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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해중작海中爵

해중작 - 13. 보물과 열쇠

16.

 

그 시절 동주의 통일된 수도는 무너지지 않았고 방정란의 부친 방궐은 여전히 권세 높은 진해공이었으며 그의 외아들 방정란 역시 자연히 뭇별들에게 둘러싸인 하늘이 내린 인재였다. 방정란은 태어났을 적부터 황자의 글동무가 되기로 정해졌을 뿐 아니라 황실에서는 그에게 언제든 궁 문을 넘고 자유로이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는 등 많은 권한을 주었다. 이치를 따지자면 그는 세력이 있는 황자와 같이 어울리며 교만방자한 귀족 도련님이 되었어야 하지만, 어린 세자의 가풍은 그에게 마음을 바르게 먹을 것을 강조하고 불공평한 것을 포용하기를 가르쳤기 때문에 입궁한 첫날부터 가장 괴롭힘을 받는 6황자 진유옥 쪽에 굳건히 서게 되었다. 

아무도 그들 두 명과 놀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놀았는데 나무를 올라가 과일을 따고, 죽마로 장군놀이를 하며 알아서 잘 놀았다. 어느 날 방정란은 궁인들이 한담 시에 무의식적으로 북동쪽 구석의 궁실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하는 것을 들었고, 백가지 독이 스미지 못한다고 자부하는 진해공의 어린 아들은 6황자를 끌고 굳이 한 번 가서 알아보려 했다.

가는 내내 진유옥은 가슴이 떨려 어둠 속에서 흐느꼈고 한 걸음을 두 걸음 반으로 쪼개어 걸었다. 방정란 역시 무서웠지만 그가 나서서 모험 이야기를 꺼냈으니 당연히 겁을 먹은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꼬마는 일부러 대담하게 방문을 걷어차 열었으나 안에서 흔들리는 불빛을 본 순간 놀라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귀신은 당연히 없었으나 연로하고 봉양하는 사람이 없는 늙은 궁인이 이곳에서 겨울날의 한기를 피할 뿐이었다. 늙은 유모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그들 두 명의 콧물과 눈물을 닦아주고 한 사람 당 구운 고구마 하나씩을 나누어 주고 불 옆에서 옛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녀는 동주 어느 곳에 전 왕조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전 왕조는 "무지개가 하늘을 위해 궁갑을 금빛으로 씻는다"는 성세한 국가였고 그것의 보물창고에는 자연히 삼라만상이어서 아무 거나 꺼내도 금산과 바꿀 수 있었다. 이러한 귀한 땅의 입구는 당연히 악귀가 지키고 있으니 만약 평범한 사람이 파고들고자 하면 문 앞에 이르기도 전에 악귀에게 피를 빨릴 것이다. 그녀의 조상이 예전에 운이 좋아 한 번 악귀를 피해 들어간 적이 있어 보물 한두 개로 재산을 얻으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보물 창고의 기관을 망가트리고 요마를 벨 수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두 손이 텅 비어 도망쳐나왔고 사람 역시 미쳤으며 그 이후로 아무도 그의 종적을 알지 못했다.

"……그 보물들은, 다 저주를 받은 것이니 건드려선 안 됩니다!" 유모는 그럴 듯하게 강조했다.

진유옥은 초반부는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들었으나 후반부에서는 또 요마와 악귀에 놀라 작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고구마는 먹다가 식어버렸다. 다만 방정란은 겁이 없어 손가락의 단 맛을 핥으며 눈을 깜빡이고 물었다. "이상한데요, 유모. 요괴가 문가를 막고 있다면 할머니의 선조가 어떻게 안에 보물이 있는지 알았고, 또 어떻게 들어간 건데요?"

늙은 유모는 단박에 말문이 막혔다. 노인은 마른 손가락으로 옷자락의 실밥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열쇠가 있었으니까요!"

