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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용번역/여견설래如见雪来 무료분

제5장 상부인이라고 부르세요

 

 

소여회는 상지옥에게 다정히 기댔다. 따뜻한 몸이 상지옥의 몸을 뻣뻣하게 하고 나무 지팡이를 잡은 손을 꼭 잡게 했다. 그는 표정을 굳힌 채 소여회를 몸 뒤로 이끌어 이 부자연스러운 녀석을 가렸고, 다시 고개를 들어 한야를 보았다. 눈빛은 서리와 눈이 뼈에 스며드는 것처럼 시렸다.

"귀하께서 무슨 일로 심야에 방문하셨든 간에, 재하는 귀하가 바라시는 대로 이루도록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야는 비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미 폐인임을 잊지 마라. 내가 네 아내와 자려 하는데, 무엇으로 나를 막을 테냐?"

상지옥은 아무런 표정이 없이 한 손으로 품에서 어두운 붉은 관 모양의 물건을 꺼내 뚜껑을 열었고, 검붉은 빛이 날카로운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며 하늘에서 둥근 빛을 터트렸다. 이것을 보자 한야의 안색이 변했다.

상지옥은 차갑게 말했다. "비록 폐인이나 아직은 벗이 있습니다. 비종문내에 공간비술을 품고 있는 자는 열 명은 되고, 향전을 쏘아 올리면 비종은 반드시 옵니다. 십 대 일이니, 귀하에게는 전혀 승산이 없습니다. 비술 발동에는 오식의 시간이 필요하니 보수적으로 추산하여 귀하는 떠날 수 있는 십식의 시간이 있습니다."

한야의 웃음기가 가라앉고 미간에 풍뢰가 가득 쌓였다. 상지옥은 어릴 때부터 곤륜 비종에 머물렀는데 비록 문정에서 쫓겨나더라도 틀림없이 친구가 많을 것이니, 한야는 정말 감히 일을 키울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상지옥의 뒤에서 기웃거리는 녀석에게 향했다. 그는 허리 주머니에서 서신 한 통을 꺼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지옥, 네 좋은 아내는 내가 나쁜 짓을 도모했다고 하니, 정말 억울하구나. 분명히 그가 서신을 정하여 나를 꽃그늘 앞과 달빛 아래로 불러냈고 나는 그 부름에 답한 것인데 그가 닥쳐서 무를 줄은 누가 알았겠느냐. 이 서신이 증거다, '달빛이 서쪽 곁채에 내리면 바람을 맞아 문이 반 쯤 열릴 겁니다. 강 가 각사, 님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네가 스스로 봐라."

그가 편지를 던지자 금박을 입힌 편지지는 나비처럼 상지옥에게 날아가 그의 발치에 떨어졌다.

소여회 "……."

한야 이 녀석은 화가 나서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아칠의 임무는 정보를 알아내는 것임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그와 상지옥을 이간질시키면 그더러 어떻게 정보를 알아내라는 것인가? 붉은 살구가 담을 나간红杏出墙(바람이 났다는 뜻)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고, 소여회는 상지옥이 머리에 커다란 녹색 모자를 쓴 것(바람이 났다는 뜻2)을 본 것 같았다. 몸 주인이 하던 일은 소여회에게 뒤집어 씌였고, 소여회는 속으로 피를 토했다.

상지옥은 안색을 바꾸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니, 다른 좋은 사람을 담아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귀하도 어려움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이 뜻은 소여회가 벽을 넘고 싶다면 넘으라는 것으로 그, 상지옥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상지옥은 소여회를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 한야가 즐거움을 추구하다 되지 않자 억지로 빼앗으려는 것은 네가 잘못되었다는 뜻이었다.

소여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야도 상지옥의 마음이 이렇게 넓을 줄 몰랐다. 상지옥은 녹색 모자를 잘 챙겨다 쓰고 원망의 말 한 마디도 없었다.

"……." 한야는 차갑게 웃더니 마지막으로 소여회를 보았다. "강 공자, 다음에 다시 보지."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다.

소여회는 손을 입가에 감싸서 나팔 모양으로 만들고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강 공자가 아니야!"

한야와 상지옥은 모두 멈칫했다.

소여회는 이어서 말했다. "나는 상 부인이야!"

한야는 어이가 없었는지 소매를 흔들며 떠났다.

이 녀석이 마침내 떠났고 소여회는 한숨을 돌렸다. 한야는 비술이 강해서 단계까지 올랐으니 만약 정말 싸우게 된다면 그와 상지옥은 조금의 승산도 없었다. 소여회는 상지옥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에게 향전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참담했을 거야." 그는 시간을 세어 보았다. "십식이 다 되었네, 네 친구들도 동작이 참 늦다. 그들이 오길 기다렸으면 우리는 벌써 합장 됐을 거야."

