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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9. 정보장수

 

12.

 

결국 방정란은 해련과 같은 침대를 쓰지 않았다. 그가 양심에 기대어 해련을 계속 괴롭히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라 해련의 그 낡은 침대가 성인 남성 두 명의 중량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방정란은 생각하다가 아래층으로 가 해련의 집주인의 대문을 두드렸다.

금령화 부인은 이 일대에서 유명한 임대업자이자 포주로, 이 아름다운 중년 부인은 방정란이 준 은화에 숨을 삼켰다. 은화는 공기가 흔들리는 가운데 맑은 소리를 내었고 여인의 연지분 아래에 감추어진 늘어진 살에 찬란한 미소가 드러났다. "손님께서는 어떤 유형을 좋아하시죠?"

"아니, 아가씨는 필요 없습니다. 깨끗한 방과 깨끗한 침대 하나면 됩니다."

금령화 부인의 시선이 순식간에 방정란의 가랑이 아래로 떨어졌다. 방정란은 편안한 눈빛으로 그녀가 보게 두었고, 잠시 후 부인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치켜 뜨자 눈썹 끝의 큰 점이 따라서 움직였다. 그녀는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이따가 필요하시면 찾아주세요."

 

방정란은 누운지 얼마 되지 않아 금령화 부인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녀의 집은 전혀 방음이 되지 않았다.  가장 처음 귀에 들어온 것은 손님의 농담 소리와 음담패설이었고, 밤이 된 이후에는 육욕의 신음과 부딪치는 소리, 밤 늦게 손님들이 얼추 다 흩어지자 아가씨들이 화장을 지우고 술을 마시며 손님을 평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어느 대신이 대외적으로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어린 남자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헛소리와, 어느 대 상인이 얼마 전에 큰 돈을 벌었는데도 매번 장부에 달아둘 정도로 궁상을 떤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내가 백조구에 가서 난드 부인의 마차를 봤어. 쯧쯧, 차 주변을 금으로 휘감았을 뿐만이 아니라 마차를 끄는 말 네 마리도 전부 눈처럼 희더라. 내 생각에 여왕이 길을 나서도 이런 풍채일 것 같아."

"하, 마차 장식이 아무리 좋아 봐야 안에 앉아 있는 건 우리와 같은 사람이잖아."

"무슨 시치미를 떼고 있어, 너는 국왕의 기녀가 되고 싶지 않아?"

아가씨들 몇 명이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 여인이 기지개를 켜더니 말을 이었다. "국왕이 안 선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서 들었어?"

"며칠 전에 놀러 왔던 내무 대신이 그러던데. 생각을 해 봐, 난드 부인이 국왕의 여인이 되기 전에 이미 아이가 둘이 있었는데, 만약에 그 물건이 안 되는 게 아니면 왜 이 오랜 세월 그 여자가 절름발이의 종자를 갖지 못했겠어."

여자들의 말소리도 작아졌고 거리의 시끄러움 역시 점차 그쳤다. 창 밖의 연회색 하늘은 동쪽부터 흰 빛이 새었고 날이 곧 밝아질 것이다.

적어도 기녀들의 한담은 오브라이언이 어제 말했던 전설 이야기보다는 훨씬 쓸만했다. 방정란은 하품을 하며 반은 잠들고 반은 깬 사이에 자신을 위로했다.

 

사면팔방에서 응응아아 하는 붉은 파도의 물결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방정란은 자고 나니 기혈이 그대로 하반신으로 몰렸다. 하지만 기이한 것은 꿈 속에서 어떤 사내와 춘몽에 취해 있던 것인데, 그가 자신의 아래에서 떨며 숨을 헐떡이던 사람을 뒤집었을 때 보인 얼굴은 되려 흐릿했다. 다만 상대의 왼쪽 눈가의 옅은 칼자국만이 방정란의 눈동자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의 입가에는 고집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른했다. "마음에 들어, 방 천위?"

말이 끝나자 그 사람의 손에 갑자기 칼 한 자루가 쥐이더니 그대로 방정란의 가슴을 찔렀다.

"방정란!"

방정란은 얼른 눈을 떴고, 그제야 자신의 가슴이 답답하게 아픈 것이 베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흉은 침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짜증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게 좋게 방천위라고 불러도 소용이 없고 이름을 불러야 하네."

"무슨 일 있어?" 방정란은 맞아서 깨어났고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구몽에서 사람 찾는다며?" 상대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누구한테 데려가 줄게, 그가 널 도와줄 수 있어."

일 이야기가 나오자 방정란 역시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막 이불을 걷으려다가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몸 아래의 끈적하고 습윤한 촉감이 순식간에 방금 꿈 속의 당황스럽고 부드러웠던 장면을 다시 기억 속으로 되돌렸고 꿈 속의 그 사람의 모습 역시 갑자기 선명해졌다.

해련…….

해련은 오늘 옷을 갈아입었는 그가 배에서 자주 입던 세일러복이 아닌 지나치게 품이 넓은 회색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하필이면 허리는 끈으로 묶어 종아리의 가죽 밴드처럼 청년의 몸의 선을 덧그리고 있었다. 드러난 목덜미와 쇄골의 피부에 방정란은 눈가가 튀었고, 사내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마를 짚었다. "나가서 기다릴 수 있겠어?"

해련은 처음 반응을 보이지 못하더니, 방정란을 살펴 본 이후에 깨달았다. "아가씨를 찾을 줄 알았는데, 스스로 해결할 줄은 몰랐네."

