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해련의 목적지는 백조구였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백조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가능한 한 빠르게 진흙구의 각종 복수 살해 현장에 도착하고 백조구에서 호박왕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젊은이를 적시에 붙잡기 위해 구몽성의 치안청은 이곳에 세워졌다.
경위警卫(경비원)는 이미 해련의 얼굴을 알고 있어 별 조사 없이 그를 들여보내 주었다. 해련은 로비의 인파를 익숙하게 가로질렀고 귓가에는 좀도둑의 맹세와 경위의 으름장이 들려왔다. 죄를 지은 여인은 보통 말을 잘 하지 않았고, 그녀들은 침묵하며 긴 의자에 기대어 앉아 때때로 손수건으로 눈가를 누르며 경위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련은 모든 것들을 못본 체 했다. 그는 시끄러운 로비를 떠나 좁고 길며 지붕이 높은 복도를 지나 그대로 끝으로 향하더니 손을 들어 나무 문을 두드렸다. 나무 문 위에는 작은 동제 표식이 달려 있었고 그 위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치안관 : 팔루코法卢科
"들어오세요." 문 안쪽의 사람이 대답했다.
해련은 문을 밀었고 팔루코는 서류 속에 고개를 박고 있다가 해련을 보자 서류를 서랍에 넣고 그 안에서 새 서류를 꺼냈다. "보름 전에는 돌아올 줄 알고 사람을 시켜 편지를 보냈었는데, 그 때 집에 없을 줄은 몰랐군."
팔루코는 표준적인 티수 사내로, 콧대는 높고 눈매는 좁고 길어 만약 그가 몸에 걸친 검은색 치안관 외투를 벗기고 거리에 내버려둔다면 그는 곧장 인해 속에 묻힐 것이다. 유일하게 인상적인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팔루코의 목소리는 이상했는데, 듣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고 발음이 날카롭고 단단하여 늘 해련으로 하여금 자신이 쇳조각이나 칼과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바다에서 일이 좀 생겨서 며칠 늦어졌어." 해련은 대답하고 구석에서 등나무 의자를 끌어와 팔루코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상대의 손에서 서류를 받았고, 살피자 마자 놀라 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많아?!"
"많은가?" 팔루코는 반문했다. "지금 우두암과 백회수옥의 모든 삼인실에 여섯 명씩 채워져 있어. 만약 위에서 계속 이렇게 잡아대다간 우리는 범인들을 호박 광장에 묶어놓고 햇빛을 쬐게 할 수밖에 없어."
"왜? 국왕의 욕을 해서?"
"노래를 했어."
"노래?"
팔루코는 자신의 왼발을 가리켰고 해련은 깨달았다.
사실 호박왕 아바르는 왕위에 앉지 말았어야 했고 그의 출생부터가 실수였다. 아바르는 여자 노예와 옛 국왕의 사생아로, 전 국왕 수헐速禾尔의 동생이었다. 그는 혈통이 순수하지 못하며 붉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졌고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였으며 말을 더듬었고 아홉 살 때 넘어지면서 얼굴이 망가졌다. 그는 티수 황실의 치욕이었고 그림자 속의 작은 괴물이었으며 그에게 아무런 권세와 배경이 없었을 때 아바르 왕야를 비웃는 희극은 대극장에서 진흙구의 골목까지 이어져 사람들이 모두 즐겨 보았다.
결과적으로 이 작은 괴물이 8년 전 수헐 국왕의 납치 된 딸을 구해냈고 수헐은 무척 감동하여 자신의 절름발이 동생을 제1계승자로 삼았다—— 이것은 어쩌면 그의 마지막 몇 년 간의 국왕의 생애 중 가장 성공적인 결정일 수도 있고, 가장 실패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 오래지 않아 수헐이 갑작스럽게 악화된 파상풍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왕야 아바르가 국왕 아바르가 된 이후, 대극장에서는 다시는 감히 이런 희극을 연기할 수 없었으나 사람들의 국왕에 대한 멸시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들이 말더듬이 동요를 부르는 것으로 바꾸었고 순경이 없는 틈을 타 벽에 몰래 포스터를 붙였는데 포스터 속의 못생긴 원숭이는 다리 한 쪽이 혹처럼 짧았고 다른 쪽은 국수처럼 길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햇빛을 쬘 필요 없이 그대로 처결하는 거라고?" 해련은 손 안의 서류 더미를 들어올렸다.
"아니, 네게 준 건 다른 사건이야." 팔루코가 대답했다. "우리는 줄곧 성 안에서 활동하는 북막 간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교활하여 줄곧 종적을 잡을 수 없었어. 하지만 상관 없어, 만약 내가 그들이 짠 거미줄을 찢는다면 거미는 조만간 나와야 하니까."
해련은 정치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보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기존 가격."
"문제 없어. 빨리 끝내."
"문제 없어."