상지옥은 몸을 돌려 나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돌아갔다.

"나는 친구가 없어."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어?" 소여회는 멈칫했다가 바로 반응했다. 상지옥은 한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비종에는 그를 구하러 올 사람이 없다. 소여회는 상지옥이 방금 쏜 향전통을 주웠는데, 그제야 이 향전이 곤륜 비종의 구조 요청 향전이 아니라 불꽃놀이 포통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들 둘의 혼인 날에 쓰고 남은 것일 것이다.

이 녀석……. 소여회는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죽기 전에 상지옥의 인간관계는 터무니없이 나빠졌다. 그가 죽은 지 5년이 되었는데도 상지옥의 인연이 여전히 이 꼴일 줄은 몰랐다.

상지옥은 너무 오래 서 있던 탓에 무릎이 아파서 두 발자국도 못 가고 쉬어야 했다. 소여회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뼛속까지 거만하여 다른 사람이 그를 너무 많이 도와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소여회를 쫓아낼 생각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여회는 도와주지 않고 옆에 따라다니며 히죽거리고 물었다. "상공, 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정말 신경쓰지 않아?"

"너와 나는 이미 헤어졌으니," 상지옥이 말했다. "나와는 상관없어."

또 천리 밖에서부터 사람을 거절하는 태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에게서 떨어져라'라고 쓰여 있었다. 소여회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쩐지 친구가 없었더라니. 이 성질머리니, 소여회나 되어야 그와 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다.

상지옥은 잠시 멈추었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사람…… 예전에 아는 사이였어?"

"몰라." 소여회는 반은 진실이고 반은 가짜로 대답했다. "그런데 소여회는 분명히 그와 아는 사이일 거야. 소여회 아직 기억하지, 그 흑가의 천재, 신기귀장의 창시자. 너희 예전에 늘 싸우지 않았어? 그 사람은 소여회와 닮은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아. 하나를 잡으면 하나를 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침대에서 죽었다고 들었어. 다 나처럼 훤칠하고 비범한 소년랑이야."

소여회는 떠들며 굳이 자화자찬을 하더니,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만지작거리고 혀를 찼다. "다 잘생겨서 이 사달이 난 거지."

그의 이 멍청이 같은 모습은 이전에 사람들의 질책을 많이 받았고, 그를 숭배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증오하는 사람도 무척 많아 다들 그를 한 대 때리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 상지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진작 그의 이런 엉뚱한 꼴에 익숙해진 듯 묵묵히 그가 재잘재잘 지껄이는 것을 듣고 있었다.

"어렵네. 내 생각에 그놈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채 문지방으로 옮겨왔고, 소여회는 하늘을 쳐다보며 길게 탄식했다.

상지옥은 문턱을 넘으며 말했다.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응?" 소여회는 말하고 싶었다. 비종의 사람들조차도 너를 구하려 하지 않는데 네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 눈을 들어 상지옥의 평온한 눈동자를 마주치자 말이 뚝 멈추고 말았다. 상지옥은 눈빛이 깊어 소여회는 단박에 그의 고요한 눈 밑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줄곧 침착한 사람으로, 전형적인 "믿을 수 있는" 존재라 한 번도 가벼이 약속한 적 없고 약속을 했다 하면 절대 저버리지 않았다.

이 사람 진짜, 자기도 이렇게 됐는데 남을 도울 생각을 하다니. 소여회는 그들이 반목하여 원수가 되기 전에 그를 매우 걱정했었다. 그는 담대정의 가르침을 조금의 소홀함 없이 따랐고 광풍제월의 진정한 군자가 되어 소여회는 그가 그가 쉽게 부러질까 늘 염려했다. 그가 다른 사람을 위한 선을 행하고자 최선을 다할수록 소여회는 그가 속임수에 당할까 더욱 염려했다.

소여회는 어쩔 수 없었으나, 얼굴에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상공이 나를 보호해 주는 것만 믿을게."

사실 상지옥에게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소여회는 단지 그를 희롱하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상지옥은 역시나 움찔했고, 볼은 약간 붉어질 기미가 보였다. 상공, 상공, 방금은 스스로를 "상 부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분명 진심이 아닌데 늘 그 입을 막지 못해 남을 오해하게 한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돌려 문을 닫았고, 목소리는 제법 차가워졌다.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도록 해."

"아이!" 소여회가 문을 막았다. "상공, 내 방이 무너져 잘 곳이 없으니 오늘 밤 네 방에서 자야겠는데."

"넘치는 게 빈 방이야." 상지옥은 이번에는 틈도 주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

낭군 마음이 철과 같구나. 소여회는 서글프게 뒷짐을 지고 떠났다.

