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진유옥이 방정란에게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창 밖의 거리에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은 칼로 파티가 끝날 때의 나른한 소란함을 깨트린 듯,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이끌어냈고 빠르게 더욱 큰 소동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곤 빠르게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무슨 일입니까?" 진유옥은 급히 대문으로 달려가 멍한 척을 하며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누가 죽었어요!" 그 사람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막았다. "분명 독전갈 호박이 한 짓일 거예요, 그 사람들만이 이렇게 거리낌이 없으니까……."
독전갈 호박은 아바르의 직속 자객 조직으로, 어두운 곳에서 국왕을 위해 국왕이 좋아하지 않는 존재를 처리하며, 전날까지는 아바르의 아래의 총애 받는 신하였다가 다음날에는 거리의 버려진 시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진유옥은 그 말에 겁이 나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정란, 어서 가. 네가 걱정이…… 정란?"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정란은 진작 사건 발생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당황한 속삭임을 들아며 빠르게 사건의 발생 경과를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이 헤라크라는 사내 역시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손님 중 하나였는데, 그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하늘로 쏘아져 올라가는 화약에 대해 우아한 찬미를 보내는 것이 짜증이 나, 진작 자리를 떠나 더 진실한 "즐거움"을 찾았다. 그는 거리에서 기녀 하나를 마음에 들어했고, 두 사람은 가격을 합의본 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일을 처리했다. 남자가 즐기고 있을 때 그의 마부는 마차를 입구까지 끌고 왔다. 헤라크는 그 구멍에 취하여 마부가 마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의 마부가 평소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것은 더욱 깨닫지 못했다.
그는 뒤에서 기녀의 허리를 눌렀고 마부는 뒤에서 그의 볼을 눌렀다.
정액과 후두관의 선혈이 거의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진정으로 재수가 없는 마부가 발견되었다. 남자는 마차 칸 안에서 기절한 채였고 옷이 벗겨져 팬티 한 장만 남겨진 상태였다. 또 다른 증인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에는 끈적한 핏덩어리가 붙어 있었으며 이번 파티 "장사"를 위해 준비한 예쁜 치마 역시 걸레조각이 되어 어깨를 끌어안은 채 작게 흐느끼고 있었다.
"아이, 기녀라고는 해도 이런 악몽을 겪어서는 안 되는데." 방정란의 곁의 노부인이 한탄했다.
빠르게 당직 경위 역시 치안관의 인솔 아래 이곳으로 도착했다. 치안관은 시체를 조사하러 갔고 몇 명이 현장을 봉쇄하며 남은 한 사람은 그 여자를 심문하러 갔다.
이 두려운 암살을 직접 겪은 기녀는 몸을 떨고 있었고, 여자의 시선은 초점이 맞지 않으며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아무 것도 못 봤어요……. 저는 그냥 무언가 제 머리카락 위로 떨어지는 것만 느꼈는데 빗물 같았어요. 하지만 빗물보다는 더 뜨거웠죠. 저는 그가 토했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그는 술냄새가 심했으니까……. 뒤이어, 뒤이어 그가 뼈가 없는 것처럼 제 몸을 눌렀어요, 세상에, 내가 죽은 사람에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다.
방정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좀 이상한데.
여자가 묘사한 것은 너무 생생했다. 그녀의 입 속의 문자는 뜨거운 온도가 있어 그녀의 훌쩍임과 삼키는 숨소리와 함께 모든 이들의 귓가로 전해졌다. 가까이에서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고, 곧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은밀한 흥분으로 바뀌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아름답고 잔인한 흉살 사건이 곧 구몽성에서 보름은 입에 오르내릴 것을 믿었다.
"범인은 전혀 못 봤습니까?" 경위가 물었다.
"못 봤어요, 날이 너무 어두워서……."
"정말입니까, 하지만 당신은 지금 유일한——"
"아무 것도 못 봤다니까요!" 여자는 무너지듯 비명을 질렀다. "저는 당시에 기절했어요! 왜 아가씨 하나에게 고개를 돌려 칼을 든 흉악범을 볼 수 있는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녀는 미친 것처럼 경위를 밀쳤으나 손에 전혀 힘이 없었기 때문에 되려 자신의 발에 힘이 풀렸다.