방정란이 드물게도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자 해련은 어쩐지 한 방 먹인 것 같은 쾌감이 일었다. 그는 방정란이 의자 위에 두었던 외투를 던져주고 마음대로 하라는 손짓을 한 뒤 밖으로 걸어나갔고, 곧 방을 나갈 쯤에 문득 고개를 돌려 한 마디 덧붙였다. "괜찮아, 이해할 수 있어. 어쨌든 바다에서 한 달을 떠다니고 있었던 데다 여자도 없었고 단박에 이런 환경에서 자게 됐으니 누구라도 못 견딜 거야."

대문이 닫혔다.

방정란은 손 안의 외투를 쥐고 까닭 없는 한숨을 쉬었다.

 

방정란이 문을 열었을 때, 그는 다시 의관을 갖춰 입은 방정란이었다. 응접실에서 그를 기다리던 해련은 팔루코가 그에게 주었던 주문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방정란이 나오는 것을 본 뒤 얇은 종이를 주머니 속으로 밀어넣고 그 김에 친절하게 손가락질 했다. "더러운 옷은 거리 남쪽 구석의 저 집에서 씻을 수 있어. 가격도 괜찮아. 그 집 남자가 이전에 붙잡혀서 다리가 부러져서 그걸로만 돈을 벌 수 있지."

"고마워." 방정란은 상대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 마디 더 물었다. "너 여기 살면서 매일 잠을 잘 수 있어?"

"익숙해졌어." 해련은 더 말하지 않았다. "가자, 늦으면 보러 가려는 그 사람이 시간이 없을 거야."

 

 

13.

 

"너 그 사람이 정보 장수라고 하지 않았어?"

"정보 장수도 사람인데 취미 생활이 있겠지."

"그래, 우리가 얼마나 더 서있어야 할까?"

"그건 안에 있는 사람 체력이 어떤지 봐야지." 해련이 대답했다.

 

해련이 방정란을 데리고 만나려 하는 사람은 환락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고 가면서 해련은 그 사람이 "수은"이라고 불리며 안완나구의 유명한 정보 장수라고만 말했다. 방정란은 그 사람을 흑백을 아우르는 똑똑한 상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사는 곳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이전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금 그는 수은의 집 앞에 서 있었고 등 뒤에는 녹색으로 칠한 창문이 있었는데 유리를 사이에 두고 안에서 줄곧 끙끙거리는 소리가 흐느끼는 신음과 삐걱거리는 흔들림이 전해져왔다. 이 움직임은 몇 시간 전 방정란이 듣던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이러한 연속적인 폭격은 그를 그야말로 피로하게…… 잠깐, 다른 곳이 있기는 했다.

방 안에서 또 한 번 신음 소리가 났을 때 방정란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안에 남자 둘이야?"

"벌써 들었잖아."

"……." 그럴 줄 알았다.

 

다행히 방 안의 사람의 체력이 그저 그랬는지, 두 사람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거리 맞은편 가게에서 새로이 군빵 한 접시를 화로에 넣을 무렵이 되자 수은의 집 방문 역시 열렸다. 안에서는 어슬렁어슬렁 젊은 남자 하나가 나왔는데, 그는 녹갈색 외투의 옷깃을 세워 거의 얼굴 전체를 가렸으며 그 자세를 유지한 채 해련 등 두 명의 곁을 지나 어깨를 움츠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해련은 멀어지는 마차를 보며 경시하듯 조소하고 방정란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빛이 어두웠고 떠다니는 먼지 사이에 방금 있었던 관계의 음탕한 냄새가 가득했다. 정보 장수는 부스럭거리며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따금 색이 옅은 짧은 머리가 태양빛 속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빛을 두려워하듯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수은의 그림자 속 윤곽은 어려보였는데 많아 봤자 25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바지를 잘 입고 문가의 움직임을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뭔가 놓고 갔어요?"

"그 사람 진작 갔어."

상대는 멈칫했다. "해련?"

"나야." 해련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네가 지금은 낮에도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네."

수은의 얼굴은 어두운 빛이 스며 있었지만 그가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집까지 왔는데 왜 거부해?" 그는 몸을 일으키고 허리띠를 묶으며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네가 이번에는 바다에서 너무 오래 떠다니고 있길래, 나는 네가 결국 후이샤의 성질을 건드려 상어에게 먹혔나 했어……." 그는 말하며 옅은 녹색의 눈동자는 이미 방정란을 향했고, 그를 향해 맑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쪽 분은?"

"방금 구몽에 온 새 손님, 네 장사를 돌봐주려고."

"내 위쪽 장사 아니면 아래쪽 장사?" 수은은 히죽 웃었다.

해련은 눈을 흘겼고 정보 장수의 상스러운 말에 대답하기 귀찮았다. "이걸 좀 알아봐줘."

수은은 명단을 받고 훑어보더니 혀를 찼다. "좀 많은데……. 바로는 답을 줄 수 없어, 빨라도 삼 일은 필요해."

"그래, 먼저 그의 일을 처리하고 있어." 해련이 말했다. "점심 안 먹었지, 내가 밖에서 뭐 좀 사다줘?"

"군빵이면 돼. 아, 냄새가 다 나네." 수은은 코를 킁킁거렸다. 그는 마침내 옷을 다 입었고 젊은 남자는 방정란을 향해 눈을 깜빡이고 웃으며 말했다. "오세요, 손님. 해련이 다녀오게 하고 우리는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죠."

해련은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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