고 순간 이해했다. "아, 당연히 알지."
  
원스는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무슨 표정이 그래, 내가 알면 안 돼?" 시에원이 말했다.
"아니."
 
알아야 했지만, 이 표정이어서는 안 됐다.
 
보통의 꼭두각시의 "시드는" 것은 한 순간이라 직전에는 쌩쌩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바닥에 떨어져 나뭇가지와 무명실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느린 시듦은 이 꼭두각시를 만든 사람의 수준이 무척 높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물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꼭두각시는 보통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판관조차도 본 사람이 몇 없고, 특히 후세의 판관들은 더했다. 이렇게 척 보는 것으로는 보통 사람은 이것이 "시드는" 과정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에게 다른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 시에원의 어조가 수면처럼 평온하며 이렇게 빨리 대답한 것은 도리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금방 원스의 의혹을 이해하고 설명했다. "장씨 집안에는 장서가 많아서 나 같은 반푼이 수준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도 책에서는 볼 수 있지. 견문이 좁아서 망신을 당하지 않게 말이야——"
 
시에원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체면을 무척 따지거든,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 앞에서는."
원스 "……."
 
이 말이 만약 노인의 입에서 나왔다면 들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에원은 보기에 28, 9세 정도로 보였고 외모만 보면 원스보다 두세 살 많아 보였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넌 내가 몇 살인지 알아?
원스는 얼굴을 굳힌 채, 속으로 안다면 네가 울 거라고 생각했다.
 
***
 
노인은 거울 속의 말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 꼭두각시의 몸 위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침묵하며 한참 앉아 있다가 그 향 재가 담긴 그릇을 들어 손가락으로 쥐더니 아이의 말라버린 손발 위에 발랐다.
 
그는 손바닥, 발바닥, 배꼽 위치에 두껍게 한 겹을 바르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파내더니 물에 닿는 잠자리처럼 아이의 왼쪽 눈꼬리, 코 끝, 마지막으로 왼쪽 심장 쪽에 찍어 세 개의 점을 실로 연결했다.
  
여기까지 보자 원스는 이미 가슴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왜냐하면 그는 노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간단한 민간에서 전래되는 구명법이 아니라 도령渡灵이었다.
 
이것은 강제로 자신의 영상을 잘라내어 꼭두각시의 몸 속으로 넘겨주어 꼭두각시의 수명을 잇는 것이었다. 이것은 괴술의 일종 방법이었으나 거의 아무도 하지 않았다.
첫째, 목숨을 이을 수 있는 꼭두각시는 "시드는" 과정이 느린 것으로, 이 점만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쓸 수 없었다.
둘째, 정말 이러한 꼭두각시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꼭두각시는 사라지면 새 것을 만들 수 있으나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런 공인된 "쓰잘 데기 없는" 술법은 사실 진작에 버려졌고, 원스가 약간 알고 있다가 훗날에 제자들에게 한담으로 이야기 해 줬었다.
  
이 노인은 또 어디서 알게 된 것일까, 시에원처럼 책에서 알게 된 걸까.
원스는 갈수록 점점 더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노인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침대 머리맡 수납장에서 검은색 작은 함을 꺼냈고, 함 안에는 크기가 다른 조각칼이 있었다. 
  
그는 그 중 하나를 고르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검지 위를 한 줄기 그었다.
옷장 틈새에서 갑자기 가볍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샤챠오가 노인이 손을 베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진 것 같았다.
 
선혈은 순식간에 구슬처럼 응결되어 손가락을 따라 미끄러졌다. 노인은 급하게 아이의 앞으로 옮기더니 여전히 그의 오른쪽 눈꼬리, 코 끝, 왼쪽 심장의 위치에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이어…… 그의 검지가 아이의 입술에 드리워졌다.
 
이것은 도령의 마지막 단계로, 도령인의 피를 꼭두각시의 입 속에 넣어주는 것이다.
만약 삼키면 꼭두각시는 새로 눈을 뜨게 된다. 만약 삼키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헛 것이 되며 잃어버린 영상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노인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모아 첫 번째 피를 아이의 입 속에 넣었다.
 
검붉은 빛이 금방 입술 새로 스며들었고, 다음 순간 아이는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노인의 몸이 약간 굳어졌고, 기대와 긴장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원스는 그것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초 이 꼭두각시를 만든 사람이 너무 강하여 그에 비하자면 노인은 그저 평범한 괴사에 지나지 않았고, 기껏해야 보통 괴사 중에서 으뜸인 정도였다.
양자간의 차이가 너무 현격하고 또 연루된 것이 적었다. 노인의 영상과 피는 이 꼭두각시에 대해 효과가 극히 미미했으니,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그 피를 삼키지 않았고 눈도 뜨지 않았다. 도리어 격렬하게 발버둥치기 시작하자 진압할 수 없는 악귀 같았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저 피 한 방울이었을 뿐인데 그는 그전보다 또 늙어 있었고, 손가락은 더욱 말라들어갔다.
  
