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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12. 불꽃 아래

곧 있을 불꽃놀이를 위해 화원에는 등을 밝히지 않았고 방정란이 옷을 갈아 입고 어둠 속에 서 있자 키가 큰 정원사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등 뒤의 불빛이 사그라드는 높은 저택을 바라보았다. 흰 돌과 창문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희미하게 노랫소리와 술잔이 오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안에 진유옥의 목소리가 있을까? 방정란은 생각했다.

동쪽에서 떠오른 밝은 달이 하늘 가운데의 구름에 가려졌을 때 파티홀의 음악소리는 천천히 멈추었다. 이와 동시에 화원의 안쪽에서 불꽃놀이를 책임지는 사람 역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방정란은 구석으로 몇 걸음 물러나 자신의 그림자를 관목 뒤로 완전히 숨겼다. 하인이 화원으로 통하는 대문을 열었고 목련 거리 17호는 마침내 자신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티수의 명맥을 쥐고 있는 중요 인물들, 항구에서 만금을 삼키는 거상과 사교회의 이름난 이들이 입구에서 서로를 둘러싼 채 화원 속으로 들어왔고 방정란은 여전히 문가의 등불빛에 기대어 그의 목표를 찾으려 하는데, 불꽃은 높은 하늘로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화원 전체가 낮처럼 밝아졌고 얼룩덜룩한 빛이 밤 하늘 위에 흩뿌려지며 모든 내빈의 얼굴에 빛을 비추었다. 방정란은 천천히 벽에 붙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 번째 불꽃이 밤 하늘에서 커다란 소리를 내었을 때 그는 마침내 진유옥을 보았다.

이 남굉 인질은 13살 때 티수에 인질로 보내졌고 구몽성에서 벌써 십 년 째 생활하고 있었다. 방정란은 아직도 이별할 적 키가 작고 마르던 진왕 전하가 자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눈물을 그렁거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진유옥은 훌쩍 커서 이목구비 외에는 동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구몽인이 되어 있었다. 그는 흰 치마를 입은 여인과 팔짱을 낀 채 머리 위의 휘황찬란한 불꽃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방정란은 입을 굳게 다물고 기색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진유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 방면에서 북홍에게 경고를 할 필요가 있어. 그들에게 누가 바로……."

"……그 말 들었어? 국왕이 난드 부인에게 새 치마를 또 선물했다. 흥, 촌스럽고 화려한데 그녀도 입고 나가면 창피하지 않을지……."

"……왜 그 절름발이가 함대에 더 투자해서 십육도의 해적들을 전부 교수형 시키지 않는 거지? 자네는 모르겠지만, 나는 배 한 척을 가득 실은 향료를 손해를 봤어……."

"……여긴 사람이 많고 복잡해, 독전갈 호박이 있을까봐 염려되니 내일 다시 이야기 하지……."

"아이고, 누가 내 옷을 잡아당기는 거야——"

"유옥."

쾅——

 

다시 한 번 폭죽이 터졌다.

 

본래도 짜증이 난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진유옥의 얼굴이 불빛 아래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의 시선은 먼저 굳어졌고 뒤이어 눈동자가 수축했으며 멍한 이목구비는 이미 표정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었으며 오직 움직이는 목구멍만이 그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너는——읍!"

놀란 외침은 방정란의 손으로 가려졌고 그는 상대를 직시했다. "나야, 정란."

진유옥은 다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정원사의 옷을 입은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네게 할 말이 있어. 유옥, 여기 어디 조용한 곳 알아?"

옆에 있던 여인은 아직 머리 위의 찬란함을 감상하고 있어 곁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진유옥은 다음 폭죽이 터지는 찰나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불빛 아래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방정란에게 손을 놓으라는 표시를 했다. 뒤이어 그는 몸을 돌려 여인에게 웃으며 귓가에서 몇 마디 말을 속삭였고 상대가 몇 번 애교 어린 투정을 한 뒤에 빠른 걸음으로 방정란을 끌고 호화 저택 안으로 걸어갔다.

 

이때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바깥으로 쏠려 있어 홀 안은 텅텅 비어 있어 드문드문 하인들이 하품을 하며 파티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레 홀을 지나 복도를 돌았고 진유옥은 몇 개의 방문을 밀어 열어보다 곧 잠금이 없는 방을 찾아냈다. 그는 방정란을 향해 손짓했고 두 사람은 안으로 숨어들었다.

몇 층을 사이에 두고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불꽃 소리 역시 진실 같지 않게 되었다. 나무 문은 불꽃을 가렸고 흐릿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지면을 비췄다.

진유옥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몇 걸음 왔다갔다 했고, 그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야 창 앞에 서서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너…… 정말 정란이야?"

"당연히 나야."방정란은 웃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같이 자랐는데 십 년을 사이에 두었다고 해서 날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지."

