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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판관判官

망천로 - 20. 모순(矛盾)

 
아무도 안 가르쳐 줬어.
원스는 목까지 말이 나왔지만, 시에원이 그다지 기분이 좋은 것 같지 않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문 밖을 바라보았다——
셔터문이 반은 가려져 있어 시야 범위에 제한이 있었다. 비스듬히 마주한 상점의 어둑한 문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이 없었기에 자연히 시에원이 오기 전에 무엇과 마주쳤는지 알 수 없었다
 
원스는 미간을 찌푸리고 답답한 듯 말했다. "누가 널 건드렸어?"
 
시에원은 순간 얼떨떨해졌다.
그는 원스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셔터를 받치고 있던 동작이 멈추었다.
  
가게 안의 백열등은 너무 희어 그의 눈동자를 검게 비추며 한 겹의 얇은 빛을 뒤덮었다. 그는 빛 속에서 침묵하며 서 있다가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그는 고개를 기울이고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너무 작고, 웃음기가 눈가에 닿지 못한 터에 눈 깜짝 할 사이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아무도 안 그랬어." 시에원은 문을 받친 손을 내려놓고 몸을 곧게 폈다. "방금 갔던 가게의 향 냄새가 너무 지독했어. 마침 내가 제일 안 좋아하는 그런 종류였거든."
그는 몸을 비켜 길을 내어주고 말했다. "다 봤어? 다 봤으면 나와, 어르신이 문 닫는 걸 방해하지 말고."
 
셔터 문 밖에서 막고 있던 흰 무명실이 가볍게 바닥으로 떨어졌고 원스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그제야 실을 거두어 들였다.
 
그는 손가락에 실을 감으며 문 밖으로 걸어갔다.
  
할머니의 희어진 눈동자가 꼼짝도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원스가 막 문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얼른 쇠 갈고리 하나를 집더니 셔터 문을 내렸다.
 
"왜 문을 잠그는 거지?" 시에원이 물었다.
할머니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등 뒤의 어느 곳을 훑어보더니 잠꼬대 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못 열어, 못 열어. 그는 좋은 물건을 팔지 않아, 못 열어."
  
말을 마치고 그녀는 쇠 갈고리를 쥔 채 발을 끌며 가버렸다.
매 걸음마다 갈고리가 바닥에 끌리며 "탕탕" 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날카롭고 낭랑하여 머리에 구멍을 뚫는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가볍게 숨을 쉬었다.
원스는 고개를 돌렸고, 저우쉬와 샤챠오가 나란히 그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저우쉬는 이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를 유난히 견디지 못하는 듯 닭살을 비비며 콩콩 뛰고 있었다. 샤챠오는 곁에서 도둑놈이라도 보는 것처럼 그를 보고 있었다.
 
"너희는 뭐하러 왔어?" 원스가 물었다.
"이 길은 당신만 갈 수 있고 나는 못 가는 거야?" 저우쉬는 날개를 퍼덕이는 거위처럼 그 자리에서 쪼러 왔다.
  
샤챠오가 일러바쳤다. ", 그가 꼭 형을 따라가야겠다고 해서 저는 그가 뭘 하려는지 보려고요."
저우쉬 "누가 그를 따라가? 나는 안에서 오래 있어서 밖에서 바람 좀 쐬려는 건데 문제 있어?"
  
샤챠오는 놀라 멍해졌다. "넌 이런 데서도 바람을 쐬어야 돼? 그러면 너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해?"
저우쉬 "——"
저우쉬 "……젠장."
 
저우쉬가 나이가 조금 어린 탓인지 샤챠오는 그의 앞에서는 기세가 괜찮았고억제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등비등은 했다.
 
원스는 그들이 서로를 쪼아대는 것을 보고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그들의 뒤는 한 쪽으로는 맞은편에서 가로지르는 곧은 복도였고 다른 쪽은 부채꼴의 복도였다. 중간은 어둑하여 열린 가게가 없었다.
 
원스는 그 어둑한 복도를 보다가 문득 반응했다시에원이 방금 저쪽에서 왔는데…… 어디 향 냄새가 좋지 않은 가게가 있겠는가?
 
그는 마침내 알아차렸다시에원이 방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그가 혼자서 반 쯤 닫힌 공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이것은 조금 의외였는데, 그들은 사실 아직 그 정도까지 친한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할머니는 갈고리를 짚고 멀리 가버렸고 시에원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녀를 따라갔다.
원스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큰 걸음으로 쫓았다.
 
"왜 그렇게 급해?" 시에원은 등 뒤의 어두운 긴 복도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걸 겁내는 건 아니지?"
꺼져.
원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입술을 다물고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저 발걸음을 늦추어 시에원과 함께 할머니의 뒤를 쫓았다.
한참을 걷다가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내가 그 가게에 들어갔을 때 무명실을 이미 문 밖에 걸어놨었어."
 