"아프니? 참자, 참아." 노인의 목소리는 느리고 온화했다. 그는 아이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한참 후 아이는 그제서야 멈추었으나 여전히 얼굴에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노인은 잠시 앉아있다가 먼 길을 간 것처럼 살짝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그는 또 손을 뻗어 아이의 입술 주변에 두 번째 핏방울을 떨어트렸다.
 
아이는 여전히 삼키지 않았고, 다시 격렬하게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시든 손가락이 몇 차례 곧 노인의 두피를 스칠 듯했고, 조금만 늦어지면 두피를 타고 파고들 수 있었으나 노인은 여전히 아이를 달랬다. "참자, 참아. 참으면 돼, 응."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다시 이불 속으로 가라앉았고, 여전히 죽음의 기운이 전신에 가득했다.
노인은 더욱 노화했다.
 
그는 또 한참 앉아 있다가 아이의 이불을 정리해주고 세 번째 핏방울을 떨어트렸다.
이어서 네 번째.
다섯 번째.
……
  
원스는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어느 농 안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조용히 있게 될 지 알지 못했다. 사실 이럴 때는 농을 푸는 것이 가장 좋았으나 그는 어쩐지 이 노인을 가로막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대가 갈수록 늙어가며 야위어가는 것을 보자 문득 얼마간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농 안의 밤낮은 여전히 매우 빠르게 흘러가 평소의 시간과는 달랐다.
노인이 몇 번째인지 모를 피를 짜내었을 때, 아이의 왼쪽 심장부의 흔적이 문득 약간의 혈색을 띄었고 마치 마른 나무가 봄을 맞이한 것 같았다.
 
그는 아직 발버둥쳤고, 노인이 순간 멍해진 사이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이 눈을 긁었다.
다행이 노인이 제 때 가로막아 그가 다른 곳을 긁지 못하게 했다.
  
다시 한참이 지나고 아이의 목이 움직여 핏방울을 삼켰다.
마른 나무 같은 회갈색이 그의 몸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손발이 마침내 살의 느낌을 갖게 되었고 피부 역시 더는 청백색이 아니었다.
 
노인은 차분한 성격인 듯 여전히 침대에 앉아 묵묵히 그의 하루 낮밤의 노력이 천천히 결과를 얻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손만을 떨고 있었는데 너무 기쁜 것인지 너무 이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좀 슬픈 것일 수도 있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종종 그러했는데, 너무 기쁘면 아무 이유 없이 조금 슬퍼졌다.
 
아이가 눈을 떴을 때, 눈빛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으나 어쩌면 한 번 죽고 또 노인의 피를 삼킨 탓인지 약간 다른 것이 더해져 있었다…….
어쨌든, 약간의 사람의 느낌이 났다.
 
그는 눈을 깜빡였고 음조는 여전히 큰 기복이 없었으나, 처음으로 부른 말은 "할아버지."였다.
"응." 노인은 이불을 여며주고 천천히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있어."
 
"제가 왜 누워서 못 움직이는 거예요?" 그는 많은 것을 잊어버린 듯, 새로 태어난 아이처럼 망연하게 물었다.
노인이 말했다. "병이 났어."
 
"제 인형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건 악몽 꾼 거야." 노인은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무서워요." 아이는 말하며 몸 옆의 손가락을 또 경련하듯 움켜쥐었다. 마치 다음 순간에 무언가 위험한 일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노인은 아이의 손가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무서우면 울면 돼, 할아버지한테 말하면 돼. 할아버지가 같이 있을 테니까."
 
"눈이 좀 아파요." 아이는 오른쪽 눈을 깜빡였다.
 
그곳에는 그가 발버둥치다 긁혀 난 상처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늙어서 널 안아 침대로 옮길 때 실수로 부딪혔어."
  
노인은 말하며 뜨거운 물을 받은 대야에서 천을 꺼내 물기를 짜고 조금씩 아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원스는 노인을 한참 바라보았고, 그가 소매를 걷어 올릴 때 팔꿈치에 익숙한 화상 자국을 보았다.
그는 다시 아이의 몸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의 가슴의 인장이 더욱 옅어져 없어진 듯한 것이 보였다. 그의 코 끝의 향 재와 핏방울이 사라지며 작은 점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꼬리의 긁은 상처가 곧 흉터가 되는 것을 보았다.
……
샤챠오와 똑같았다.
 
옷장의 문이 바람에 열려 인형의 둥그렇게 뜬 눈을 내보였다. 백색의 불빛이 유리구슬을 비추었고, 마치 울었던 것 같았다.
  
"병이 나면 할아버지는 내가 필요 없어지지 않아요?" 아이가 물었다.
"아니야." 노인이 말했다. "나하고 너는 인연이 있어서, 네가 크는 걸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