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오브라이언은 신바람이 나서 다 쓴 차용증을 들고 돌아왔고 문을 넘어서자마자 방 안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방 안의 형제 둘은 처음부터 "형제간의 정"은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은 막 싸움질을 한 것 같았다—— 적어도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떠날 때 방정란이 이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지 않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해련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차갑게 말했다. "차용증 찢어, 내가 돈 줄 테니까."
"내 동생이 또 성질을 부리는군요, 한 집안에서 무슨 내 것 네 것을 가리는지." 문가 저편에 서 있던 방정란은 어쩔 수 없다는듯 말했다. "분명 다 성인인데도 어쩌면 저렇게 제멋대로인지 모르겠습니다." 말하며 그는 심지어 사랑스럽다는 듯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해련은 그의 행동에 역겨워 숨을 삼켰고 손은 이미 저도 모르게 칼자루를 쥐었으나, 약한 닭 같은 이웃이 있어 화가 난 채 손을 거두고 계속 팔짱을 끼고 골을 낼 수밖에 없었다.
오브라이언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잠시 굳어있다가 마침내 이 검은 머리 형제의 미묘한 관계를 알아보는것을 포기했고, 차용증은 그대로 방정란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방정란을 향해 서투르게 동주의 예를 표시했다.
방정란은 눈썹을 치켜 떴고 완승을 거두었다. "사인만 하면 되나요?"
해련이 벌떡 일어나 가려 하자 오브라이언은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해련, 잠시만. 네게 줄 게 있어."
그는 얼른 주머니에서 봉랍으로 봉인된 편지를 꺼냈다. "잃어버릴까봐 원고 사이에 넣어서 숨겼어. 결국 그 여자에게 압류되었지."
봉랍 인은 매 머리 모양으로 해련은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누가 보냈어?"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 아이였어, 신분은 알아볼 수 없었는데 아마 심부름을 한 거겠지."
해련은 입을 삐죽이더니 봉투를 찢었다. 안에는 얇은 종이 한 장 뿐이었는데, 그는 빠르게 내용을 훑고 오브라이언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언제 온 편지야?"
"나흘 전." 오브라이언은 대답했다.
해련은 "아직 안 늦었군" 하고 중얼거리곤 편지를 품에 넣고 문을 나섰다. 막 사다리를 내려갈 때 그는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돌려 오브라이언에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 거야. 네가 기왕 우리 형과 이렇게 인연이 생겼고 그도 여기 온 건 처음이니까 미안하지만 그를 좀 대접해 주고 있어."
청년은 일부러 "형" 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방정란을 향해 입꼬리를 들어올렸고 머리 위에서 길이 들지 않은 머리카락의 끄트머리가 두 사람의 시야 속에서 흔들리더니 사람은 종적을 감추었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해련에게 팔렸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신이 나서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방정란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방 선생님, 저희 거리 입구의 술집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건 어떠세요?"
만약 그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배고픔으로 인한 꼬르륵 소리를 무시한다면, 오브라이언에게는 "열정적이고 손님 접대를 좋아하는 구몽인"의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방정란이 강제로 인정을 베풀 때 해련에게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처럼, 해련이 짐을 내던지듯 방정란을 오브라이언에게 버렸을 때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방정란은 여전히 해련이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꼬리는 살짝 접히더니 본래의 웃는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면 신세지겠습니다."
※※※
"이쪽 지역은 안완나구安万那区라고 하는데 남경 말로 거꾸로 비친 그림자倒影와 거울이라는 뜻이 있죠. 하지만 사실상 다들 그렇게 부르지는 않아요." 오브라이언은 발을 들어 신발 바닥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다 여기를 진흙구라고 부르죠."
방정란은 주변을 살폈다. "그럴 듯하군요."
더러운 검은 진흙처럼, 안완나구에는 구몽성의 모든 때가 숨겨져 있다. 좀도둑, 강도, 사기꾼, 살인범, 노예와 노예 주인, 각종 빛을 보지 못할 사람들과 일들이 피를 빨아 먹는 독을 품은 꽃처럼 이 곳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이곳에는 동주 서재의 여행기에 쓰여 있던 흰 벽과 붉은 기와는 없었고 빛나는 셔츠와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벽안 미인도 없었으며 벽에 걸린 꽃다발조차 다른 곳에 비해 작아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때때로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소리 없이 먼지 속으로 뒤섞였다.
