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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미언靡言

제5장 - 아무도 어울리지 않아


개똥을 처리한 뒤 비누로 앞뒤와 손톱 틈까지도 닦아내어 손이 쪼글쪼글해지고 손바닥의 작고 가는 상처까지 창백해지고 나서야 나는 손을 털고 앞마당으로 되돌아왔다.

이전은 대전의 기둥에 잘 묶여 있었고 모추안과 깨진 화분은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물건을 망가뜨리고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나는 잠시 망설이다 발을 옮겨 대전으로 들어갔다.

흰 옷을 입은 신자는 신상 옆 낮은 탁자에 앉아 있었고 책상에는 저번처럼 필묵과 종이, 벼루가 놓여 있었다.

"그 화분 얼마야? 내가 배상할게."

모추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필요 없어. 얼마 되지도 않아."

대전은 비교적 어두워서 낮이라도 불을 켜야 했다. 하지만 너무 현대화된 것으로 신전의 신성함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인지 불빛이 있어도 촛불과 같은 오렌지 빛이라 원시적이며 어두웠다.

나는 그대로 그의 맞은편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말했다. "화분은 개가 부딪쳐 깨진 거지만 개는 내가 제대로 리드줄을 잡지 못해서 도망간 거니 주 책임은 나한테 있어. 너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 빨리, 얼마인지 말을 해. 아니면 나 안 가."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잠시 후 다시 시선을 거두고 쓰다 남은 절반의 필획을 보충하곤 담담히 말했다.

"마음대로 해."

그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고, 나 역시 마음대로 이렇게 앉아 그가 경전을 베끼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어색해하지 않는 한 어색한 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다.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켜보니, 장보슈가 내게 연락하여 토요일에 시간이 있으면 같이 밥이나 먹고 연극 보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넘어져서 손이 좀 아픈데다 방금 찬물로 손을 씻은 탓에 손이 얼어 타자를 치기가 불편하여 나는 음성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 외지에 여행하고 있어, 하이청 아니야. 다른 사람 찾아."

장보슈와 나는 공통된 친구가 있고 우리는 어느 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유명한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디자인 쪽은 아니지만 나와는 공통된 주제가 있는 편이라 어쩌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그가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주 이런저런 핑계로 밥을 먹자거나 경기를 보자고 했으나 그가 분명히 말하지 않으니 나 역시 그저 모르는 척을 할 뿐이다.

음성 메시지를 보낸 지 몇 초만에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진동하는 휴대폰을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

"어디로 놀러갔어, 예전에 왜 말을 안 했어?" 장보슈는 평범하게 생겼지만 목소리는 좋아 다정하여 정감이 갔다.

"샨난. 생각난 김에 온 거야. 나 어렸을 때 친구가 여기 있고 마침 시간도 생겨서 놀러 온 거야."

"며칠에 돌아올 생각이야?"

나는 가볍게 웃었다. "네가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신경써?"

종이 위의 붓은 순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져 조금의 이상함도 찾을 수 없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멈추어있다가, 한참 뒤에서야 급히 이어졌다. "난, 난 그게……."

"농담이야." 나는 말을 잘라 주동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마 열흘이나 보름 정도면 돌아갈 거야. 한두 달이 될 수도 있고. 기분에 따라 정하는 거지."

"기분 전환 하는 것도 좋지. 인터넷을 멀리하고 분쟁을 멀리하는 거야."

나는 그가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을 느끼고 급히 가로막았다. "응, 하이청으로 돌아가면 밥 먹자. 나 좀 바빠서, 먼저 끊을게."

"어…… 그래, 일단 돌아오면 얘기하자." 그의 말투에는 분명한 실망이 담겼다.

내가 막 전화를 끊으려는데, 새로운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의외가 아니었지만 되려 머리를 아프게 했다. 받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 가운데에서 나는 결국 억지로 받는 것을 선택했다.

"여보세요……."

"바이인, 3초 준다,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해." 황푸러우皇甫柔의 목소리는 그녀의 이름과는 전혀 다르게 차갑고 딱딱했지만, 냉정한 편이었다.

"자기야, 진정해. 난 샨난의 친구네 있어. 실종된 거 아니야." 나는 가볍게 웃으며 상대를 위로하려 했다.

황푸러우는 내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반은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 보석 디자인과 무관한 일이라면 대부분 그녀가 나서서 처리한다.

이번에 착암숭에 온 것의 이유 중 일부는 옌추원에게 말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쉬지 못하여 자신에게 긴 연휴를 주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말하자면 길다.

