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는 알아볼 수 있는 글자는 골라 말했고, 그들은 단어를 긁어 모아 이 페이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 꼬마는 꼭두각시예요?" 샤챠오가 말했다.
"응." 원스는 고개도 들지 않고 뒤쪽의 흐트러진 페이지 몇 장을 뒤적였다.
"어쩐지 그렇게 무섭더라니." 샤챠오는 짤막한 팔을 움켜쥐고 존재하지 않는 소름을 문질렀고, 생각할수록 무서워졌다. "저렇게 무서운 아이를 할아버지가 키울 수 있을까요?"
"몰라." 원스가 말했다.
잠시 후 그는 보통 사람은 이렇게 냉담하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잠시 궁리하다가 덧붙였다. "어쩌면 기르다 정이 붙었을 수도 있고."
"정이 생길 수가 있어요?" 샤챠오는 생각하고 말했다. "어르신이 좋은 분이네요."
"농 안의 것들은 비현실적이고 과장되는 효과가 있어. 저 꼬마가 실제로 어땠을지 누가 알겠어." 원스가 말했다.
샤챠오는 마침내 조금 이해했다. "그래요."
원스는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의 동작이 멈추었고, 눈을 들어 곁눈질하자 거울 속의 시에원의 그림자가 보였는데 너무 흐릿했던 탓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날 왜 쳐다봐?" 원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시에원은 잠시 멍해지다가 느리게 말했다. "민감하네. 널 본 게 아니라 네 손의 종이를 보고 있었어. 다른 내용은 찾았어?"
이 어조…….
마치 감독하는 것 같다.
원스는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계속 종이 위의 글자를 분석했다.
몇 초 후 시에원이 말했다. "두 번째 페이지의 넷째 줄은 뭐라고 쓰여 있어?"
원스는 입술을 꾹 다물더니 중얼거렸다. "이 꼭두각시는 사람도 물건도 몰라보며, 겁을 먹은 탓인지 데려온 이후로는 구석에 웅크려 있다."
"아." 시에원이 또 말했다. "마지막 줄은?"
"……."
인형은 무표정하게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도리어 나는……. 중간에 몇 개는 잘 안 보이고, 갑자기 내 옷을 쥐었다. 어쨌든 그 역시 갈 곳이 없으니 머무르게 해야겠다."
시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셋째 장——"
"네가 직접 보지 그래." 인형은 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나 셋째 페이지를 뽑아 "퍽" 하고 거울 위를 때렸다.
성격 대단하네.
시에원이 막 입을 열려 할 때, 창고 방에 늘여뜨려진 구식 전구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두운 빛이 원을 그리며 온 공간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그들은 동시에 조용해졌다.
일단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그 죽은 듯 조용한 느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원스는 문득 깨달았다. 덜컹이던 문은 진작부터 움직이지 않았고 바깥의 미쳐 날뛰던 사지는 어느 틈엔가 조용해져 있었다.
그는 정적 가운데 일종의 더욱 작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것은 무척 작은 마찰음으로, 마치 어떤 것이 벽에 붙어 기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예요?" 샤챠오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목에서 숨소리를 내었다.
원스 "쉿."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렸고 뒤쪽의 어둑한 수납장을 보았다.
그곳에는 각종 오래된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채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고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았다. 흔들리는 어둑한 누런 불빛이 윗면을 비추며 벽 쪽의 흰 얼굴의 그림자가 언뜻 보였다.
젠장!
샤챠오는 입을 누르고 그제야 소리를 목 안으로 삼켰다.
하지만 원스는 도리어 기어 올라가 그 흰 얼굴을 집어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가면."
그것은 어린 아이 그림의 가면이었고, 두 개의 컴컴한 눈구멍이 있었으며 가장자리는 이미 망가져 방치된지 오래 된 것이었다.
샤챠오는 한숨을 내쉬었으나 그 기어가는 듯한 작은 소리는 여전히 희미하게 들렸다.
원스가 뛰어 내려왔을 때 옆 쪽의 잡동사니에 부딪혀 몇 개의 작은 물건들이 떨어졌다. 유리 구슬이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뒤섞이더니 거울 주변까지 굴러갔다.
원스가 집어 들어 보니 유리 구슬의 안에 검은색 눈동자가 있는 것이 보였다. 눈에는 길고 긴 속눈썹까지 있었다.
그것은 구슬이 아니라 떼어 낸 눈이었다!
찰나의 순간 공기가 거의 굳어버렸다.