"여러분 동주 사람들이 상상하는 구몽성은 저쪽입니다." 오브라이언은 먼 앞쪽을 가리켰다. "저쪽은 백조구인데 진흙구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요. 도영하倒影河죠. 모든 귀족과 부자들은 다 저기 살아요, 백조구에서 다시 산 위로 가면 바로 티수 황궁입니다."
방정란은 오브라이언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더니 문득 눈빛이 살짝 움직였다. "저건 뭐죠?"
두 사람의 시선 높은 곳에 거대한 흰색의 높은 누각이 절벽을 끼고 높이 솟아 있었다. 방정란이 서 있는위치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흐릿하게 이 거대한 물건의 주변으로 서로 얽혀 있는 듯한 무늬와 난간의 쌀알 같은 크기의 호위병이 보였다. 누각의 형상은 날개를 펼친 솔개 같았고 날개는 암석과 이끼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또한 교묘하게 산과 하나가 되었다—— 이 기적과 같은 누각과 비교하여 산 중턱의 빛이 반짝이는 티수 황궁은 되려 세속적으로 보였다.
"어디요?" 오브라이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경알을 치켜올리더니 깨달았다. "모르세요? 저건 우리 티수국의 상징, 영항대永恒台예요."
영항(영원)……. 방정란은 그 단어를 음미했고 기억 속 아버지의 말 속 눈 앞의 장면이 겹쳐지는 셈이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는 서오대라고 부르죠."
오브라이언은 놀랐다. "여러분이 지은 이름이 더 적절하네요. 어쨌든 저건 당시에 한 여인을 그 위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지은 거니까요."
"한 여인?"
"저희 남경의 네 번째 서사시의 주인공, 티수 왕후 아돌릴이죠. 만약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시려면 제가 삼일 밤낮을 말할 수 있어요!"
해련이 방정란을 오브라이언에게 던져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작가는 절대 가시 돋힌 눈빛으로 방정란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며, 방정란의 어떤 질문에도 코웃음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말이 끝이 없고 구몽성의 모든 벽돌 위에 새겨진 금에 관한 이야기를 이 새로 온 동주인에게 말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안타깝게도 죽은 사람과 전설은 방정란의 계획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으므로, 그는 웃으며 완곡히 거절하고 화제를 돌렸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 틈엔가 거리 모퉁이의 술집으로 들어갔고 희미하게 흥얼거리는 소리가 빛이 새는 나무 문 틈으로 들려와 방정란은 문을 열었다.
술집에서는 흰 치마와 금 장식을 한 벽안 미인은 없었고 진흙구의 술집에는 방정란의 아버지가 말했던 맛있는 포도주를 제공하지 않았다. 검은 피부의 뚱뚱한 여주인은 그들에게 노란 맥주와 그다지 신선해보이지 않은 훈제 고기 한 접시를 내민 뒤 계속 탁자를 닦으며 햇빛 아래에서 가사가 불분명한 노래를 불렀다.
맥주가 입에 들어오는 순간, 방정란은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가 싸구려 술을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그 해, 자금성의 겨울 밤 지하 감옥에서 얼어 붙어 반 쯤 죽다시피 했을 때 옆 방의 사형수가 그에게 반 잔의 단두 소주를 나누어주었다. 그는 그 말 오줌 같은 것이 그의 싸구려 술에 대한 인지의 극한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양을 사이에 둔 저편에서 지나치게 발효시킨 쉰 물을 "술"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음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방정란은 그의 아버지가 당시 어머니와 같이 먹었던 것이 이런 물건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성미 급한 어머니는 이 누런 물을 사장의 콧구멍에 쏟아부었을 것이다.
탁자 맞은 편의 오브라이언은 그만큼 까다롭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벌컥벌컥 반 잔을 들이켰고, 그제야 목숨을 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방정란이 놀란 듯 그를 바라보는 것을 깨닫고 조금 민망해졌다. "하루 종일 음식을 못 먹어서요, 정말 …… 언짢으신 건 아니죠?"
방정란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침착하게 잔을 조금 내밀었다. "구몽성 이야기를 계속하죠, 예를 들면 백조구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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