내게는 회심의 역작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송림유수松林流水"라고 했다. 줄에는 백 개에 가까운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몬드를 조합하여 졸졸 흐르는 유수의 형태를 하고 있다. 중앙의 펜던트는 겹겹이 쌓여 다이아몬드를 상감하여 솔방울을 형성화했다.

솔방울의 제일 아래의 꽃잎에 감싸인 듯한 주석主石은 15캐럿이 넘는 에메랄드 원석이다. 절단하지 않은 탓에 원석은 보통 일반적인 원석과는 다른 느낌을 띄고 있었는데 색깔이 매우 옅어 운무  사이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송림과 같았다.

이 목걸이를 제작하는데 나는 총 삼천 여 시간을 들였고 솔방울의 상감 공예에만 천 시간이 들었다. 적합한 에메랄드를 찾기 위해 나는 에메랄드의 원산지 몇 곳을 날아다녔고 수천 개의 원석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내었다.

이 작품은 내 졸업 전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후에 나를 단박에 보석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 중 하나인 성채상星彩奖의 최우수 디자인상과 최우수 상감의 두 가지 대상을 수상하게 했다.

이것은 내가 명성을 떨친 작품이며 더 나아가 내가 보석 디자인 전당에 들어가는 손잡이였다. 이후 삼 년 간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서 그것을 사려 했으나 나는 그들이 얼마를 내놓든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파는 것은 물론이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빌려주더라도 엄격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그래서 항자페이가 내 목걸이를 차고 MIMA 잡지의 최신호에 등장하고 목걸이와의 적합도로 인기검색어에 올랐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항자페이는 최근 몇 년 이름을 알린 영화배우이다. 그녀의 신분으로 내 보석을 차는 것은 결코 모욕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송림유수"는 아니었다.

어떻게 "송림유수"를 찰 수가 있겠는가?!

이때 나는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그리지 못해 연속으로 며칠 동안 서너 시간 밖에 자지 못했고 부족한 잠과 분노가 나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했다. 나는 직접 나서서 원 웨이보를 리포스트하고 화약내 가득한 발언을 곁들였다.

[그녀에겐 어울리지 않아.]

웨이보 인증 표시가 있으니 가짜인 체 할 수 없다. 돌 하나가 천 겹의 파도를 일으켰다. 곧 항자페이의 팬들이 내 웨이보를 공략하며 내 말에 책임감이 없으며 당장 웨이보를 지우고 사과하라고 명령했다.

나는 화를 풀 곳이 없어 바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몇 개 골라 리포스트하여 답을 달았다.

[@바이인柏胤Yann: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지 내가 어떻게 말할지까지 당신이 가르쳐 줄 필요가 있을까요? // @귀여운 아기돼지最可爱的小猪 :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뭐임? 이렇게 예쁜 목걸이를 디자인한 건 대단한데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할 필요가 있나?]

[@바이인Yann : 내가 인기 얻어서 뭐할까요, 연기라도 할까? @페이바오 세젤귀菲宝大宝贝 : 인기 얻고 싶어서 돌았나? 아무데나 비비지 마 쓰레기야!]

[@바이인Yann : 더 심하게 말할 수도 있는데—— 꺼져! // @남색청개구리강蓝色青蛙河 : 말을 왜 이따위로 하지, 자기가 디자인한 게 대단하기라도 한 줄 아나보지? 우리 배우님이 차 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내가 신나게 키배를 뜨고 있을 때 황푸러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사정의 전후 원인과 결과를 설명했다.

"항자페이가 이전부터 '송림유수'를 좋아했고 심지어 사려고도 했던 거 기억나? 그러다 네가 거절하니까 빌리러 왔고 내가 연예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여자 성격이 괴팍해서 일이 터질까봐 안 빌려줬어. 그러다 이번에 생각지도 못하게 MIMA를 통해서 빌렸을 줄은 몰랐어." 그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샤오민에게 물어봤는데 걔가 그날 내내 목걸이를 보고 있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갔는데 아마 이 분 정도 였을 거야. 걔가 화장실 간 틈을 타서 몰래 찼나봐."

이치대로라면 두 명을 보내야 했다. 그러면 설령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가더라도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급하게 빌렸고 현장에는 전부 익숙한 얼굴들이라 황푸러우는 일이 터질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조수 한 명만 보낸 것이다.

어둠 속 나는 컴퓨터 모니터 속의 항자페이 단독 커버를 응시하며 담배를 쥐고 깊이 빨고 초조하게 그 끝을 한쪽의 재떨이에 눌러 껐다. 그 재떨이는 며칠간 치우지 않아 이미 가득 차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계약서는? 나 고소할 거야."

"아직 그쪽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어……. 편집장하고 내가 친구여서 내가 먼저 빌려준 거야. 내 직무 상 실수야. 내가 다 책임질게."

