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는 고개를 돌렸고 시에원이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우산을 낮게 들고 비스듬히 내리는 비를 막고 있어 마른 아래턱만이 보였다.
"너 방금 날 쳤어?" 원스가 물었다.
"나?" 시에원은 발을 멈추지 않고 잠시 얼떨떨해 했다. "아니, 어떤 사람이 널 쳤어?"
"사람일지 아닐지 누가 알겠어." 원스가 비웃었다.
이 말은 샤챠오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원스의 팔을 붙잡은 채 모기 소리처럼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뭔가가 우리를 뒤쫓고 있어요?"
원스 "아니."
그는 마침 긴 거리와 망천로의 교차로로 접어 들었다. 이곳에는 유일하게 가로등이 있었고 전구는 먼지가 쌓여 있어 불빛마저 뿌옜다.
샤챠오는 아직도 떨면서 원스의 팔에 붙어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아니에요? 왜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시에원 역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내밀었다.
"왜냐하면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니니까——" 원스는 시선을 내리고 지면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나란히 걷는데 그림자는 그의 것 하나뿐이었다. "날 따라오는 거지."
"……."
"샤챠오"와 "시에원"은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원스는 발을 돌리더니 우산을 들어 두 사람에게 휘둘렀다!
그의 동작은 사납고 흉악하여 우산을 휘두르자 심지어 바람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샤챠오"와 "시에원"은 두 발자국을 물러나더니 다시 덮쳐오려 했다. 원스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무명실 뭉치를 꺼냈다.
손가락을 재빠르게 잡아당기자 그 실은 그의 왼손의 다섯 손가락 사이에 빠르게 휘감겼다. 다음 순간 실이 휘둘려져 뻗어 나갔다.
그 끝은 분명히 비어 있었는데 천 근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휙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그 모조품 두 명의 몸을 여러차례 휘감더니 다시 원스의 오른손으로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조금 기울여 우산을 어깨 사이에 끼더니 마른 손가락을 양쪽으로 잡아 당기자 무명실은 순간적으로 팽팽해져 그 두 "사람"을 조였다.
그것들은 뒤틀려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물안개가 되어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원스는 목을 곧게 펴고 다시 우산을 쥐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방금의 그 사건은 갑자기 발생한 에피소드 같았다. 하지만 원스는 알고 있었다. 그는 또 누군가의 농에 들어온 것이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고 망천로의 가운데에 가로등이 있는 것을 희미하게 보았다. 잘못 안 것이 아니라면 저것이 그 망천만고성일 것이다.
원스는 우산을 쓰고 그곳으로 향하며 고개를 숙여 손가락에 감긴 무명실을 물어 뜯었다.
막 물어 뜯자 무언가가 "타닥" 하며 그의 목덜미 위에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물방울일 것이다. 그것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골격선을 따라 옷 안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등 뒤의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죽은 듯 고요했다.
타닥——
또 한 방울의 물이 떨어져 머리 끝에 스몄다.
원스는 순간 반응했다. 그는 아직 우산을 들고 있는데 어떻게 물방울이 우산을 뚫고 들어올 수가 있는 것일까???
그는 고개를 들었다——
흰 얼굴 하나가 우산 안에 붙어 움츠러든 채 축축한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있었고, 물방울이 그것을 따라 떨어지고 있었다.
원스 "……."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한 손으로 우산 살을 쥐고 "퍽" 하고 우산을 접었다!
사람의 얼굴은 우산 가운데에 끼어 답답한 비명 소리를 냈고, 그 후로 원스는 우산 째로…… 내버렸다.
이 물건 덕분에 그가 망천만고성에 도착했을 때는 전신이 축축했고 무표정하게 문 기둥 쪽에 서 있는 모습은 귀신보다 무서웠다.
샤챠오는 그에게 놀라 울었다.
"여기 왜 쪼그리고 있어?" 원스는 그 못난이를 찼다.
샤챠오는 코를 마시고 기둥 옆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시야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거기다 이 기둥은 커서 등을 붙이고 있으면 안전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그의 젠장할 원 형이 제대로 된 길로 오지 않고 뒤로 돌아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서서 물방울을 떨어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샤챠오는 생각하다가 또 덧붙였다. "쪼그리고 있으면 서 있는 것보다 안전한 느낌이 들어요."
원스 "넌 선 것과 쪼그린 게 별 차이가 없는데."
샤챠오 "???"
"이거 인신공격 아니에요, 형?" 샤챠오가 말했다.
원스는 축축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고, 티셔츠 옷깃의 물을 털었다. "시에원은?"
