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을 다 바꾸려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대충 계산했다. 정원에는 적어도 이십 여 개의 화분이 쌓여있었다.
"나 혼자서는 이 많은 걸 다 바꿀 수 없으니 오늘 일단 절반을 끝내고 나머지는 내일 다시 해야지." 언관의 복장은 보기는 좋지만 일을 하기는 불편했다. 모추안은 말하며 플라스틱 화분을 한쪽에 두고 익숙하게 옷을 벗어 양쪽 팔을 허리춤에 묶고 안쪽의 좁은 소매의 흰 옷을 드러내었다.
그는 타고나길 옷 맵시가 좋아 어깨가 넓어서 이렇게 묶으면 허리는 좁고 다리는 길어 보여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몸이 좋았다.
"그러면…… 내가 도와줄까?" 나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나서서 일을 맡았다.
모추안의 동작이 멈추더니 그는 바닥을 바라보며 조금 망설였다. "그러면 좀 미안한데."
나는 이미 외투를 벗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는 할 일도 없어서 남는 게 시간이야."
도와준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나도 별 일은 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화분에 분갈이 흙을 담고 거름을 조금 뿌린 다음 모추안에게 건네주는 게 전부였다.
기계적인 동작은 머리가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게 했다. 가령…… 다들 난초는 기르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 누가 기르는 것인지 봐야 한다 같은 것이다.
이전에 모추안은 기숙사 베란다에도 적지 않은 화초를 심었는데 그가 떠난 이후 옌추원이 도와주려고 막무가내로 떠맡더니 되려 식물 킬러가 된 적이 있었다. 4학년이 되어 그가 학교를 떠나자 죽을 건 죽고 불구가 될 건 불구가 되었으며 난초 화분 하나만이 아직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보다보니 불쌍해져 그것을 외할머니에게 갖다 주었다. 난초는 노부인의 정성 어린 보양 아래 매년 꽃을 틔우며 생기발랄해지며 쑥쑥 컸다.
안타깝게도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아 몇 년 지나지 않아 노부인은 없어졌고 이 꽃은 다시 주인 없는 물건이 되었다.
짧디짧은 난초의 생명 중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나는 동병상련이라는 느낌이 들어 난초를 내 작업실에서 길렀다. 그러나 어디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인지 그것은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았다.
어쩌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를 위해 용모를 꾸민다."는 말처럼 꽃 역시 올바른 사람을 위해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가 기다리는 이가 아닌 것이다.
"요 몇 년 간 여기를 떠난 적 있어?" 나는 마지막 화분을 모추안에게 건넬 때 갑작스레 물었다.
모추안의 손가락은 가볍게 화분의 가장자리를 쥐고 있었다. 그는 반문했다. "떠나서 어딜 가?"
"밖에. 이 칠 년 간, 밖에 나가본 적 있어? 이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가서 보고 싶지 않아?" 나는 그의 표정을 관찰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른 풍경을 보고, 다른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섹스하고, 왔다갔다 자유로운 거. 넌 원하지 않아?"
이렇듯 경솔한 질문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그가 벌컥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되려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반문할 뿐이었다. "원하면 또 어쩔 건데?"
나는 약간의 악랄함을 품고 모추안을 자극하려 했으나 되려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는 살짝 힘을 주어 내 손에서 화분을 빼앗았고 시선은 뒤뜰 장작방 앞의 측백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나무 역시 어쩌면 바깥 세상을 보고 싶을 수 있지만 나무의 뿌리는 이곳에 내려져 있어 이미 이곳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겠어?"
그는 조심스레 난초의 뿌리를 화분에 넣고 그 주변으로 새로운 흙을 덮었다. 표정에는 아무런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원하면 또 어쩔 건데." 그의 말투는 고요하고 담담하여 겨울날 얼어붙은 호수처럼 아무런 기복이 없었다.
나는 문득 크게 깨달았다.
"원하면 또 어떨 건데.", 이것은 나에 대한 반문이 아니라 바로 대답이었다.
입을 뻐끔거리며 나는 자신이 무언가, 실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건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모든 "방법"을 머릿속으로 돌이켜보니, 결국은 모추안이 말했던 것과 같았다. 원하면 또 어쩔 것인가?
그의 신분은 그가 움직임의 자유라는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운명이다.
입술을 오므리고 나는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도 여기까지였다.
분갈이를 끝내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져 나는 손의 흙을 털고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했다.
"잠깐만." 모추안이 나를 불러 세우곤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쿠리를 하나 들고 나왔다. 안에는 동글동글한 감 몇 개가 담겨 있었는데 빨간 껍질 밖에 얇은 서리가 깔려 있어 모양이 유난히 예뻤다.
"감사의 선물." 그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래." 나도 사양하지 않고 받으려 손을 뻗었는데 그 소쿠리가 슥 움직였다.