이 장면은 현장의 적지 않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일으켰다. 누군가 소리쳤다. "왜 가련한 아가씨를 괴롭히는 거야!"
"마부가 하나 더 있다고 하지 않았어?"
"진작 기절했대잖아……."
"마부는 깼나?"
"당신들은 그녀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범인을 찾아야지!"
젊은 경위는 사람들의 흥분과 분노 아래에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했다. 그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더듬더듬 변명하기 시작했다. "저, 저는 그녀를 괴롭힌 게 아닙니다, 전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는 도움을 구하듯 자신의 상사를 돌아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벽에 튄 핏자국을 살펴보던 검은 옷의 치안관이 혀를 찼다. 사내는 걸어오더니 거칠게 한 손으로 여자의 팔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여자의 턱을 쥐어 그 자세 그대로 차갑게 상대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울음을 뚝 그쳤다.
치안관이 명령했다. "이 아가씨의 이름과 주소를 기록한 뒤 보내라."
그의 목소리는 그의 얼굴보다 더 특이했는데, 금속의 날카로움과 돌의 견고함을 띄고 있었다. 방정란은 저도 모르게 그를 살펴보았다.
기녀는 경위가 뻗은 손을 거절하며 스스로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말한 뒤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이 붐비는 반대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떠났다.
경위는 치안관의 지시 아래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백조구가 가져야 할 체면을 회복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도 좋지, 그녀는 앞으로 감히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할 거야. 천한 사람은 반드시 더러운 일에 부딪치게 되어 있어, 진흙구에 갔던 사람의 신발처럼 남을 속일 수 없는 거지." 노부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제대로 된 여공이 되어야지, 제대로 된 여공은 이런 일을 겪지 않을 거야."
여자는 백조구의 돌길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소동의 중심에서 멀어지자 백조구의 다른 곳은 밤이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녀가 곧 백조구와 완안나구의 경계인 도영하 강변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렸고 피가 묻은 긴 치마는 밤의 빛깔 속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야, 동주 놈." 방금까지 당황하여 도움 받을 길 없던 아가씨의 지금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전혀 없었고 붉은 입술에는 교활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18.
"날 미행했지." 그녀가 말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어떻게 미행을 해야 하는지 배웠어. 정말 미행을 하는 거였다면 당신이 알지 못했을 거야." 방정란은 웃었다. "당신과 당신 동료의 연기가 너무 과장이 심해서 나는 그저 당신들이 언제 무대에서 내려오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하지만 내 손님은 내가 조금만 더 예뻤다면 대극장에서 배우가 될 수 있겠다고 했어." 여자 아이는 입술을 삐죽였다. "일부러 날 쫓아온 게 죽은 사람을 보고 흥분한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희 동주인들의 취미는 정말 특이하네."
"나는 분명 조금 흥분했지만, 당신 때문은 아니야." 방정란이 말했다.
"그러면 누구 때문이야?"
"해련." 방정란은 천천히 말했다. "해련이 한 것이지, 그렇지? 당신과 그, 그리고 그 치안관. 다 한패야."
여자의 얼굴에 나타난 놀란 표정에 방정란은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다. 그가 계속 무언가를 물어보려 할 때, 문득 한 가지 이상함을 느꼈다—— 어쨌든 암살에 참여하고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아가씨의 얼굴에 약간의 놀라움이 남은 시간이 살짝 길었던 것이다.
그 후 방정란은 귀 뒤에서 서늘한 여름 바람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날카로운 추위였다.
'원작 > 해중작海中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중작 - 16. 암투장黑拳场 (0) | 2021.12.03 |
---|---|
해중작 - 15. 신선한 일 (0) | 2021.11.30 |
해중작 - 13. 보물과 열쇠 (0) | 2021.11.26 |
해중작 - 12. 불꽃 아래 (0) | 2021.11.24 |
해중작 - 11. 두 개의 정보 (0) | 202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