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작/미언靡言

제4장 - 우리 모두 교양있게 개를 기르자

"얼른 일어나, 바이인! 해가 중천에 떴어!"

나는 어렵사리 꿈에서 깨었고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연구원의 커튼은 얇은 홑겹이어서 차광이 좋지 못해 햇볕이 스며 눈을 자극해 아팠다.

"벌써 아홉 시인데 언제까지 자려고? 너 먹으라고 둔 아침밥도 차가워졌겠다!" 방 밖의 옌추원은 계속 소리치고 있어 한여름의 매미 울음소리보다 더 시끄러웠다.

나는 얼굴을 비비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다, 일어나. 부르지 마!"

 

이를 닦고 세수한 뒤 아침을 먹자 옌추원은 이전을 데리고 같이 마을을 돌아다닐 것인지 물어봤다.

어제 늦게 도착하고 사슴왕묘에서 돌아온 뒤 저녁을 먹어 다른 곳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기왕 왔으니 연구원의 작은 방 안에 박혀서 돌아다니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 나는 망설임없이 따라가기로 했다.

겨울의 펑거는 다소 스산하여 모든 것이 얇디 얇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거기다 건물 외벽은 흰색이 많아 언뜻 보면 마을 전체가 눈에 삼켜진 것 같았다. 만약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면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산 가운데 마을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옌추원이 말했다. "너 내 박사 과정 지도 교수가 샨난 대학의 거 교수인 거 알지?"

이전은 나이가 어리고 기운이 좋아 개 한 마리가 옌추원을 힘으로 끌고 가며 발바닥은 자갈이 깔린 바닥에서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

내가 말했다. "알아. 그 교수하고 너희 아버지하고 을 때 연적 아니셨어? 네가 거 교수 밑에 있는 걸 알고 아버지가 화가 나서 너와 부자의 연을 끊으려고 했잖아. 만약 완 이모가 제때 말리지 않았으면 넌 지금 아버지가 없었을 걸."

"말렸다"기 보다는 사실 "욕을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넘길 수 있으면 넘기고 못 넘기겠으면 그냥 꺼져!" 그때 옌추원은 어느 구석에 숨었는지, 위챗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 멀었지만 짧은 오 초 짜리 음성 메시지는 여전히 완 이모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선명하게 묘사했다.

"우리 아버지는 분명 이 방면엔 조금 소심해. 벌써 얼마나 오래 전 일인데. 거 교수도 진작 결혼해서 애 낳고 살고 있는데 아버지만 그때 그 옛일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엄마가 성질이 난 거지." 옌추원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말했다. "거 교수는 반평생을 층록 문화를 연구했고 최근 몇 년에는 더욱 착석암의 발전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어. 아버지는 발표한 논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쪽으로는 거 교수보다 낫다고 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자 나는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무슨 프로젝트?" 나는 큰 생각 없이 물었다.

"여행 프로젝트." 옌추원은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쪽에 온천이 있는데 시간 될 때 와서 몸이나 담궜다 가. 물 온도가 좋아. 근데 시설이 좀 누추하고 노천탕이야."

물자가 없고 깊은 산에 위치해 있으며 교통이 불편한 낙후한 촌락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일찍이 옌추원과 그의 교수는 이곳을 온천 휴양지로 만들어 정부 주도 하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브랜드를 입점시키려 했다. 호텔이 완공되고 관광 사업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착석암 전역이 발전해나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일부 층록족의 격렬한 반대로 이 프로젝트는 이미 오랫동안 좌초된 상태였다.

옌추원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넌 모르겠지만 호텔 측은 진짜 성의가 있었단 말이야. 이쪽이 고개만 끄덕이면 바로 계약서와 직인을 가지고 날아와 사인하려고 했어. 신이 내린 땅, 세상에서 숨겨진 선경. 이 개념이 얼마나 좋냐, 분명히 잘 팔릴 거야."

이 괴상한 날씨 탓에 분명 입에서는 익숙한 맛이 나는데 삼킬 때는 이곳의 청빈함이 물든 것 같다.