흰 손수건 하나가 내 앞으로 내밀어졌다. 진흙이 묻은 손가락 쪽으로 움직이는 뜻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따지긴." 나는 입꼬리를 잡아당기고 손수건의 한쪽을 심드렁하게 잡아당기곤 그걸 뭉쳐 손바닥을 몇 번 문지르곤 곧 모추안에게 돌려주었다.
모추안은 그 "양배추"를 응시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결국은 그것을 도로 가져갔다.
면직물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가락 사이를 스쳤다. 나는 손가락을 쥐고 간지러움을 참으며 손을 치우지 않았다.
다음 순간 감을 담은 소쿠리가 다시 내 앞으로 내밀어졌다. 이번에는 그것을 받을 수 있었다.
"갈게." 아무렇게나 인사를 하고는 나는 밖으로 향했다. 단박에 아래로 십여 미터를 내려가다 등 뒤를 돌아보니 모추안이 긴 계단 끝에 서 있었다. 뜻밖에도 문 밖까지 배웅을 해준 것이다.
누구에게나 저렇게 예의를 지킨다.
나는 손을 흔들어 그에게 들어가라고 표시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시선을 내린 채 그곳에 서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피부색이 짙은 편이다. 옌추원마저도 최근 몇 년 간 적지 않게 탔는데 칠 년 전이나 칠 년 후나 모추안의 피부색은 아무리 햇빛을 쬐어도 따뜻해지지 않은 차가운 흰 빛이었다.
그는 오래된 신전 앞에 서 있었는데 사람 전체가 등 뒤의 흰 벽과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아니. 나는 시선을 돌리고 계속 내려갔다.
어쩌면…… 진작 하나가 됐는지도 모른다.
연구원에 돌아와 막 소쿠리를 내려놓자 옌추원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웬 홍시?" 그는 하나를 집어 입으로 쑤셔넣었다.
"모추안이 줬어."
옌추원은 깜짝 놀랐다. "너 사슴왕묘에 갔어?"
"응." 나는 택배를 배달한 일을 말하고 분갈이를 도와준 일을 뺐다.
감의 윗부분을 잡고 들어올리고 한 입 맛을 보았다. 달콤한 맛이 순식간에 입안 전체에 퍼졌다.
"모추안 그래도 사람이 괜찮지?" 옌추원은 빠르게 하나를 끝내고 두 번째 걸 가져가려 들다 내게 손등을 맞았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손등을 가리고 놀라 말했다. "왜 때려?"
나 역시도 왜인지 알 수가 없어 한참 뒤 말을 짜냈다. "곧 저녁 시간인데 감을 그렇게 많이 먹으면 저녁 밥이 들어가?" 말을 마치고 나는 소쿠리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
도중에 아래층으로 내려와 밥을 먹으려던 궈주와 마주쳤다. 그녀는 막 인사를 하려는데 나는 소쿠리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어 그녀가 남은 네 개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
그녀는 신중하게 하나를 고르고 감사 인사를 했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채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그녀가 아래층의 옌추원에게 하는 말을 흐릿하게 들었다. "선배, 바이인이 가져 온 감 비싼 거예요? 왜 저렇게……."
내가 착암숭에 온 지 9일이 되는 날, 층록족의 동풍절이 되었다.
아침 일곱 시가 되기 전, 나는 바깥의 큰 폭죽 소리에 잠에서 깼다. 욕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창문을 열어 밖을 보니 긴 계단이 온통 사람으로 가득했다.
"깼어?" 옌추원은 이때 마침 문을 두드렸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붙잡고 문을 열었다.
옌추원과 궈주는 신전에 죽을 얻어먹고 구경을 가 명절의 분위기를 느낄 생각이었다. 그들은 내게 같이 갈 거냐고 물었다.
나이는 많지 않은데 시끌벅적한 것은 좋아한다.
"안 가." 말을 마치고 나는 문을 닫았다.
어제 나는 밤새 그림을 수정했으나 결국에는 자신이 쓰레기를 그려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잠만 푹 자고 싶었다.
옌추원은 바깥에서 아줌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먹을 거 찾아다 먹어. 오늘은 우리한테 밥 해주시는 아주머니도 신전에 도와주러 가셨어."
나는 트렁크에서 귀마개를 꺼내 끼고 계속 자려고 했다. 십 분 시도한 끝에 나는 괴로워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중간에 끊긴 잠은 마치 들판의 토끼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피로하게 얼굴을 비비고 나는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했고, 다시 나왔을 때는 전신이 많이 가벼워졌다.