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 남에게 이런 것을 설명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농 안의 밀폐된 공간은 위험하고, 사람이 많으면 괜찮지만 만약 한 사람 밖에 없다면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둬버리게 될 수가 있다. 이 점을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진작 후수를 남겨 두었고, 결코 경솔하게 덤벼든 것은 아니었다.
 
시에원"." 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고, 이전의 불쾌했던 것은 뒤로 밀어낸 것 같았다.
 
그는 별 말을 더 하지 않았고 원스도 자연히 덧붙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침묵하며 앞으로 걸어갔고, 약간의 미묘하게 대치하는 느낌이 이어졌다.
 
저우쉬와 샤챠오는 멍청하기는 했지만 민감했다. 그들은 어쩐지 굳은 분위기를 느끼고선 감히 너무 가까이 쫓지 못하고, 5~6미터를 사이에 두고 뒤를 따랐다.
 
두 명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그들 역시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복도 전체가 침묵에 빠져 들었고, 그저 날카로운 갈고리 소리만이 느릿하게 이어졌다.
  
한참 후 원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낮고 흐릿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이전에 널 알았나?"
 
시에원의 걸음이 멈추었고, 반 쯤 내리깔려 있던 눈동자가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별 거 아니야." 원스가 대답했다.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
시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먼 곳의 어느 허공을 향했고, 잠시 후에야 웃더니 원스에게 말했다. "아니, 그랬으면 얼마간 인상이 남지 않았겠어?"
 
이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이른 시기의 몇 개의 일과 사람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는 다른 것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게다가 그가 잊은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옆에서 갑자기 육중한 것이 끌리는 소리가 났고 원스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자신의 가게 앞에 도착하여 가게 안에서 두꺼운 가죽 의자를 끌어내었다.
 
그 가죽 의자는 이상하게 생겼는데, 척 보기에는 업무용 같았고 좌석은 두꺼운 종기 같았으며 바퀴도 없어 잡아당겨도 끌리지 않았다.
 
의자는 바닥에 녹 자국을 남겼고, 갈색의 흔적에서는 서서히 고약한 냄새가 배어 나왔다.
 
그 냄새는 진하지 않았고,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고 원스는 얼굴까지 찌푸렸다.
  
뒤에서 쫓아오던 "저우 큰 아가씨"는 대놓고 "" 하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샤챠오의 발을 밟았다. 발을 밟힌 샤챠오는 얼굴이 파래져서 그를 밀쳤다.
 
"이게 뭐야, 대체." 저우쉬는 욕지거리를 했다.
원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
오랫동안 묵힌 피.
저우쉬 "——"
 
시에원은 제일 허약해 보였지만 도리어 가장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는 변화 없는 얼굴로 숨도 참지 않았는데, 이런 장면이 익숙한 것 같았다.
 
할머니는 의자를 문 밖까지 밀어내고 어두운 벽 구석에 의자가 닿자 느릿느릿 걸어 되돌아왔다. 그녀는 입으로는 반복적으로 몇 마디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갈 때 원스는 고개를 숙이고 귀를 기울였고,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곧 나야, 곧 나야, 금방 내가 될 거야……."
 
무슨 뜻이지?
곧 그녀라는 게 무슨 뜻이지?
 
이게 가리키는 것이…… 이전에 그 뚱뚱한 점주처럼 문을 닫고 사라진다는 것일까?
  
원스는 벽 쪽으로 갔고, 그 버려진 의자는 조용히 그곳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그 피비린내를 맡고 정신을 집중하며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텅 빈 의자 위에 갑자기 어느 창백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갑자기 원스를 향해 덤벼 들었다.
 
머리카락이 관성으로 흩뜨러지는 순간원스는 그녀의 해쓱하고 비틀어진 얼굴을 보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는 무척 크고, 입술 역시 벌어져 있어 활짝 트인 동굴 입구 같았다.
 
그녀의 두 팔이 곧장 뻗어왔고, 열 손가락은 뻣뻣했으며 그를 잡으려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는 어떤 검은 것이 얽혀 있으며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또 의자 등받이에 세게 부딪히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
 
갑자기원스의 어깨에 무엇인가 부딪혔다.
그는 얼른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고 그것이 장비링임을 알아차렸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장비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 농은 좀 이상해, 너희들은 아마 알아보지 못해서 조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것들이 좀 달라. 아까 그 문을 열던 할머니처럼. 나는 방금 너희가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 걸 봤는데. 정상적인 농에서 그럴 수 있어? 농주가 진작 너희에게 창 끝을 향했을 거야."
 
