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다시 두 쌍의 눈을 마주쳤고 침묵에 빠졌다.
소여회는 자물쇠에 잠긴 문을 떠올렸고, 이 녀석이 춥고 낡은된 사랑방에 혼자 누워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순식간에 깨달았다. 강각사는 아마도 이 혼약을 몹시 증오하고 그 이름 뿐인 부군을 더욱 증오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상적인 일이었다. 세가에는 단수들이 적지 않고 남첩이 남편을 시중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다만 혈통을 잇기 위해 반드시 제대로 된 여인을 정부인으로 얻어야 했다. 강 씨 집안이 사람 노릇을 하지 않고 아들을 상 가로 시집 보내어 상지옥을 무시하고 제 아들을 사람 취급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강각사가 상지옥에게 화풀이하여 지금의 국면이 된 것이다.
이제 어색해졌다. 지금 강각사는 소여회로 변했고, 소여회는 이렇게 독하지 않았다.
소여회는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맞아, 내 말은 내가 정말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상지옥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소여회가 너덜너덜하게 잘라버린 내의를 입었다. 설령 이 내의가 찢어져서 몸을 가릴 수 없다 하더라도 상지옥은 여전히 끈까지 소홀하지 않고 잘 매었다. 그는 얼굴에 표정이 없었는데, 노여움도 없었고 희비는 더욱 없었다. 소여회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상지옥은 원래 깔끔한 것을 좋아하며 그의 옷에는 영원히 먼지 하나 묻지 않았는데, 지금은 낯 하나 바꾸지 않고 이런 거적데기를 입고 있었다. 소여회는 심지어 지금 그가 채찍을 들어 다시 한 번 그를 때려도 상지옥은 묵묵히 감당하며 조금도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소여회는 몸을 돌려 그의 옷장을 뒤져서 깨끗한 내의를 찾아 그에게 주었다.
"다시는 널 때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요양하도록 해. 너도 알다시피 우리 부모님이 내 누나의 결혼을 대신 하라고 하셔서 너에게 시집을 온 거잖아. 나는 어쨌든 칠 척의 사내인데, 이런 수모를 당했으니 마음에 맺히기 마련이야. 하지만……." 소여회는 화제를 돌렸다. "어젯밤 내가 꿈을 한 탕 꾸었는데 꿈에서 우리 둘이 전생의 인연이 있었어. 본래 한 쌍의 연인이었는데 부모님이 원앙을 몽둥이로 때려 우리를 떼어놓았고, 우리는 다음 생에 인연을 이어가자고 약속했어. 그래서 너는 맑은 연못으로 향하고 나는 동남쪽을 마주한 나뭇가지로 향했지. 비록 이 꿈이 터무니없지만, 태상무극천존이 우리를 인도하는 게 아니라고 할 수 없어. 그러니," 소여회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 우리 둘이 잘 지내자. 나는 너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너도 나를 미워하지 마. 내가 닭머리를 한 입 먹으면 너도 닭엉덩이를 한 입 먹을 수 있어. 어떻게 생각해?"
상지옥은 묵묵히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말한 모든 글자를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상지옥은 시선을 내리고 더러운 내의를 벗고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손에도 상처가 있는데, 창백한 팔목은 구부리면 부러질 것 같았고 옷고름을 묶을 때 끊임없이 떨렸다. 옷을 다 입자 그는 누워서 두 눈을 감고 소여회를 등졌다.
소여회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가 말을 안 하니 동의한 걸로 여길게."
상지옥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소여회는 그를 이불 속에 쑤셔 넣고 그가 갈아입은 더러운 옷을 들고 몸을 돌려 나갔다.
소여회가 막 발을 내딛자마자 발치에 웅크리고 있던 늙은 개가 천천히 눈꺼풀을 치켜들며 말했다. "좀 재미있네. 내가 분명히 그가 숨이 끊어진 걸 보았는데 지금은 또 팔팔하잖아."
개 한 마리가 사람의 말을 뱉는 것은 분명히 괴이한 광경이었는데, 상지옥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의기소침해 있을 거야?" 늙은 개가 끙끙거렸다. "곤륜비종이 이 정도까지 너를 해쳤는데 너는 아직도 담대정이 네 사부라고 여기는 거냐? 넌 네 사부를 마음에 두어도 네 사부는 널 마음에 두지 않아. 내 말 들어, 흑관음黑观音이 널 위해 준비한 비약을 먹으면 넌 처음처럼 건강해질 수 있고 심지어는 예전보다 더욱 쌩쌩해질 거다. 그때가 되어 원한이 있으면 원한을 갚고, 복수할 게 있으면 복수하여 곤륜 비종의 그 개돼지들이 옛 행동을 후회하게 해주는 거야."
상지옥은 눈을 뜨고 있었으나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침상 옆에서 동그란 작은 상자를 더듬어 꺼내 열자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검은 심핵이 눈에 들어왔다. 상지옥의 눈동자는 약간 어두워졌고 입술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늙은 개는 침상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상지옥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한참 동안 쉴 새 없이 지껄여도 끝내 대답을 듣지 못하자 마침내 김이 새었다.