"못 봤어요." 샤챠오는 가슴이 벌렁거렸다. "저는 원래 여러분을 따라가고 있었잖아요. 가다 보니까 두 명이 좀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까 젠장, 얼굴이 이상하더라고요! 전 당연히 후다닥 도망쳤고, 길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어요."
그는 저번에 원스, 시에원과 함께 한 차례 농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농의 중심이 보통 건축물인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구 돌아다니지 않고 이 상점을 보고 직진한 것으로, 목표가 정확하게 이곳에서 쭈그리고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시에……." 샤챠오는 매번 시에원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겁이 났고,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에 형이라고 부르자니, 좀 이상했다. 시에원은 비록 온화했지만 그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거리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다지 입에 붙지 않는 칭호를 찾아내었다. "그, 시에 사장님 역시 농에 들어왔다면 여기로 와야 되는 걸 알겠죠?"
그는 막 상대는 어쩌면 먼저 농의 중심에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들어가서 찾겠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는 원스가 인내심 없는 태도로 티셔츠의 앞을 쥐며 젖은 천이 피부에 닿는 것을 막으며 말하는 것을 보았다. "기다리지."
못 기다리는 성격인 거 아니었어요???
샤챠오는 속으로 말했다.
이 상점은 말아놓은 종이 통처럼 생겼는데 약간 기울어져 있어 라인이 거침 없었다. 만약 창이 깨끗했다면 예뻤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청소가 되지 않은 지 오래 되어 벽에는 누리끼리한 기름이 끼었고 유리 역시 먼지가 뽀얘서 안이 어떤 모습인지 애당초 보이지가 않았다.
바깥에 서 있으면 그저 점포 몇 곳에 자질구레한 백열등이 있는 것만 보였고 썰렁한 것이 마치 폐 빌딩 같았다.
농주의 건물에 대한 인상이 이런 것인지, 원래 이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원 형, 이게 누구의 농일까요?" 샤챠오가 중얼거렸다. "그 기사님일까요? 진작 알았으면 우산 안 받는 건데."
원스는 도리어 말했다. "내가 일부러 받았어."
샤챠오 "?"
그가 막 물어보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고 시에원이 느리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우산은 손에 잘 쥐여 있었고 옷은 깨끗했으며 바지조차도 젖은 흔적이 없었다. 놀란 것 같지도 않았고, 뛰어오지도 않았다.
"너희 둘 왜 그래? 목욕이라도 했어?" 시에원은 먼 곳에서 그들을 보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물었다.
"당신은 아무 것도 안 마주쳤어?" 원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마주쳤어." 시에원은 복도 아래에 서서 우산을 접었다. "안 만나서 다행이지, 내 체질에 노천 목욕은 견디지를 못 해."
이 말은 원스가 듣기에 무척 도발적인 의미로 들렸다.
그는 콧방귀를 뀌고 속으로 햇병아리가 운은 좋네 하고 생각했다. 그는 묵묵히 주머니에서 무명실과 라이터를 꺼내어 몸을 돌려 화단으로 가 헤쳤다.
시에원이 다가왔다. "이번에 농 중심에 들어가는 건 네가 할래?"
"아니면?" 원스의 어조는 불쾌했다. 그는 나뭇가지 세 개를 골라 들더니 실로 가볍게 감았다. "또 너한테 놀 기회를 줄까봐?"
샤챠오가 쫓아와 말했다. "저는 또 인형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형."
원스 "응."
멍청이나 그러겠지.
자신의 수준은 자기가 제일 잘 알았다. 원스는 배가 고팠을 때는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배가 부르게 먹었으니, 비록 영상이 있을 때와 비할 바는 되지 못하지만 보통 판관 사이에 두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다 못해…… 시에원 같은 이런 반푼이는 매달아놓고 패줄 수 있었다!
원스의 손가락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샤챠오는 그가 라이터를 튕기는 것을 보았고, 불길이 밝아지는 순간 문득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맞다, 원 형."
"말해." 원스는 가지에 불을 붙였다.
"저 그 날…… 할아버지의 농에서 나왔던 둘째 날이요." 샤챠오는 그 불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못 본 건지 모르겠는데, 명부도에——"
그는 "형의 이름이 밝아진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시에원이 있어 그 남은 말을 삼키고 뒤로 넘어갔다. "명부도에서 저희 집의 선이 위로 조금 올라간 것 같았어요."
원스는 눈도 들지 않았다. 그는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손가락에 무명실을 감고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야, 막 농을 풀어서 그래."
샤챠오는 "오." 하더니 문득 조금 감동했다. "그러면 원 형, 만약 형이 농을 더 풀면 우리 선이 더 위로 올라가서 순위도 높아지는 거 아니에요?"
