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은 방정란을 안쪽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창문이 없어서 빛이 어두웠고 공간 역시 한층 더 좁았다. 이러한 공간은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을 교환하기에 적합했다.
"뭘 물어보고 싶어요?" 수은이 불을 켜고 그 김에 서랍을 열어 썬 담배를 담뱃대에 채워넣었다.
"두 사람에 대해서 묻고 싶군요."
"산 사람 아니면 죽은 사람?"
"하나는 살았고 하나는 불확실합니다." 방정란이 대답했다.
"그럼 먼저 산 사람에 대해 물어보세요." 수은은 등잔불을켜고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산 사람은 정찰제라 말하기도 편하죠."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방정란은 담담하게 말했다. "누구도 놀라게 하지 않고 남굉 인질 진유옥秦唯玉을 만날 방법을 압니까?"
흔들리던 담뱃대가 수은의 손가락 위에서 갑자기 멈추었고 푸른색 눈동자 한 쌍이 놀란듯 새 손님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수은은 그제야 반 정도 열린 입을 천천히 닫으며 감탄했다. "……해련이 데려오는 동주인은 기껏해야 티수인에게 돈을 뜯긴 멍청이 거상일 줄 알았는데."
방정란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수은은 때때로 고객들의 입에서 진유옥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 역시 백조구의 대사관에 이런 이름의 동주 황자가 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굉조의 열국지전 뒤 남굉은 북막 연방에 기대고 있는 북굉을 견제하기 위해 티수와 조약을 맺었고, 육황자 진유옥을 티수에 인질로 보내 친교의 "증거물"로 삼았다. 진유옥은 티수에서 십 년을 보냈고 쌍방 역시 별 일 없이 십 년이 흘렀으며 북굉은 티수를 경계하여 감히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티수의 왕권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인질 전하는 티수에서 평생을 보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한, 진유옥은 티수의 인질일 뿐 수감된 것은 아니라 눈 앞의 이 동주인이 만약 그와 만나고 싶다면 대사관에 편지를 쓰면 됐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놀라게 하지 않고" 라고 말했다……. 수은은 흐릿하게 자신히 더 깊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깊이 담배를 빨아 자신의 생각을 끊은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있기는 하죠, 해련의 것과 마찬가지로 빨라야 삼 일입니다."
"급하지 않아요." 방정란은 충분히 이해했다. "뒤이어 두 번째 사람에 대해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물어보세요."
"역시 옛 일이고, 동주인입니다." 방정란은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비의라는 이름 들어봤습니까? 이 사람이 지금 어디 있고, 무엇이라고 불리며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지 압니까?"
이번에는 담배가 손가락 사이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수은의 혀 끝이 잇새에 닿았고 흡사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건…… 모르겠군요."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수은은 방정란을 바라보았다. "비의라는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그가 장군이고 팔 년 전 당신네 황제를 배반하고 남경으로 도망쳤다는 건 알죠. 이 사람은 온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추문이고, 저는 당신네 황제가 이 일로 크게 화를 내어 무고한 사람 여럿을 연좌했다는 것도 알지만 아무도 비의가 남경에 온 뒤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멈추었다. "아무도 이 이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지요. 당신이 처음입니다."
시야의 사각에서 방정란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으나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 알려주죠—— 누군가 비의가 티수에 있다고 하더군요."
"왜 그 사람한테 계속 안 물어보고 그러세요?" 수은이 반문했다.
"죽었습니다." 방정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청년은 할 말이 없었다.
방정란은 상대가 말문이 막히든 말든, 되려 한 마디를 강조했다. "해련이 당신을 소개해줄 때 당신이 완안나 구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 장수라더군요. 백조구의 고관대작들도 가끔 이곳에 와서 정보를 얻는다고요."
동주인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화함과 평온함을 유지했고 정보를 얻으려 수은을 찾아오는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늘 다급했고 초조했으며 살기등등했고 모든 음절에 경박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 수은은 한 번도 그의 손님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무얼 하려는 것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정보를 얻으려 오는 사람들은 그를 통해 쾌락을 얻으려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직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눈앞의 이 동주인은 그 사람들을 합한 것보다도 위험하다고.
훨씬 더.
"……손님, 저는 비의가 백조구에 없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입 안이 바짝 말라 수은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백조구의 사람들은 동주인을 무시하고 동주인의 주머니 속 금화만 좋아하죠. 만약 귀족의 파티에서 장군 노릇을 할 수 있는 동주인이 나타난다면 제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비의 장군이 얼굴을 바꾸어 북막의 용병이나 남경의 군관으로 분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요."
수은이 말하는 사이 문 밖에서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뜨끈한 보리향이 문 틈을 통해 전해져왔다. 해련이 점심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리라.
두 사람은 음식과 담배 연기가 뒤섞이는 가운데 잠시 조용해졌고, 방정란이 먼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물론이죠. 제가 알아보고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리죠." 수은은 약속했다. 그는 몸을 일으켰고 남은 담뱃재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이 공간은 너무 답답하여 그는 나가서 바람을 쐬어야 했다. "돈은 천천히 주시죠, 때가 되면 찾아가겠습니다."
