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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미언靡言

제6장 - 내가 경박한지 그가 어떻게 알아?

 

만약 내가 경박하다면 이 세상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가 몸을 돌려 모추안에게 따지려 들 때, 문 밖에서 갑자기 상심에 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잡잡한 피부의 노부인이 젊은 남녀 한 쌍에게 부축을 받으며 허약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모추안은 바로 일어나 탁자를 돌아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빈가! 빈가!!" 그 노부인의 걸음은 원래도 힘이 없었는데 모추안을 보자 어디에서 그런 기운이 난 것인지 양쪽의 부축에서 벗어나 비틀거리며 그의 옷자락을 쥐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노부인은 센 억양으로 자신이 이 고비를 넘기기 힘드니 죽기 전에 산군에게 그녀를 대신하여 집을 떠난 딸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천천히 말하세요." 모추안은 그녀의 팔을 부축하여 그녀를 천천히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온화한 모습은 아까와는 딴 판이었다.

나는 잠시 지켜보다 끼어들지 않고 밖으로 나가 이전을 끌고 돌아갔다.

 

궈주가 돌아오자 사람들이 다 모인 셈이 되었다. 식탁에서 북방인인 그녀는 나서서 축하주를 마시자는 제안을 했다. 옌추원은 주량이 그리 좋지 못하여 원래 내키지 않아 했지만 그녀를 이길 수 없어 결국 선반에서 샨난 현지의 고량주를 가져왔다.

"조금만 마셔, 이 술은 뒷심이 세니까 많이 마시지 마."

마시기 전 옌추원은 특별히 당부했지만 식탁의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에는 한 단지를 다 비우고 말았다.

500ml의 술 중 궈주가 반을 마셨고 내가 200ml, 옌추원이 50ml을 마셨는데 마지막에 식탁에 퍼졌을 때 조금 흘렸다.

술은 좋은 술이나 분명 매우 독했다. 옌추원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나는 술기운이 올라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는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술을 깼다.

정말 조용했다. 호흡 소리마저 과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끊이지 않는 차량 소리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렇게 조용한 밤은 되려 낯설었다.

내 방은 창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가리는 것이 없어 마침 높은 곳의 신전이 보였다.

달빛 아래 금빛 정상은 더는 빛나지 않았고 흰 벽 역시 어두워져 육안으로는 먼 곳의 흐릿한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경박하다고.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2년간, 나는 분명 아주 약간…… 경박하기는 했는데, 부지런하게 애인을 바꾸었다. 첫 번째 사람은 세 달, 두 번째는 두 달, 세 번째가 가장 길어 반 년 가까이 버텼다. 하지만 이 년에 세 명을 만나는 게 너무 지나친 일인가? 반 년 짜리는 심지어 인터넷으로 만난 거였는데!

그리고 3학년 때부터는 학업에 전념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다른 누구의 고백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만약 경박하다면 일 년에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매 주 겹치지 않게 바꿀 수 있었다.

"경박은 개뿔이." 나는 이를 갈며 욕을 했다.

칠 년 전, 그가 층록으로 돌아왔을 때는 마침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는 여름방학이었다. 나는 그가 적어도 대학은 마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다고 하곤 바로 가버릴 줄은 몰랐다. 그가 떠난 뒤 우리는 다시 만난 적이 없는데 내가 경박한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안 되겠어. 오늘 밤 똑똑히 물어보지 않으면 나 잠 못 자.

나는 원래도 오래 참는 게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고 알코올은 이 부분의 감정을 더욱 조장하여 나로 하여금 생각이 나면 바로 실행하여 한 순간도 기다릴 수 없게 만들었다.

담배를 창턱에 비벼 끄고 나는 외투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전의 개집을 지날 때 이전은 고개를 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패딩을 입고 검지를 입술 사이에 세워 "쉿" 소리를 내었다. 그는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다시 엎드렸다.

 

밤의 펑거는 고요하고 추웠다. 내 몸의 약간의 술기운은 두 걸음을 걷자 차가운 밤 바람에 흩어졌다.