원스 "……."
가능했다. 정말 가능했다.
하지만 이건 좀 무서운 일이었다.
이전에 션챠오가 살아 있을 때 그는 마음대로 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일맥의 순위가 몇 단계를 뛰든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다 션챠오에게 달리기 때문이었다.
지금 션챠오가 없고 샤챠오라는 이 꼭두각시는 이름도 올라가지 못했다. 다른 집안의 눈에 명부도에서 이 맥은 완전히 끊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들 죽고 없는 선에, 주필로 쓰여진 죽은 사람의 이름이 줄기차게 위로 기어 올라가는 것은 누굴 놀라게 하는 것인가?
원스가 막 반응하던 순간 손이 떨렸다.
안개가 휘감긴 나뭇가지는 무명실에 얽히는 가운데 달칵 하는 소리를 내더니 세 명을 데리고 농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눈 앞이 시커매진 순간, 원스는 속으로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만고성 상점 안이었다.
이 건물은 원통형 구조로, 점포들은 서로 붙어 있으며 원을 이루고 있어 붐벼 보였다.
많은 가게들은 셔터가 내려져 있고 문 밖에 차가운 금속망이 쳐져 있었다. 영업을 마쳐 문을 닫은 것인지 아예 폐점해 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닫힌 점포 가운데 아직도 가게 몇 군데가 산발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상점의 메인 등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 영업 중인 점포에는 빛이 거의 없었으며 백열등이 가게 문의 좌우를 비추고 간신히 옆 가게를 비출 수 있었다.
원스는 바로 그 "옆 가게" 안에 있었다.
그는 빛을 빌려 제일 처음 한 것은 자신의 시야의 높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후 그는 한숨을 쉬었다—— 무척 높았으니, 분명 인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또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 앞에 유리 쇼윈도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가 움직이려 하자 목, 손발이 조금씩 굳어 있어 잘 움직이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열심히 고개를 돌렸고 자신의 회색 손을 보았다.
어떤 물건이 유리 쇼윈도 안에 있으며 손발이 있고, 굳어 있는 데다가 먼지가 쌓일 것인가?
답 : 마네킹.
장점은 이 마네킹은 다행히 하반신에 바지를 입고 운동화까지 신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점은 그가 위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으나 지퍼를 채우지 않아 가슴을 풀어헤쳤다는 점이었다.
단점보다 더욱 단점이었던 것은…… 그의 이 신체가 어쩌면 조립품인 듯, 머리, 팔, 다리에 다 틈이 있었다는 것인데 특히 머리는 꽉 끼워 맞추지 않았다.
그래서 원스는 지금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소리를 지를 것이고, 그러면 그의 머리가 떨어질 것이다.
이번에 붙은 물건은 조금 재수가 없었다.
원스는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졌으나 이번은 자신이 한 일이라 다른 사람을 개새끼라고 욕할 수도 없었다.
그는 굳은 목을 잠시 움직이다가 마침내 어둠을 틈타 어렵게 쇼윈도에서 내려왔다.
이곳은 스포츠 의류를 파는 가게로 쇼윈도 말고도 다른 곳에도 마네킹이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가 여기 있으니 시에원과 샤챠오 역시 이 근처에 있을 것이었고, 그들 역시 마네킹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또 자신이 비록 손을 떨었기는 했지만 크게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고 느껴졌다.
가게 안은 빛이 어두웠고 도처가 다 옷이었다. 쌓여 있는 것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걸려 있는 것은 좀 이상해서 시선이 닿으면 그것들이 움직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소리 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게 문에는 잠금이 채워져 있었고 원스는 가게 안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계산대 옆에서 가위와 낚시 릴을 찾았다. 그가 실을 꺼내려던 때…….
갑자기 손 하나가 옆에서 뻗어 나와 그의 팔을 붙잡았고, 뒤이어 시에원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울렸다. "네가 오길 한참을 기다리면서 보고 있었어. 네가 날 이런 물건에 넣어 놓은 건, 앞으로 날 끌어안고 갈 생각인거야, 아니면 업고 갈 생각인거야?"
원스는 놀랐다.
"무슨 물건? 무슨 꿈을 꾸는 거야." 그는 무의식적으로 반박하곤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와 거의 비슷한 마네킹 하나가 묵묵히 그를 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목과 팔이 탈부착이 가능하고, 이목구비가 없는 것이었다.
유일한 다른 점은…… 이 마네킹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으며 상반신만 있다는 점이었다.
질문 : 전신 마네킹에 붙는 것보다 더 재수가 없는 것은 무엇일까?
답 : 반신 마네킹에 붙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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