"내가 어떻게 잊겠어! 나는 그저, 그저 네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걸 믿을 수 없을 뿐이야." 진유옥은 말을 더듬었다. "몇 년 전 티수 귀족들이 네 아버지가 비의에게 연좌되어 일이 났고, 또 동주에 이미 방 씨 집안이 없다고 한담을 나누는 걸 들었어. 나는 다급했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었어……. 정란, 나는 네가 이미……."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흐느낌이 담겨 있었다.

방정란은 진유옥이 옛 일을 언급하는 것을 듣자 마음 속 원한이 극에 달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담담함을 유지했고 심지어 상대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스한 목소리로 위로하기까지 했다. "내가 지금 멀쩡히 여기 있잖아, 나도 안 우는데 왜 네가 울어?"

"미안, 미안해. 난 늘 이래." 진유옥은 민망한 듯 코를 삼킨 뒤에야 웃으며 물었다. "부황이 널 보낸 거야?"

방정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진유옥의 막 올라갔던 입매가 다시 실망으로 내려왔고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어려서부터 나는 가장 사랑을 받지 못하던 자식이었어, 그게 아니었다면 그들 역시 나를 티수에 버리지 않았겠지. 지금 고향을 떠난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부황은 아마 티수에 나라는 아들이 있다는 것도 잊었을 거야. 정란, 내가 이쪽에서 어떤 생활을 보냈는지 넌 모를 거야. 만약 내가 계속 조심스레 그 절름발이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앞에서 멍청한 척을 하며 동주에서 온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 수옥에 들어갔을 거야……." 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떨리는 듯하여 급히 말을 멈추었다. "내 이야기는 됐어, 너는 동주에서 잘 지냈어?"

"괜찮아."

"정말? 그들이 널 어떻게 하지 않았어?"

"다 지난 일이야." 방정란은 대강 이 일을 넘어갔다. "지금은 네 양왕 형님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잘 지내고 있어."

진유옥의 안색이 바로 바뀌었다. "네가 어떻게 그에게 의지할 수가 있어? 너 그와 그의 부하들이 당시에 우리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잊었어?"

"생명이 위태로운데 누가 겨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수업 때 발을 거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을 기억하겠어? 방정란은 웃으며 말했다.

진유옥은 말을 더듬었다. "하, 하지만 네가 날 위해 양왕 패거리와 싸웠는데 지금 그가 널 이용하려는 건……."

"그가 날 이용한다는 건 당연히 알지. 하지만 만약 내가 그의 개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 목숨 부지하고 널 만나러 왔겠어?" 방정란은 자신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말을 돌렸다. "유옥, 널 찾아온 건 네가 누구에 대해 좀 알아봐줬으면 해서야."

"누구?"

문 밖에서는 아직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방정란은 연이은 굉음이 가라앉은 뒤에야 말했다. "비의."

"비의가 구몽에 있다고?!" 진유옥은 놀랐다.

상대의 반응은 가짜 같지 않았고 수은 역시 그를 속일 이유가 없었다. 방정란은 미간을 찌푸렸고 판단을 잘못한 것이 자신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진유옥은 구몽에서 오랜 시간 남의 눈치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있었고 방정란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다급히 비위를 맞추듯 말했다. "정란, 너, 서두르지 마. 내가 여기서 별 힘은 없지만 그래도 십 년을 머물렀으니 아는 사람들은 좀 있어. 내가 내일부터 물어봐 줄게……."

진유옥의 이 말은 절절했고 방정란은 되려 담담하게 웃었다. 집안이 변을 당한 후 그는 다시는 사람의 마음을 믿지 않았고 양왕의 개와 말이 되었던 이 몇 년 간, 그도 손을 더럽히는 짓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오래도록 헤어졌던 절친한 벗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진유옥에게 기꺼이 자신의 계획을 전부 털어놓으려 했는데, 바로 그가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으며 자신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진유옥과 자신을 같은 전선에 세우기에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유옥." 방정란은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너 동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는 어둠 속 진유옥의 경악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청년은 깜짝 놀란 듯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더듬거리며 웃었다. "농담하는 거지. 난 인질인데 어떻게 다시 동주로 돌아갈 수 있겠어……."

"날 믿어." 방정란은 글자마다 힘을 주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날 믿지 않았어? 내가 남경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널 데리고 돌아갈게."

"돌아간다"는 네 글자의 유혹이 너무 커서, 진유옥은 자신의 마른 목이 침을 삼키는 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듯했다. "일……. 비의를 찾는 거야?"

"그게 전부는 아니야." 방정란은 잠시 멈추었다가 갑자기 말을 이었다. "당시 우리가 귀신 나오는 궁실에서 어느 유모嬷嬷가 해주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 나?"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진유옥은 열심히 회상했다. "전 왕조의 보물에 관한 거?"

"그 이야기는, 진짜야." 방정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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