내가 말했다. "모추안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걔는 언관이고 신의 대리인인데 걔가 호텔을 짓겠다고 하면 누가 감히 반대하겠어?"

"넌 몰라, 걔가 언관이고 층록족은 대부분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층록은 걔 말 한 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걔도 족인들의 생각을 고려해야 해."

나는 경멸하듯 웃고 방안을 제시했다. "걔가 신의 계시라고 하는데 누가 의문을 품어?"

옌추원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살폈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보고서야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층록의 땅이야, 너 그런 말은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안 돼."

이전은 명당을 찾아 배변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누구한테 말해? 모추안?" 담배를 들고 나는 옌추원이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바닥에서 이전이 싼 똥을 주워 담는 것을 보고 멈칫하다 경악했다. "……너 똥을 주워?"

여기서 개를 산책시키는 것도 이상한데 똥을 줍는다니?

옌추원은 똥을 잘 담고 비닐봉지에 매듭을 지은 뒤 몸을 일으켜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아니면?"

나는 잠시 생각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찬 공기 속 양손을 드러내어 천천히 그에게 박수를 쳤다.

"진짜 대단하다, 옌 동지!"

 

옌추원은 똥봉투를 들고 나를 펑거의 온천으로 데려갔다. 연못은 낮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물쇠는 없이 낡은 나무판자 두 개로 가리고 있어 가볍게 밀면 열렸다.

들어가면 둥글게 돌아 아래로 내려가는 깔때기 모양의 계단이 있고 가장 아래에는 김이 나는 온천이 있었다. 연못은 크지 않고 직경은 3미터 정도이지만 연못물은 무척 깨끗하여 옅은 파란색으로 빛났다.

"장마철이 되면 물이 더 많아져."

옌추원은 나더러 내려가 물 온도를 느껴보겠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단화와 청바지의 조합과 눈으로 뒤덮인 계단을 보고 목숨을 아끼며 어렵게 거절했다.

 

오후에 옌추원은 방 안에서 보고서를 쓰고 나는 의자를 끌어와 태블릿을 들고 베란다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최근 몇 년은 일이 매년 바빠져 나는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여가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는 게 아니면 각종 전시회에 참가하느라 바빴다.

한 획 한 획 펑거의 특색이 있는 흰 건축물과 먼 곳으로 이어지는 순백의 설산을 그려낸다. 현대 과학은 딱 이 점이 좋다. 태블릿 하나와 펜슬 하나면 내가 생각한 것과 생각하지 못한 필치를 그려낼 수 있다.

반쯤 그렸다가 중간 휴식 시간에 나는 휴대폰을 들어 보았다. 전부 받지 않은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로 가득했는데 대부분은 작업실의 동료였다. 내 예상에 아마 황푸러우皇甫柔가 걸라고 시킨 것이리라. 내가 갑자기 실종되었으니 아마 화가 엄청 났을 것이다.

일어나 방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끓여 몸을 녹이려는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내밀어보니 단정하게 차려입은 옌추원이었다.

"바이인, 나 옆 마을에 궈주를 데리러 가. 너 이따가 나 대신 개 좀 산책시켜 줘." 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왔을 때 궈주는 며칠 전 옆 마을에 정보를 수집하러 가서 만나지 못했다.

바닥에 엎드려 뼈다귀를 뜯으며 놀고 있는 똥개를 보고 나는 상쾌하게 말했다. "그래, 근데 먼저 말해두는데 나는 똥 주워주지 않을 거야."

옌추원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화롭고, 포용적이며, 마치 엄마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

"아니, 내 두 손이 평소 만지는 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돌인데 나더러 개똥을 주우라는 거야?"

옌추원은 여전히 자애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소리 없이 내게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오랜 대치 후 나는 패전했다.

"줍는다, 줍는다고. 우리 모두 교양있게 개를 기르자, 환경 보호는 모두가 함께!(*표어)"

옌추원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키를 든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려 떠났다.