목을 움츠리고 절의 문 앞에 이르기 전, 나는 먼저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제서야 눈을 가늘게 뜨고 문틈을 들여다보았다. 새카맣게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를 붙여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신전을 반 바퀴 돌아보자 담장이 비록 매우 높았지만 벽돌을 쌓아 만든 탓에 발 붙일 곳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야외 생존 수업 때 배운 암벽 등반 기교가 쓰일 기회가 마침내 생긴 것이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나는 팔다리를 움직이며 눈앞의 벽을 관찰했다.

천천히 물러나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움닫기를 한 나는 한 발로 벽돌의 돌출된 부분을 밟고 힘을 실어 도약했다. 두 손은 적시에 담벼락 위로 올랐고 다른 발이 방금 생각했던 노선을 힘껏 밟자 몸은 가볍게 벽 위로 올라갔다.

이 위치는 시야가 제법 좋아 앞마당과 주전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정원은 조용했고 주전의 창문가만 어슴프레 불이 밝혀져 있었다. 저곳이 아마 모추안이 사는 곳일 것이다.

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는 걸까? 여기 사람들은 평균 여덟 시면 자러 가지 않나? 지금이…….

나는 주머니를 만져 보았는데, 자신이 처음부터 휴대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됐어. 나는 담벼락에 올라 탄 상태로 생각했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중요한 건…….

뭐더라?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우회하기 어려운 사유의 미로가 형성되어 이 문제를 느리고 어렵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아, 맞다. 모추안에게 따지러 오는 거였지.

다행히 느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생각이 났다.

먼 곳의 불빛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커튼에 흐릿한 사람 그림자가 비추었다.

어떻게 그림자도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나는 흐릿하게 생각했다. 그림자가 몸의 악세사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것을 보니 곧 자려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해졌다.

깨어 있을 때 물어봐야 하는데…….

나는 담을 넘어 뛰어내렸고, 어쩌면 술에 취한 탓인지 제대로 서지 못하고 옆에 있던 화분 하나를 부딪쳐 넘어뜨렸다.

작게 소리가 울리고, 화분이 깨졌는지 아닌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커튼 앞의 그림자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반 쯤 벗었던 겉옷을 다시 걸치는 것이 보였다.

"누구세요?"

나는 그가 창가 쪽으로 오려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더 오래 머물 수가 있겠는가? 나는 급히 원래 길로 되돌아왔고 뛰어내릴 때는 여전히 제대로 서지 못해 바닥에 꼴사납게 반 바퀴 구르곤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모추안이 나와서 볼까봐 나는 옷도 제대로 털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멈추지 않고 뛰어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가 옷을 벗고 나서야 옷이 찢어져 그 안의 거위털이 다 나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려던 일은 하지도 못하고 옷 한 벌을 버리게 되다니 재수가 없다. 나는 침대에 대자로 뻗었고 방 안의 온기에 취한 채 욕을 하다 눈을 감았다.

 

그 후 며칠 간 약간 마음에 찔리는 구석이 있어 나는 신전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매일 스케치를 하고 동료와 원격회의를 하고 일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 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나는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라 금방 마을 사람들과 친해졌고, 심지어 촌장 니에펑과 호형호제 하게 되었다.

도시의 공무원과 다르게 농촌의 관원은 관리하는 일이 잡스러워 거의 생활 여러 부분에 분포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의 집에 전기가 끊기면 그가 가서 수리했다. 마을 사람들끼리 싸움이 붙으면 그가 가서 말렸다. 나는 한가해지면 그와 함께 구경을 가기도 했다.

그날, 마을의 한 집의 인터넷이 갑자기 연결되지 않아 니에펑은 내게 고칠 수 있는지 물어보러 왔다.

큰 문제면 해결할 능력이 없으나 작은 문제라면 그래도 해 볼 수는 있어 나는 그와 함께 갔다.

다행히 큰 문제가 아니라 라우터의 관리자 인터페이스에서 설정을 바꾸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집 여주인은 가장 좋은 다과를 대접해 주었고 심지어 우리더러 남아서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누나, 밥은 안 먹을게요. 브로치 좀 보여줄 수 있어요?"