상지옥은 침상 옆으로 돌아와 이부자리에서 동그란 작은 상자를 더듬어 꺼냈다. 자물쇠가 열리자 뚜껑이 뒤로 넘어가며 그 안의 핏자국이 묻은 검은 심핵을 드러냈다. 아무도 이 심핵의 내력을 알지 못한다. 대비전의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여 힘을 얻었고 금지된 약은 암시장으로 흘러나가 줄곧 곤륜비종의 중점 압박 대상이었고 누군가는 이 검은 심핵이 대비전의 걸작이라고 추측했다. 그것의 과거의 주인은 소여회였는데 심핵은 소여회에 힘을 주었고 그에게 공포스러운 약독도 주었다. 소여회는 스물다섯 살 때 약독이 발작하여 고작 2년 만에 몸이 급속히 쇠약해져 결국 돌이킬 수 없었으며 구제할 약이 없었다.

상지옥의 손바닥에 있는 이 심핵은 바로 비종이 소여회의 몸 속에서 파낸 것이었다.

심핵이 소여회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며, 누군가는 범인을 뛰어넘는 총명함과 재능이라고 추측했다. 어쨌든 소여회가 비종을 떠날 때는 여전히 도리에 어긋나는 날건달이었고 흑가에 든 이후에 크게 활약하여 천하를 놀라게 한 '신기귀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상지옥은 소문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여회는 처음부터 평범한 사람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심핵은 어쩌면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지옥은 옷을 벗고 가슴 앞의 면포를 풀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험상궂은 상처였는데 지금은 가루약을 발라서 그렇게 추하지 않았다. 그는 그 심핵을 집어들어 자신의 상처 속에 넣었다. 막 앉은 피딱지가 떨어지고 상처는 억지로 벌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며 그 검은색 심핵을 물들였다.

심핵은 몸 속으로 채 절반도 들어가지 않을 때, 옅은 파란색 빛을 내며 스스로 경맥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상지옥이 손을 떼자 그 심핵이 그의 상처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그는 어떻게 될까? 그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소여회의 이전 모습대로 그는 변할 것이다.

사실 그 녀석이 그들이 전생에 인연이 있는 꿈을 꾸었다는 말을 했을 때, 그는 소여회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척 들어도 사람을 속이는 엉터리 같은 소여회가 이전에 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에게 한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는 소여회를 정말 싫어한다. 그는 세상에서 소여회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했던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미워했던 사람은 분명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자 많은 일들이 달라졌다. 그 예전 존경하던 스승님은 혐오스러워졌고, 곤륜비종은 타인의 악업에 눈을 감았다. 제자들은 공명정대한 겉모습을 갖추었으나 실제로는 포악하고 방종했다. 그리고 그, 상지옥 역시 이전의 일품 무관에서 쓸모없는 폐인이 되었다.

오직 소여회만이 여전히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남의 미움을 받고, 사고를 치며, 사방으로 마음의 빚을 진다.

상처가 너무 아팠다. 가슴 속은 서리와 눈으로 얼어붙은 것 같고 그 속이 갑작스레 온도를 잃어 상지옥은 고통스레 침상에서 몸을 웅크렸다. 어렴풋이 그는 옛날에 변도边都 북진전北辰殿에서 대장종이 그에게 물었던 것을 떠올렸다. "내 제자 지옥아, 네 잘못을 알겠느냐?"

그가 말했다. "압니다." 

대장종은 안심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깨달았구나. 네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그는 눈을 들었고, 한 마디 한 단어가, 뼈에 사무쳤다.

"잘못은…… 소여회를 구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대장종은 격노하여 그의 비술을 없애고 오른쪽 다리를 부러뜨려 비종에서 쫓아내어 영원히 이름을 되찾지 못하게 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땀방울이 손등에 떨어졌으며 침상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은 이미 색깔이 변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돌리자 책상 위의 거울에 지금의 그의 모습이 비쳤다. 마치 흰 눈이 머리에 쌓인 그의 긴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는 듯했고, 눈동자마저 얼어붙은 바다와 같은 푸른빛으로 변했다. 시야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처럼 눈동자의 빛과 그림자가 분명했다. 그는 창밖의 나뭇잎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들었고 바람이 낙엽을 쓸어버리는 것이 마치 수다스러운 속삭임 같았다.

시력과 청력이 모두 대폭 향상되었고, 이 몸은 이미 범인의 몸이 아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이화되었으니, 예전의 소여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는 손발을 움직였다. 가슴과 등 상처가 아물었고 오른쪽 다리가 움직여 마치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 그는 오랜만에 비술력이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안다. 그는 이미 괴물이었다. 

소여회는 흑가를 보좌했고 흑가는 그를 비종에게 팔아넘겼다. 소여회는 비종을 선의로 대했고 비종은 그의 신기귀장을 훔쳤다.