나는 그녀와 4년을 함께 일했고 그녀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의 성격으로는 내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본인이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싶을 테지만 처벌은 그래도 받아야 했다. 결국 형식적으로 그녀의 한 달치 급여를 깎았다.

하룻밤의 준비를 거쳐 다음날 황푸러우는 작업실 웨이보 계정으로 공고를 발표하여 작업실의 입장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MIMA 잡지사가 계약서 상의 "아무도 패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무시하고 항자페이 씨가 "송림유수"를 패용하고 MIMA의 최신호 커버에 등장하게 했다는 점을 규탄했다.

곧 항자페이와 잡지 쪽에서도 대답했다.

항자페이는 나와 잡지사 사이의 계약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대놓고 말했고 촬영 당일 내 작업실 사람들 역시 현장에 있었으나 그녀가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잡지사 쪽은 더 뻔뻔했는데 그들 쪽은 어떤 계약서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내 목걸이가 패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어쩌면 의사소통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가벼운 말로 이 일을 넘기려 했다.

그들이 한통속이 되어 말을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일은 이렇게 라쇼몽 효과가 되었고 각자 자기의 말을 했으나 2대 1이라 이쪽이 지고 있었다. 거기다 항자페이 쪽에서 댓글부대를 사서 각종 계정들이 일제히 내가 거만하고 자만심이 비대하여 여성을 경시한다고 말했고 한때 인터넷에는 나를 욕하는 것 말고 다른 목소리는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다른 사람을 손해보게 했지 나를 손해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더러 이렇게 헛되이 숨을 삼키게 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밤새 생각하고, 나는 금고에서 "송림유수"를 꺼내 서글프게 그것을 쓰다듬고, 옆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들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거칠게 내리쳤다.

에메랄드는 매우 취약한 보석으로 본래 그 자체로도 많은 균열이 있어 부딪치면 깨져, 변형된 솔방울과 어울려 마치 기이한 열매를 빻은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나는 글자를 적었다.

[# 더러워, 필요 없어 #]

그 이후 말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댓글과 DM, 여기저기서 악독한 저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웨이보를 지우고 옌추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밤에 비행기표를 사 샨난으로 왔다.

그래서 사실 이번에 나는 바람을 피하러 온 것이다.

"너 정말 '송림유수'를 부쉈어?' 황푸러우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입가의 웃음기가 살짝 가라앉고 더욱 깊어졌다. "응, 진짜야. 지금 우리 집에 가면 시체를 수습할 수 있어."

황푸러우는 한참 소리를 내지 않았다. 마치 큰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그녀 홀로 인터넷의 목소리를 마주하게 두어 나는 원래도 미안함이 있어, 목소리는 갈수록 부드러워졌다.

"괜찮아, 그들은 내게 영향을 줄 수 없어. 너도 너무……."

"바이인, 이렇게까지 해야 해?" 황푸러우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나왔다. "목걸이 같은 건 사람에게 걸어주려고 만드는 거 아니야? 네 생각에 항자페이가 안 어울리면 누가 어울리는데?" 이 말은 아마 오래도록 그녀의 마음 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오늘 이 기회를 틈타 재빨리 뱉어 보는 것이다.

모추안의 왼쪽 귀에는 청금석의 귀걸이가 불빛 아래에서 짙은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몸에 찬 구슬은 어제의 것과 다르다. 오늘 찬 것은 정면에서 보이는 것은 진주였고 등 쪽의 스타일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우아한 느낌일 것이다.

그의 이러한 짙은 이목구비에는 사실 수수한 장신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화려하고 호화로울수록 상부상조하여 그의 얼굴에 존재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아무도 안 어울려." 나는 작게 말했다.

"그럼 신선에게 채워주려고 디자인 한 거야?" 황푸러우는 화가 나서 웃음이 다 나왔다.

"마음대로 생각해." 전화 두 통을 받고 나자 나는 더 이상 모추안과 엎치락뒤치락 할 마음이 들지 않아 몸을 일으켜 갈 준비를 했다. "좀 있다가 돌아갈 거야. 끊을게, 자기야. 사랑해."

"잠깐……."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모추안에게 작별 인사를 할 뜻은 없어 나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

한 발이 문턱을 넘자 뒤에서 나지막한 두 음절이 울렸다. 낯설고 익숙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모추안은 손에 든 종이를 천천히 말며 담담하게 나를 쳐다 보았고 얼굴에는 딱 걸렸다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잘 가라고, 그렇게 말했어."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내 마음 속에는 갈수록 파도가 일었다.

개소리, 너 방금 층록어로 나를 "경박하다"고 욕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