나는 방에 들어오자 마자 여주인의 가슴에 예쁜 네모난 브로치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브로치는 순은으로 만들어져 구부러지고 번잡한 은빛 라인이 덩굴처럼 중앙으로 모여 선연한 홍색 산호를 감싸고 있고, 청색 장포에 꽂혀 있어 화룡점정의 효과가 있었다. 

여주인은 하어를 잘 하지 못해 멍하니 니에펑을 바라보았다.

니에펑은 통역 역할을 하며 층록어로 그녀에게 설명하며 덧붙였다. "이 친구는 보석 디자이너라서 궁금해 하는 거예요. 악의는 없어요."

처음에는 사실 내가 층록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층록어를 하면 옌추원은 내가 이전에 그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망설이는 사이, 이렇게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지금 다시 말하자니 다소 민망했다. 차라리 층록어를 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되는 게 나았다.

여인은 니에펑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레 가슴의 브로치를 떼어 양 손으로 내 앞에 내밀었다.

"이 브로치 진짜 예쁘네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거예요?" 나는 산호 구슬이 좋고 나쁜지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이 물건이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스타일은 전해져 내려오는 게 맞는데 브로치는 아니야." 니에펑은 우물거리며 말했다. "이건 신인信印이라고 하는데 내 거하고 같은 거야." 말하며 그는 자신의 가슴의 작은 원형 금빛 별 브로치를 가리켰다.

"우리 층록인은 이름만 있고 성은 없는데, 다 이걸로 집안을 구분해. 예전에 전쟁을 하면 죽어도 누가 죽은 건지 알 수가 없었는데 몸에 이걸 지니고 있으면 시체를 수습할 때 그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었지."

"이후에 전쟁을 하지 않게 되었어도 그 풍습은 남았어. 너희들은 결혼하면 여자 쪽이 남자 쪽 성을 따르잖아? 우리도 그런데, 우리는 이 신인을 바꾸는 거지." 니에펑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별이 바로 내 아내의 신인이야."

세상에. 나는 줄곧 그게 공산당 휘장인 줄 알았다.

내가 말했다. "성을 따르는 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아무도 안 그래. 역시 층록인의 방식이 좋네."

니에펑은 한어가 그다지 능숙하지 않아 내가 신인 두 글자를 한어로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자세히 물어보고 나서야 증표信物의 신信자이지, 성명姓名의 성姓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빈가에게는 이런 물건이 없지 않아?" 나는 모추안과 리양의 가슴에는 브로치가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니에펑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결혼도 못 하는데 이게 있으면 뭘 해?"

여주인은 "빈가" 두 글자를 알아듣고 내게서 브로치를 돌려받은 뒤 니에펑에게 물었다. "빈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니에펑이 말했다. "이 친구가 빈가에게 신인이 없느냐고 물어봤어요."

여주인 역시 웃었다. "빈가는 신인이 없지만 그분에게는 신인보다 더, 더 귀한 게 많으시지요. 우리 종족의 가장 빛나는 보물이 다 빈가의 것이니."

니에펑은 깨달은 듯 하어로 내게 말했다. "동생, 만약 보석과 장신구에 관심이 있다면 빈가를 만나봐. 그분에게는 예전 언관에게서 물려받은 무슨 구슬이니 귀걸이니 팔찌, 발찌 같은 장신구가 많아. 우리는 다 그분에게 비할 바가 못 돼." 그는 손으로 직경 십 센티미터 정도의 원을 그렸다. "이만한 비취도 있어. 초록색에, 예전에 황제가 준 거야."

여기 사람들이 생각이 없는 건지 배짱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하이청에서는 어린 아이도 남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내가 여기 온지 일주일도 안 되었고 그들을 알게 된 것은 며칠 밖에 되지 않는데 그들은 별 얘기를 다 한다.