 

"툭." 하며 뜨끈한 개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똥개는 다 싸고 나자 제자리에서 즐거운 듯 반 바퀴 돌고 고개를 들어 천진하고 멍청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소리 없는 재촉 같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비닐봉지 두 겹을 씌운 손을 들어 고개를 돌리고 똥덩이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촉감이 부드럽고 심지어 아직 따뜻해……. 나는 눈을 감고 밀려오는 역겨움을 가라앉혔다.

나는 왜 멀쩡한 보석 디자이너를 하다 못해 산 속까지 들어와서 개똥을 줍고 있나. 대체 무슨 짓거리지?

일어나서 봉지를 꽉 묶었다. 막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손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멍청히 다섯 손가락을 쥐고 나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어슴푸레한 석양 아래 이전이 목 위의 개줄을 끌고 오색 수탉 한 마리를 쫓아 앞쪽으로 미친 듯 내달리는 것이 보였는데 짧은 시간 만에 이미 내게서 수십 미터는 멀어져 있었다.

"아이씨, 거기 서!" 나는 황급히 쫓아갔고 손의 똥주머니를 꾹 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꼭꼭꼬!!"

"멍멍!'

"이전!"

닭 한 마리, 개 한 마리, 사람 한 명이 석양을 받으며 길게 뻗은 계단을 달렸다. 눈앞의 누렁개는 내게서 점점 멀어졌고 나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뛰다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서는 쇠 맛이 났다.

긴 계단의 끝은 어제 왔었던 사슴왕묘다. 나는 몰래 이전에게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빌었다.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닭 한 마리와 개 한 마리가 앞다투어 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몇 초 후 안쪽에서 묵직한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Goodjob!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신전에 뛰어 들었을 때 숨도 고르지 못하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오색 수탉은 진작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이전만 홀로 담장 아래에서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다. 아마 담을 넘어 날아갔을 것이다.

원래 담장 아래에 잘 놓여 있던 십여 개의 화분에는 일련의 "닭이 날고 개가 뛰는(*난장판이 되다라는 뜻)"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난초는 의심스러운 닭털이 놓여있는 게 아니면 개에게 잎이 물어 뜯겨 망가져 있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녹색 사각 난꽃 화분이 부딪혀 바닥에 박살이 나 처량하게 작살이 나 있었다는 것인데, 유일하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마 화분 안에 어떤 화초도 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전은 아직 제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지 못하고 내가 오는 것을 보자 내 쪽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

나는 화를 눌러 자신의 표정이 너무 험상궂지 않도록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다가갔다.

"움직이지 마, 이전아. 얌전히 나한테 잡혀서 한 대 맞고 우리 다 없던 일로 하자. 화분값 물어주고 같이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알겠어?" 이전의 순진한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일방적으로 이번 협상의 결과를 선포했다. "알겠어."

내가 앞으로 달려들자 이전은 내 동작을 예상한 것처럼 민첩하게 피했다. 나는 몸 전체의 균형을 잃고 앞쪽으로 무릎을 꿇었고 두 손은 거친 모래와 자갈 바닥을 짚었다. 금방 홧홧한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통증과 함께 피어오른 것은 악취도 있었다—— 이번에 넘어지면서, 손 안의 비닐봉지가 터진 것이다.

나는 순간 몸이 굳어졌고 마음 속으로 내가 이 평생 배운 가장 더러운 욕을 전부 다 했다.

"바이인?"

귓가에서 구슬과 옥이 부딪치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나는 녹이 슨 시계처럼 조금씩 고개를 들어 소리를 듣고 온 모추안과 마주 보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시선을 내려 이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이전은 미친 듯 꼬리를 흔들며 그를 에워싸고 혀를 헥헥거렸다.

개자식!

나는 은근히 욕을 퍼붓고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최대한 표정을 억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실수로 넘어졌는데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

모추안의 시선이 아래로 옮겨 오다 내가 반 쯤 쥐고 있는 물건으로 향했다. 그의 미건이 점점 찌푸려졌고 그 뒤 그는…… 조용히 길을 비켰다.

그는 역겹다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얼굴을 한쪽으로 돌렸다.

굴욕이다!

가슴이 답답해져 나는 발을 돌려 고개도 돌리지 않고 화장실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