그와 샤챠오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구슬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나무 천장이 언제부터인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입이 찢어진 사람 얼굴이 구멍 앞에 엎드려 있었고, 한쪽 눈은 시커먼 구멍이었고 다른 쪽은 크게 뜨여 있었다.
이어서 천장 전체가 갈라지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갈라진 틈이 많아졌는데, 마치 위쪽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문 바깥의 그 사지와 잘린 머리가 지금 다 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 얼굴은 뻗어나갈수록 길어지고, 틈 역시 갈수록 빽빽해졌다.
나무 천장 전체가 무너져 내리던 그 순간, 원스가 손목을 홱 잡아당겼고, 잠긴 문이 "퍽"하며 열렸다. 그는 말할 틈도 없이 한 발로 샤챠오를 걷어차고 거울을 집어들고 아래층으로 뛰었다.
샤챠오는 기려다가 기지도 못하고 계단을 따라 바닥까지 굴러 떨어지는 채 물었다. "왜 어제보다 오늘 더 날뛰는 거예요!"
"헛소리, 내가 그 필기를 가져왔으니까 그렇지!" 원스가 말했다.
"그 아이의 출신을 기록한 거 아니었어요? 이 정도라고요?" 샤챠오가 엉엉 울었고, 작고 짧은 다리는 휘두르기 시작하자 도리어 민첩했다.
원스의 끈이 사지를 한 차례 휘감으며 마치 뒤얽힌 그물처럼 그것들을 옭아매었다. 그것들은 안쪽에서 발버둥쳤고 보고 있으면 조금 역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더욱 많은 것들이 창틀의 틈과 천장, 벽을 따라 기어왔다.
"이것들은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데 어떡해요, 원 형?"
어떡하긴?
농주의 주의를 흩뜨러트리고 급소를 찌른다.
필기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농주에게 있어 급소란 그 꼭두각시와 음험한 아이였다.
원스는 몸을 피하는 가운데 계단 뒤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의자 발을 잡아당겨 미끄러져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가 막 팔선상의 날카로운 송곳으로 향하려 할 때 원스가 뛰어들었다! 원래는 그의 목덜미에 올가미를 메려다 실수로 옷에 걸고 말았다.
아이는 어깨가 좁아 옷이 당겨지자 등허리의 대부분이 드러났다.
원스는 첫 눈에 그의 왼쪽 가슴의 인장을 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필기에서 말했던 것 같은 꼭두각시였다.
하지만 의외였던 것은 그 인장은 너무 옅어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점차 사람 같아지며, 그 인장도 사라질 것 같았다.
이런 꼭두각시가 있나?
원스는 멍해졌다.
그가 정신을 판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고 말았다.
원스는 실을 당겼고, 인장에 파고든 그 순간 아이의 날카로운 송곳은 이미 인형의 가슴에 박혀 등까지 관통되었다.
이 수단은 인형에 붙어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원스의 첫 번째 반응은 : 쪽팔려 죽겠네, 도랑에서 배가 뒤집힌다더니.* 였다.(*사소한 부주의로 실패를 맛본다는 뜻)
그 후, 강한 충격으로 몸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무척 가볍게 눈을 깜빡였고 원래 자신이 통제하던 인형이 바닥으로 무너진 채 유리구슬 같은 눈을 뜨고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붙어 있던 물건에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은 무척 불편했는데 마치 누군가가 머리에 방망이질을 한 것 같았다.
원스가 생리적으로 멍해져 있을 때, 그는 누군가가 손을 뻗어 와 무척 가볍게 그의 눈을 덮는 것을 느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는 일말의 한겨울의 서리와 눈의 냄새를 맡았다.
이어 눈 앞이 어두워졌다.
……
그래, 또 눈 앞이 어두워진 것이다.
이 흐름은 정말 너무 익숙하여 물어볼 필요도 없이 원스는 알 수 있었다. 시에원이 그를 잡아당겨 다른 물건에 붙여버린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1층의 화장실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펼쳐졌다——
타원형의 작은 거울이 세면대 옆에 세워져 있고 안에는 시에원의 그림자가 있었다. 한 쪽에는 사각형의 거울이 벽에 걸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원스의 그림자가 있었다.
분홍색의 작은 치마를 입은 인형이 거울 앞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겁이 많은 사람이 제일 겁내하는 것이 무엇인가? 혼자 있는 것이다.