내가 조금 더 탐욕스럽고 극악무도하다면 모추안은 오늘 밤을 살아서 넘어갈 수가 없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형님, 그런 말은 나한테만 하면 몰라, 다른 사람한테는 하면 안 돼. 누가 재물을 보고 눈이 돌아서 빈가를 노리면 어떡해."

니에펑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곧 크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동생은 좋은 사람이야, 형이 잘못 보지 않았어. 안심해, 만약 누가 감히 빈가를 해하면 우리가 하늘 땅 끝이라도 쫓아가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이미 일은 터졌는데 하늘 땅 끝까지 쫓아간다고 무슨 소용인가?

나는 그가 내 말을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것을 느꼈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여주인은 우리를 정원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고 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옆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각자 안색이 좋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 흐릿하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윈둬는 아직 소식이 없어요." 여주인은 옆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아이 엄마가 죽기 전에 딸을 보고 싶어 하는데, 보아하니 안 될 것 같네."

니에펑은 그 집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어두웠다. "그 아이는 펑거를 떠나지 말아야 했어요."

알아들을 수 있으면서도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특히 가십거리를 마주하게 됐을 때는. 니에펑은 곧 나를 차에 태웠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나와 그 집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나 역시 나서서 묻지 않았다.

원래는 그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줄 알았는데, 그는 몇 킬로미터 떨어진 택배 집하처로 데려가 택배를 한 무더기 챙겼고 그 중에 하나를 내게 주었다.

"이게 뭐야?" 나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 루陆 선생의 택배였다.

"빈가의 택배인데 마침 가는 길이니 네가 갖다 줘."

모추안의? 루Lu 선생…… 鹿(사슴,Lu)…… 선생?

하, 누가 빈가에게 신인이 없다고 했지? 이게 자기한테 남편 성을 붙인 게 아닌가?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택배를 뒷좌석으로 던졌다.

니에펑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만약 가고 싶지 않으면 내가 갈게. 괜찮아, 나는 그냥 둘이 예전에 같은 학교였다고 하니 친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갖다줄게." 나는 무표정하게 말을 잘랐다. "우리 친해, 내가 갖다줄게."

 

착암숭은 고도가 높고 적도에 가까워 겨울에는 오후 네다섯 시에도 태양은 여전히 높이 걸려 조금도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나는 대문에 들어서마자마 모추안이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살짝 허리를 굽혔고, 몸 앞쪽의 비취 구슬은 태양빛에 비추어 눈이 아플 정도로 푸르렀다.

"……."

층록 사람들은 대체 재물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없는 건가?

이 비취는 색깔만 봐도 여덟 자리는 될 것 같았는데 만약 골동품이라면…… 그 배후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층록인은 내가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나는 가볍게 기침하여 모추안의 주의를 끌었다. 그가 돌아보았을 때 나는 먼저 왜 왔는지를 밝혔다.

"니에펑 형님이 너한테 택배 가져다 주래." 나는 손에 들고 있는 택배를 들어보였다.

상자는 크지만 무겁지 않았다. 흔들면 안에서 소리가 났는데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

"고마워."

모추안은 물조리개를 내려놓고 택배를 건네받았다. 살짝 차가운 손가락이 내 손등을 닿을 듯 말 듯 스치고 깃털과 같은 촉감을 남겼다.

나는 흠칫하여 그의 표정을 보았고 그의 표정에 변함이 없는 것을 보고 난 뒤 내색 없이 손을 주머니에 넣고 꽉 쥐었다.

상자는 단단히 봉해져 있지 않아 그는 내 앞에서 테이프를 뜯어 그 안에서 녹색 플라스틱 화분을 한 무더기 꺼냈다.

"나 사는 곳에 며칠 전에 도둑이 들었는데 내 화분을 하나 깨트렸어. 그 도둑이 다시 돌아와 내 화분을 모조리 깨트릴까봐 특별히 인터넷으로 플라스틱 화분을 사서 전부 분갈이 하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다음에 돌아올 때는 꽃이 있는 쪽으로 넘어올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으면 좋겠네." 

"……."

시발,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날 밤에 담을 넘은 게 나라는 걸 알고 있어!