그녀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원스는 한 바퀴를 걸으며 받았던 이상한 느낌이 갈수록 선명해졌다.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이 농주가 되면 대부분은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농 안에는 종종 사망과 관련된 것들, 예를 들어 영정 사진 같은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닫힌 그 가게는 전부 영정 사진이었고 또 "좋지 않은 물건을 판다"는 이유로 강제로 닫혔다.
 
게다가 농 안의 사람은 대부분 농주의 의식의 연장이었고, 말하자면 다 농주의 생각대로 반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뚱뚱한 점주,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던 남자, 이 할머니까지…… 모든 점주는 다 그 여자를 피하며, 그녀가 찾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무척 이상했다.
  
이러한 흔적은 모순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농주가 방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가, 잠시 뒤에는 자신의 대척점에 서서 자기 자신과 맞서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말 듣고 있어?" 장비링은 어조를 높였다.
원스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노파심에서 하는 충고를 들었다. "이럴수록 무모하게 굴어선 안 돼."
  
원스 "."
장비링 "……."
 
그녀는 이마를 만지고 한숨을 쉬더니 물었다. "됐어, 그만 하자. 너 혼자 여기 서서 뭐하는 거야?"
원스 "의자를 보고 있었어요."
장비링은 더 묻지 않고 스스로 의자 앞으로 가서 부적을 꺼내 그 위에서 비볐다.
  
각 집안은 농에 들어가면 집안 각각의 방법이 있으니 원스는 간섭하지 않았다. 그저 그 여자가 장비링을 다치게 할까 걱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눈을 감았을 때 그 흉악한 여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배가 꼬르륵 하고 소리를 내었다…….
 
농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또 배가 고파진 것이다.
  
장비링은 부적을 거두고 걸어오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건 자동차의 운전석 같아. 아마 그 여자가 생전에 앉던 걸 거야. 하지만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어."
 
원스는 멍해졌다가, 마침내 방금 본 그 장면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만약 잘못 알아본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 둥근 얼굴의 기사에게 일어났던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농주의 사망과 관련 된 것이 조금씩 어느 가게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일까? 일단 나타나면, 그 점주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원스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도로 걸어가 저우쉬에게 물었다. "네가 농에 들어왔을 때 이쪽에 가게가 몇 곳 열려 있었어?"
저우쉬 "안 셌는데."
  
원스는 속으로 역시 변변찮은 폐물이라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 너무 명확했던 탓인지 저우쉬는 또 입을 열었다. "어쨌든 분명 지금보다는 많았어."
원스 "……."
 
"그렇게 날 보지 마." 저우쉬는 경계하며 한 걸음 물러났고, 거침 없이 샤챠오를 앞으로 밀어내었다. "내가 가게 수를 세서 뭘 해? 당시는 도망다니기 급급해서 누가 신경을 쓸 수 있었겠어! 난 저 할머니 옆집에 쌀국수 집이 열려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만 기억한다고."
 
"도망치면서 쌀국수 가게는 신경을 썼어?" 샤챠오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걸 볼 필요가 있어?!  냄새만 맡으면 되지, 냄새가 그렇게 많이 나는데, 엄청 향기로웠다고." 저우쉬는 말하면서도 좀 억울했다. "난 그날 엄마하고 싸우고 저녁을 안 먹고 뛰어나왔어. 그 쌀국수 집의 국물이 엄청 진한데, 분명 소고기나 힘줄이 들어간 거야. 난 그거 엄청 좋아해서 냄새만 맡아도 알아."
 
그는 배고픔을 느끼고 침을 삼킨 뒤에야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서리 저쪽에도 가게가 열려 있었을 거야. 내가 그 때 뛰어올 때 빛에 눈이 부셨어."
 
원스 "왜 진작 안 말했어?"
저우쉬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들도 안 물어봤잖아!"
 
원스는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자신의 방금 추측이 그런대로 맞다고 생각했다. 이 백화점에는 원래 열려 있는 가게가 많았는데, 하나 하나 문을 닫은 것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옆에서 갑자기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고 할머니가 플라스틱 도시락통을 들고 문가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먹고 있는 게 뭐야?" 저우쉬가 물었다.
"고기." 시에원이 말했다. 그는 눈이 무척 좋아서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멀리 서있는데도 누구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주로 그가 아무런 심리적 부담이 없이 정말 감히 바라보았고, 또 감히 묘사할 수 있었던 탓이었다.
 
"갈비, 그리고 완자. 어쩌면 소고기 완자 혹은 소 힘줄 완자야." 시에원은 느리게 말을 했다. 마치 할머니를 위해 먹방을 해주는 것 같았다.
원스는 배가 고파서 듣고 있으니 그를 때려주고 싶었다.
 
그는 문득 가볍게 "." 하더니 말했다. "반지를 하나 먹었네."
원스 "……."
  
샤챠오는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렸다.
저우쉬 "—— 젠장, 나는 평생 다시는 고기 안 먹고 싶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