갑자기 상지옥이 물었다. "네가 그를 죽였나?"
그가 밑도 끝도 없는 한 마디에 늙은 개는 바로 반응하여 다급히 말했다.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가 갔을 때 그는 이미 뒤졌던데. 왜, 내가 그를 다시 죽게 해줄까? 네가 한 마디만 분부하면……."
"입 다물어." 상지옥은 두 눈을 감았다. "너무 시끄러워."
늙은 개는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문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 아내가 기사회생하다니 정말 사악하네. 세상에 이런 비술이 있나? 아니지, 전에 그가 널 보자마자 화를 내며 쌀쌀맞게 굴었는데, 어디 오늘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러웠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네, 쯧……. 설마 시체를 빌려 혼이 돌아온 건가? 재밌다, 재밌어. 내가 알아보러 가야겠어, 만약 흑관음에게 고하면 큰 공을 세우게 될 거야."
소여회는 바깥 문기둥 옆에 기대어 안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 말을 할 줄 아는 개는 외형을 바꾸는 비술을 쓴 것이겠지? 소여회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흑관음이라는 이름은 그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은 흑가의 대비전大悲殿의 일인자이고 약초에 조예가 깊어 손에 이상한 약물을 많이 쥐고 있는데 무슨 합환산合欢散, 오석산五石散 같은 것은 모두 비종이 엄격하게 금지한 약물이었다. 예전에 그에게 무극산无极散이라는 비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의 잠재력을 개발해 일반인에게 비술을 각성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워낙 컸고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미치게 되었다.
소여회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 숙적아, 너는 절대 길을 잘못 들면 안 돼.
소여회는 상지옥과 자신의 옷을 모두 빨아 마당에 널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밥을 짓기에는 아직 일러, 그는 뒷짐을 지고 어르신처럼 상 씨 저택을 순시했다. 고택은 운주 교외에 자리잡고 부지가 꽤 넓으며 정자와 누각이 다 있는데, 잡초가 무성하고 황폐한 무덤처럼 낡았을 뿐이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집도 점점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소여회는 부엌으로 들어가자마자 그 늙은 개를 마주쳤다. 늙은 개는 부뚜막을 헤집고 있다가 소여회를 보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여회는 눈썹을 찌푸렸다. 강각사는 틀림없이 상지옥을 도와 밥을 짓지 않을 것이다. 설마 요 며칠 동안 이 늙은 개가 밥을 지었단 말인가?
"저리 가라."
소여회는 늙은 개를 걷어차고 불을 지펴 물을 끓여 밥을 지었다. 상지옥은 상처가 심해서 그에게 고기를 먹여야 빨리 나을 수 있었다. 소여회는 닭 한 마리를 잡고 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비운 다음에 소금을 바르고 파 조각과 표고버섯을 넣고 물을 끓인 뒤 닭을 안에 넣고 쪘다. 일주향 뒤,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소여회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 늙은 개가 창턱에 올라가 큰 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소여회가 뼈를 주워 던지자 그 늙은 개는 이를 드러내고 이를 드러내고 소여회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감히 속을 드러내보이지 못하고 귀를 축 늘어뜨리고 뼈를 물어왔다. 소여회는 먼지를 털고 다시 던졌다. 늙은 개는 화가 나서 발톱으로 땅을 두어 번 파더니 주워오려 하지 않았다.
"좋은 개야." 소여회는 씩 웃고 말했다. "우리 상공이 너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지. 앞으로 너를 멍멍이라고 부르마."
늙은 개는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싶자 소여회는 솥뚜껑을 열었고 닭고기는 이미 황금빛으로 변했다. 젓가락으로 찌르자 살이 폭신폭신하여 금세 구멍이 하나 움푹 들어갔으니 완전히 익은 셈이었다. 마지막으로 양념을 끼얹고 소여회는 닭을 담아 쌀밥 두 그릇과 함께 상지옥의 사랑방으로 향했다.
"상공, 식사하세요." 소여회는 쟁반을 탁자 위에 놓고 휘장을 말아 올렸다.
상지옥은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보았다. 17세 소년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하얀 팔을 드러내며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 상지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선상 위의 김이 나는 찜닭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우리 침대에 앉아서 먹자." 소여회는 쟁반을 아랫목으로 가져와 상지옥 앞에 놓았다.
상지옥은 느릿느릿 일어나 두 손으로 침상을 받치고 몸을 뒤로 옮겼다. 소여회는 재촉하지 않고 그가 다 옮겨간 후에 쟁반을 아랫목의 탁자 위에 올렸다.
소여회는 닭다리를 뜯어 상지옥에게 주었고, 상지옥은 고소한 음식을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렸다.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지 못했다. 곤륜에 갇혔을 때 그들은 그에게 남은 밥과 찬 음식을 먹였고 상 씨 집안으로 돌아온 뒤로는 늙은 개가 간혹 몇 끼를 해주었지만 대부분 삼키기 어려웠다. 어떤 고생을 하든지 간에 그는 상관없었다. 이것은 그가 마땅히 겪어야 할 일이었다.