팔루코와 해련의 협력은 3년 전 시작되었다. 팔루코는 해련에게 일정한 보수를 주고 해련은 그를 도와 치안청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을 해결하는 공평한 거래였다. 팔루코는 해련에게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 동주 청년의 실력은 그와 협력했던 지하 인사들 중 가장 좋았고 가격도 합리적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한 번도 호기심을 품고 질문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일 있어? 없으면 일하러 간다."
팔루코는 일깨워주었다. "저번처럼 '독전갈 호박'과 충돌하지 마. 피할 수 있으면 피해."
해련은 혀를 찼다. "노력해 볼게."
"치안청에서 안정된 심부름 일을 하는 건 어때? 내가 네 보증인이 되어 줄게." 해련이 떠나기 전, 팔루코가 물었다.
"됐어. 너희 치안청의 경위가 한 달에 얼마 받는지 내가 아는데." 해련은 웃었다. "내가 돈 부족한 거 알잖아."
치안청에서 나왔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해련은 그대로 일을 하러 갈 생각이었으나,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문득 그가 이웃에게 버려둔 귀찮은 고용주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흉험하며 교활하고, 자신의 도움 없이도 구몽성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련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안완나 구로 걸어갔다. "오브라이언이 그 사람에게 여관을 소개해줬는지 모르겠네……."
거리의 상인들은 이미 좌판을 걷기 시작했고 이따금 남은 꽃 파는 아동들이 마차를 쫓아다니며 동전 한두 개를 벌려 했다. 노동자들은 아직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낮은 회색 공장에서 작은 귤색 불빛이 새었다. 또, 두세 명씩 구석에 모여 월급을 탓하고 술 한 주전자를 마시다 감독관에게 발견되면 그가 채찍을 휘두르며 문 안으로 내몰았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 동전 한 닢으로 해련을 고용하여 짐을 마차로 옮겨 싣게 했고, 해련이 승낙하기도 전에 더욱 많은 유민들이 다가왔다. 해련은 그 사람을 향해 웃으며 그의 허리춤의 돈주머니에 부딪히려는 남자 아이를 피해 계속 진흙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진주 술집까지 갔을 때 마침 토하러 나온 오브라이언과 마주쳤다—— 훈제 고기가 정말 상해서 오브라이언이 동전 십여 개로 뱃속에 채워 넣은 물건은 지금은 전부 그를 떠났다.
방정란은 옆에서 상징적으로 오브라이언의 어깨를 두드렸고 시선을 돌려 그 더러운 것들을 보지 않았다. 그 결과, 멀지 않은 곳의 해련과 시선이 마주쳤다.
방정란은 쿵 하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누구라도 지독한 악취 가운데에서 이런 얼굴을 보게 된다면 심장이 흉강에 세차게 부딪힐 것이다.
꼬마 해적은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떴다. "신나게 마셨나보네."
"나는 한 방울도 안 마셨어." 방정란이 대답했다. "어디 갔었어?"
해련은 대답하지 않고 다가가 오브라이언의 어깨를 받쳤다. "도와줘."
방정란은 그의 말을 따랐고 두 사람은 주정뱅이를 가운데 끼고 집으로 걸어갔다.
"네 이웃은 좋은 사람이야."
"진작 알고 있었어."
"좋은 사람은 이런 세상에서 조금 힘들게 사는 거지."
"응, 너 같지 않지."
"그가 내게 여관에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는 걸 잊어버렸어. 보아하니 오늘은 너와 같은 침대를 써야 할 것 같아."
해련은 16도의 방언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방정란은 전혀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며 뻔뻔하게 친한 척을 했다. "오브라이언이 네가 혼자 삼 년을 살았다던데. 티수에서 다른 친구나 동주에서 온 지인은 없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거리의 여인은 치맛자락을 무릎 위로 걷어올렸고 허리를 흔들며 두 사람을 향해 애교 있는 키스를 던졌다.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내 동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너는 네가 환락가에 살고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잖아."
"지금 알잖아." 해련은 오브라이언의 팔을 위로 들어올렸고 목소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내 집주인은 추천 안 해, 그녀의 집의 아가씨들은 술버릇이 나쁘고 네 물건을 훔칠 수도 있어."
"경험이 있어?"
해련은 멈춰섰고 방정란은 멈추지 못해 반 걸음을 더 내딛어 두 사람의 가운데에 낀 작은 작가는 우습게 구겨진 자세가 되었다.
"아니."
해련은 천천히 입꼬리를 치켜들었다. 그는 자신의 웃음 속에 노골적인 적의와 거부, 그리고 까닭을 알 수 없는 도발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청년은 한 마디 씩 말했다. "나는 여자와는 경험이 없고, 남자와는 많아. 난 내가 어떻게 만져야 널 단단하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허리를 비틀어야 네가 싸게 할 수 있는지 알아. 내 경험에 만족해? 아직도 나와 한 침대를 쓰고 싶어, 방 천위?"
내게서 멀어지고, 알려고 하지 마.
그는 그를 노려보았다. "잘 자."
쿵.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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