"어쨌든 빈 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시죠." 방정란은 수은을 불러세웠다. "당신이 바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누구요?"
"해련."
수은은 하마터면 연기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당신을 데려온 것 아닙니까, 그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돈 쓸 곳이 없어서요." 방정란의 얼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금화 하나를 손바닥에 두고 수은이 그 반짝임을 보게 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해련이 이전에 뭘 했는지, 아니면 구몽에 다른 가족이 있지는 않은지 같은 거요, 다 괜찮습니다."
"왜 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시죠?"
"해련을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죠. 그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요." 방정란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제 수은은 정말로 사레가 들렸다. 그는 목을 붙잡고 몇 차례 기침을 하다가 어렵사리 숨을 가라앉히곤 그제야 방정란을 바라보았다.
방정란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수은은 또렷하게 알았다. 하지만 돈이 있는데 벌지 않는 것은 남자와 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생각하다가 방정란의 첫 번째 질문에만 대답하기로 결정했다. "제가 해련을 안 시간은 길지 않아요. 그때 그는 아직 백호방의 싸움꾼으로 방파를 위해 패싸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책임지고 있었죠. 삼 년 전에 그가 일을 쳐서 방파를 배반하고 도망쳤는데 갈 곳이 없자 윤해에서 해적이 된 겁니다. 다행히 그가 운이 터서 도망친 지 일 년이 되지 않아 치안청에서 백호방의 우두머리를 목 매달았고, 그 이후로는 아무도 그를 뒤쫓아 죽이려 하지 않았고요. 그는 양뿔구에서 이쪽으로 이사를 왔고 때때로 저를 찾아와 정보를 삽니다—— 해적이 되었다가 자객이 되었다가 하면서 목숨을 사고 파는 돈으로 살아가는 거죠."
"실력이 좋던데요." 방정란이 갑자기 말을 얹었다. "보통 싸움꾼 같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하죠." 수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백호방에서 그 오랜 세월에 걸쳐 그를 훈련시켰고 공짜 밥을 먹이지는 않았으니까요."
방정란은 멈칫했다. 이것은 그가 방 안에 들어온 뒤 얼굴 표정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그의 솜씨가…… 방파에서 훈련시킨 거라고요?"
"그럼요." 수은은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 있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동주인이 무심결에 말했다.
"왜 불가능해요." 수은은 상대가 이 지점을 따지고 들 줄은 몰라 반박했다. "방파에서 이렇게 솜씨가 좋은 사람을 훈련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관두시죠, 예전부터 티수는 자객이 성행했고 우리는 당신네 동주인들보다 암살 기술에 대해 더 잘 압니다. 해련의 선생님이 '외눈박이 매 아크'예요. 20년 전 구몽에서 가장 매섭던 자객인데 그가 가르친 학생이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말을 마치고 그는 금화를 가져가더니 덧붙였다. "됐습니다, 해련에 대한 다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돈을 추가해도 안 돼요."
방정란은 실소했다. "당신이 정보를 팔고 있다는 걸 잊은 줄 알았습니다."
"전 대충대충 장사하지 않아요." 수은은 방정란을 주시했다. "거기다 해련은 제 친구고요."
"알아요, 그는 절 위해 점심을 사준 적이 없거든요." 방정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수은은 경고했다. "금화를 봐서 한 마디 해주는데, 정말 해련을 꼬시고 싶다면 그의 정부를 조심하도록 해요."
"그의 정부?"
수은은 눈썹을 치켜떴다. "해련하고 바다에서 알게 된 거 아니에요? 그의 정부가 바로 그 흉악한 선장, 후이샤라고요."
"그랬군……." 방정란이 중얼거렸다.
"예?" 방정란의 그 말은 동주말이라 수은은 알아듣지 못했다.
"아닙니다, 알려줘서 고맙다고요. 하지만 제가 죽은 사람을 조심할 필요는 없겠죠." 방정란은 웃으며 먼저 방문을 열었고, 홀로 남겨진 수은은 그의 마지막 말에 멍해지고 말았다.
문 밖의 해련은 막 자신의 몫의 점심을 다 먹었다. 그는 손가락의 부스러기를 핥고 눈썹을 찌푸리며 불평했다. "오래도 이야기하네."
"질투해?" 해련이 또 그를 노려보는 것을 보자 방정란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농담이야, 왔다갔다 고생했어."
해련은 콧방귀를 뀌었다. "얼른 먹어, 더 두면 식어."
방정란은 웃으며 대답하곤 고개를 돌려 수은에게 말했다.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정보장수는 여전히 작은 방 안에 서 있었고 젊은이는 동주인의 백 가지 독도 스며들지 못할 것 같은 얼굴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한 마디 했다.
"만약 정말로 해련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재수가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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