천하의 대의가 무너졌으니 그, 상지옥이 그 마음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 추악한 괴물이 되는 것이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았다.

"상 공자, 나 왔어!" 늙은 개가 창밖으로 기어들어왔고 침상 위의 사람의 변화를 깨닫지 못한 채 화를 냈다. "그 강각사, 아주 나쁜 놈이야. 나를 개고기 집에 팔았어. 다행히 내가 영리하여 사람 모습으로 되돌아와 도망쳤지. 화 나 죽겠네, 발가벗은 걸 누군가에게 들켜서 내일 운주 공고에 거리에서 전라남이 날뛴다고 적힐지 몰라. 내가 반드시 흑관음에게 이 사람이 시체를 가로채어 혼이 돌아온 거라고 보고할 거야, 흑관음이 분명 그의 비술에 관심이 있겠지. 그때가 되면 배를 열어서 잘 연구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늙은 개는 발치에 몸을 웅크렸고 틀고 고개를 들자 상지옥의 머리카락이 눈처럼 흰 것을 보고 멈칫했다. "너 왜 이렇게 됐어……. 잠깐만, 너 무극산 먹었어? 이 친구, 변이의 정도가 너무 심한데. 기분이 어때? 어, 아니야. 내가 아직 비약을 안 주지 않았나?"

상지옥이 그를 바라보았다. 얼음빛 두 눈동자는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고 아무런 파란도 없고 정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 비인간적인 모습은 늙은 개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게 한다. 늙은 개는 아마도 상지옥이 자기가 숨겨 놓은 무극산을 찾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지옥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었겠는가?

 

상지옥이 물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너희 같은 대비전에 이런 말이 있다던데. 한 사람을 먹은 자는 일주보살이고, 열 명을 먹은 자는 십주보살이라고. 너는 몇 주보살이지?"

늙은 개가 교만하게 가슴을 폈다. "소생은 벌써 삼주보살이지." 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두 남자, 한 아이를 먹었는데, 아이 고기는 부드러워 맛있더라."

"방금 강각사 일을 고했나?"

"아직." 늙은 개가 침대 밑에서 그의 통신 나침반을 꺼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 흑관음에게 알릴 거야!"

"좋아."

상지옥은 갑자기 손을 들어 늙은 개의 두개골을 덮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무수한 얼음빛 경락이 생겨나 늙은 개의 눈과 귀, 입과 코에 꽂혔다. 늙은 개는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네 발을 마구 걷어찼고 상지옥의 손바닥 아래에서 순식간에 벌거숭이의 사람의 형상을 회복하였다.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피부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쇠약해져 순식간에 텅 빈 가죽 껍데기로 변했다.

상지옥은 손을 거두고 자신의 손바닥을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다.광속처럼 경락을 거두어들이자 그의 손바닥은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비술·탄서吞噬(통째로 삼키다)

그는 누군가를 먹으면 그의 비술을 얻게 된다.

그의 비술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그는 이 타고난 비술을 싫어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늙은 개를 삼키자 그는 늙은 개의 비술인 '화형'을 얻었다. 잠시 명상하자 비술은 소리 없이 발동되었고, 그의 머리카락은 조금씩 검은빛으로 돌아갔으며 눈동자에 먹물기가 더해져 짙은 푸른빛을 감추었다. 그 후 그는 몸을 굽혀 땅 위의 통신 나침반을 주워 위에 있는 팔괘의 방향을 만지작거렸다. 나침반에 있는 부적의 자국이 그윽하게 빛나더니 맞은편에 있는 누군가와 연결시켰다. 상대방은 침묵하며 나침반 이쪽의 사람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지옥이 물었다. "내가 너의 개를 죽여서 투항장으로 삼겠다, 충분한가?"

쉰 웃음소리가 나침반에서 울렸다. "상 공자, 늙은 개가 며칠 동안 당신을 모셨는데 이렇게 쉽게 죽여 버리다니,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

상지옥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고 눈동자가 고요했다. 그는 방금 그가 죽이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죽였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란이 없었다. 마치 발치를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인 것 같았다. 모두들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소여회조차도 이렇게 생각하나, 그들은 사실 그가 사람을 죽일 때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을 모른다. 그에게 있어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돼지를 죽이는 것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는 다만 담대정이 그에게 가르쳤던 계율을 조금의 소홀함도 없이 따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인자하고 정의롭게 행동할 뿐이었다.

꾸며낸 정의도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느낌이 없군." 그가 말했다.

그 사람은 낮게 웃었다. "상 공자는 소문과 다르군, 소문은 역시 경솔하게 믿을 수 없어. 내일 교인이 모이는 경전 전수가 있을 거야. 공자의 자리는 내가 준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