이전에 샤챠오는 원스의 뒤를 쫓으며 어딜 가든 함께 했기에 두려움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겁 없는 이들은 다 거울 속으로 들어갔고 활동 범위에 제한이 있었으니 돌아다니는 일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혼자서 귀신의 집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만이 남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울었지?" 원스는 머리가 아파 물었다.
"네가 일고여덟 살 짜리 아이에게 찔려 쓰러졌을 때부터 시작했지." 시에원이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가 너한테 통곡해주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네."
"너——"
원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남이 창피를 당한 일을 굳이 콕 찝어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가 뭐?" 시에원은 공손하게 물었다.
원스는 입을 꾹 다물었고, 두 마디 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침내 건너뛰기를 선택했다. "아이는?"
잘못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당시에 아이의 인장을 찔렀다. 비록 사정을 봐주어 꿰뚫지는 않았지만 얼마간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인상 속에서 그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장면이 아이가 바닥에 꿇어앉아 생명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까무러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시에원이 말했다. "노인이 그를 침실로 데려가 간호하고 있어."
원스가 또 물었다. "그 머리와 손은?"
시에원 "흩어졌어."
원스는 "응." 하더니 속으로 그러면 됐다고 생각했다.
원래 그 사지들이 덤벼드는 것이 농주의 잠재의식의 격한 반응이었다. 지금은 그의 모든 주의력이 기절한 아이의 몸에 향해 있으니 자연히 침입자를 내려놓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인은 아이를 주웠고, 그 아이는 꼭두각시였고, 그는 내력을 따지지 않고 꼭두각시를 길렀다. 그리고? 왜 이러한 농을 형성하게 된 것일까.
그는 인간 세상에서의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왔다 떠나기를 십여 회 반복하며 많은 일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 노인이 대체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가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영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판관이 되고서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원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사지들이 없어지자 집의 음험한 기운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화장실은 여전했다.
샤챠오는 울면서 스스로 움츠러들더니 조금씩 벽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구석으로 옮겨서 뭘 하려고?" 원스가 물었다.
"등 뒤가 비어 있으면 안 돼요." 샤챠오가 말했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
원스는 감탄했다.
그는 생각하다 말했다. "어쨌든 옮기고 있는 거니까, 그러면 조금 더 멀리 옮겨 봐."
샤챠오는 반응하지 못했다. "네?"
"침실이 어떤 상황인지 보고 싶어." 원스가 말했다. "네가 이 침대 거울을 도로 옮겨 놔."
샤챠오는 목소리가 떨렸다. "어???"
시에원은 동의하는 것 같았다. "이따가 노인이 수건을 갈고 물건을 가지러 나올 거야, 그 기회에 들어가서 거울을 침대 머리맡에 두면 돼. 우리도 두 쪽을 다 볼 수 있어."
"……."
샤챠오는 이 두 명이 그가 죽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거부할 힘이 없었다.
오 분 후, 침실문이 삐걱이며 열리고 노인은 발을 끌며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샤챠오는 "마귀"의 재촉 아래 치마를 끌고 거울을 쥔 채 울먹울먹하며 침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감히 남아 있을 수 없어 거울을 침대 머리맡 위에 두고 바로 굴러 떨어졌다. 정말 굴렀다…….
안타깝게도 채 문가까지 구르기 전에 노인이 돌아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그는 구식 옷장의 틈새를 보고 황급히 안으로 파고들었다.
노인은 흰 사발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수저를 쥔 채 부드럽게 휘저으며 침대로 다가왔다.
그의 주의력은 다 기절한 아이에게 향해 있어 침대 머리맡의 거울이 돌아온 것은 애당초 눈치채지 못했고, 자연히 거울 속의 원스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원스는 노인이 들고 온 것이 약이나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은 아이가 쓰러져 병이 난 것을 보면 첫 번째 반응이 이것일 것이었다.
하지만 사발을 침대 머리맡에 두자, 그는 그제서야 그 안의 것이 물이 섞인 향의 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잿가루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노인이 마침내 못 견뎌셔 이 재수 없는 아이를 죽이기로 한 건가?
샤챠오 울보에 순한 거 좀 귀엽지 않나요..ㅋㅋㅋㅋ
'원작 > 판관判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동자 - 12. 농을 풀다(解笼) (0) | 2020.08.31 |
---|---|
나무 동자 - 11. 시들다(枯化) (0) | 2020.08.30 |
나무 동자 - 9. 필기(笔记) (0) | 2020.08.27 |
나무 동자 - 8. 서랍(抽屉) (0) | 2020.08.26 |
나무 동자 - 7. 거울(镜子) (0) | 202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