 

※※※

 

"유모의 이야기는 분명 이야기지만 허실이 있어." 방정란이 말했다. "십오 년 전, 대략 백여 명의 태연성 백성이 성이 무너지기 한 달 전에 도망을 쳤는데 그 중에 상미기商未机라는 자객 대사가 있었어. 상미기를 필두로 하여, 그들은 남쪽으로 향했고 긴 배 두 척으로 나누어 바다를 건너 남경에 왔지."

진유옥은 온통 이해가 가지 않았고 방정란이 이야기를 꺼낸 이 사람과 그들이 어렸을 적 들었던 전설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너…… 내가 그 상미기라는 사람을 찾길 바라는 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손 안의 한음령이지." 방정란이 말했다."이 물건이 바로 유모가 말하는 열쇠야. 용조容朝가 멸망하기 전에 사람을 보내 측근 조직을 보내 천기고 안의 모든 고서, 병서, 정교한 공예법과 대량의 재화를 동주의 어느 곳에 보관하게 했지. 유모가 말하던 '악귀'는 아마 그곳을 지키는 수위일 거야.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세상이 변하고 전 왕조가 복원될 가능성은 없어지면서 이 조직은 내부 분열했어. 그들 중 일부는 물건들 중 일부를 가지고 북막으로 도망했지—— 당시에 성이 무너질 때 그 괴물 같던 기관 병기는 창고 내에서 흩어진 문서로 개조해 낸 거야."

전 왕조의 찬란함은 두 사람 역시 본 적이 없었지만 십오 년 전 태연성이 무너지던 그 참혹함은 모든 동주인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진유옥은 바보가 아니었다. 바보 인질은 티수에서 십 년을 살 수 없었다. 그는 곧장 반응을 보였다. "상미기 역시 그 측근 조직 사람이라는 거야? 그럼 천기고에 남은 건……."

"그건 상미기만 알겠지." 방정란이 말을 받았다. "너와 나 둘 다 잘 알지, 이 무기 도면과 경위 지도 그리고 고서들은 유모가 말하던 그 금은보화보다 더욱 가치가 있어. 나는 몇 년 전 한음령의 존재를 안 뒤로 줄곧 비밀리에 상미기의 행방을 알아보았어. 설령 그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더라도 이 태연인 중 하나를 찾을 수 있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 시간이 오래 되어 이 사람들은 태연성에서 도망쳐 나온 동주인은 진작 뿔뿔히 흩어져 종적을 찾을 수 없지."

진유옥은 다급히 말했다. "그, 그러면 어떡해?"

"상관 없어." 방정란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입꼬리가 보이지 않게 위로 올라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하늘이 마침내 나를 돌보아주기 시작했거든. 내가 남경에 들어오자마자 단서가 생겼어."

해련.

방정란은 마음 속으로 소리 없이 이 이름을 읊었다.

 

홀 안의 탁상시계가 열한 번 울렸고 실외에서는 이미 흐릿하게 불꽃이 흩어질 때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반드시 떠나야 했다.

방정란은 마지막으로 상대를 몇 마디 위로하고 다음에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약속했으며 진유옥은 하나하나 받아들였다. 방정란은 말을 마친 뒤 뒤로 두어 걸음 걸어가다 다시 몸을 돌려 덧붙였다. "모든 일에는 경중과 완급이 있어. 한음령은 네가 알고만 있으라는 거고 당장 필요한 게 아니야. 지금 급한 것은 첫째, 비의를 찾아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이고 둘째, 널 데리고 동주로 돌아가는 거야. 거기다 몰래 돌아가는 게 아니라 광명정대하게 돌아가는 거지……."

그는 여기까지 말했을 때 눈을 들었고, 사내는 마침 높은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마주하며 어린 시절 아침 밤낮으로 함께했던 진왕 폐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웃음은 온화했고 따스했으며 거짓에 가까울 정도로 진실했으나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광채를 지니고 있었다.

혹은, 진유옥을 현혹시킨 것은 방정란이 꺼낸 그 말일 것이다.

"내가 널 도와 대통을 잇게 할게, 유옥." 방정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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