눈앞의 이 사람은 강각사가 아니니,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고 그는 이 사람의 선의를 받아서는 더욱 안 되었다.
손가락으로 뜨거운 그릇 가장자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일, 나는 이혼서和离书를 쓸 겁니다."
소여회는 어리둥절해졌다. "갑자기 뭐하러 이혼을? 내가 너를 때린 게 원망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아이를 낳지 못해서 상 씨 가문에 대를 잇지 못하는 게 싫어?"
상지옥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대가 내게 잘 대해주어도 나는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소여회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누가 너에게 보답을 원하겠어. 부부 사이에 너의 몸을 노리는 것 외에 또 너의 무엇을 노릴 수 있겠어?"
상지옥 "……."
소여회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더군다나 나는 네 몸조차도 노리지 않으니 어서 잘 요양하는 게 보답이야. 어서 먹어, 내 솜씨를 맛봐 봐."
상지옥은 젓가락을 들지 않고 말했다. "내일, 이곳을 떠나도록 하세요."
"무슨 뜻이야?" 소여회는 눈썹을 치켜 떴다. "날 쫓아내는 거야?"
상지옥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혼을 약속하지 않으면 밥을 안 먹을 거야?" 소여회가 물었다.
상지옥은 눈동자를 드리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묵인한 셈이었다.
소여회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이 녀석 머리가 바보가 됐나? 전에 강각사가 그를 때렸을 때도 그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에게 잘해 주니 도리어 사람을 쫓아내려고 한다. 그가 지금 학대해주기를 원하는 것인가?
"그래, 내일 갈게." 소여회가 말했다. "이제 젓가락을 움직일 수 있겠지?"
“미안합니다." 상지옥은 작은 소리로 말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늙은 개가 필사적으로 꼬리를 흔들며 가련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소여회가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던지자 개가 으르렁거리며 고기를 물어갔다. 상지옥은 한 입, 한 입 식사를 있다. 그는 매우 조용히 먹어 씹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온몸에 상처가 나고 누추한 방에 있어도 그는 여전히 비종 무관의 예절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여회는 재빨리 먹고 난 뒤 고개를 내밀고 맞은편에 있는 상지옥을 자세히 살폈다. 상지옥은 뜨거운 음식을 먹자 얼굴에 약간 핏기가 돌았다. 소여회는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이렇게 나를 믿네. 내가 주는 대로 먹어?"
상지옥의 동작이 멈췄다.
"닭고기에 춘약을 넣었는데." 소여회가 말했다.
상지옥은 고개를 숙이고 세차게 기침을 했다. 밑에 있는 늙은 개가 고기를 반쯤 갉아먹다 소여회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멍 짖었다.
소여회는 그가 기침을 해서 가슴이 떨리는 것을 보고 상처가 찢어질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 "장난이야. 나도 먹었잖아?"
상지옥은 더는 기침하지 않았으나 젓가락을 한쪽에 놓고 오랫동안 들지 않았다.
소여회는 웃었다. "정말 춘약을 넣지 않았어. 앞으로 남이 네게 먹을 걸 주면 함부로 먹지 마. 좋지 않은 물건일지 몰라. 당연히, 내가 주는 건 빼고."
그의 이 말은 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 1는 것과 같았다. 상지옥은 눈을 들어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흰 이를 드러내어 마치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무해한 소년랑 같았다. 상지옥은 시선을 내리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늙은 개는 상지옥이 계속 먹는 것을 보고 한참을 주저하다가 마침내 고기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 입을 대었다.
소여회는 다시 말했다. "저녁에 나와 같이 자."
상지옥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그를 불렀다. "강 공자."
그만 놀려야겠다.
"놀리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진짜야." 소여회가 말했다. "비록 내일 내가 떠나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둘은 부부인데 부부가 방을 나누어 자는 것은 무슨 도리야?"
상지옥은 눈살을 찌푸릴수록 굳어져갔다. 그는 진작부터 죽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표정이 생기니 드디어 산 사람 같았다. 소여회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솔직히 말할게. 어젯밤에 누군가가 내 방에 잠입해서 나를 죽이려고 했어. 나는 닭 잡을 힘도 없는 약한 남자인데, 너무 무서워. 상공, 나하고 같이 있어 주라."
나쁜 개가 옆에 있으니, 소여회는 그가 정말 비약을 먹지 않도록 이 녀석을 좀 지켜봐야 했다.
그 김에 그가 쫓겨난 이유를 알아낼 수 있는지 봐야겠다. 같은 침상에서 함께 잠드는 게 촛불에 비추어 밤 말을 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늙은 개는 멍멍 짖으며 조급하게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상지옥, 그를 믿지 마라, 그는 너의 몸을 탐하는 거야!
- 醉翁之意不在酒 본심은 다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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