아래층에 몰린 사람은 조금 적어진 것 같지만 바라보면 여전히 새까맸다. 옌추원 일행이 어디 쯤 줄 서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동풍절은 사슴왕의 탄생일을 제외하면 층록족에게 두 번째로 큰 명절이다. 빈가는 이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각지에서 펑거로 모여든 종족에게 죽을 나눠준다. 죽을 먹고 나면 내년은 평안하고 순조로워지며 병에 걸리지 않는다.
세상에는 죽 한 그릇으로 고칠 수 있는 질병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재수가 없어지면 늘 아름다운 것을 믿고 싶어한다. 설령 그것이 황당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해 보지 뭐, 해 보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정말로 운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죽을 먹고 나면 영감이 생길 수도 있고?
머릿속이 이런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군중 사이에서 대열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
나는 고개를 돌려 바깥으로 비집고 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그럴 수 없었다. 다행히 사람은 많았지만 질서 정연한 편이어서 사람들은 순서에 맞춰 앞으로 나아갔고 앞뒤로 밀치거나 하는 상황은 없었다.
대열에는 나처럼 하인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가정에게 물어보니 그들 대부분이 샨난 사람이라 신도는 아니지만 차를 몰고 와 명절 분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아이가 내년에 고3이어서요, 이번 빈가가 듣자하니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학생이어서 시험에서 600점 넘게 받았다는 거예요. 와서 기운을 좀 받으려고요." 부인은 말하며 옆에 있는 아이의 뒤통수를 만졌다.
남자 아이의 얼굴에는 여드름이 몇 개 나 있었고, 소년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머니의 손을 피했다. "아, 머리 만지지 말라고."
남자 아이의 아버지는 그 말에 손을 댔다. "만지면 어때서? 내가 더 멋있는 스타일로 해줄게."
"아빠는 몰라, 지금은 이런 게 유행이란 말이야."
"앞도 곧 안 보이겠구만 무슨 유행……."
이 가족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이 쓸쓸해졌다.
아이에게 공부 잘 하는 사람의 기운을 받게 해주겠다고 부모는 몇 백 킬로미터를 운전하여 이곳의 겨울 명절에 참가하게 했다.
소년은 자신이 가진 것이 남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 행운인지 평생 깨닫지 못할 것이다.
대열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삼십 분 정도 줄을 서니 마침내 내 순서가 되었다.
첫 번째 긴 테이블에서 맞은편의 아주머니는 플라스틱 그릇를 주었다. 나는 이 그릇을 들고 두 번째 아주머니의 근처로 갔는데, 상대는 재빠르게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에서 죽을 한 국자 떠주었다. 세 번째 아주머니는 손바닥만한 떡을 나누어 주었다.
한 손에는 그릇을 들고 다른 손에는 떡을 들고 나는 마침내 모추안의 앞에 섰다.
우리 둘 사이에는 작은 나무 탁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오래된 구리 대야가 놓여 있었는데 대야 안에는 측백나무 가지가 맑은 물에 담겨 있었다.
그는 처음에 나인 줄 알아차리지 못했고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이 빠르게 수면에 닿은 후 손을 뻗어 내게 복을 주려고 했다. 결국 내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고, 입가의 웃음도 그곳에 굳어져 버렸다.
"아침 밥 얻어먹으러 왔어." 나는 그를 향해 웃으며 손에 든 큰 떡을 물었다.
그는 시선을 내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앞전의 신도들에게 천만 번 했던 것처럼 두 손가락을 모아 내 이마에 점을 찍었다. 손이 떨어진 이후에는 차가운 습기가 어린 엄지의 안쪽으로 내 입술을 문질렀다.
씹던 동작이 멈추고 호흡마저 함께 사라졌다. 단 맛은 입술과 잇새로 사라졌다. 나는 이것이 전부인 줄 알았으나 모추안의 손은 오래도록 떠나지 않고 여전히 내 입술을 눌렀다.
안 끝났어?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 맞은편의 사람이 문득 나지막하게 입을 열어 오늘 만난 뒤 처음으로 말을 했다.
"여기서 음식 먹지 마."
그의 손끝이 살짝 아래로 눌려 일종의 경고 같았다.
"……."
눈을 흘기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나는 재빨리 입 안의 것을 삼켰다. "……알겠어."
앞 두 자를 말할 때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누르고 있었는데 마지막 한 글자를 말할 때는 이미 싫은 듯 떠나고 있었다.
추운 겨울, 그의 손가락은 줄곧 물에 잠겨 손끝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라젤로." 시선을 옮기고 그는 마치 추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쥐었다.
라젤로. 내 한정된 층록어 지식으로 이것은 "신이 승리하리라."는 뜻이었다. 오늘의 명절의 주제에 맞추면 아마 기독교의 "아멘"과 같은 것으로 신에 대한 찬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는 그의 장중하고 성결한 얼굴을 바라보며 따라 반복했다. "라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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